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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안철수의 페이스북 정치, 어디까지 확장될까?

안철수 후보가 어제(26일) '응답하라, PD수첩 호프(hope) 콘서트'에 출연 "저는 지난주 강을 건넜고, 그 다리를 불살라 버렸습니다." 라고 말했습니다. 아주 강단 있는 모습을 보여줌으로 해서 현장에 있던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박수갈채를 받았습니다. 이 내용은 행사 직후 곧바로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에 올려졌습니다. 저는 기성 언론 매체들을 통해서가 아닌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을 통해 가장 먼저 이 소식을 접했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대선 출마 선언 이후 발빠르게 다양한 행보들을 보여주고 있는데요. 그 중에서 제 눈에 가장 뛰는 것은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에서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 Ahn's Speaker 입니다. 안철수 후보의 공식 입장은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서 실시간으로 업데이트 되고 있습니다. 현재 5만7천여명이 이 소식을 '좋아요'를 누리고 받아보고 있고, 이 숫자는 앞으로 더욱더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됩니다. 

 

지난 9월16일에 오픈하여 대선출마 기자회견이 있던 19일 오후3시 정각에 기자회견 시작과 동시에 출마 기자회견문 전문을 Ahn's Speaker 페이스북에 전격 공개하였습니다. 당시 페이스북을 통해 기자회견문 전문은 일파만파 순식간에 퍼져나갔습니다. 유민영 대변인은 기자회견 이틀 전인 17일 기자들에게 기자회견에 대한 행사알림을 페이스북을 통해 공지하겠다고 밝혔습니다.

 

 

△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페이스북. AHN'S SPEAKER. 현재 좋아요가 57,147명.

 

저는 Ahn's Speaker 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보면서 분명 새로운 방식의 선거 캠프 운영이 될 것이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아니 사실은 그 전에 이미 약간의 예측은 하고 있었습니다. 몇 주전 금태섭 변호사가  "진실의 친구들" 이라는 페이스북 페이지를 개설하고 안철수 후보에 대한 허위 사실 유포에 대해 적극 대응하겠다고 나섰을 때부터입니다. 이후 박근혜 캠프 쪽 정준길 전 공보위원의 협박을 폭로하는 기자회견 당시 구체적인 입장 표명도 페이스북을 통해 해나가는 모습이 사뭇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이 사실입니다.

 

 

금태섭 변호사가 운영하는 진실의 친구들 페이스북. 진실의 친구들 

 

안철수 캠프 측은 어제 새로운 페이스북 페이지를 하나 더 개설하였습니다. 안철수와 함께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Ahn+Tomorrow 를 개설하였습니다. 이 페이지는 각계 전문가와 국민들이 함께 만드는 안철수 캠프의 정책 페이지입니다. 지난 23일 안철수 캠프 측은 정책네트워크 첫번째 포럼 "국민이 선택하는 내일을 위한 혁신"을 개최하였는데, 포럼에서 나온 내용들을 요약 정리하여 페이스북에 공개하였습니다. 어제는 이런 포럼이 전국에서 다양한 소모임 형태로 자발적으로 일어나도록 '포럼'을 공개모집하는 글도 함께 올라왔습니다.

 

 

△ 안철수와 함께하는 정책네트워크 '내일' 페이스북. AHN TOMORROW

 

가장 압권이었던 부분은 안철수 후보 대변인실 Ahn's Speaker 페이스북에서 올린 안철수 후보의 무보정 무편집 스마트폰 동영상이였습니다. 안철수 캠프의 이름을 공모하는 글을 올렸는데, 불과 2-3일 만에 수천개의 제안들이 올라왔고, 여기에 대한 안철수 후보의 감사 인사를 선거 총괄을 맡고 있는 박선숙 전 의원이 스마트폰으로 찍어 무보정 무편집 날것으로 그냥 올린 겁니다. 안철수 후보가 "저희 번개 한 번 해볼까요?" 라고 말한 후 10초간 어색한 정적이 흐르는데 이런 어색함에 오히려 네티즌들은 더 열광을 하기도 했습니다.

