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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북한 로켓 발사, 피상적 처방은 이제 그만

2012년 12월 12일 북한은 장거리 로켓 ‘은하 3호기’를 발사하고 소위 실용위성이라는 ‘광명성 3호기’를 우주 궤도에 올렸다.

 

국제사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자력으로 발사한 국적위성을 가진 10번째 나라가 되었다. 이 우주클럽에 2009년 반갑지 않은 회원으로 올라간 이란만이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 성공을 축하했을 뿐, 국제사회는 유엔의결의안을 무시한 북한의 조치에 대해 분노하면서 한편으로는 당혹해 하고 있다.

 

 

▲ 북한 조선중앙TV, 12일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의 발사 장면 일부 공개(연합뉴스)

 

아무도 믿지 않는 북한의 우주개발계획

 

12월 1일 북한이 12월 10일과 22일 사이에 장거리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발표하자 우리 정부와 미국과 일본, 러시아와 중국 등 주변국들은 물론 약 30개 국가가 한목소리로 우려와 함께 발사계획 철회를 요구한 바 있다.

 

북한이 12월 9일 “발사시기를 조절하는 문제를 심중히 검토하고 있다.”고 밝히고, 다음날 “1단 로켓 조종발동기 계통에서 기술적 결함이 발견되어 발사시간을 29일까지로 연장한다.”고 발표했을 때만 해도 국제사회는 발사계획  철회에 기대를 걸기도 했다. 그러나 북한은 한·미·일의 발사징후 감지 능력을 비웃기나 하듯 결국 로켓을 쏘아 올렸다.

 

국제사회가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반대하는 것은 이것의 주된 목적이 군사적 용도라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북한의 맹방인 중국도 이 같은 판단을 하고 있다.

 

물론 모든 과학기술은 산업용과 군사용의 이중 용도로 활용될 수 있다. 우리나라 ‘과학기술위성 2호’를 탑재한 ‘나로호’나 ‘광명성 3호’라는 실용위성을 실었다는 북한 ‘은하 3호기’의 경우 발사원리는 동일하지만 ‘나로호’에 대해 국제사회의 반대가 없었던 것은 그 의도와 배경이 ‘광명성 3호’와는 뚜렷이 다르기 때문이다. 

 

북한이 스스로는 우주개발 5개년 계획에 따른 실용위성의 발사를 목적으로 한다고 선전하고 있지만, 북한의 경제 사정으로 보나 사용되는 로켓 연료의 성질과 핵무기 개발과 병행 추진되는 정황 등을 보면 ‘은하 3호기’는 대륙간 탄도미사일인 ‘대포동 3호기’의 위장 명칭임이 누가 보아도 자명하다.

 

아무도 믿지 않는 국제사회의 ‘단호한 대처’ 엄포

 

그런데 문제는 북한의 대륙간 탄도미사일 개발계획에 대해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반대는 하지만, 북한의 발사 강행에 단호하게 대처하겠다는 결의에 대해 아무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한국·미국·일본의 외교당국은 거의 비슷한 용어로 북한의 발사계획을 규탄했고 중국도 “북한에 우주 공간을 평화롭게 이용할 권리가 있지만, 그 권리는 유엔 안보리 결의 내에서 행사돼야 한다.”고 하여 탄도미사일 기술 이용을 전면금지한 안보리 결의(제1874호)를 준수하도록 촉구하였다. 더구나 이례적으로 북한을 직접 거명하면서 “중국은 조선이 반도의 평화와 안정의 큰 틀에서 출발해 신중히 행동하기를 바란다.”며 경고하기도 하였다.

 

특히 일본은 자국 영토에 로켓이 떨어질 때를 대비한 ‘파괴조치 준비 명령’에 이어 패트리엇 미사일 배치를 시작하는 등 요란한 움직임을 보였고 베이징에서 개최할 예정이던 북·일 국장급 회담을 연기하였다. 미 태평양 사령관은 국방부 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계획에 대응해 필요한 자산을 포진시키고 있다고 밝힌 바도 있다.

