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산바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휘몰아치는 어제(17일). 단국대 혜당관에서 열린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토크콘서트가 현장에 다녀왔습니다.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는 어제 단국대를 시작으로 11월27일까지 전국 40개 대학을 순회합니다. 작년 여름 대한민국을 뒤흔들었던 청춘콘서트의 3.0 버전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자살률 세계1위, 청년실업 등으로 절망하는 대한민국 청년들에게 단순한 위로를 넘어서서 새로운 희망을 함께 만들어가기 위한 취지의 토크콘서트입니다. 윤도현은 김제동에게 “역시 난 놈!” 이라며 트위터로 콘서트의 시작을 축하했습니다. 

 

평일 오후2시에다가 태풍의 영향에도 불구하고 강연장은 빈자리 없이 가득 메워졌습니다. 악조건 속에서도 대중을 끌어모을 수 있는 김제동의 인기를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김제동이 마이크를 잡자 뜨거운 박수가 쏟아졌고, 웃고 또 웃고 눈물 짓기도 하다보니 2시간이라는 시간이 언제 흘러갔는지도 모른채 쏜살같이 흘러갔습니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김제동의 진면모를 고스란히 느낄 수 있었던 훈훈한 시간이었습니다. 강연 초반에는 김제동의 재치 있는 입담으로 토크가 이뤄졌고 후반에는 즉석에서 청중들에게 질문을 받고 대답하며 함께 호흡했습니다. 특히 청중들의 다양한 질문과 김제동의 재치있고 감동적인 대답이 어우러진 후반부가 큰 감동을 자아내었습니다. 기억에 남았던 순간들을 짤막짤막하게 글로 정리해 봤습니다.

 

김제동 어깨동무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단국대 콘서트 현장. 태풍을 뚫고 찾아 온 학생들에게 뜨거운 열정을 뿜어내고 있는 김제동.

 

- 질문 : 힐링캠프에 나왔던 게스트 중에 가장 기억에 남는 사람이 누구예요?

 

- 김제동 : 이효리씨였어요. 속 깊은 얘기를 많이 해줬어요. 사람이 변화되어가는 모습이 느껴져서 참 좋았어요. 스스로 깨달아서 참 멋있게 변해간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자기 스스로의 결정에 의해서 고기도 끊었다고 했어요. 원하는 방향을 향해 주체적으로 나아가는 모습이 좋았어요. 

 

이효리씨가 같이 술마시다가 제 목을 딱 잡더니 저한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거든요. “오빠, 내 이상형은 말 잘하고 책 많이 읽고 산 좋아하고 술 좋아하고 사람 좋아하는 사람이야.” 사람이 마음이 없다가도 여자가 눈을 마주치고 이렇게 이야기하면 가슴이 설레지요. 그런데 그 다음에 하는 말이... “그런데 오빠. 조금만 잘 생겼으면 좋았겠다.” ㅋㅋㅋ 이랬습니다. 하하하. 기성용 선수도 기억에 많이 남았어요.


이효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왠지모를 씁쓸함이 느껴졌습니다. 이효리는 이미 다른 남자의 여자가 되어서였을까요. 외로운 김제동에게는 언제쯤 임자가 나타날까요. ㅎㅎㅎ 

 

- 질문 : 기성용 선수 잘 생겼어요?

 

- 김제동 : (잘 생겼냐는 질문에 버럭 화를 내며) 밤에 축구 보면 되잖아요. (다시 버럭) 왜 연예인한테 축구선수에 대해 물어요? 컴퓨터에 기성용 검색해 보면 되잖아요. 농담 아니예요. (다시 버럭) 

 

강연장이 온통 웃음 바다가 되었습니다. 김제동이 많이 외로운가 봐요. 하지만, 솔로의 아픔을 곧바로 웃음으로 전환시켜 버립니다. 이런 게 바로 김제동의 매력이겠죠.^^ 이 외에도 쉴새 없이 웃음이 빵빵 터졌습니다. 그러다가 어떤 학생이 "제동이형은 요즘 행복하냐?"고 물었는데, 이 대목에서는 찐한 감동을 또 들려줍니다. 웃다고 눈물 짓고 다시 웃고 그랬습니다.

 

김제동 어깨동무힐링캠프에서 만난 기성룡이 정말 잘 생겼더냐는 질문에 버럭 하고 있는 김제동 ㅋㅋㅋ

 

- 질문 : 제동이형에게는 요즘 가장 행복한 일은 무엇인가요? 행복하세요?

