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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다른 여자 생겼다는 남친의 문자, 넘 괴로워요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전국 시군구 300회 연속 강연의 열기가 점점 뜨겁게 고조되고 있습니다. 무더운 날씨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강연장마다 인사인해를 이루고 있습니다. 복도와 계단, 무대까지 빼곡이 앉고도 강연장에 들어가지 못해 되돌아가는 사람들도 안타깝지만 생겨나고 있습니다. 더불어 청중들의 질문 내용도 더욱 구체적이고 재미있는 것들이 많이 쏟아져 나옵니다. 본인에게는 갑자기 들이닥친 너무나 무거운 인생의 고민이었지만, 이렇게 청중이 모인 자리에서 그 고민을 가볍게 드러내어 놓는 것만으로도 이미 고민의 절반은 해소되는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지혜로운 법륜스님의 답변까지 들을 수 있으니 2시간 강연이 끝나면 다들 환하게 웃으며 강연장을 빠져나갑니다. 이 모습을 보고 있는 저도 무척 기쁘고 흐뭇할 때가 정말 많습니다.

 

잔잔한 감동이 있었던 한 분의 질문과 법륜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5년 동안 사귀었고 결혼까지 마음 먹었던 남자친구로부터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통보를 받았답니다. 주체할 수 없는 분노에 마음이 진정이 되지 않아 보였는데, 법륜스님의 답변을 듣고 ‘감사합니다’ 라며 미소를 머금는 모습이 정말 좋아 보였습니다.  

 

 

- 질문자 : 최근에 테러에 가까운 일을 당했어요. 저에게는 5년 동안 사귀고 결혼까지 하려고 마음먹었던 상대가 있어요. 그 사람은 결혼에 한 번 실패한 경험이 있지만 저는 그 사람을 사랑하니까 그 상처를 다 이해하고 올해는 결혼하려고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이 남자가 저랑 만나기로 약속한 날, 다른 여자가 생겼다는 문자를 하나 달랑 남기고서는 연락을 끊고 절 피하고 도망을 가버렸어요.
 한번 이렇게 당하고 나니 사람 사이의 관계가 허무하기 짝이 없고 내 마음의 괴로움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지 모르겠어요.

 

- 법륜스님 : 여러분들은 여자 분의 상처에 공감하면서 누구나 상대방 남자에게는 “이런 나쁜 놈.” 이라고 말할 겁니다. 연인 관계가 깨졌는데 가장 최악의 방법으로 상처를 받았죠. 내가 성인군자도 아닌데 그냥 넘어가자니 마음이 괴롭습니다. 급한 대로 사진을 붙여놓고 때려주는 것으로 분노를 표출할 수도 있겠지만 근본적인 치료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다른 사람이 대신 가서 ‘너 같은 나쁜 놈 때문에 남자 위신이 다 깎였다.’ 하고 이 남자를 좀 손봐줄까요? 그것도 좋은 방법이지만 역시 해결책은 아닙니다.


 처벌은 그 사람에게 고통을 주고 보복은 되겠지만 나에게 무슨 이익이 돌아오겠어요? 냉정하게 말해서 보복을 해봐야 나에게는 아무것도 달라지는 일이 없습니다. 분노에 사로잡혀 보복을 하면 그에게 해를 끼칠 수는 있지만 나에게 이익은 없어요. 지금 나에게 필요한 일은 이익이 될 일을 찾는 겁니다. 그 남자와의 관계가 깨진 것은 엎질러진 물처럼 이미 일어난 일이에요. 이미 지나간 일인데 지금 혼자 분노하면 누가 괴롭습니까? 내가 괴롭고, 내 마음만 아프고, 내 눈물로 수건만 적시겠죠.

 

- 질문자 : 처음에는 충격에 빠져서 울기만 했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그동안 사귀었던 정이 있는데 헤어지는 것도 좀 깨끗하게 서로의 감정을 정리하면서 잘 끝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용기를 내서 남자에게 전화를 걸었더니 이 남자 뭐라는 줄 아세요? 저를 무슨 결재 서류 다루듯 취급하면서 새로 만난 사람 때문에 마음이 설렌다 어쩐다 하는 거예요. 애써 아무 일 없던 것처럼 생활하고는 있는데 제 속이 썩어 들어가고 있어요. 그 남자가 저에게 잔인한 문자를 보내는 악몽을 계속 꿔서 잠을 잘 수가 없어요.

