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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스님께 물었다 “결혼 후 마음이 변할까 걱정..”

연애를 하다보면 헤어지기도 하고 다시 새로운 사람을 만나기도 하고 여러 사람을 만나보는 경험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결혼은 어떤가요? 이 사람과 결혼했다가 마음이 변해서 다시 다른 사람과 결혼하고 할 수가 있나요? 쉽지 않죠. 만약 자녀가 있다면 더더욱 어렵습니다. 그래서 결혼을 할 때는 대부분 신중을 기하게 됩니다.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도 이와 같은 문제로 한 청년이 질문했습니다. 연애는 가볍게 했지만, 결혼을 고민하면서부터 한 사람과 평생 살아야 되니 마음이 무거워지고 연애도 잘 안 된다는 질문이었습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는 방법을 물었는데, 과연 법륜스님의 대답은 무엇이었을까요? 삶의 지혜가 묻어나는 명쾌한 답변이었습니다.

 

 

저는 이와 같이 법륜스님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 질문자 : 연애하다 마음이 변하는 것을 나쁘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결혼적령기에 들면서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결혼 뒤 마음이 변한다고 해서 그때마다 배우자를 바꿀 수 없으니 한 사람만 보면서 평생 살아야 된다는 걸 생각하게 됐습니다. 그 뒤로는 마음의 짐이 되었는지 연애도 잘 안 됩니다. 마음이 변하지 않는 방법, 변하더라도 좋은 쪽으로 변하는 길이 있을까요?
 
- 법륜스님 : 아무리 좋아하던 사이라도 언젠가 상대가 나를 싫어하게 될 때가 있고 나도 상대가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마음은 변하는 게 사실입니다. 경계 따라 이랬다저랬다 하는 게 마음의 본질이기 때문에 마음이 변하지 않도록 만든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입니다. 변하는 건 좋고 나쁜 문제가 아니라 마음의 성질일 뿐입니다. 그런데 인생을 살 때는 감정적으로 싫더라도 참고 하는 편이 더 좋은 결과를 만드는 경우가 있고, 마음으로는 하고 싶더라도 하지 않는 게 더 좋은 일인 경우가 있습니다.

 

길을 걷다 우연히 마음에 꼭 드는 예쁜 여자를 보고 한 번 껴안아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합시다. 마음이 일어나는 대로 해버린다면 성추행범으로 잡혀서 망신당하고 전과자가 될 수도 있겠죠. 그러고 나면 내가 했던 행동이 후회됩니다. 잠깐 일어나는 마음을 못 참아서 남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자기 자신에게도 안 좋은 결과를 남기게 됐으니까요. 언제 어디서든 지은 인연의 과보는 피할 수 없습니다. 그 이치를 확연히 안다면 하고 싶어도 안 해야 될 일은 하지 않고, 하기 싫어도 해야 될 일은 기꺼이 하게 됩니다.

 

결혼해서 살다 보면 상대에 대한 마음이 좋아졌다 싫어졌다 하는 건 당연합니다. 그러나 어느 한 순간 상대가 좀 싫어졌다고 해서 그대로 헤어져 버리고 나면 치러야할 과보가 큽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 아빠가 서로 좀 싫은 마음이 든다고 헤어져버리고 말면 그에 따르는 문제가 굉장히 많죠. 가족이나 주위 사람들이 비난을 할 수도 있고, 다시 결혼을 하려고 하면 지금 아내만큼 좋은 엄마가 되어줄 괜찮은 상대를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다시 생각하고 다시 생각하면서 살아가는 겁니다.

 

연애는 싫어지면 헤어져도 되는 자유로운 관계라서 마음 따라 움직여도 큰 문제가 없습니다. 상대가 나를 싫어할 땐 헤어지는 편이 오히려 좋고 괴로움이 적습니다. 하지만 결혼을 하고 나서도 계속 그렇게 마음 가는 대로 움직인다면 안 좋은 과보가 따릅니다. 그래서 싫고 좋고 감정에 치우치기보다 감정 너머의 세계로 가야 합니다. 결혼을 한다고 해서 감정 자체가 변하지 않고 늘 좋은 마음만 들기를 바랄 수는 없고, 나쁜 감정이 일어나더라도 거기에 휘둘리지 말고 좀 더 넓고 긴 안목으로 내 삶 전체를 봐야 합니다. 감정이란 본래 일어나고 사라지는 것이다, 그런 정도로 더 길게 보고 살아가면 됩니다.

 

세상 다 끊고 산 속에 그림같이 앉아있어야만 수행이 되고 공부가 되는 게 아닙니다. 수행은 지금 이 순간에 깨어 있는 것, 지금 내 마음이 일어나고 사라짐을 알아차리고 그 속에서 자기의 카르마를 보면서 그 카르마에 휘둘리지 않는 것입니다. 좋았다가 싫었다가 순간순간 경계 따라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을 가만히 관찰해 보면 문제는 바깥 경계가 아니라 내 안의 카르마가 그 경계에 반응하도록 형성되어 있다는 걸 알게 됩니다. 그런 이치를 알고 순간순간 좋고 싫은 마음 따라 흔들리지 않으면 비로소 내가 내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습니다. 무조건 참는 것이 자기 조절은 아닙니다.
 
행복으로 가는 길은 마음이 바뀌지 않는 게 아니라 마음이 바뀌는 줄 알고 그 변화에 구애받지 않는 것입니다. 좋다하더라도 거기에 너무 들뜨지 말고 싫다하더라도 거기에 너무 사로잡히지 않으면 여여하고 꾸준한 삶이 됩니다. 곁의 사람들이 보면 저 사람은 마음이 시종일관이라고 말하겠지만 사실 그 순간에도 마음은 여일하지 않고 출렁거립니다. 그 움직임을 자기 자신이 알아차리고 지켜본다면 출렁거림 속에서도 참으로 여여한 삶이 찾아옵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좋았다가 싫었다가 순간순간 경계 따라 일어나는 마음의 움직임을 가만히 관찰해 보라... 저는 이 말이 가슴 콕 박혔습니다. ‘마음이 변하면 어떡하지’ 하고 걱정했는데, 마음이 변하는 건 자연스러운 마음의 성질일 뿐이라 답합니다. 그러므로 인생 전체를 길게 보고, 좋더라도 거기에 너무 들뜨지 말고 싫더라도 거기에 너무 사로잡히지 않으면 꾸준히 갈 수 있다는 것입니다. 삶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는 답변이었습니다.

 

비단 결혼에만 해당하는 말이겠습니까?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마음은 늘 이랬다 저랬다 변하고, 친구 사이에서도 좋고 싫음은 바다에 파도가 치듯이 늘 출렁거리지요. 이런 출렁거림을 다만 알아차리고 지켜볼 뿐, 평온한 마음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힘을 키워나가야겠단 다짐도 함께 하게 됩니다. 날마다 부대끼는 생활 속에서 잘 안되면, 다만 잠자기 전에 30분만이라도 고요히 명상에 들어보는 것이지요.

 

이 글이 결혼을 앞둔 남녀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랍니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글을 함께 나누고 싶다면 아래 view 추천을 꾸욱 눌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