 

 

AHN'S SPEAKER 페이스북에 올라온 안철수 후보의 무보정 무편집 동영상.

 

이런 여러가지 시도들을 보며 저는 이런 결론을 내렸습니다.

 

"드디어 안철수의 페이스북 정치가 시작되었다." 

 

안철수 캠프의 이런 시도를 저는 "페이스북 정치"라고 명명해 봅니다. 이런 용어는 대한민국 최초로 제가 사용하는 것 같은데요. 하하하.^^ 안철수 후보는 그동안 청춘콘서트를 통해 많은 청년들의 멘토로 주목받기 시작했고 서울시장 출마가 이슈가 되었을 때는 일부 보수언론에서는 "안철수의 강연 정치"라고 명명받기도 했습니다. 본인의 중요한 입장을 수많은 대중이 운집한 강연이라는 공간에서 표명했기 때문에 강연의 내용이 곧 정치적 입장 표명이 되는 그런 과정이었죠. 

 

강연 정치에서 이제는 페이스북 정치로

 

즉, 기존에는 어떤 정치인이 국민들에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하고자 하려면 언론사 기자들만 모아 놓고 기자회견을 해서 언론사의 지면을 통해 국민들에게 본인의 의사를 전달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연 정치의 방식은 기자들과 국민이 함께 있는 열린 공간에서 입장을 표명함으로써 언론과 국민들에게 동시에 의사를 전달하는 방식입니다.

 

이런 경우, 현장에서 국민들이 직접 이야기를 함께 들었기 때문에 증인 역할을 해줄수가 있습니다. 지금까지 한국의 보수 언론은 같은 말이라 하더라도 교묘하게 짜집기 해서 정보를 왜곡하기 일쑤였습니다. 이런 구태한 작태를 없애는 효과가 일정 정도 있는 것입니다.

 

이런 연장선 상에서 새롭게 시작하는 안철수 후보의 선거 캠프도 "페이스북 정치"를 시작했다고 보여집니다. 페이스북 정치에도 역시 강연 정치와 같은 긍정적 효과가 발생합니다. 

 

즉, 기존 정치인들은 대변인실에서 입장 발표를 할 때 국회 정론관 같은 곳에서 기자회견을 합니다. 언론사를 통해서 국민들에게 의사가 전달되는 것이죠. 하지만 안철수 후보 캠프는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입장을 발표합니다. 이를 통해서 얻을 수 있는 효과는 무엇일까요? 왜 안철수 캠프는 페이스북 페이지들을 개설했을까요?

 

안철수의 페이스북 정치의 핵심은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

 

안철수의 페이스북 정치의 가장 큰 파워는 "국민들과의 직접 소통" 이라고 봅니다. 20대 30대 젊은 층은 종이 신문을 많이 보지 않습니다. 제 주변에만 보더라도 종이 신문을 읽는 친구들은 10명 중에 1-2명 있을까 말까 합니다. 대부분 스마트폰으로 포털 뉴스를 봅니다. 하지만 더욱 신뢰하는 뉴스는 친구들이 페이스북을 통해 공유해 주는 뉴스들입니다. 내 친구들이 SNS를 통해 전해주는 뉴스를 더 신뢰하는 것이죠. 안철수 캠프가 페이스북을 통해 공식 입장을 표명하는 이유는 바로 "국민과의 직접 소통" 을 강조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여집니다.

 

보수 언론들의 공격에 더이상 구애받지 않겠다.

 

이렇게 되면 이제 보수 언론사들의 기자들도 페이스북에 들어와서 국민들과 똑같은 입장에서 정보를 찾아가야 합니다. 국민들도 언론사를 통해 걸러진 정보를 습득하게 되는 것이 아니라, 안철수 캠프의 입장을 직접적으로 확인하고 볼 수 있는 것이죠. 보수 언론들의 공격에 더이상 구애받지 않겠다는 입장으로 보여집니다. 저는 이런 방식의 접근이 대한민국 정치 역사에서 굉장히 새로운 시도라고 봅니다.  

 

여기서 한가지 의문이 들 것입니다. 트위터는 왜 메인 거점으로 선택하지 않았나? 