 

- 법륜스님 : 헤어짐에도 서로 상대에 대한 예의가 있을 겁니다. 이 사람은 그 부분에서 더욱 상처를 받은 것이죠. 남자가 헤어지자는 통보를 문자 메시지로 보낸 행동은 제1의 화살입니다. 그 화살을 맞고 여자분이 오랫동안 울면서 거듭 되돌아보고 마침내 상대 남자에게 전화를 건 것부터는 제2의, 제3의 화살입니다. 처음에 화살을 맞고서 스스로 자신에게 제2, 제3, 제4의 화살을 쏘는 형국이죠. 그 남자가 나를 괴롭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계속 나를 괴롭히고 있거든요. 부처님 경전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제1의 화살을 맞을지언정 제2의 화살, 제3의 화살은 맞지 마라.”

 

 사람이기 때문에 육체적 고통을 피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그 뒤에 따르는 정신적 고통은 수행의 결과에 따라 느낄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마음이 만들어낸 고통은 본래는 없던 실체가 없는 허상이지요. 그런데도 마음의 고통을 느낀다면 제2의 화살을 맞게 되는 셈입니다. 대부분의 사람은 제1의 화살을 맞고는 대처하는 방법이 제2의 화살로도 부족해서 제3의 화살, 제4의 화살을 스스로 맞습니다. 근심과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어서 새로운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 남자가 객관적으로 괜찮아요? 쉽게 말해서 외모는 잘생겼나요?

 

- 질문자 : 겉보기에는 굉장히 젠틀한 모습이에요.


- 법륜스님 : 솔직하게, 겉보기만 그렇다고 하지 말고 그 사람 젠틀하다고 말해야죠. 나를 배신하니까 지금 겉보기에만 젠틀하다고 하나요? 만약 지금도 나와 계속 만나고 있다면 ‘겉보기’라는 말은 안 붙을 것 아니에요? 객관적으로 보기에 잘생긴 편이죠?


- 질문자 : 네, 외모는 남들 보기에 빠지지 않을 정도예요.


- 법륜스님 : 말을 잘합니까, 못합니까?


- 질문자 : 이야기를 재미있게 잘해요.


- 법륜스님 : 외모도 괜찮고, 말재주도 있고. 그럼 직업도 좋은가요?


- 질문자 : 아뇨. 글을 쓰는 사람이라서 수입이 안정적인 편은 못됩니다.


- 법륜스님 : 직업은 좋은가요?


- 질문자 : 아뇨. 수입이 안정적이지 못해요. 사실 그 사람은 성격적으로는 조금 고약한 부분이 있었어요. 한 번 결혼에 실패했던 이유도 아마 그런 성격이 문제였던 것 같아요. 저와 사귈 때 역시 고약한 성질을 부려서 문제가 있었어요. 사실 아이까지 있던 사람인데도 저는 별로 개의치 않았어요. 만날 때는 서로 잘 통하고 얘기도 잘 통한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진짜 허영이 아니었나 그런 생각이 듭니다.
 
- 법륜스님 : 인물이 괜찮고 지적으로 열린 사람이라 대화도 잘 통하는 남자. 그런데 금전적인 부분은 조금 부족하고 거기다가 아이가 딸렸고 성격도 썩 좋은 편은 아닌 상대. 이런 남자는 친구로 사귀기 좋은 남자죠. 결혼 상대자로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생각해보라고 타이를 겁니다. 흔히 말하는 좋은 배우자감은 아니죠. 결혼 생활에서는 생활력도 중요하고, 상대방의 성격도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아이를 키우는 일만 생각해도 쉬운 문제가 아닙니다. 내가 낳은 아이도 속을 썩이고 문제를 일으키는데 전처와의 사이에서 낳은 아이를 잘못 나무라면 계모라 아이를 구박한다는 소리나 듣겠죠. 


