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23일) 저녁, 서울시립대 대강당에서 열린 '새로운 100년 쟁점타파 특별콘서트'에 다녀왔습니다. 각종 사회 현안에 대해 오연호 대표가 묻고 법륜스님이 답변하는 방식으로 토크콘서트였습니다. 평소 즉문즉설을 통해 인생고민을 상담해 오던 법륜스님이 이번 콘서트에서는 복잡한 정치와 사회 현안에 대한 명쾌한 해법을 쏟아내었습니다. 유력 대선 후보들이 모두 확정된 직후인 탓인지 특정 후보 지지 발언은 삼갔지만 과거사와 통일 문제에 대해선 선명한 역사의식을 강조했습니다.

 

 

- 오연호 :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안철수와 묘소 참배를 빠트린 문재인. 현충원 참배에서 나타난 두 대통령 후보의 엇갈린 행보가 논란이다. 이에 대해 어떻게 봐야 하는가?

 

- 법륜스님 : 박정희 묘소를 참배한 건 통합이고 안 한 건 분열로 봐선 안 된다. 각각의 처지에서 나름 잘했다.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김대중 전 대통령 묘소를 참배한 것은 가해한 입장에서 피해자를 참배한 것이어서 좋았지만 그렇다고 문재인 민주통합당 후보가 박정희 묘소 참배를 안 한 것을 동일하게 봐선 안 된다. 일본 수상이 한국에 와서 독립 유공자 묘소 참배하는 건 당연하지만 한국 대통령이 일본에 가서 야스쿠니 신사 참배해야 한다는 건 균형이 맞지 않다. 가해자가 용서를 빌고 화해 제스처를 할 수 있지만 피해자는 진정성이 있다면 받아들이지만 안 할 수도 있는 것이다. 같은 잣대를 들이대서는 안 된다. 문 후보는 자신이 유신시대 강제징집을 당한 피해자이고 민주당도 피해자지만 안 후보는 개인적으로 피해가 없고 무소속이다. (박정희 묘소를) 같이 참배한 건 통합이고 안 한 건 분열이라고 볼 게 아니라 각각 처지가 다르다고 봐야 한다.

 

- 오연호 : 최근 '인혁당 발언' 등 유신정권 시절 과거사 문제로 진통을 치르고 있는 박근혜 후보에 대해서는 어떻게 봐야 하는가?

 

- 법륜스님 :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접근해야 한다. 젊은 시절 독립 운동하다 말년에 친일했다고 양쪽을 다 덮어선 안 된다. 과는 과대로 공은 공대로 평가하되 공을 내세우려고 과를 덮거나 과를 드러내려고 공을 덮어선 안 된다. 일제 강점기에 공부 열심히 해 고시 합격하고 판검사 됐는데 해방되면서 하루아침에 친일 매국노가 된 사례가 많았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느냐? 개인 이익 추구가 (나라 독립이 목표인) 공동체에 손실을 끼치면 개인의 성공이 어느 순간 실패가 될 수도 있는 것이다. 시대적 과제를 읽고 공동체 목표에 자기도 보조를 맞추는 게 역사의식이다.

 

- 오연호 : 세 대선 주자 가운데 남북 관계를 더 좋게 만들 후보가 누구냐?

 

- 법륜스님 : 민감한 시기에 편드는 인상을 주는 건 좋지 않다. 이명박 정부 대북 정책은 실패했고 통일로 가는 길을 되돌려 놨기 때문에 세 사람 다 지금 정부보다는 개선할 거라 낙관적으로 생각한다. 누가 더 빠르고 깊이 있게 통일을 이끌 수 있느냐 차이가 있겠지만, 여기선 (누구인지) 얘기하지 않겠다.

 

- 오연호 : 대북지원 투명성에 대해 논란이 많다. 이건 어떻게 봐야 하는가?

 

- 법륜스님 : 북한의 체면과 남한의 정치를 고려해 차관형식으로 빌려주다보니 북한 식량난 해결도, 투명성도 부족했다. 처음부터 무상으로 지원했으면 제대로 모니터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 오연호 : 이번 추석 때 스님께서 제주도 강정마을에 내려가서 마을잔치를 한다고 들었다. 강정마을은 갈등의 골이 좁혀지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 이 부분에 대해서 많은 고민을 하시고 이런 계획을 세우신 것 같다. 정치권에서는 뚜렷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데 어떻게 해결해야 하나?

