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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북한 핵실험 어떻게 바라봐야 하나요?

북한이 3차 핵실험을 감행하면서 한반도 정세가 긴박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그동안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해 오랜기간 헌신해 온 법륜스님은 이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갖고 있을까요? 어제(14일) 저녁, 정토회 정초기도 법회에서 한 분이 법륜스님에게 질문했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끝나가고 남북관계에 새로운 전환이 마련되기를 희망하는 이 시기에 북한이 핵실험을 해서 실망스럽다고... 법륜스님은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정확한 관점을 짚어주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을 저는 이와같이 들었습니다.

 

- 질문자 : 북한이 핵실험을 했습니다. 새롭게 정부도 출범하고 나름대로 희망을 가질 수 있는 기회였는데 지금 시기가 많이 안타깝고 실망스럽기도 합니다. 어떤 식으로 이 사태를 바라보고 대응해야 하는지 고민이 들었습니다. 법륜스님은 어떻게 바라보고 계신지요?

 

- 법륜스님 : 핵실험 안했으면 좋았겠죠. 그런데 핵실험을 이미 해버렸는데 어떡해요? 이미 핵실험을 해버렸다면 이 상황에서 그 다음으로 더 나은 것은 무엇인가를 고민해야지요. 


예를 들어 우리 남편이 직장도 잘 다니고 돈도 잘 벌고 착실하더니 어느날 갑자기 바람을 피웠어요. 그래서 ‘이놈 죽일 놈!’이라고 하면서 이혼 해버리는 경우가 있잖아요. 그런데 바람 피웠다는 이 현실 속에서도 그래도 이 인간한테 좀 긁어먹을 건 뭐가 있나 이렇게 생각하셔야 되요. 그 나쁜 점 때문에 통째로 버려버리는 것이 낫냐? 30의 나쁜 점이 있고 70의 좋은 점이 있을 때 이 30 때문에 70을 버려버릴 건지, 30은 나쁘지만 아직도 70은 먹을 게 있으면 계속 데리고 살 건지, 이것을 현실로 받아들이고 거기서 다시 평가를 해야 되요.

 

감정에 치우쳐서 이혼으로 정리를 해버리면 나중에 시간이 지나서 여러 가지 문제들이 또 생겨요. 경제적인 어려움도 따르고 시댁 문제도 생기고 애들 문제도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나중에 후회하게 되거든요. 안 그래도 이혼할까 싶어서 핑계가 없었는데 마침 이런 일이 생겨서 ‘아이고 잘 됐다’ 이런 건 괜찮아요. 그러나 감정에 치우쳐서 결정하면 지나놓고 나서 손해를 볼 수 있어요.

 

그런 면에서 북한은 골치 아프죠. 골치 아프니까 까지 것 관계 탁 끊고 발로 차버리자 그럴 수 있는데, 그러면 우리한테 과연 이익일까요? 좋은 기회였지만 이런 상태에서 다시 나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지금 이 단계죠. 지금까지 남북관계가 계속 악화된 이유는 조금만 잘못하면 그걸 갖고 집착을 해서 싸우다가 여기까지 온 것이거든요. 핵을 완전히 폐기시키려는 목표를 잡으려다 보니까 결국은 약속이 계속 파기되어 온 것이죠. 한쪽은 죽어라 계속 핵개발을 하겠다는 것이고 한쪽은 핵개발을 하지 못하게 하겠다는 것이고, 이 둘 중에 어느 한쪽이 더 세서 확실하게 밀어버리면 되는데, 지금 20년 30년을 끌고 왔다는 것은 각자 원하는 대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는 안 되지만 더 위험한 일이 일어나는 건 막아야 되겠다 이렇게 해야죠. 대신에 북한은 지금 경제개발이 필요하잖아요. 여기에서부터 타협점을 마련해가면 됩니다.

