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육성으로 신년사를 발표했다. 북한 주민들은 19년 만에 최고지도자가 신년사를 하는 모습과 목소리를 특별방송을 통해 지켜보았다.

 

최고지도자 육성 신년사의 재등장


생전 김일성 주석은 매년 신년사를 통해 새해의 국정과제를 분야별로 매우 구체화시켜 직접 제시하고 북한의 전 주민은 이를 암기할 정도로 학습하여 주어진 과제를 실천하는 것이 당시 북한식 국정운영과 사회건설 방식이었다.

 

▲ 신년사를 육성으로 발표하는 김정은 제1비서 (연합뉴스)


이러한 방식은 당시 북한에서 진행된 천리마 운동 열풍과 결합하여 1970년대까지는 어느 정도 성과를 거두었다. 천리마 운동은 신년사에서 제시된 과업을 달성하기 위한 단순한 캠페인이 아니라, 주민들의 정신교양운동을 병행한 경제사회의 혁신과 건설을 지향하는 경쟁운동이었다. 이 운동은 전후 20년간 북한경제 재건의 상징이 되었고 김일성 유일 지도체제를 강화하는 데 큰 역할을 했다.

 
그러나 1980년대에 들어서 북한체제가 탄력을 잃고 경직되면서 비효율성이 누적되었으며, 신년사에서 제시된 목표들은 겉돌고 달성되기 어렵게 되었다. 그러자 김일성의 신년사는 계량적이고 구체적인 목표를 제시하는 대신에 주민들의 충성과 희생을 강조하며 수사체로 분식되어 분량만 길어지기 시작하였다.

 
그나마 1990년대 들어 사회주의 경제권이 붕괴하고 북한경제가 장기 침체에 빠지자 김일성 사망을 계기로 최고지도자의 육성 신년사는 자취를 감추었다. 김정일 시대에는 북한의 주요기관 기관지 3개 신문의 공동사설로 신년사를 대신해 왔으며, 내용도 여전히 국가적 어려움을 극복하는 데 필요한 주민들의 충성과 희생을 강조하는 추상적 구호 수준이었다.

 
김정은 첫 신년사, 새로울 것 없는 이유


2013년 북한의 신년사는 19년 만에 최고지도자가 육성으로 발표했다지만 그 내용이 추상적인 것은 여전하다. 통일부도 “김일성을 모방한 신년사의 육성 방송 방식 외에는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최고지도자의 육성 신년사를 방송을 통해 지켜본 주민들의 반응은 당장 확인할 수 없어도, 김정은을 비롯한 지도부의 의도는 짐작할 수 있다.

 
권력세습 이후 김일성스타일 따라 하기로 최고지도자 이미지를 정립해 온 김정은의 통치 방식으로 볼 때 금년 신년사는 직접 육성으로 할 것이라는 예상이 많았고, 신년사에는 인공위성 ‘광명성 3호’ 2호기 발사 성공으로 잔뜩 고양된 자신감을 국정의 여러 분야에 파급시키려는 내용이 강조될 것이라는 전망도 이미 나왔었다.

 

온건적 표현은 ‘은하 3호’ 발사를 평화적 우주개발계획으로 강조하려는 의도

 

“우주를 정복한 정신과 기백으로 경제강국 건설의 전환적 국면을 열어가자”라는 금년의 투쟁구호에도 불구하고 경제 각 분야별 목표과제를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못한 것은, 소위 우주개발계획이라는 것이 민생경제와 유리된 채 진행된 대륙간 탄도미사일 계발 계획이었음을 반증하고 있다.

 
핵문제에 관한 언급이 없다거나 과거 호전적이거나 적대적인 내용이 상당히 온건한 표현으로 바뀌었다는 평가도 있는데 이것은 기실 ‘은하 3호’ 발사를 평화적 우주개발계획으로 강조하려는 의도가 반영되었을 수도 있다고 본다.

 
어찌 되었든 광명성 3호의 발사성공으로 당장의 북한경제 여건이 달라질 것은 하나도 없다. 그래서 신년사의 내용도 특별히 ‘새로운 것’이 없었을 것이다.

 
농업과 경공업을 주공전선으로 하는 ‘경제강국의 과제’는 여전히 개선전망이 보이지 않고, 국제정세는 “지난날과 마찬가지로 선군의 기치를 높이 들고 나가야” 된다고 하는 것처럼 안보 여건에 대한 북한 스스로의 평가도 크게 달라진 것이 없다.

