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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법륜스님 “우리 역사가 5천년이라고요? 아니예요”

개천절입니다. 추선 연휴와 겹쳐 징검다리 휴일도 생겨 그런지 여행 가신 분들도 많을 겁니다. 휴식도 좋고 여행도 좋지만 개천절날의 역사적 의미도 한번 되새겨 보면 어떨까 싶습니다. 이 글을 읽으시면 그 개천절의 역사적 의미와 더불어 우리나라가 앞으로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도 상상해보는 의미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 자신합니다.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전국 시군구 300회 연속 강연 이야기입니다. 추석 연휴에도 불구

하고 어제는 웰컴센터에서 오늘은 부산KBS홀에서 많은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희망세상 강연이 있었습니다. 개천절을 맞이하여 우리민족의 역사와 통일에 대한 질문도 있었습니다. 흔히 개천절 하면 우리민족이 5천년의 역사를 갇고 있다고 하잖아요. 법륜스님의 말씀에 따르면 그렇지 않습니다. 더 깊고 넓은 역사적 정통성이 있답니다. 개천절의 의미와 잘 맞는 것 같아 이 질문에 대한 문답을 전해드립니다.

 

 

- 질문 : 스님께서는 우리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기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게 분단을 극복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게다가 만약 통일을 이룬다면 이것은 천년동안 우리 민족이 기다려왔던 것을 달성한 것이다, 천년의 기다림에 응답하는 것이다 이렇게 말씀하셨단 말이죠. 왜 천년인가요?

 

- 법륜스님: 여러분들, 우리 민족사를 대강 얼마로 봅니까?

 

- 대중들 : 오천년이요. 

 

- 법륜스님 : 오천년? 아니예요. ‘대한민국’이라는 국호를 우리가 쓰고 있는데, 대한민국 국호가 어디로 왔어요? ‘대한제국’에서 왔습니다. 대한제국은 조선왕조에서 왔어요. 조선왕조가 병자호란 때 청의 속국이 됐잖습니까? 거기로부터 자주국가가 된다고 이름을 바꾼 게 대한제국이란 말이요. 조선왕조는 어디서부터 왔어요? 고려왕조를 계승했지요. 역성혁명이라고 해서 왕의 이름, 성만 바뀌었지 그대로 계승한 거예요.  고려는 나라이름이 ‘고구려를 계승한다’ 명백하게 돼있습니다. 고구려는 ‘고주몽이 해모수의 아들이다’ 이렇게 돼있잖습니까? 그러니까 부여를 계승했어요. 부여의 해모수는 “나는 단군의 아들이다” 그랬어요. 그러니 단군조선을 계승했고, 단군은 “나는 환웅천왕의 아들이다” 이랬어요. 그러니까 환웅 천왕과 웅녀와의 사이에 단군이 났잖습니까? 그럼 환웅천왕은 뭐라 그랬어요? “나는 환인 하나님의 아들이다” 이랬습니다.

 

이건 지어낸 게 아닙니다. 이미 기록에 있는 걸로 따지면 우리는 환인의 한나라로부터 시작하면 9,000년의 역사가 됩니다. 그런데 그것은 꼭 우리 민족이라고 할 순 없습니다. 왜냐하면 우리 민족의 시작은 환웅이 이 땅에 와서 태백산 신단수 아래 신시를 건설하면서 “홍인인간 제세이화”를 주장했잖습니까?

 

그때부터 시작한다면 지금부터 6,000년의 역사가 됩니다.

 

환웅의 배달나라 그 이후에 단군의 조선나라, 해모수의 부여나라, 그 다음에 주몽의 고구려 나라, 이렇게 이어집니다. 6,000년 역사 중에 발해 멸망 전까지는 우리의 활동중심이 동북아대륙이었습니다. 발해 멸망 이후에 이 반도 안에 이렇게 쫄아 들었어요. 반도국가라는 소리를 듣는 건 천년밖에 안됐어요. 우리 민족이 시작 때부터 이랬다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 알고 있는 역사예요. 이건 천년밖에 안됐어요. 우리가 다시 대륙의 기상을 되찾는다면 그건 천년 만에 새로운 역사의 전통성을 계승하는 것이 되죠.

