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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바람핀 남편, 껍데기만 데리고 살 수도 없고ㅠ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전국 시군구 300회 연속 강연이 한창 진행 중입니다. 올해 들어 218번째 강연을 소화했습니다. 강연은 이름도 잘 들어본 적 없는 군 단위까지 가서 진행이 되고 있습니다. 역사상 유례가 최다 횟수의 강연이 아닐까 싶네요. 기네스북에 올라야 할 내용인데 이것을 생생하게 전해주는 사람은 희망플래너 밖에 없는 듯 합니다. 하하하.

 

어제는 바람 핀 남편에 대한 질문이 많은 사람들의 주목을 끌었습니다. 1년 전 남편이 바람을 펴서 각서까지 받았는데 또 바람을 펴서 이제는 정말 이혼을 해야하나  고민이 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대중에게 공개된 자리에서 꺼내놓기 매우 어려운 질문인데, 너무나 절박했던지 공개적으로 문답이 이뤄졌습니다. 스님은 질문자와의 대화가 막히자 청중들을 배심원으로 즉석에서 청중들에게 판단을 맡기기도 했습니다. 대화가 오가는 중에 질문자가 마침내 결심을 내리게 됩니다. 그 과정이 매우 재미있습니다.

 

- 질문자 : 남편이 1년 전에 바람을 펴서 각서까지 받았어요. 그랬는데 여전히 이번에도 똑같은 사람하고 바람을 피는 것을 제가 목격을 했어요. 남편은 반성하는 기미는 없고 자꾸 자유를 달라 그래요. 저는 이혼할 마음의 준비가 아직 안되어 있는데, 그렇다고 껍데기만 데리고 살 수는 없고. 어떻게 해야 될까요?

 

- 법륜스님 : 아이고, 고소해요. 혼자 살지 뭣 때문에 시집 가서 그 고생을 하고 살아요? 앞에 있는 비구니 스님들 기분이 좋겠어요? 하하하. 자, 한 번 얘기해 봅시다. 남편 인물 괜찮아요? 딴 여자가 봐도 괜찮은 남자다 할 정도로 괜찮아요? 자기가 볼 때 딴 여자라도 우리 남편 정도면 호의적이겠다, 성격이나 여러 면으로 봐서 이런 생각이 좀 들어요?

 

- 질문자 : 다른 사람들은 남편을 다 좋다하지요. 돈도 쓰고 매너도 밖에 나가서는 좋아요. 그런데 집에 와서는 술주정도 하고, 성질도 부리고 다 해요.

 

- 법륜스님 : 그럼 이렇게 한 번 해보면 어때요? 그 여자한테 남편을 주고 나하고 남편하고 바람을 피우면 어때요? (청중웃음)

 

- 질문자 : (깜짝 놀란 표정) 허... 안 줄려고요.

 

- 법륜스님 : 줘놓고 나하고 피우면, 나한테는 매너도 있고 돈도 잘 쓰고 그럴 거 아니예요? 술주정하고 행패 피우는 건 그 여자한테 할 거구요. 그지요? 나한테는 매너 있게 잘 할 거 아니예요? 바꿔버리지요? 그 여자하고 만나 “우리 둘이 바꾸자” 한 번 해보시지요? 그 여자를 정직 부인으로 하고 내가 남편의 애인을 하면 술주정은 그 쪽으로 가서 피울 거 아니예요?

 

- 질문자 : 글쎄 보내야 되는지... 그래서 자유를 자꾸 달래요. 저는 그냥 대강 살자 이렇게 하는데... 저는 가질려면 갖고, 주면 주지 껍데기만 데리고 살기는 싫거든요.

 

- 법륜스님 : 남편이 뭐가 좋아요? 지금 딱 “안녕히 계세요, 그 여자 좋으면 가세요” 이렇게 탁 마음이 안 끊어지는 제일 큰 원인이 뭐예요?

 

- 질문자 : 첫 번째 원인은 일단은 자식도 둘이나 키웠는데요. 하나는 서른일곱 먹었고 또 하나는 서른 여섯 연년생이에요. 

 

- 법륜스님 : (다 컸으니까) 자식은 일단 문제가 안 됩니다.

 

- 질문자 : 그래서 이혼을 하려고 지금 이혼소송을 해놨어요. 그런데 지금 해야 되는 건지?

 

- 법륜스님 : 바람을 피웠으면 “안녕히 계세요” 하고 싹 끝내야지 스님한테 이걸 물을 필요가 없는데 스님한테까지 와서 묻는 것은 자기가 미련이 좀 있다는 거 아니예요?

 

- 질문자 : 아직 제가 보낼 준비가 안 되어 있어요. 

 

- 법륜스님 : 보낼 준비가 안됐다는 거는 괜찮다는 거 아니예요?

 

- 질문자 : 아니예요. 데리고 살지는 못 할 것 같아요. 하하하. (크게 웃음)

 

- 법륜스님 : 데리고 살기는 싫고 남 주기는 아깝다 이거예요?