 하지만 친구 관계에서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성격이 나빠도 대화를 나누고 사귀기에 그다지 장애가 안 되지 않습니다. 친구사이라면 밥 먹고 차 마실 경제력만 있어도 충분하죠. 아이가 딸린 문제도 친구 사이에서는 문제가 없어요. 둘이 우정을 나누는데 아이가 있고 없고는 별다른 차이가 없으니까요. 


 그 남자와 헤어진 일은 결과적으로 생각하면 굉장히 잘된 일입니다. 남자가 “나는 애도 있지 성격도 나쁘지 돈도 잘 못 벌어. 그러니 네가 만약 나와 결혼을 한다면 살기 힘들 거야.” 라고 말하며 나를 설득한다면 어떨까요? 아마 내 마음은 더욱 그 사람이 좋아지고, 모든 힘든 역경을 극복하고 내 사랑을 이루고 말리라 오기가 생길 겁니다. 주변 사람들이 뜯어말려도 기어코 결혼하고 말았을 겁니다. 


 그 남자는 내 생각보다 나를 더욱 보호해주는 사람이었던 겁니다. 그래서 내가 미련을 버리도록 다른 여자 친구가 생겼다는 말로 확실하게 정을 끊어준 거예요. 이렇게 생각하면 얼마나 마음이 편안합니까. 


 그렇다면 나와 헤어져 준 남자에게 엎드려 절을 해 가며 고마워할 일이지 분노에 잠겨 밤마다 베갯잇을 적실 일이 아닙니다. 오늘부터 108배 절을 하면서

 

‘아무개 씨 당신이 나를 배신해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했는데 바꿔보니까 정말은 나를 사랑해서 미래의 불행을 미리 막기 위해서였군요. 나에게 차갑게 행동했던 것도 지금 아픔을 감수하고 우리의 관계를 정리함으로써 나에게 사랑을 보여준 거였군요. 고맙습니다.’

 

 하면서 100일 동안만 절을 해보세요. 그사이 분노는 사라지고 그 남자가 정말 고맙게 느껴질 거예요.

 

 지나간 인연을 상처로 쌓아두지 말고 귀중한 경험으로, 내 자산으로 만드세요. 내가 그 사람과 사귀었던 5년이라는 시간은 귀중한 내 인생의 추억입니다. 지금 상대를 미워하는 마음에 빠지면 지난 5년은 허송세월로 낭비한 인생이 됩니다. 또한 새로운 사람을 사귈 때도 이 상처가 계속 부작용으로 나타나요. 하지만 ‘내가 사람을 보는 눈이 없어서 완전히 구렁텅이에 빠질 뻔했지. 그런데 그 남자가 먼저 도망간 덕분에 내가 수렁에서 빠져나왔구나!’ 하고 넘기면 앞으로 새로운 사람과 인연을 맺고 연애하고 결혼까지 순탄하게 흘러갈 수 있어요. 


 지난 5년 동안을 경험으로 삼으면 앞으로 만나게 될 새로운 사람과는 훨씬 좋은 관계를 만들 게 분명합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답변을 끝까지 듣고 제 가슴 속에는 뜨거운 전율이 흘렀습니다. 처음에 질문을 들었을 때는 남자친구에 대해 저런 나쁜 놈이 있나 하는 생각에 마구 올라왔는데, 법륜스님의 답변을 듣고 나니 마음이 차분해지면서 감정에 사로잡히면 정말 손해나는 짓만 하게 되는구나 하는 깨우침이 들었습니다. 남자의 이별통보라는 제1의 화살을 맞았을지언정 그것으로 정신적 고통을 계속 일으키는 것은 제2, 제3의 화살을 계속 맞는 것이라는 비유는 정곡을 찔러주는 것 같았습니다. 더 나아가서 오히려 그 남자친구를 고마운 존재로 바라볼 수도 있다는 말씀에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180도 달라지는구나 하는 신선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모든 괴로움이 일체 마음이 일으키는 것이구나 하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시간이었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