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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남편은 육아-아내는 직장, 아이 괜찮을까요?

‘아빠 어디가’ TV프로그램이 동시간대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예능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습니다. 아빠들의 육아 모습이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이죠. 그동안 아빠들에게 ‘육아’는 생경하면서도 낯선 그 무엇이었습니다. 어쩌면 많은 아이들에겐 ‘아빠’라고 하면 그저 딩동 하고 문 열고 들어오는 사람이라는 이미지가 클 것입니다. 하루종일 아이들과 함께 지내는 ‘엄마’야말로 ‘육아’와 가장 잘 매칭이 되는 단어죠. 하지만 요즘 육아를 담당하는 남자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예능 프로의 인기 소재가 될 정도입니다. 하지만 의문도 남습니다. 고대로부터 여자가 아이를 키워온 것은 다 이유가 있을텐데... 남자가 아이를 키워도 아이의 심성에 아무 문제가 없는걸까?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에서 이런 고민이 터져나왔습니다.

 

남자가 육아를 담당하고, 여자가 직장을 다닌다면? 즉 엄마 아빠의 역할이 서로 바뀐다면? 이렇게 해도 아이를 키우는데 아무 문제가 없는 걸까요?

 

 

법륜스님의 대답은 명쾌했습니다. 저는 이와같이 들었습니다. 

 

- 질문자 : 저희 부부는 서로 잘 할 수 있는 것과 못하는 것을 나름 분석해서 제가 경제활동을 하고 있고 남편이 집에서 육아를 하고 있어요. 그런데 아이가 다섯 살이 되니까 보통의 다른 가정들과 비교를 하기 시작해서 고민들이 조금씩 생기고 있어요. 제가 정말 궁금한 건 엄마의 역할, 아빠의 역할이 무엇인지? ‘아빠 힘내세요’ 란 노래도 있지만 딩동 하고 퇴근해서 돌아오는 건 엄마거든요. 이 부분에 대해서 아이에게 어떻게 확립을 시켜주는 게 좋을까요?

 

- 법륜스님 : 전통적으로는 여자가 엄마를 해야 되고 남자가 아빠를 해야 되죠. 우리는 거기에 맞게 훈련이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남자가 엄마를 하고 여자가 아빠를 한다. 그것도 괜찮아요.

 

대신 그렇게 되면 이 아이 입장에서는 자신의 삶과 다른 아이들의 삶을 비교했을 때 자기가 소수가 되잖아요. 한 반이 20명인데 19명은 여자가 엄마인데 자기 혼자만 남자가 엄마잖아요. 그러면 소수자로서의 갈등이 있게 되지요. 우리가 미국으로 이민 갔을 때 소수자로서의 갈등이 있는 것처럼요. 그것은 나쁜 건 아니에요. 아이가 좀 힘들지요. 왜냐하면 자기가 경험한 것과 세상에 나가서 본 것이 다르니까요.

 

- 질문자 : 아직까지는 아이가 행복해 해요. 왜냐하면 거의 매일 아빠하고 있다시피 하거든요.

 

- 법륜스님 : 아빠가 만약 아이를 키웠다면 아빠가 엄마에요. 왜냐하면 자기의 모델이 되는 사람이 엄마이거든요. 할머니가 키우면 할머니가 엄마이고, 아빠가 키우면 아빠가 엄마입니다. 그런데 지금까지 인류 역사는 생모하고 기른 자가 일치했잖습니까? 그래서 생모와 엄마라는 말이 일치되는데, 엄마의 정확한 말은 ‘기른 자’라는 뜻이에요.

 

‘기른 자’는 아이한테 헌신성이 있어야 됩니다. 뭐든지 자기를 희생해서 보여주어야 아이의 심성에 신뢰와 양심이라는 게 형성이 됩니다. 그런데 남자가 그 역할을 했다? 그러면 여기서 어떤 문제가 되느냐?

 

예를 들어 할머니가 키우면 나중에 아이에게 약간의 정신적인 분열이 일어나요. 실제 마음에서의 엄마는 할머니인데 의식에서의 엄마는 이상한 여자이거든요. 마음에서의 엄마에게 ‘할머니’라고 불러라 그러니까 약간 정신적인 갈등이 생기게 돼요. 그래서 할머니 손에서 키워진 아이들이 조금 문제가 있다는 얘기는 나쁘다는 뜻이 아니라 세상에 나갔을 때 모순이 생긴다는 뜻입니다. 그래서 엄마한테는 착 안겨지지 않게 돼요. 왜? 뭔가 거리감이 있고 의식만 엄마이기 때문이죠. 그러나 할머니한테는 착 안겨지게 되는 겁니다. 그래서 이것이 변하려면 스무살 넘어서 한참을 지나야 합니다.

