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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김제동의 어깨동무 토크, 온몸이 전율한 순간

어제(25일) 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한양대 콘서트장을 찾았습니다. 얼마 전 서강대에서 정치활동이라는 이유로 콘서트가 취소되어 많은 논란이 있었죠. 김제동의 어깨동무 콘서트를 매회 따라다니며 취재를 하고 있는 저로서는 이런 논란을 보고 그냥 헛웃음만 나왔는데요. 왜냐하면 제가 직접 보고 들은 어깨동무 콘서트는 김제동이 힘들어하는 청년들을 진심으로 위로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공감의 장이였기 때문입니다. 무슨 말만 하면 친북좌파 빨갱이로 덮어씌우는 보수 언론의 프레임에 아직도 놀아나는 사람이 있나 하는 그런 생각도 들었네요. 아무튼 서강대 어깨동무 콘서트는 학교측의 일방적 지침으로 그렇게 취소가 되었습니다. 아쉬움을 뒤로하고 다시 한양대 어깨동무 콘서트장을 찾았습니다.

 

 

한양대 노천극장에 빼곡이 둘러앉은 대학생들의 모습이 참 아늑해보였습니다. 대학 밴드의 공연이 끝나고 김제동이 등장하자 우레와 같은 함성이 쏟아졌습니다. 대학캠퍼스라 그런지 남녀 커플들이 손을 잡고 앉은 모습이 많이 포착되었는데, 이것이 김제동의 심기를 많이 건드렸나 봅니다. 첫마디부터 웃음코드로 청중을 압도합니다.

 

“커플끼리 오신 분들 계시죠? 네. 떨어져서 앉으세요. 잠시라도 떨어져 있으란 말입니다.”

 

그런데 커플들은 더 손을 꼭 잡고 가까이 붙어 앉았습니다. 하하하. 2시간 동안 계속된 김제동의 입담은 지칠줄 모르고 청중들을 웃음바다로 빠트렸습니다. 마이크 하나만 잡고 이 많은 청중들을 2시간 동안 집중시킬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정말 그의 타고난 재능처럼 느껴졌습니다. 초반부에는 최근 서강대 콘서트 최소 논란을 의식한 듯한 이야기를 조금 했습니다.

 

“가끔 집에 혼자 가면 많이 외로워요. 가만히 누워있는데 카톡 메시지가 와요. 카카오톡 들어가보니 애니팡 하트예요. (청중 웃음) 애니팡 할 때 ”투표하자“도 같이 보내요. 애니팡 점수만큼이나 중요한 게 우리의 권리를 행사하는 것 아닙니까. 이런 이야기가 제가 하는 정치 이야기의 전부입니다. 하하하.”

 

애니팡 하트에서 크게 웃었습니다. 이후로는 청년들이 고민을 말하고 김제동이 유머와 위트로 답변하고, 유머 속에는 따뜻한 애정이 묻어나는 그런 시간들이었습니다. 김제동이 말했습니다.

 

“이 콘서트는 39살 남자가 20대 청춘들에게 보내는 절규의 메시지예요. 저처럼 살지마라. 좋아하는 이성을 만나면 고백하세요. 고백도 하지 못하고 고민만 하고 끝내는 경우가 얼마나 많아요? 할까 말까 망설일 때는 하는 게 좋습니다. 


 고백하고 말고는 내 자유이지요. 내 고백을 받아들이고 말고는 그의 자유이지요. 이렇게 서로의 모든 자유를 존중한다면 가볍게 고백할 수 있습니다.”

 

이런 이야기를 하며 정말 웃긴 우화를 흉내내어 주었는데 이건 어깨동무 콘서트장에 직접 오셔서 들으시기 바랍니다. 몇몇 청년들의 자신의 고민을 진솔하게 말했습니다.

 

 

- 질문 : 제가 관심 있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는 남자친구가 있어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하나요?

 

“고백하세요. 고백하면 그 쪽에서 고민을 하고 선택을 하겠죠. 그런데 막상 그 친구는 아무렇지 않게 생각할 수도 있어요. 나 이런 고백 받았다 하며 남자친구에게 자랑할 수도 있죠. 뭐. 그러면 가슴 아프겠죠? 


 짝이 있는 사람을 좋아할 때는 이 정도 어려움은 견디고 가야겠다고 각오해야 해요. 제가 그 마음을 잘 알아요. 송윤아 설경구 결혼할 때 제가 검색어 1위였어요. ‘김제동 심경’ 이게 검색어 1위. 하하하.”

 

위로도 해주고 용기도 불어넣어주고 본인의 경험도 말해주고 정말 동네형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이것이 김제동의 가장 큰 매력이겠죠.

 

- 질문 : 행복하기 위해서는 집착을 놓으라고 그런다. 내려놓음이라는 것은 무엇인지?