 

그러나 이러한 구두 경고와 소란스러운 군사적 대응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북한이 장거리 로켓 발사를 강행할 경우, 엄정하고 실효적인 대응 조치가 가능할 것으로 보는 분석들은 거의 없다. 이미 북한에 대해 쓸 수 있는 제재 조치는 거의가 써버린 상태이며, 중국이 협조하지 않는 이상 기존의 여러 제재 조치도 사실상 소기의 목적을 거두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군사적 대응은 새로운 차원의 문제를 야기하기 때문에 상정하기 어렵다. 

 

북한의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라 자동적으로 소집된 유엔 안보리도 북한의 안보리 결의 위반사실을 확인하고 규탄하는 발언만 쏟아냈지만 추가 제재에 관건이 될 중국의 태도는 여전히 소극적이다.

 

북한의 로켓 발사를 막을 방법도 없고, 북한에 타격을 줄 수 있는 실효성 있는 제재 조치도 별반 없는 게 현실이다.


피상적 처방으로 근본적 문제 해결은 요원    

 

한·미 외교당국은 “부족한 자원을 핵무기와 장거리미사일 개발에 투입하는 것은 북한의 고립과 빈곤을 심화할 것”이라면서 “북한이 안보를 지키는 길은 주민에게 투자하고 국제의무와 약속을 지키는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리는 문제의 본질에 한참 미치지 못하거나 본질이 해결된 이후에나 받아들여질 수 있는 성질의 것이다.

 

북한이 핵이나 장거리미사일을 개발하려는 것은 생존을 위한 안보차원에서 결행된 것이다. 고립이나 빈곤의 타파는 핵이나 미사일 개발의 부수적 효과로 나타날 수 있는 지엽적 문제이다. 북한에 미사일 발사 포기 대가로 외교적·경제적 수혜를 제시한다 해도 스스로의 생존적 안보 우려가 해소되지 않는 한 북한은 이에 응하지 않을 것이다.

 

북한의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근본적으로 막는 방법은 북한이 핵이나 미사일을 개발할 필요 자체를 느끼지 않도록 명분과 실리를 제공해주는 데 있다. 거친 외교적 수사로 엄포를 놓거나 한반도 주변에서 무력시위를 한다고 북한이 굴복할 것이라는 기대는 지난 수십 년간 우리를 실망시켜 왔다. 

 

북한의 도발과 이에 대한 엄포가 계속 반복되는 가운데 우리의 안보감각은 무디어져 가고 북한은 실제적인 핵능력을 늘리고 미사일 기술을 쌓아 왔다.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아야 할 때까지 문제를 키우고 있는 것은 아닌지 살펴보아야 한다.

 

북한이 로켓을 발사하겠다고 하면 경계태세 강화니, 단호한 행동을 보여주겠다느니, 압박강도를 높이겠다느니 부산을 떨고, 정작 발사 후에는 물밑접촉을 통해 상호 이행의사도 불분명한 합의를 생산하는 뻔한 스토리를 재연하는 것에 우리 국민은 식상해 있다. 더구나 이 와중에 한·미의 정보망은 발사 징후도 감지 못했다고 하니 안보마저 우려스럽다. 

 

이제 며칠 후면 새 대통령이 정해진다. 새 대통령은 인수위 차원에서부터 한반도의 만성적 안보위기를 근원에서 풀어나가도록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안보를 책임진 최고통수권자라면 이제 한반도 평화를 위해 문제에 정면으로 부딪쳐 해법을 찾고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언제까지 ‘쏘겠다’, ‘쏘지 마라’를 반복하며, 한반도 주변의 안보상황을 북한의 움직임에 맡겨둘 것인가?

 

지금은 통일·외교·안보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고 한반도 평화 만들기를 우리가 주도해 나가기 위해 새로운 지도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시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