 

- 김제동 : 여러분 행복하게 해주려고 지금 어깨동무 콘서트 시작했는데, 사실 요즘 저도 행복하지 않을 때가 많아요. 제 연관 검색어는 연예인 연관 검색어가 아니예요. 안철수, 문재인 이래요.(ㅠ) 대한민국에서 폭력이나 음주운전 제외하고 신문 1면에 이름 나온 연예인이 잘 없어요.

 

다만 제일 행복할 때는 이렇게 여러분 만날 때예요. 여러분을 보고 있으면 이런 생각이 들어요 ‘비 오는 날에 얼마나 할 일이 없었으면, 나를 보러 여기 왔을까. (ㅋㅋㅋ) 사실 저를 보러 여기 온 게 아니라 어디에도 마음껏 이야기할 공간이 없는 것 아닌가.’ 이렇게 느껴져서 참 안쓰러워요.

 

원래 서로 비슷한 인간들끼리 만나면 좀 위로가 됩니다. 알죠? 고민이 있을 때 이렇게 저렇게 해라 이야기해주는 멘토가 사실 필요한 게 아니거든요. 힘들 때는 같이 술 먹고 토해주는 친구가 더 나아요. My sisters keeper 라는 영화 봤어요? 거기 보면 백혈병 걸린 딸이 “나 괴물같지?” 하면서 울어요. 엄마가 달래고 달래다가 “알았어” 하더니 엄마가 머리를 밀고 와요. 그리고 같이 놀이공원에 놀러가요. 그런 게 우리한테 지금 필요한 것 같아요.

 

저는 태어나서 100일도 안 되어서 아버지가 돌아가셨어요. 어릴 때부터 늘 ‘엄마가 나를 떠날지도 모른다’ 하는 불안을 갖고 있었어요. 지금도 사람을 만나면 그 사람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것이 늘 저한테 있어요. 연예인이라는 직업도 그래요. 지금은 여러분들이 저에게 박수를 치고 환호를 보내도 언젠간 한순간에 돌아서버리잖아요. 제 생사를 여러분이 갖고 있잖아요.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불가능합니다. 늘 잘 보이려고 노력해야 하죠. 그런 아픔들과 불안감이 다 있어요.

 

얼마 전 엄마가 저한테 쓴 편지를 봤어요. “남편 없이 키워 온 내 아들 참 고맙다. 엄마가 부담이 될 때도 많았지...” 삐뚤삐뚤 씌여져 있었어요. 그 때 들었던 생각이 ‘내가 만약 마흔에 육남매가 있었으면 어땠을까.’ 저는 못 키웠을 것 같아요. 내 어머니가 아닌 마흔 살의 한 여자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내가 필요할 때 늘 있어주지 않았던 엄마가 아니라 일흔이 넘은 할머니가 보이기 시작했어요. 길 가다가 모르는 어머니나 할머니를 봐도 그렇게 측은한 마음이 들고, TV 드라마에 육남매 키운 엄마가 나오면 그렇게 칭찬하면서, 우리 엄마에게는 그러지 못한 것이 한스럽게 다가왔어요. 지금도 엄마를 보면 미운 감정이 있지요. 가족이 늘 축복은 아니예요. 무거운 짐이기도 해요. 하지만 살아가는 힘이 되죠. 

 

누구나 마음 속 깊은 곳에 들어가 보면 이런 상처들이 하나씩 다 있습니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이 되요. 그러니까 뭐든지 마음껏 하고 사세요. 겁내지 말고요. 사고 치고 돈 필요하면 저한테 오세요. 줄지 안줄지는 그때 가서 생각하고요.(ㅋ) 이 젊은 나이에 봉사활동도 한번 해보고, 돈과 상관없는 것도 한번 해봐요. 사건 사고가 없는 삶은 죽음입니다. 죽으면 아무 사건도 없어요. 사건 사고는 살아있다는 증거입니다. 남한테 피해를 주지 않는 것이면 어떤 짓이든 해도 되요.


겁내지 말고 마음껏 도전해 보랍니다. 사고 치고 돈 필요하면 김제동에게 달려오랍니다. 정말 친한 맞형 같이 다가온 건 저만 일까요. 아마 함께 들었던 많은 청춘들이 그렇게 공감했을 것 같았습니다. 사건 사고는 살아있다는 증거라는 말에 김제동의 세상에 대한 무한 긍정이 크게 느껴졌습니다. 

 

- 질문 : 되게 잘 생기신 것 같아요. 몇 년 전에 승승장구에 나오셔서 “저는 마이크 하나만 있으면 몇만명이 있어도 두렵지 않다” 라고 하셨었어요. 그 때처럼 용기 잃지 말고 자신있게 하셨으면 좋겠어요.