 

- 법륜스님 : 일단 마을사람의 입장에서 볼 때 그 마을이 400년 된 마을이라고 한다. 그렇게 조상대대로 살아왔는데 어느 날 해군기지가 추진되면서 마을을 떠나야 하는 문제가 생겼다. 찬성자와 반대자들 사이의 갈등이 심각하다. 조카와 삼촌이 찾지 않고 동기동창 간 싸우고 이런 문제가 생겨서 마을공동체 전체가 심각한 위기와 파괴국면에 놓여있다. 주민들이 굉장한 고통을 겪고 있다. 찬성하는 측은 해녀와 어촌 쪽이고 비율로는 20%정도 되는 것 같다. 농사를 짓는 사람들이나 일반 가정은 반대를 하는데 80%정도 되는 것 같다. 찬성하는 사람은 마을 사람들로부터 욕 얻어먹고, 반대하는 사람들은 국가로부터 종북이라느니 빨갱이라느니 반국가적인 행동을 한다느니 이렇게 욕을 먹는다. 주민들은 참 억울하다. 아무 잘못도 없는데 이런 오해를 받아야 하고 농사꾼이 농사를 지어야 하는데 계속 데모를 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데 정부는 국가추진사업을 반대한다고 얘기하고 해군은 필요하다고만 얘기하고 이런 게 뒤엉켜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갈등이 생겨서 당사자들끼리 해결이 안 될 때 이 문제를 해결하라고 월급 주는 게 정치인이다. 직접 가서 얘기 들어가면서 이 문제에 대한 합리적 해결책을 찾는 게 정치인데 정치가 실종되었다. 싸우기 바쁘지 이걸 가지고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이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주민들이 싸우는 것이다. 농사지어야 할 사람이 3년을 투쟁하는 문제가 벌어졌다.
 
그래서 찬반여부를 떠나서 마을공동체를 위해 밥도 좀 같이 먹고 서로 화합하는 의미에서 마을잔치를 열고 위로 공연도 하려고 한다. 제가 가서 말씀도 나누고 김제동씨도 가서 공연해주기로 했다. 내가 태어난 고향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마음을 국민들도 이해해주어야 하지 않느냐 생각한다.

 

400년 동안 700가구 2,000여 명이 사는 마을에 어느 날 갑자기 고통을 주는 게 국가가 해야 할 일인가? 국가에 이익이 된다면 국민들에게 이렇게 해도 되는가? 국가라는 건 국민의 재산과 권리를 보호하고 행복을 담보하는 것인데 이것을 무엇으로 정당화할 수 있겠느냐? 그럴 권리가 있는 것인가? 80% 찬성하고 20%가 반대한다 하더라도 그 20% 반대하는 주민들의 정당한 권리에 대해서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주민에 대한 동의가 먼저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주민들이 이렇게까지 반대한다면 재검토를 해야 한다. 첫째, 이런 해군기지를 건설하는 게 필요한가? 둘째, 꼭 제주도에 건설해야 하는가? 셋째, 제주도민에게 이것이 이익인가? 이런 것들이 검토가 되어서 합리적인 방법을 찾는다면 충분히 찾을 수 있다고 본다.
 
그런데 이런 얘기를 하면 “이미 공사가 시작되었다” 라고만 말한다. 그건 옳지가 않다. 이 문제는 우리가 다시 한 번 재검토해볼 필요가 있지 않느냐. 누가 이기고 지고의 문제가 아니라 재검토를 해서 해결책을 찾는 게 통합의 리더십이라고 본다. 이 문제를 어떻게 풀어야 하느냐 측면에서 봐야 답을 찾을 수 있다. 이기고 지는 문제가 아니다.

 

- 오연호 : 통일문제 하나만 하더라도 엄청나게 어려운 문제인데 강정마을에 대한 해법까지 명쾌하게 말씀해 주시네요. 추석 바로 다음 날인 10월1일에 잔치를 하러 가시는데, 찬성자와 반대자가 모두 잔치를 하신다는 거죠?

 

- 법륜스님 : 그런데 찬성자가 소수이기 때문에 부담스러워하시더라. 그래서 그 날만큼은 마을주민들의 상처를 치유하는데 집중하고 찬성과 반대를 따로 두지 않기로 했다.

 

머리가 시원해졌습니다. 신문을 보면 머리가 늘 복잡해졌는데 하나하나 정리가 되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이후에도 많은 쟁점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계속되었습니다. 대선 후부들의 역사의식의 중요성부터 시작해서 일반인들 또한 공동체의 목표에 부합하는 역사의식을 갖고 살아야 진정한 성공이 된다는 말씀도 참 감명 깊었습니다.

 

저는 무엇보다 강정마을의 갈등을 어떻게 풀어나가야 하느냐 하는 부분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강정마을 문제를 이야기하실 때 스님은 다른 질문에 답할 때 보다 더욱더 목소리를 높이며 강조하듯이 이야기를 했습니다. “이런 갈등을 조정하고 풀어주는 게 정치인데... 정치가 실종되었다.” 이 말씀이 가장 뼈아프게 다가왔습니다. 지금도 강정마을 주민들은 망연자실 가슴 아파하고 있는데 정치인들이라고 하는 분들은 선거전으로 들어가면서 이 문제에 대해선 조금씩 외면하는 것 같습니다. 법륜스님은 시종일관 “갈등을 어떻게 풀어가느냐?”를 강조했습니다. 이 갈등을 풀어가는 능력이 통합의 리더십이죠. 왜 스님이 통합의 리더십을 강조하는지 비로소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원자력발전, 용산참사, 한진중공업 문제, 쌍용차 해고노동자 문제 모두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갈등하고 고통받는 주민들의 이야기를 귀 기울여 듣고 이를 중재해 내는 그런 정치인, 그런 대선 후보는 어디 있나요? 강연 듣는 내내 이런 질문이 던져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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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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