 

트위터는 이미 그 영향력이 조금씩 퇴색되어 가고 있다고 보여집니다. 지난 4.11 총선을 거치면서 트위터가 큰 힘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뚜껑을 열고 보니 아니올시다 였던 겁니다. 트위터는 진보 쪽 색채가 너무 강하다는 정치적 편향성이 이미 드러난 것으로 보여집니다. 트위터 안에서 아무리 메시지가 널리 전파되더라도 그 확산 범위가 제한적일 것이라는 판단입니다.  

 

트위터의 한계는 정치 편향성과 유명인에게 편중된 매체파워.  

 

그리고 트위터는 페이스북에 비해 재방문율이 현저히 떨어집니다. 팔로워가 100명 미만인 대다수 일반 국민들의 경우 아무리 멘션을 날려도 리트윗 되거나 답변이 돌아오는 경우가 거의 없습니다. 몇번 트윗을 해보다가 곧 허공에 혼자서 소리치고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더이상 방문을 하지 않게 됩니다. 제 주위에 친구들이 다 그랬습니다. 그러다보니 팔로워가 30만명이 넘는 극소수의 유명 연예인들 중심으로만 운영이 됩니다. 대다수 국민들은 유명인들의 글을 팔로우 하게만 되고 소극적으로 바뀌게 되었죠.

 

이에 반해 페이스북은 인맥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다양한 소통이 이뤄집니다. 비록 유명 연예인이 아니라 할지라도 말이죠. 이런 점이 장점이 되어 페이스북은 재방문율이 굉장히 높습니다. 하루에도 수십번씩 서로의 반응글을 체크하러 들어오게 되죠.

 

페이스북의 한계는 50대 60대 노년층 공략의 어려움

 

물론 페이스북의 한계도 분명히 있습니다. 아직 20대-40대 정도의 젊은층들에게만 사용자층이 제한되어 있습니다. 50대-60대 노년층을 공략하지 못합니다.

 

하지만 안철수 후보 지지자들이 20대-40대에 대거 포진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런 페이스북 정치는 기존 지지자들을 더욱 응집시키는 효과를 백분 발휘한다는 측면에서 큰 파워를 가질 것입니다. 반면 50대-60대는 박근혜 후보 지지층이 결집되어 있는데, 이에 대해서는 다른 접근을 강구해야 하겠지요. 이들은 아직 2G폰을 사용하기도 하고 페이스북을 많이 하지 않으니, 공중파 매체를 통한 메시지 어필이 중요하겠지요. 이런 노년층에는 기성 보수 언론과의 유착이 깊은 박근혜 후보가 물론 유리하겠지만 말이죠.

 

안철수의 페이스북 정치, 어디까지 확장될까?

 

페이스북을 통한 메시지 전파가 어느정도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지 아직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현재 대변인실 페이스북의 좋아요 숫자가 57000명 정도 되는데, 이것이 100만명까지 확대되는 것이 가능할까 예상해 볼 수 있는데요. 저는 충분히 가능하다고 보는 편입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을 통한 다양한 선거 운동도 시도되고 다양한 운동 조직도 출현할 수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렇게 되면 가히 명실공히 오프라인 민주주의가 온라인 민주주의로 그대로 구현되게 되는 것이죠. 더 확대되면 200만명까지도 확대되어 질 수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전망해 봅니다.

 

그리고 트위터는 각종 분석기관에서 빅데이터 프로그래밍을 통해 분석이 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페이스북은 아직 분석틀이 많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하지만 메시지의 전파력은 상당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안철수 캠프 쪽에 대단한 SNS 전략가가 있는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페이스북을 통한 국민과의 직접 소통이 대한민국 민주주발전에 밑거름이 되길...

 

어쨌거나 안철수 후보 쪽에서 페이스북을 베이스캠프로 삼았다는 것은 훌륭한 전략이었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겠습니다. 앞으로도 페이스북에 다양한 베이스캠프들이 조직되어 지기를 기대해 봅니다. 대한민국 선거 역사에서 SNS캠프는 새로운 도전입니다. 이런 새로운 도전이 대한민국의 민주주의 발전에도 작은 밑거름이 되었으면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