 

남한이 "새마을 운동" 높이 평가하듯 북한은 "70년대의 천리마 운동" 강조 


다만 당조직들의 기능과 역할을 더욱 높이자고 하면서 당사업을 “1970년대처럼 전환시키고 구현하자”는 호소와 경제관리 방법을 개선해나가며 “여러 단위에서 창조된 좋은 경험들을 널리 일반화하자”는 요구는 경제현장에서의 창의적 노력을 통해 상향식으로 1970년대의 천리마 운동을 다시 구현하자는 의도로 해석되어 눈여겨볼 대목이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1970년대를 ‘한강의 기적’을 일군 시대로 받아들이고 새마을 운동의 기여를 평가하는 것처럼, 북한 주민도 전후 경제복구 과정에서 천리마 시대의 활기찬 분위기를 기억하고 있기 때문이다.

 

▲ 남북은 최고 지도자가 된 박근혜 당선인과 김정은 제1비서. (동아일보)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내건 국정과제의 '접점'은 어디에서?

 

김정은은 신년사에서 대남 부문에 상당한 분량을 할애했지만 특별한 내용은 없었다. 남북관계의 중요 과제가 상호 적대관계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남한이 대결정책을 버릴 것을 요구하면서, 그 근본전제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존중하고 이행하는 데 있다고 강조한 것은 눈에 띄는 대목이다. 2012년 신년 공동사설에서 적대정책을 짓부수는 거족적인 투쟁을 벌이자고 선동한 것과는 톤이 달라졌다. 그 밖에는 기존 태도에 변화를 보이거나 구체적 제안을 내놓은 것은 없었다.

 
이것은 남쪽의 새 정부가 어떠한 입장과 행동을 보이는가를 지켜보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자도 신년사를 발표했지만 남북관계는 아예 언급하지 않았다. 대통령 취임사에서 보다 내용 있는 입장 표명이 있겠지만 선거과정에서도 남북관계에서의 신뢰의 중요성과 약속은 지켜져야 한다는 일반적 언급 외에는 대체로 북한의 태도를 보아가며 대북정책을 추진하겠다는 뜻을 드러냈다.

 
결국 조금 더 시간이 흘러야 남북의 새 지도부 간에 접점이 구체적으로 모색될 것이다.

 
남북의 새 지도자들이 공통으로 중요시하는 국정과제는 ‘안보’와 ‘민생’이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접점을 찾기가 쉽지 않아 보인다. 남북의 ‘안보’과제는 서로 배타적으로 직접 충돌하고 있으며 각기의 내부에서는 ‘안보’와 ‘민생’이 서로 한정된 재원을 다투고 있기 때문이다.

 
반세기 전 박정희 대통령과 김일성 주석이 각기 남과 북을 이끌 때도 최고의 국정과제는 ‘안보’와 ‘민생’이었다. 그동안 국가경제가 비약적으로 발전한 남에서도, 엄청나게 퇴보한 북에서도 여전히 ‘안보’와 ‘민생’이 최우선 국정과제로 남아 있는 것은 어쩔 수 없다 하더라도 좀 더 생산적 관계의 방향으로 움직일 수는 없을까?

 

접점은 '민생'과 이를 위한 '남북교류협력의 촉진과 발전'에 있다

 
남과 북의 최고지도자가 내건 각기의 국정과제가 접점을 찾을 수 있는 분야는 결국 ‘민생’이며 이를 위해서는 '남북교류협력의 촉진과 발전'이 그 해답이다.

 
남과 북의 새 지도부는 남북관계를 풀어나가는 데 있어서도 ‘민생’을 중심에 놓고 접점을 모색하기 바란다. 이념적 대결이나 정치적 입장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각기 ‘민생’에서 공통점을 찾는다면 그 과정에서 상호 적대관계가 자연스럽게 해소되면서 안보상황도 크게 개선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민생’의 향상을 위한 노력으로부터 국가경제발전과 국력신장의 토대를 쌓아 나갔던 것이 과거 남과 북에서 활기차게 벌였던 새마을 운동과 천리마 운동의 정신이었다면, 이제는 남북이 ‘잘살기 경쟁’이 아니라 ‘함께 잘살기’에 나설 때가 되었다.

 

* 이 글은 평화재단 현안진단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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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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