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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100명 식사했는데 음식물쓰레기는 0g, 비결은?

최근 서울시내 자치구와 음식물쓰레기 처리 업체 간에 처리비용 인상을 둘러싸고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자칫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면서 서울시와 자치구에 그 비난이 쏠리기도 했다. 음식물 쓰레기 폐수(음폐수)가 민간 업체들의 임시 저장 탱크에 고스란히 쌓이고 있어, 탱크 용량이 다 차는 2월 중순쯤 '쓰레기 대란'이 현실화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런 가운데 민간에서 자발적으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다양한 시도들이 이뤄지고 있어 주목을 끈다. 특히 수행공동체 정토회(지도법사 법륜스님) 회원들이 실천하고 있는 ‘빈그릇 운동’이 가장 대표적인 사례다. 정토회는 매주 수요일 정기법회 후 100여명이 넘는 많은 대중들이 점심식사를 하지만, 음식물 쓰레기는 제로에 가깝다. 그 비결은 무엇일까? 2월 음식물 쓰레기 대란이 우려되는 가운데, 음식물 쓰레기 제로에 많은 노하우를 쌓아 온 정토회를 찾았다.

 

어제 1월30일(수) 낮 12시 30분.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가 끝났다. 법회를 들은 대중 100여명이 지하 공양간으로 밥을 먹으로 내려왔다. 길게 늘어선 줄을 따라 정토회의 ‘빈그릇 운동’을 체험해봤다.

 

▲ 정토회 공양간. 점심을 먹기 위해 길게 늘어선 줄.

 

음식물 쓰레기 제로의 비결 첫 번째는 먹을 만큼만 덜어서 먹는 ‘자율 배식’ 에 있었다. 보통 단체 급식소에 가면 식당 아주머니가 양을 일괄적으로 배분해 준다. 적게 먹고 싶어도 일단 배식은 주는 데로 받고 음식은 다 남기는 식이다. 잔반통이 있어 음식을 남기는 것이 자연스런 문화로 정착되어 있다. 하지만 정토회에서는 음식물을 남기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금기'의 일이다. 고춧가루 하나라도 남기는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자율배식을 함으로써 좋은 점은 덜어서 먹었기 때문에 남은 반찬을 락앤락 통에 담아서 다시 재활용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남았다고 다 버리는 것이 아니라, 잘 보관하고 있다가 필요하면 또 덜어서 먹을 수가 있다.

 

▲ [음식물 쓰레기 제로 1단계] 먹고 싶은 만큼 적당량만 덜어서 먹는 자율 배식.

 

접시에 밥과 반찬, 국을 담고 자리에 앉았다. 오늘 들은 법륜스님의 강연 내용을 주제로 즐겁게 대화를 나누며 맛있게 식사를 한다. 여기까진 문안히 따라할 수 있다. 단, 덜은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어야 한다.

 

▲ [음식물 쓰레기 제로 2단계] 덜은 음식은 남기지 않고 다 먹기.

 

하지만 음식을 다 먹어갈 무렵 가장 난코스가 등장했다. 처음 정토회를 방문한 대중들은 여기서 ‘뜨아!’ 하며 당황해 하는 기력이 역력하다. 바로 ‘그릇 닦아 먹기’ 이다.

 

반찬을 배식 받을 때 ‘김치조각’을 반드시 챙겨두어야 한다. 식사를 마치면 정수기에서 따뜻한 물을 받아 온다. 받아온 물을 부어서 김치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마시는 것이다. 이해를 돕기 위해 동영상을 촬영했다.

 

 

▲ [음식물 쓰레기 제로 3단계] 김치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먹기.

 

고춧가루와 찌꺼기가 둥둥 떠다니는 물을 후르릅 마시는 모습을 보고 역겨워 하시는 분들이 있을 것 같다. 정토회를 만나고 벌써 5년째 '그릇 닦아 먹기'를 실천해 오고 있다는 주부 이경희씨(45세. 여)에게 물어봤다. 이렇게 더러운 물을 마시는 게 힘들지는 않으신가요? 당연하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이며 이렇게 답한다.

 

“물론 처음에는 다들 어려워하죠. 저도 그랬구요. 하지만 다 생각하기 나름입니다. 어차피 밥 다 먹고 나서 물을 따로 마셔도 속에서는 다 섞이는 거잖아요. 단지 미리 섞어서 마실 뿐 결과는 똑같아요. 미리 섞어 마시나 속에 들어가서 섞이나 다를 게 뭐가 있나요? 그냥 쑥 들이키는 겁니다.”