 

“저는 놓으라고 이야기한 적이 없고, 저도 잘 못 놓아요. 법륜스님이 저한테 그랬어요. "제동씨는 번뜩이는 선지가 있고요. 고기도 안 먹고요. 산도 좋아하고요. 그럴 바에는 절에 들어와서 같이 살아요." 그래서 제가 ”저는 아직 여자를 보면 가슴이 뜁니다“ 그랬더니 "가슴 뛰면서 절에서 살면 되요." 그래서 ”저는 아직 교회에 다닙니다“ 그랬더니 "절에 십자가 걸어놓고 기도하면서 같이 살면 되요." 그러셨어요. 제가 어떻게 이길 수가 없었어요. 하하하. 저도 집착을 못놓아요. 질투도 하고 그래요. 지금 무대 위에서는 이렇게 행복한데 집에 들어가도 행복할지는 모르겠어요. 늘 행복하면 여기 강연을 안 왔겠죠. 저는 행복하기 위해서 이렇게 강연을 다니고 있습니다.” 

 

- 질문 : 제가 지금 남자친구가 있는데 조금 있으면 군대를 가요. 이걸 기다려야 하나 말아야 되나 고민이예요.

 

“사랑합니까? (대답 : 사랑합니다) 사랑한다면 이런 문제로 고민하지 않습니다. 사랑할 때는 생각이 없어요. 마음만 있지. 기다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이 없어요. 활시위를 나간 활처럼 훅 나갑니다. 첫째, 현재 사랑하고 있지 않습니다. 


 둘째. 그래서 힘듭니까? 제가 지금 힘드냐고 물어보는 것은 남자친구랑 계속 사귀었으면 좋을 것 같아서... 사귄지 몇개월? (답변 : 2개월) 이제 막 사랑이 싹 트려고 하는건데... 힘들죠? (답변 : 힘들어요) 본인도 힘든데, 군대 가야하는 그 친구는 얼마나 더 힘들겠어요? 본인이 지금도 이렇게 흔들리면 헤어지고 보내주는 것이 좋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것이 본인은 갇혀있는데 외부에서 헤어지자고 하는 겁니다. 


 첫째, 내 마음이 사랑하고 있는지 계산하고 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둘째, 군대 가 있을 때 헤어져도 좋다. 하지만 진짜 사랑한다면 지금만 생각하고 밀고 나가라."

 

- 질문 : 인생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스무살 청년입니다. 남들 열심히 살 때 저는 정말 열심히 놀았어요. 제동이형은 다시 스무살로 돌아온다면 무엇을 가장하고 싶은지?


“너 지금 나 놀리니? (하하하) 지금 내가 20살로 돌아갈 수 있니? 난 돌아갈 수 없단다. (청중 웃음) 그래서 내가 오히려 니들에게 위로받고 싶다고. 난 사춘기가 아니고 갱년기야. 온 뼈마디가 쑤신단다. 그런데 뭐라고? 스무살로 돌아갈 수 있냐고? 너는 나를 스무살로 돌아가게 해줄 수 있니? (청중 웃음)"


"내 전 생애를 바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기를 지금 너희들이 살고 있거든. 그러니까 축하한다고. 정말 축하해요. 자신감을 가지고 마음껏 살았으면 좋겠어요.”

 

여기서 뜨거운 박수갈채가 쏟아졌습니다. “내 전 생애를 바쳐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시기를 니가 지금 살고 있거든” 할 땐 온 몸에 전율이 왔습니다. 살갗에 소름이 돋는 느낌이랄까. 김제동이 정말로 청년들에게 진심을 다해 말하고 있다는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먼저 산 인생의 선배가 후배들에게 들려주는 정곡의 말이었습니다. 코끝이 찡 해지면서 마음과 마음이 서로 하나가 되는 그런 기분이었습니다.

 

- 질문 : 제동이형은 주위 사람들에게 공감을 잘 해 주시는 것 같아요. 그러다보니 핍박도 많이 받았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계속 공연을 계속 이어가는 원동력은 무엇인지?

 

“저도 고민이 많아요. 제일 가슴 아픈 말은 ”너 웃기는 거나 잘해라” 이런 말이예요. 쌍용자동차 가면 거기에 애들이 많아요. 애들을 와락 앉고 밥한끼 같이 먹고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요. 신문에서 보는 것보다 직접 그 애들을 만나면 행동하지 않을 수가 없어요. 계속 하게 되요. 한양대에 이렇게 오면 서로 눈을 마주보면서 느끼는 것이 있죠. 이런 느낌 때문에 계속 하게 되요.”

 

이렇게 한양대 노천극장에서의 가을밤은 깊어만 갔습니다. 마음이 훈훈해지는 시간이었습니다. 김제동의 어깨동무 콘서트, 어떤가요? 너무 정치적이죠? ㅋㅋㅋ

 

 

마지막엔 기타를 들고 김광석의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 노래도 열정적으로 불러주었습니다. 가슴이 아련해지기도 하고 위로도 받고, 김제동은 자신의 솔직한 고민도 함께 나누었습니다. 김제동의 매력에 흠뻑 빠진 2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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