 

- 질문자 : 이 남자는 나가면 돈을 얼마 정도 달라고 하거든요. 그러면 그 돈 다 쓰고 빈손으로 다시 되돌아 올 것 같아요.

 

- 법륜스님 : 오든지 말든지 안 받아주면 되지요. 무슨 신경을 써요?

 

- 질문자 : 그래서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스러웠어요.

 

- 법륜스님 : 아이고, 남편한테 돈 주고 다 쓰고 빈손으로 들어오면 또 줘야 되고. 이 마음을 보면 꼭 부모가 자식 대하듯이 그렇게 남편한테 애정이 있네요.

 

- 질문자 : 남편이 그랬어요. “자기는 자기 멋대로 살고 당신은 당신 멋대로 그냥 살자.” 그런데 이것은 아니잖아요?

 

- 법륜스님 : 멋대로 살려면 이혼하면 되지, 결혼해서 있으면서 왜 멋대로 살고 싶은 건데요?
 
- 질문자 : 남편 마음을 잘 모르겠어요.

 

- 법륜스님 : 솔직하게 얘기해 봐요. 남편이 바람만 조금 덜 피운다면 같이 있고 싶어요?

 

- 질문자 : 바람을 안 피우면 같이 있고 싶지만, 바람을 피면 껍데기 데리고 살고 싶지 않아요.

 

- 법륜스님 : 껍데기인지 알맹이인지 어떻게 알아요? 자기가 알맹이고 그 여자는 껍데기로 그저 재미로 한두 번 만나는 것일 수 있잖아요.

 

제가 보기에는 자기는 두 가지 문제가 있는 거 같아요. 첫째는 여자로서 분명한 자기 태도가 없고 조금 물렁물렁 해요. 남자가 자기를 만만하게 보는 거야. 여자를 집에 데려온다 이 말은 남자가 자기를 좀 우습게 보는 거요. 우습게 본다는 것은 나쁘게 본다는 게 아니고 말랑말랑하게 보는 거요. 내 없이 너는 못 살 것이다 이런 자신감이 있는 거예요. 아시겠어요? 둘째는 그런데도 불구하고 자기가 남편을 어쨌든 너무 데리고 살고 싶어 하는 아끼는 마음이 있어요. 지금 이걸 끊으려하면 자기가 우선 단호해야 됩니다. 둘째 남편에 대해서 포기를 딱 해줘야 돼요. 그런데 자기는 포기가 잘 안 될 것 같은데요.     

 

- 질문자 : 포기할 수 있어요.

 

- 법륜스님 : 지금은 기분이 나쁘니까 그렇지요. 이혼하고 혼자 살아보면 ‘아이고, 바람 좀 피더라도 놔놓고 살 껄’ 후회가 돼요.   

 

- 질문자 : 그렇지 않을 것 같은데요.

 

- 법륜스님 : 다른 사람한테 물어봅시다. 여러분들이 배심원이예요.  뒤로 한 번 돌아보세요.

 

이 분이 남편하고 이혼하면 후회할 것 같다. 그래서 나중에 더 괴로울 것 같다 생각하는 사람 손 한 번 들어보세요. (대다수가 손을 듬) 

이혼해 버리면 문제가 풀릴 것 같다 생각하는 사람 손 들어보세요. (소수만 손을 듬
 
대다수가 이혼을 반대하잖아요. 이혼을 하든 안 하든 괜찮은데, 지금 이 상황에서 이혼을 하면 그 이후에 더 행복할까요? 이혼하면 바람 핀 문제는 없어지는데 다른 문제가 또 생겨요. 이혼을 안 해 봤으니까 자기는 모르는데, 이혼하면 또 아쉬움이 생겨요. 후회하게 된다 이 말입니다.

 

하는 짓으로 보면 요즘 세상에 그런 인간하고 살 필요가 뭐가 있어요? 그죠?

 

남자가 돈을 다 벌어주더라도 그런 인간하고 살 필요가 없는데. 돈도 내가 벌고 기둥서방처럼 붙어있는데... 원래 남편은 옛날로 치면 기둥서방 비슷해요. 기둥서방이 다 필요합니다. 평소에는 돈만 쓰고 필요 없는데, 여차할 때는 기둥서방이 또 있어야 돼요. 제가 대화하면서 볼 때는 헤어지는 것 보다 그냥 사는 게 자기한테 덜 괴로울 것 같아요. 이혼소송 들어갔어요?            

 

- 질문자 : 서류는 접수해 놓았고 24일 날 재판하러 갑니다.

 

- 법륜스님 : 남편은 이혼 하자고 그래요? 하지 말자고 그래요? 