 

통일한국은 영토 면에서는 반도 안에 그대로 갇혀있지만, 통일한국을 중심으로 해서 동아시아공동체를 우리가 만들어낼 수 있습니다. ‘한중일 동아시아공동체’를요. 지금 세계문명이 유럽에서 미국으로 왔다가 어디로 지금 온다고 얘기를 해요? ‘동아시아로 온다’ 이래 되잖습니까? 그러면 동아시아공동체가 형성 안됐는데 동아시아로 온다는 얘기는 아니에요. 문명의 중심이라는 건 경제력만 갖고 되는 게 아니라 인권이라든지 민주주의라든지 평화라든지 복지라든지 이런 게 종합적으로 갖춰져야 문명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어요. 동북아시아에서 한중일 공동체가 형성된다는 것은 이미 경제력에 있어서나 많은 부분에 있어서 미래에 세계의 중심이 된다 이 말입니다. 앞으로 30년, 50년 지나면 동아시아 시대가 올 거예요. 동아시아 시대의 중심이 또 어느 나라예요? 한국이 된다 이런 얘기요. 한중일 공동체를 우리가 만들면 본부를 어디에 둘 것 같아요? 북경 둘 것 같아요, 도쿄 둘 것 같아요, 서울 둘 것 같아요?

 

- 대중들 : 서울이요. 

 

- 법륜스님 : 서울에 두겠지요. 우리가 뭐 잘나서 그런 게 아니에요. 지정학적인 위치가 그렇다. 저는 ‘서울 두거나 제주도 둘 거다’ 이렇게 생각해요. 그래서 제주도가 동아시아의 평화의 중심이 되고, 번영의 중심이 될 수가 있습니다. 세계문명의 중심이 동아시아가 되고,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이 한국일 때 한국은 작지만 이미 세계의 중심이 되기 때문에 그것은 고구려, 발해 이후에 천년 만에 우리가 가질 수 있는 꿈이 실현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런 정도의 포부를 갖고 살아야 안 될까요?

우리 젊은이들이 이런 정도의 포부를 갖고 살아야 안 될까요?

 

(대중들 박수와 환호)

 

- 질문 : 천년의 역사가 우리에게 준 소명이 통일이다 이렇게 말씀하시는데요. 그런데 통일의 상대가 북한이지 않습니까? 특히 북한의 지배계층, 김정은 정권을 어떻게 통일과정에서 상대할 것인가, 이 예를 들면서 역사 속에서 배운다면 ‘신라와 가야의 합병, 여기에서 우리가 교훈을 얻어야 된다’ 이렇게 말씀하셨단 말이죠. 왜 신라와 가야의 합병이 지금 2012년에 굉장히 중요한 교훈을 줄 수 있는지 좀 설명해 주시죠.   
  
- 법륜스님 : 우리는 삼국시대라고 말 하지만 실제로 고구려가 강대국이였죠? 그 다음에 백제였고요. 신라는 동쪽에 치우친 조그만 나라였어요. 가야하고 신라하고 싸워서 400년경에 가야한테 신라가 졌어요. 신라가 망하기 직전에 놓였는데 그때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이 5만 군대를 보내서 신라가 가야한테 이기도록 만들었어요. 그래서 가야가 쇠퇴한 거거든요. 5세기 이전까지는 신라보다 가야가 더 강했다  이렇게 볼 수 있을 만큼 신라는 반도의 동쪽에 치우친 작은 부족국가 수준밖에 안 됐어요. 그런데 6세기 500년경에 들어오면서 신라가 급격하게 성장을 합니다. 지증왕, 그 다음에 법흥왕, 진흥왕, 진평왕, 이렇게 연결이 되면서 150년 만에, 즉 660년에 백제를 멸망시키고, 668년에 고구려를 멸망시키고, 676년에 당나라 군사를 쫓아내고 통일을 하잖습니까? 그럼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질 수 있었느냐?

