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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영화 ‘레미제라블’의 힐링 포인트는?

영화 ‘레미제라블’을 보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펑펑 눈물이 쏟아지고야 말았다. 왜 눈물이 쏟아졌는지 그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대사가 뮤지컬 형식으로 이뤄지다보니까 다소 어색하기도 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음율에 익숙해지고 급기야 마지막 노레에서는 큰 감동이 밀려왔다. 음악이 표현할 수 있는 또 다른 매력을 느꼈다. 영화가 끝나고 지금도 귓전에 계속 맴도는 이 노래.

 

Do You Hear The People Sing?

그대들에게는 민중들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

 

레미제라블영화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

 

밤의 계곡을 떠도는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빛을 향해 기어오르는 사람들의 음악.
가련한 사람들을 위한 꺼지지 않는 불꽃.
어둠은 결국 끝나고 태양은 밝아오리니.
검 대신 쟁기를 손에 들리라.
사슬은 끊어지고 모두가 보상받지.
우리 함께 하겠나?
굳게 내 옆을 지키겠나?
그대가 염원하는 세상이
바리케이트 너머에 있네.
민중의 노래가 들리는가?
저 멀리 북소리가 들리는가?
내일과 함께 미래는 시작되지.
내일과 함께.

 

그대들에게는 민중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 이 마지막 장면에서 난 100년 전 우리나라에서 일어났던 동학혁명이 생각났다. 반봉건, 반외세를 외치며 분연히 일어났던 민중들의 조정의 일본군 지원요청으로 신식 무기를 앞세운 일본군들에 의해 무려 20만명이나 처참하게 죽어갔었다. 당시 인구 규모로 보면 거의 100명당 1명 꼴로 죽은 셈이다. 특히 호남지역에서 일어났던 특성상 호남지역은 거의 30명당 1명 꼴로 죽어갔다는 것으로 보면 될 것 같다. 이렇게 비참했으니 이들의 좌절과 절망은 이루 말할 수 없었으리라.

 

동학혁명전봉준과 동학농민운동군.

 

그래서 영화를 보고 집에 오자마자 가장 먼저 인터넷에서 ‘동학혁명’을 검색했다. 

 

동학혁명 : 전라도는 물산이 풍부한 곡창지대로 국가재정도 이 지역에 크게 의존하고 있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전시대에 걸쳐 수탈의 대상이 되어 농민들은 항상 탐관오리의 가렴주구에 시달리고 있었다. 1894년 2월 10일 고부군수 조병갑의 지나친 가렴주구에 항거하는 광범한 농민층의 분노가 폭발하여 민란이 일어났다. 전봉준을 중심으로 한 동학농민군은 40∼50회의 격전을 치르는 공방전 끝에 우수한 근대식 무기와 장비로 훈련된 일본군에게 동학농민군은 많은 사상자를 내면서 참패하고 노성·논산 방면으로 후퇴하고 말았다. 동학농민군의 주력부대는 1만여 명의 병력 중 겨우 살아남은 500여 명으로 항전을 거듭하면서 전주·태인을 거쳐 금구·원평까지 후퇴하고, 후일을 기약하면서 모두 해산하였다. - Daum 지식

 

비록 그 자체는 실패로 돌아갔지만 결국 그 여파는 갑오경장을 일으켰다. 갑오경장은 문벌가의 권력 중심 통로가 되었던 과거제도를 철폐했고, 양반과 상놈을 가리는 사회신분을 없애버렸으며, 과부의 재가를 허용했다. 이 문제들은 동학농민군이 요구하고 실현했던 내용이였다. 이 흐름은 다시 일제 식민지 치하 독립운동의 정신으로 이어지고, 오늘날의 민주화 운동의 정신으로도 이어진 것이다. 훗날 역사는 이들의 희생을 높이 기리고 있다.

 

여기까지 생각하니 지난 대선 결과를 놓고 ‘멘붕’ 상태에 빠진 사람들에게 힐링 즉문즉설을 해준 법륜스님의 말씀이 생각났다. 법륜스님은 눈물을 흘리며 “이제는 뉴스도 보기 싫다”며 좌절하는 청년들에게 이렇게 대답했었다.

 

“과거 역사를 한번 둘러보세요. 동학혁명 실패했죠. 그래서 그런 건 안했으면 좋았겠어요? 아니죠. 3.1운동도 실패했죠. 그러면 안 했으면 좋았겠어요? 아니죠. 4.19도 실패했죠. 그러면 안 했으면 좋았겠어요? 아니죠.  


 그것이 시대적 요구라면 비록 그것이 실패했다 하더라도 크게 보면 역사를 진보시킨 거예요. 만약 3.1운동이 없었다면 우리가 식민지 시대에 자랑할 것이 뭐가 있었겠어요? 우리가 오늘날 경제성장을 이룩했지만 4.19를 비롯해서 수없는 민주화 과정이 없었다면 오늘날 민주주의 사회를 어떻게 이루었겠어요? 80년 광주항쟁의 그 피흘림도 당시엔 실패라고 볼 수 있지만, 지금 보면 시기가 조금 늦었을 뿐이지 결국엔 7년 늦어서 직선제 개헌을 통과하고 결국은 민주주의로 진화해 오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늘 역사는 이렇게 실패한 것 같지만 또 지나놓고 보면 성공이에요.