 

- 질문자 : 앞으로 잘 할 테니까 한 번만 자기를 봐주면 안 되겠느냐 그러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그랬어요. 다시는 그 여자한테 전화도 하지 않고 문자도 하지마라. 얼마 지나서 다시 물었어요. 그 때 이후로 그 여자한테 전화를 한 통화도 안 했냐? 문자도 한 통 안 했냐? 안했으면 봐주지만, 했으면 진짜 봐줄 수는 없다 얘기를 해라. 그러니까 그 순간에는 안 했대요. 같이 핸드폰 내역서 떼러 가자 그랬더니 얼굴 내색이 달라지더라구요. “술 먹었을 때 세 번 했다” 이렇게 얘기를 했어요. 저는 껍데기만 데리고 살고 싶지는 않아요.  
 
- 법륜스님 : 껍데기 아니예요. 제가 얘기 들어보니까 자기가 알맹이예요. 자기가 알맹이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각서 받고 도장 찍고 일단 형식은 그렇게 냉철하게 하고, 속으로는 이번에 용서해주세요. 그 정도 바람 피는 정도는 내가 봐주겠다 이렇게 딱 마음을 먹고 그냥 사세요.

 

- 질문자 : 저는 같이 살고 싶지 않아요. 그 여자가 남편의 뜻을 따르겠다고 그렇게 얘기를 하더라구요. 아직까지도 불이 타 있는데 그건 전 보고 싶지 않아요.

 

- 법륜스님 : 그건 좀 기다리면 식을 거예요. 
  
- 질문자 : 안 식어요. 1년 전에도 그랬어요.

 

- 법륜스님 : 조금 더 기다려보지요.

 

- 질문자 : 제가 생각할 때는 그 여자가 떨어질 것 같지 않아요. 저희가 식당을 아주 크게 했기 때문에 돈이 항상 많은 걸로 그 여자가 착각을 하고 있는 것 같아요.  

 

- 법륜스님 : 그렇게까지 의지가 강하면 그럼 이혼 해보세요. 그런데 제가 볼 때는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아요. 지금 기분은 이해해요. 저 같으면 이혼 해버려요.

 

- 질문자 : 저 같아도 이혼 해버리고 싶어요.

 

- 법륜스님 : 자기는 안 돼요. 자식도 다 컸는데 딱 “안녕히 계세요” 하고 끝내버리면 되지요. 그런데 자기 얘기를 가만 들어보면 심리 밑바닥에 미련이 남아 있어요. 지금 저하고 얘기하는 중에 딱 끊겠어요? 

 

- 질문자 : 미련 없이 딱 끊었으면 이혼해도 되요? 

 

- 법륜스님 : 미련이 없으면 괜찮아요. 미련이 없는지 있는지는 어떻게 아느냐? 이혼하고 한 달 안에 남편이 교통사고 나서 죽든지 자살하든지 이랬을 때. 자기가 빙긋이 웃으면서, ‘저 인간 지 살 만큼 살다가 죽었구나’ 이렇게 될 수 있어요? 아니면 ‘아이고, 이럴 줄 알았으면 이혼 안 하고 놔놓을 걸’ 이렇게 될까요? 그것만 딱 자기가 평가를 하면 돼요.  

 

- 질문자 : 지 운명이구나 그래야지요. (청중 웃음) 

 

- 법륜스님 : 정말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애요?

 

- 질문자 : 네.

 

- 법륜스님 : 제가 조금 보는 눈이 있는데, 자기는 후회합니다. (청중 웃음) 

 

- 질문자 : 후회할 때 하더라도 하고 싶어요.

 

- 법륜스님 : 오케이. 그럼 하세요. (청중 웃음)

 

- 질문자 : 네. (청중 웃음)

 

청중들이 뜨거운 박수를 보내었습니다. 질문자는 처음엔 망설임으로 질문했으나 문답을 통해 망설임이 확신으로 변화되는 그런 과정을 지켜볼 수 있었습니다. 스님이 남편과 바람핀 상대 여자랑 역할을 바꿔보라고 제안했을 땐 깜짝 놀랐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니 정말 발상의 전환이라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또 본인이 껍데기가 아니라 알맹이라는 사실. 이 질문과 대답으로 인해 질문자는 본인이 어떤 미련이 있는지 볼 수 있지 않았나 싶습니다. 이혼을 하든 그렇지 않든 그 선택에 대해서는 과보가 따른다는 것. 그 과보를 기꺼이 감내할 각오를 하고 선택을 하면 덜 괴롭다는 것이지요. 또 대화의 과정 속에서 본인의 마음 속에 어떤 미련이 있는지가 객관화 되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이런 것이 즉문즉설의 힘이 아닐까 싶네요.

 

스님은 질문자의 상황에서는 이혼을 하게 되면 틀림없이 후회를 하게 될 것이니 조금 더 기다려보라고 했는데... 이런 제안이 오히려 질문자에게 더욱 결심을 서게 한 것 같습니다. 이혼에 따른 과보를 제대로 알고 결혼한다면 그 괴로움은 훨씬 덜 받을 수 있겠죠. 질문한 공덕은 바로 이것이 아니겠나 싶었습니다. 언제나 인생고민을 명쾌하게 해주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오늘도 많은 배움이 있었던 알찬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