 

그러니까 아빠도 마찬가지예요. 아빠라고 부르지만 그 아이에게는 아빠가 엄마입니다. ‘아빠’라는 용어와 자기의 모델이 되는 ‘엄마’가 동일한 인물이 됩니다. 그리고 엄마라고 부르지만 이 여자는 누구다? 그냥 딩동 하면 들어오는 사람이에요.

 

그러니까 내가 이렇게 고생해가 키우니까 애들이 엄마에게 착 안길 것이라고 기대하면 안 돼요. 애들이 그건 누구한테 한다? 아빠한테 착 안기게 되는 거예요. 일반 아빠들이 겪는 것처럼 아이들과 자기와의 사이에 어떤 간격이 생길 것이라는 것을 감수해야 돼요. 그러면 돼요.

 

- 질문자 : 집안에서는 보통 위계질서가 중요하다고 생각하잖아요. 먹을 때도 ‘아빠 먼저’ 이렇게 해야 하는데 이런 게 또 혼란이 오는 것 같아요. 이런 것에 대해서는 우리 부부가 어떻게 해야 될까요?

 

- 법륜스님 : 위계질서 안 따져도 부부가 화목하게만 살면 아무 문제 없어요. 둘이서 서로 먹으려고 싸우지만 않으면... 엄마는 “아빠 먼저 먹어라” 라고 말하고, 아빠는 “엄마 먼저 먹어라” 라고 말하면서 이렇게 화목하게만 살면 아무 문제 없어요. 그런 걱정 안 해도 돼요. 의도적으로 아이들을 자꾸 교육시키려고 하면 안 돼요. 그런 건 학교 가서 배우는 겁니다. 집에서는 그냥 자연스럽게 따라 배우기를 하도록 해줘야 합니다. 두 분이 화목한 편이에요?

 

- 질문자 : 예. (웃음)

 

- 법륜스님 : 남편은 혹시 남자가 집에 있는 것에 대해서 콤플렉스나 열등의식이 없어요?

 

- 질문자 : 전혀 없어요. 애들 맛있는 거 해주려면 요리학원도 좀 다녀야 될 것 같다 이런 얘기도 하고 그래요. 

 

- 법륜스님 : 자기는 남편이 돈 안 벌고 집에 있는 것에 대해서 콤플렉스 같은 거 없어요?

 

- 질문자 : 저도 없어요. 집에서 살림을 해보니까 저는 차라리 다른 생산적인 일을 하는 게 훨씬 더 잘 맞아요. (청중 웃음)

 

- 법륜스님  : 그러면 괜찮아요. 둘이서만 즐겁게 지내면 아이들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 질문자 : 감사합니다.

 

마지막 감사하다는 인사가 밝고 우렁찼습니다. 엄마라고 부른다고 엄마가 아니라 ‘기른 자’가 엄마임을 강조하면서 누가 그 역할을 하든 아이에게는 자기를 희생해서 헌신성을 보여주어야 아이의 심성에 신뢰와 양심이 생겨나게 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두 부부가 화목하게만 지낸다면 아이의 심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고 하네요. 아이의 심성에 영향을 주는 근본 요인은 바로 '부부의 화합'임을 분명하게 짚어 주어 명쾌했습니다. 물론 친구들과 비교했을 때 상대적으로 혼란을 조금 겪게 되겠죠. 엄마도 아이들이 자신에게는 착 안겨붙지 않을 것을 감수해야 하구요. 거기에 비해 '부부의 화목'은 이를 극복하고도 남을만큼 부모가 아이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선물임을 다시한번 깨달을 수 있었습니다.

 

덧붙여 여러분께 특별히 추천해 드립니다. 법륜스님의 가르침을 체계적으로 배워보고 싶은 분들은 정토불교대학에 입학하셔서 공부를 해보시기 바랍니다. 법륜스님이 수십년 공부하신 내용을 엑기스만 뽑아 놓은 프로그램입니다. 이건 제가 보증을 할께요. 제가 들었던 강연 중에 최고였다고 자부합니다. 엑기스만 뽑아 놓았기 때문에 실망할 확률은 백명 중에 한두명 밖에 안 나올 정도입니다. 하기 전에는 망설여지지만 해보면 ‘아, 정말 잘했다’ 이런 생각이 들어서 다들 기뻐하십니다.

 

법륜스님의 강연듣기 ▶ http://goo.gl/a1gQ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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