 

약속을 지킨다 안 지킨다 이러다가 또 깼잖아요. 이쪽은 “저쪽이 약속을 안 지킨다”고 하는데, 약속 안 지킬 때도 다시 판단을 해봐야지요. “약속 안 지킨다고? 그럼 니 마음대로 해라” 하고 내팽겨 치는 게 나아요? 약속 안 지킨다고 뭐라 하면서도 계속 쪼는 게 나아요? 약속 안 지키는 게 뻔한 놈을 어떻게 다루는 게 낫겠어요? 약속 안 지킨다는 걸 알긴 알지만 약속을 해서 '왜 안 지키냐'고 계속 쪼면서 시간이라도 늦추는 게 낫습니다. 이게 현실이라는 겁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최선을 추구하죠. 그런데 최선이 안 된다고 최악으로 가버려요. 그런데 최선이 안 되면 차선도 있어요. 차선도 안 되면 또 대부분이 최악으로 가버리는데 차선이 안 되면 차악도 있어요. 돈 벌려고 주식투자 했지만 그게 안 되면 본전이라도 하는 게 차선이에요. 본전도 못할 때는 그래도 덜 손해 보고 파는 게 차악이에요. 그런데 ‘덜 손해보고 판다’ 이런 생각을 할 수 있는 사람은 백명 중에 한명도 안 됩니다. 그렇게 할 줄 알아야 투자를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인생도 그래요. 남편이 돈도 벌어다 주고 나만 쳐다봐주고 그렇게 해주면 좋지요. 그러나 그게 안 되어도 술 좀 먹고 부족하더라도 나머지가 괜찮다면 차선을 선택해서 사는 겁니다. 그것도 싫고 같이 사는 게 손해다 이러면 그만두면 되요. 그러나 그만두면 더 큰 손해가 난다면 손해를 감수하면서도 같이 사는 겁니다. 어떤 경우에는 손해를 보고도 같이 사는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큰 이익을 보는 것만 생각해서 작은 이익이 눈에 안 들어옵니다. 작은 이익까지는 봐주겠는데 손해는 또 못 봐주잖아요. 손해를 못 봐주다가 더 큰 손해를 입게 되요. 큰 손해를 막기 위해서는 작은 손해도 감수해야 되요. 이게 이성적으로는 되는데 감성적으로는 잘 안 됩니다. ‘내가 왜 손해보고 사냐?’ 이렇게 되죠.

 

이 상황에서 어떻게 현실적 이익을 추구할 거냐? 지금 남북관계에서 남한의 이익을 어떻게 추구하며 크게는 어떻게 민족적 이익을 추구할 거냐? 이런 문제이지요. 여러분들이 일본과의 관계에서 생각해볼 때 36년간 우리를 압제했잖아요. 그러고 나서도 독도는 우리땅이라고 하고 위안부 문제도 사과 안하고... 감정적으로만 생각하면 상종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래서 1965년에 한일수교 맺을 때 반대를 많이 했었죠. 그러나 지난 50년을 돌아볼 때 그런 일본하고도 외교관계를 맺었던 게 우리에게 이익이었어요? 안 맺은 게 이익이였어요?

 

- 질문자 : 맺은 게 이익이었습니다.

 

- 법륜스님 : 최선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미래를 위해 우리에게 이익이라면 그렇게 할 수 있는 겁니다. 남북관계도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세요. 이렇게 갈등을 일으키고 하는 것이 20년 30년 후에도 좋게 평가될지, 안 그러면 이런 과정 속에서도 어떤 이익을 추구하는 것이 미래를 위해 낫겠는지. 

 

여기서 우리가 선택하는 겁니다. 미국도 핵확산 방지가 목표였다면 실패한 겁니다. 그런데 미국 보고 실패했다고 말하기는 어려워요. 미국도 말로는 핵확산 방지라고 하지만 실제로는 이 문제를 통해 군비를 증강한다던지 군수산업을 발전시킨다던지 이것을 빌미로 중국을 컨트롤하는데 쓴다던지 하는 게 목표일 수도 있거든요. 우리와는 다른 목적으로 이 문제를 보고 있을 수 있어요. 이걸 계기로 북한 문제를 통해 중국을 국제사회의 일원으로 끌어들여서 이란 문제와 연관 지으려 할 수도 있잖아요. 미국에게 실질적인 위협은 이란이예요? 북한이예요? 이란입니다. 그러니까 고도의 정치 문제이기 때문에 섣불리 손해다 이익이다 평가를 못해요. 국무성에서 본 외교적 실패와 국방성에서 본 군사적 이익이 서로 평가가 달라요.