 

첫 스타트가 신라가 가야와의 합병입니다. 보통은 상대를 정벌을 해가 전쟁에서 이기고, 왕족을 죽이고, 그 다음에 그 사람들을 데려와서 노비로 만들고, 이런 게 주로 전쟁이거든요. 그런데 신라와 가야는 서로 합의를 통해 통일을 하면서 가야의 왕족을 신라의 왕족으로 수용을 해냅니다. 그래서 아무도 피해본 사람이 없어요. 이렇게 통합을 했기 때문에 통합의 시너지 효과가 엄청나게 나서 곧바로 진흥왕 때 대가야를 합병하고, 그 다음에 한강유역을 차지하고, 오늘날 함경도 지역까지 올라갔습니다. 그래서 경상남도 지역을 다 차지하는 창녕순수비, 북한산순수비, 황초령, 마운령순수비가 나오잖습니까. 이래서 반도의 강자로 등장하고, 여기에서 다시 당나라와 외교관계를 수립해서 결국은 역사의 주인공으로 등장한단 말이죠.

 

물론 저는 신라가 통일을 잘 했다, 못 했다 이런 얘기를 하려는 거 아니에요. 현실적으로 신라가 주인공이 됐는데 그것의 첫 출발을 예의주시해 보면 두 가지예요. 첫째가 신라의 가야와의 합병이었고, 두 번째가 개혁 개방정책을 썼다는 거예요. 그게 바로 불교의 공인, 그리고 법령의 정비였어요. 이러한 개혁과 개방정책, 그리고 가야와의 합병에 의한 시너지 효과가 신라가 급상승하는 계기가 됐어요. 그것처럼 북한에 대한 통일도 힘에 의한 통일을 하게 되면 우리는 누군가를 처벌해야 되고, 또 그쪽 사람들은 50년, 100년간 피지배민족 비슷하게 이등국민으로 살아야 되고 많은 문제가 발생합니다. 전쟁의 피해는 말할 것도 없고, 전쟁 이후에도 통합이 잘 안 이루어진다.

 

신라가 힘으로 백제와 고구려를 멸망시켰잖아요. 통일한 200년 후에 신라가 약해지니까 또 뭘 만듭디까? 후백제 만들고, 후고구려 만들었잖아요. 이것은 힘의 논리로 한 것은 200년이 지나도 다시 고개를 쳐들잖습니까. 반면에 아무리 신라가 어려워도 가야가 ‘후가야 만들었다’ 이런 얘기는 없잖아요. 이것은 한나라가 돼버렸으니까요. 

 

남북한 진정한 통일은 통합하는 과정에서도 가장 피해가 적고, 통합 이후에도 상승효과가 날려면 합의하고 포용해 내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면에서 만약 북한을 포용해 내서 통일을 한다면, 통일한국은 통일한국에 머무르지 않고, 동아시아공동체에 주인공으로 등장할 수가 있다. 통일한국을 어떻게 하느냐 그 힘이 한중일 공동체를 이끌어내는 원동력이 됩니다. 만약 힘으로 북한을 밀어붙여 통일을 하려 하면 중국의 개입을 초래할 거고, 설령 통일한다 해도 통일과정에서 북한의 지도부가 중국에 망명할 거고, 중국에 망명정부가 들어설 겁니다. 중국과 한국 사이는 또 갈등이 생기고, 이러면 통일은 할지 몰라도 동아시아공동체는 물 건너 가버린다 이런 얘기죠. 그런 면에서 통일 이후에 1 플러스 1이 2가 되는 게 아니라 10이 되게 하려면 통일의 방식도 매우 중요하다. 그 방식을 독일 통일에서만 찾지 말고, 베트남통일에서만 찾지 말고, 역사 속에서는 신라와 가야의 통합에서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지 않느냐 생각합니다. 

 

역사공부 좀 하셨죠? 우리가 남북의 평화적 통일을 해낸다면 동아시아 공동체의 중심국가가 될 수 있으며, 이는 천년만에 온 기회라는 겁니다. 천년이라는 역사적 장엄함에 소름이 돋는 전율이 일었습니다. 대륙을 잃어버린 천년의 역사가 남북의 통일을 기점으로 동아시아 문명의 중심국가로서 세계적 위상을 가져나갈 수 있다는 것이죠. 과거처럼 영토를 정복하는 방식이 아니라 평화와 통합이라는 측면에서 정신문명의 수준이 높아지면서 세계를 이끌어가는 중심국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죠. 상상만 해도 가슴이 뛰는 듯 했습니다. 개천절을 맞이하여 우리의 역사에 대해 성찰해볼 수 있었던 참 흐뭇한 시간이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