 이렇게 스스로 평가해 보세요. 동학혁명도 실패했지만 역사를 진보시켰고, 3.1운동도 실패했지만 역사를 진보시켰고, 4.19도 실패했지만 역사를 진보시켜왔다. 이번 일도 ‘대한민국이 나아가는데 있어서 내가 나름대로 지지를 해서 중요한 기여를 했다’ 이렇게 만족을 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은 영화 ‘레미제라블’이 주는 메시지와 맞닿아 있었다. 법륜스님의 힐링 답변을 듣고선 동학혁명 뿐만 아니라 3.1운동으로 생각이 이어지고, 이어서 4.19, 다음은 80년 광주항쟁, 그 다음은 87년 민주화 항쟁까지 주마등처럼 한국의 현대사가 쭈욱 펼쳐졌다. 되돌아보니 그 당시에는 모두 실패였고 좌절했지만, 그 정신은 민중들의 가슴 속에 면면히 흘러서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만들어온 것이구나.

 

이에 비해 5.16 군사정변이나 12.12 쿠데타는 그 당시에는 성공한 것이었지만, 지금에 와서 되돌아보면 아무런 역사적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는 걸 보면, 세상 일이라는 게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낙담할 일은 아님이 분명해진다. 우리가 노력한 성과는 우리가 원하는 때에 원하는 모양으로 나타나지 않을 수 있음을 이제야 어렴풋이 알 것 같다.

 

사실 지금은 촛불 하나 들고 광화문에 나가 정치적 의사표현을 해도 아무런 제재를 받지 않는 세상에 우리는 살고 있다. 이것이 그냥 이뤄진 것이 아니라 지난 100년의 수많은 선각자들의 희생 위에 얻어진 결과임을 이제서야 깨닫는다. 이 과정들을 생각하니 어깨가 오싹해지는 전율이 느껴졌다.

 

영화 ‘레미제라블’ 역시 프랑스혁명의 1832년 6월 봉기의 순간을 그리고 있는데, 당시 청년들의 혁명의지는 파리 시민들의 외면 속에 처참하게 무너져갔었다. 하지만 이를 기억한 파리 시민들은 끝끝내 저항의 끈을 놓지 않고 마침내 1871년 파리코뮌을 기점으로 100년여에 걸친 프랑스 대혁명을 완성해 낸 것이다. 이것이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수많은 파리의 시민들이 광장으로 쏟아져 나와 깃발을 함께 흔들며 장엄하게 합창을 하는 모습으로 표현된다.

 

힐링 포인트는 ‘역사를 긴 안목으로 보라’는 것

 

우리의 역사와 프랑스 혁명의 역사를 함께 비교해보면서, 영화 ‘레미제라블’이 왜 이번 대선의 힐링 역할을 해주는지 분명히 알았다. 그건 ‘역사를 좀 더 긴 안목으로 보라’는 교훈이다. 단기적인 승패에 연연하면 좌절할 일 밖에 없다. 하지만 역사적 안목으로 크게 바라보면 이것도 다 과정이다. 당시엔 실패한 것 같아도 결국은 성공으로 남는다. 법륜스님의 힐링 답변처럼 말이다.

 

이렇게 힐링을 받고 나니 다시 현재로 돌아온다. 2013년 새해 지금 이 순간, 가장 고통 받는 사람들은 과연 누구인가?

 

저 북녘땅 추위와 배고픔에 굶주리는 북한동포들이 생각난다. 만성적 식량난, 폭압 통치, 인권 침해, 관료들의 부정부패... 이것이 지금 북한동포들의 일상이다. 한국은 이미 민주화가 많이 진척되었고 살만한 나라가 되었는데, 어쩌면 북한동포들이야 말로 ‘혁명’을 누구보다도 간절히 바라는 사람들이 아닐까 싶다. 동학혁명으로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한반도의 불운의 100년 역사를 청산할 수 있는 유일한 길은 ‘통일 한국’이라는 생각이 든다.

 

 

마지막 장면에서 펑펑 눈물 흘린 이유

 

그래서, 영화 ‘레미제라블’의 마지막 장면에서 파리 시민들이 모두 광장에 쏟아져 나와 노래 부르는 모습을 보며, 나는 ‘통일되는 그날’을 상상했다. 남한과 북한의 주민들이 휴전선을 허물고 모두 모여 ‘통일의 노래’를 장엄하게 합창하는 그런 날이 곧 오지 않을까. “Do You Hear The People Sing?”라는 가삿말이 “그대들에게는 통일의 노랫소리가 들리는가” 하는 걸로 대체되었다. 순간 눈물이 펑펑 흘러내렸다. 그런 날이 제발 꼭 오기를...! 왜냐하면 지금도 수많은 북한동포들은 허기진 배를 움켜쥐고 난방시설 없는 추운 방에서 따뜻한 봄이 오기만을 손꼽아 기다리며 움쿠리고 있기에. 그래서 영화를 보고 펑펑 울었던 것이다. 마지막 자막이 다 올라갈 때까지 눈물은 그칠 줄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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