 

한국이 앞으로 잘 살려면 미국에 딱 달라붙어야 되요? 미국과 중국 사이로 중간을 가야 되요? 중간을 가야 우리에게 이익입니다. 그런데 미국한테는 우리가 자기들 쪽으로 달라붙는 게 이익이죠. 이렇게 이해관계가 서로 다른 겁니다. 그런 관점에서 판단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미국과 한편으론 공동 이익을 추구할 수도 있고, 통일과 평화 측면에서는 미국과는 다른 이해 관계를 갖고 있기도 해요. 미국은 자기들 안전을 위해 대량살상무기와 핵확산을 방지하는 게 목적이지만 우리는 전쟁 일어나지 않게 하는 게 목적이거든요. 무엇을 목적으로 하는가에 따라 서로 다른 겁니다.

 

이런 문제나, 남편이 바람피운 문제나, 다 대응하는 방식이 비슷해요. 부부 사이에 원수 된 것을 해결하는 것이 남북관계 해결하는 것 보다 더 어려워요. (청중 웃음 하하하)

 

핵실험은 이미 일어나버린 일이예요. 만약 미국이 핵실험 확대를 막으려고 정밀 타격을 할 수도 있죠. 사실 이렇게 보면 우리나라는 굉장히 위험한 상황에 놓여있어요. 이런 것도 모르고 그냥 웃으며 살고 있긴 하지만... 그러니까 핵잠수함이 오고 항공모함이 오고 군사훈련을 하고 여야도 만나고 그러잖아요. 이런 분쟁이 일어날 때는 그만큼 위험한 겁니다. 미국에서는 골치 아픈 분쟁거리에 불과하겠지만, 우리는 전쟁이 터지는 문제입니다. 인천공항이나 서울 한복판에 미사일 하나만 떨어져도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 경제가 엉망이 될 수 있죠.

 

첫째, 그래서 두려워하라는 게 아니라 '안전 관리'를 해야 된다는 겁니다. 감정으로 ‘저놈들!’ 이런다고 해결되는 게 아니에요. 국가 지도자는 국민의 재산과 인명을 늘 책임져야 하는 겁니다. 이걸 관리해내는 능력이 있어야 합니다. 한반도에 어떤 이유로도 다시는 전쟁이 없어야 된다 이것은 두려움의 문제가 아니에요. 우리가 지난 50년간 가꾸어 놓은 것들이 이 치열한 경쟁 속에서 한 번의 분쟁으로 인해 복원을 못하는 정도가 아니라 속도에서 밀려버려요. 그런 의미에서 안전 관리를 해야 합니다.

 

둘째, 세계 경쟁 국면에서 우리나라가 미래 비전을 가지려면 통일을 해야 합니다. 분단 상태에서는 비전이 없습니다. 그런데서 우리의 노력이 필요합니다. 국가가 해야 할 역할이 가장 중요하겠지요. 이미 선택되었다면 그 선택된 정부가 우리의 정부이니까 그 정부가 어떤 정책을 해야 우리 국가에 이익이 되겠느냐 이런 문제로 돌아가야 합니다. 최선책이 안 되면 차선책이라도, 차선책이 안 되면 차악이라도 우리의 이익을 위해서 다시 또 선택해야 합니다. 그런 관점을 가지면 이 속에서도 또 이익을 가질 수 있습니다. 손실이 나더라도 손실을 덜 보게 하는 방법은 무엇이겠는가 이렇게 접근해 나가야 합니다.

 

복잡했던 머리가 시원해진 느낌입니다. 이미 핵실험은 일어난 것이므로 그 다음 차선책을 찾아야 된다. 하지만 대부분 우리들은 최선이 아니라고 차선을 찾지 않고 최악으로 가버리는 우를 범한다는 지적이 가장 기억에 남습니다. 차선 또는 차악을 선택할 수 있는 지혜가 무엇보다 절실히 필요한 한반도 상황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반도 신뢰 프로세스의 전면 수정을 요구하며 강경하게 목소리를 높이는 참모들의 모습을 보니 과연 박근혜 새정부가 이런 지혜를 가질 수 있을지 우려되기는 하지만, 법륜스님의 이런 지적이 새정부에 전달이 되어져서 북핵 문제를 해결하는 열쇠 역할을 해주었으면 하는 바램을 가져보았습니다.

 

더불어 풍전등화와 같은 한반도 위기 상황이 몇몇 지도자들의 어리석음으로 큰 재앙이 되는 게 아니라 평화의 계기로 전환되기를 간절히 염원하며 조용히 기도도 드려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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