 

'거참 맞는 말이네' 하며 고개를 끄덕였지만, 그래도 처음 해보는 사람에게는 극복해야 할 난코스임에는 틀림없었다. 닦아 먹기를 해내면 나머지는 쉽다.

 

다음은 설거지 단계다. 우선 설거지물은 쌀을 씻고 나서 쌀뜨물을 받아 둔다. 쌀뜨물은 설거지 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하수구로 흘려보내도 수질오염을 거의 발생시키지 않는다. 무심코 버리는 쌀뜨물을 이렇게 다시 재활용 하는 것이다. 앞서 ‘닦아 먹기’를 한 상태이기 때문에 실제로 그릇에는 설거지할 찌꺼기들이 거의 없다.

 

설거지는 3단계로 진행된다. 1단계는 쌀뜨물에 설거지, 2단계는 맑은 물에 행구기, 3단계는 다시 맑은 물에 행구기. 여기서 또 물을 절약하는 노하우를 보여주었다. 1단계 물이 지저분해질 경우 1단계 물을 버리고 2단계 물을 가져와서 붓는다. 다시 3단계 물을 가져와서 2단계에 붓는다. 마지막으로 3단계에서만 새 물을 받는다. 이렇게 하면 3군데에 다 새 물을 받는 것보다 물이 훨씬 더 절약된다고 한다.

 

▲ [음식물쓰레기 제로 4단계] 쌀뜨물로 설거지하기.   

 

자, 설거지를 마친 헹굼물을 보시라. 100여명이 설거지를 했다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로 물이 깨끗하다. 처음 온 사람들은 다들 놀라는데 정토회 회원들은 이게 당연하다는 눈치다. 마지막 행굼물을 거름망에 걸러봐도 음식물 쓰레기는 거의 나오지 않는다.

 

음식물 쓰레기가 얼마나 나왔나 확인하기 위해 이번 식사에서 나온 음식물쓰레기를 모두 모은 거름망을 저울 위에 올려보았다. 눈금은 Og을 향하고 있었다. 100여명이 식사했는데 음식물 쓰레기는 0g(제로) 였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조리 과정에서 나오는, 야채를 다듬는 과정에서 나오는 미량의 음식물 찌꺼기들이 있다. (물론 정토회에서는 수박 껍질도 볶아서 양념해서 조리해 먹는다. 과일은 식초물에 행궈서 껍질채 먹는다.)  이 찌꺼기들은 지렁이 화분이나 옥상 텃밭에 넣어 줘서 퇴비화 시킨다. 이렇게까지 하면 정토회 건물 밖으로 나오는 음식물 쓰레기는 전혀 발생하지 않는다.

 

▲ [음식물쓰레기 제로 5단계] 그래도 남은 찌꺼기는 지렁이 화분으로 퇴비화 하기.

 

정토회는 이 외에도 수많은 생활 속 환경실천을 널리 보급해 왔다. 특히 ‘비닐 대신 장바구니 사용하기’ 운동은 대형마트에서 이를 받아들여 이제는 상당부분 대중화가 되었다. 2005년에는 빈그릇 운동 100만인 서명운동을 달성해내면서 환경부를 비롯 지자체가 이 운동을 다 받아아는 성과를 이뤄냈다. ‘면생리대 사용하기’, ‘휴지 대신 손수건 갖고 다니기’, ‘일회용컵 대신 개인컵 사용하기’, ‘가정에서 지렁이 화분으로 음식물쓰레기 퇴비화 하기’, ‘’화장실에서 뒷물하기’ 등 환경실천 하면 떠오르는 대표적인 실천들은 대부분 정토회 산하 ‘에코붓다’라는 환경운동기구에서 선도적으로 제안되어왔다.

 

현재 발생한 음식물 쓰레기 대란은 서울시와 업체 간에 이권 갈등 성격이 짓다. 공무원들의 준비 부족을 문제 삼는 사람들도 많다. 제도적인 개선도 물론 중요하다. 하지만 음식물쓰레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은 무엇보다 음식물쓰레기 자체가 발생하지 않는 생활 습관을 만드는 데에 있다. 가정에서, 식당에서부터 음식물이 나오지 않도록 하는 식습관을 만들어갈 필요가 있다. 이런 환경 실천은 자녀들에게도 좋은 교육 모델이 될 것이다. 또한 이런 경험들이 쌓이면 나중엔 쓰레기 자체를 줄이려는 노력으로 발전해 갈 수 있을 것이다.

 

이번 음식물 쓰레기 대란을 계기로 생활 속 환경실천에 대해 더 많은 관심이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이 글이 작은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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