 

- 김제동 : 이리 내려 오세요. 오늘 나온 질문 중에서 가장 좋은 질문이네요. 큰 인물이 될 거예요.(ㅋㅋㅋ) 누나 있니? (없어요) 그건 흠이네. (사진 좀 같이 찍어도 되요?) 목적이 있었구나. (찰칵) 내 얼굴은 앞으로 밀고 지 얼굴을 뒤로 하고 찍네.(ㅋㅋㅋ) 

 

역시나 넘치나는 위트. 웃길 수 있는 틈새를 끊임없이 만들어냅니다. 최고의 입담꾼이라 할 만합니다. 마지막에 김제동이 들려준 아래의 이야기가 제 가슴에도 뭉클하게 박혔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뜨거운 박수를 한참 동안 보내 준 촌철살인의 멘트였습니다.

 

김제동 어깨동무김제동이 마이크를 잡자 빵빵 터지는 학생들.

 

“때로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사는 것도 괜찮습니다. 제가 마음이 괴로워서 절에 한번 갔더니 스님이 그랬어요. “일은 치열하게 하고 인생은 대충대충 살아요. 봄비처럼.” 봄비가 어디 목적을 정해놓고 내리는 게 아니고 마음 가는 데로 내리잖아요. 순간순간만 고민 하고 긴 인생은 고민하지 말고 봄비처럼 나풀나풀 거리면서 한번 살아봐요. 고민을 제쳐두고 살다보면 인간의 마음 속에는 반드시 무의식적으로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힘이 올라옵니다.

 

있는 그대로의 자기를 바라봐줘요. 여러분은 놀라운 기적을 갖고 태어난 분들입니다. 기억이 잘 안나시겠지만 2억대 1의 경쟁률을 뚫고 태어났어요. 그 밤, 혹은 그 아침에... (ㅋㅋㅋ) 태어날 적부터 기적이었으니까 행복할 권리도 여러분 안에 숨어 있습니다. 기적을 너무 많이 바라지 마세요. 태어난 것이 이미 다 기적이었으니까. 그런 여러분의 기적을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행복하십시오.”

 

위로와 공감, 격려, 희망이 버무러진 깨알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강연장을 나오면 몇몇 학생들에게 오늘 콘서트의 소감을 물어봤습니다. 저랑 비슷한 감동을 느꼈을까 궁금하더군요. 단국대에 재학중인 두 명의 학생이었습니다.

 

김제동 어깨동무콘서트에 참여한 소감을 말하고 있는 두 학생. 서포터즈로 참가해 자원봉사도 함께했다 하네요.

 

- 듣고 난 소감, 어때요?

 

“처음에는 웃긴 얘기 막 해주시는 것 같았는데 계속 듣다보니까 그 속엔 교훈이 많이 담겨 있었서 유익했어요. 그냥 웃기기만 한 것이 아니라 말 속에 새겨들을 만한 배움이 정말 많았어요. 마지막에는 마음 아픈 얘기들을 해주시는데 저도 눈물이 났어요.” 

 

- 가장 기억에 남는 이야기는?

 

"기성용씨 정말 잘 생겼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이 가장 기억에 남아요. 막 화내면서 “나한테 묻지 마세요. 밤마다 축구 보면 되잖아요.” 하신 거요. ㅋㅋㅋ
 연예인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항상 남에게 잘 보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한 말도 기억에 남아요. 제 이야기인 것 같기도 했어요. 잘 보여야 하다는 강박을 저도 늘 갖고 있거든요. 제동 오빠 이야기를 들으며 그 고민이 해결되었어요."

 

김제동은 전혀 멘토처럼 느껴지지 않지만 진짜 멘토다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래라 저래라 가르치는 느낌이 전혀 없습니다. 나도 이런 게 힘든데 너희들도 힘들지? 그렇지만 이렇게 마음을 가져보니 좀 더 행복할 수 있더라. 이렇게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해 주며 편안하게 청년들에게 다가갑니다. 동네 아저씨 같아서 좋았고, 친구 같아서 좋았고, 그런 편안한 느낌이 들어 참 좋았던 김제동의 어깨동무합니다 콘서트 현장이었습니다. 술 한잔 그윽하니 먹고 어깨동무 함께 걸친 그런 기분이었네요. 그러고 보니 김제동이 정말 어깨동무 해준 거 맞네요.^^

 

덧붙여. 김제동이 어깨동무합니다. 전국 40개 대학 강연 일정입니다. 많이들 오세요~

 

http://cafe.daum.net/chungcon/8FOi/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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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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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Favicon of http://www.aigleblog.co.kr/219 BlogIcon 에이글 2012.09.18 11:0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같이 고민해주고 격려해주는 기분이 들 것 같아요ㅎㅎ김제동씨가 진행하는 강연을 듣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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