어제(28일) 저녁, 평화재단 청년리더스포럼에서 주최하는 한홍구 교수님 강의를 들었습니다. 실물은 처음 뵈었는데 해맑게 웃는 모습과 젊은이들의 유행어를 자주 사용하시는 모습이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한국 현대사 100년을 2시간 반 동안 열정적으로 쏟아내셨습니다. 감동적이었어요.
한홍구 교수님. 멀리서 찍어서 얼굴이 잘 안보이네요.
가장 가슴 아팠던 이야기는 해방 후 많은 독립운동가들이 친일파들에 의해 학살되었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아무리 대승적 차원에서 포용한다 하더라도 독립운동가들을 학살한 친일파들은 도대체 뭐냐! 울컥했습니다. 게다가 미군정이 들어서면서 경찰이나 관료직은 다시 친일파들이 다 자리를 차지했다고 합니다. 민족사의 비극이 아닐 수 없습니다.
한홍구 교수님은 당시 사료를 찾기 위해 많은 어른들을 만났지만 하나같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다 죽었어. 우리같은 쭉정이만 살았어."
그러면서 민중들이 얼마나 불리한 조건 속에서 여기까지 대한민국을 발전시켜 왔는지 강조했습니다.
"우리 민중들은 애당초 100:0 에서 시작한 것입니다. 미군정이 들어서고, 분단 후 다시 친일파가 기득권을 장악하고, 6.25 전쟁을 겪으며 대한민국의 출발은 그랬습니다. 반세기가 지나서 이제 겨우 51:49 이 된 것입니다."
거기다가 경기장도 민중들 쪽으로 기울어져 있어서 공을 아무리 차도 다시 돌아오는... 악조건 속에서 아픔의 역사가 반복되어 온 것입니다. 왜 친일파들이 다시 득세하게 되었을까. 한홍구 교수님이 자세히 풀어주었습니다.
“친일파들은 그들의 생사가 걸린 상황이었어요. 그러나 친일파 청산 문제는 다수 국민들에게는 모두가 공감하는 그냥 ‘옳은 문제’ 였죠. 누가 더 절실했겠어요? 친일파들이 죽기 살기로 장악을 하려 한 것입니다.
1960년 4.19 때 통일에 대한 열기는 대단했습니다. 전쟁 이후 헤어진 엄마, 아빠를 찾는 심정으로 통일을 부르짖은 겁니다. ‘가자 북으로, 오라 남으로’ 이 구호는 진심이 담긴 절절한 구호였어요.
누가 통일에 대해 가장 반대했는지 알아요? 첫째가 군대, 둘째가 친일파들이었습니다. 그 중에서 군대에 있는 친일파가 가장 반대가 심했죠. 그래서 박정희라는 인물이 나온 겁니다.”
한 마디 한 마디가 너무나 가슴 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우리 민족의 비극은 그렇게 계속되었구나...
“해방 후 총선과 대선 총 37번의 선거에서 고작 3번 이겼어요. 김대중 당선, 노무현 당선, 탄핵 직후 총선에서... 구조적으로 굉장히 불리한 싸움을 해온 것입니다. 분단과 친일파가 만든 구조가 아직도 한국 사회에는 크게 작동하고 있습니다.”
분단을 극복하지 않고서는 민족사 100년의 한이 쉽게 풀려지기가 어렵겠다 싶었습니다. 하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역사는 진보한다’는 사실을 힘주어 강조했습니다. '역사란 진보하는가' 라는 질문에 대한 2시간 반에 걸친 기나긴 대답의 마무리였습니다. 우리가 좌절만 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역사란 한발 한발 그렇게 발전해 왔음을 상기시키며 청년들에게 당부의 말을 전했습니다.
"역사는 굽이치고 나갑니다. 단 한번도 거져 (쉽게) 나간 적은 없었습니다. 지금 우리가 누리고 있는 자유는 누군가의 피가 섞여 있는 것입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고개를 갸우뚱 하실지 모르겠어요. 하지만 100년 전과 비교하면 엄청 진보한 것입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할 몫들이 습니다. 젊은이들은 나한테 가장 절실하게 와닿는 문제부터 해법을 찾아가 보세요. 긴 호흡이 필요합니다. 다른 사람들의 고통을 느낄 줄 아는 평화 감수성을 키워나가셨으면 합니다."
박수가 절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역사에 대해 청년들에게 올곧게 일러주시는 분이 이런 분이 있다는 사실이 너무 감사했습니다.
나한테 가장 절실한 문제부터 공감대을 만들어나가고 해법을 찾아보라는 말씀에 제 주위를 한번 둘러보게 되었습니다. 오늘 아침 신문도 더 주의깊게 읽어보게 되고, 철탑 위에 올라가 있는 많은 노동자분들의 심정이 되어보기도 하며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아봅니다. 국회의원들에게 이메일로 장문의 편지를 한번 써볼까... 희망버스를 타고 울산 현대차 고공농성장이라도 한번 가봐야 되겠다... 이렇게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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