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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실천

200명이 식사했는데 음식물쓰레기는 0g

200명이 식사했는데 음식물쓰레기가 0g이 나오는 곳이 있습니다. 저는 매주 수요일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정토회(www.jungto.org)에서 하는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좌를 들으러 갑니다. 강좌가 끝나고 200명의 대중이 점심식사를 하지만 음식물쓰레기는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참 특이한 식사 풍경이지요. 어떻게 그것이 가능할까 의아해하시는 분들은 쭈욱 읽어 내려가시면 “아하!” 하실 겁니다.^^


△ 서울 서초동 정토회. 매주 200명의 대중들이 강좌가 끝나고 식사를 하고 있습니다.

어제(10월26일) 수요일 점심시간이었습니다. 즉문즉설 강좌가 끝나고 법당 안으로 반찬, 국, 밥이 들어옵니다. 200명의 대중들은 2줄씩 마주 보고 앉아서 식사를 시작합니다. 여기까지는 여느 식당에서의 풍경과 별반 다를 것이 없습니다. 그런데, 한 가지 특이한 점은 모두들 김치조각을 한쪽 구석에 남겨둔다는 겁니다. 이 김치 조각에 핵심 기술(ㅋ)이 담겨 있습니다.

밥을 다 먹고 나서 그릇에 물을 붓고 김치조각으로 그릇 구석구석을 닦아 먹는 것입니다. 김치조각으로 뽀드득 뽀드득 그릇을 닦고, 고춧가루가 둥둥 떠다니는 행굼 물을 맛있게(ㅋ) 삼키다 보면 어느새 그릇은 하얗게 깨끗해집니다. 자신이 먹은 그릇을 다시 그릇 담는 박스에 넣으면 식사가 마무리됩니다. 

△ 김치조각으로 닦아먹는 방법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봤습니다.^^ 보시면 좀 거북하실 수도 있는데, 익숙해지면 이렇게 먹는 것이 더 맛있고 지구 환경도 살립니다.ㅎㅎㅎ

놀라운 사실은 이런 식사법으로 밥을 먹으니, 200명이 식사를 했는데도 음식물쓰레기가 하나도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입니다. 처음 온 사람들은 이런 식사법에 많이 당황합니다. 특히 고춧가루 떠다니는 행굼 물 삼키는 것을 가장 힘들어 합니다. 그럴 때마다 이를 극복한 경험자들이 해주는 말이 있습니다.

“어차피 뱃속에 들어가면 섞일 것들인데, 미리 섞어 먹는다고 별반 다를 게 없잖아요. 괜찮아요~ 쭈욱 들이키세요!”

저도 이곳에 처음 왔을 때 이 말을 듣고 좀 황당했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니 정말 말이 되는 얘기더라구요. 어차피 뱃속에서 다 섞일 것들인데 내 마음이 얘네들을 거부하는구나 이렇게 마음을 돌이키고 확 들이켜 버렸더니 아무렇지 않더라구요. 이것이 점점 익숙해지면서 점점 자연스러워졌습니다.^^ 

대중들이 깨끗이 닦아 먹은 그릇들은 모두 부엌으로 가져가서 자원봉사자들이 설거지를 하게 됩니다. 설거지 역시 환경을 살리는 방식으로 이루어집니다. 쌀을 씻을 때 받아둔 쌀뜬물로 설거지를 합니다. 쌀뜬물을 쓰면 세제나 퐁퐁을 쓰는 것보다 훨씬 더 수질오염을 막을 수 있습니다. 더더욱 놀라운 사실은 200개의 그릇을 설거지했는데 행굼물이 너무나 깨끗하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식사 과정에서 김치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먹었기 때문이죠. 이 과정들을 사진으로 좀 더 자세히 보여드릴께요.

 △ 식사가 시작되면 먹을 만큼만 적당량 떠서 먹습니다. 맛 있는 반찬이 나왔다고 많이 덜면 나중에 힘겨운 과정들이 쫓아옵니다.^^
 

△ 남은 김치조각으로 깨끗이 닦아 먹습니다. 고추가루 한 점 남기지 않습니다. 핵심기술인 김치조각을 꼭 기억해 주세요.ㅋㅋㅋ

△ 뽀드득 뽀드득 상쾌합니다. 이렇게 깨끗이 먹으니 설거지 할 게 별로 없습니다.

△ 쌀을 씻을 때 받아둔 쌀뜬물로 설거지를 하면, 세제를 사용할 때 보다 훨씬 더 깨끗한 물을 하수구로 흘려보낼 수 있습니다.^^ 강물아~ 그동안 미안했어.ㅎㅎㅎ

△ 200인분의 그릇을 설거지한 물이라고는 전혀 믿기지 않을 정도. 세수를 해도 되겠군요.ㅋ

△ 설거지가 끝나고, 싱크대에 고인 음식물 찌꺼기들의 무게를 재어 보았습니다. 미세한 찌거기가 조금 나오긴 했지만, 이만하면 0g이라 하기에 충분했습니다.

이곳에서는 지난 10년 동안 이곳을 찾아온 사람들을 위해 이런 식사법을 익힐 수 있도록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해 왔습니다. 그래서 지금은 모든 대중들이 너무나 자연스럽게 김치조각으로 닦아서 먹고 있습니다. 이런 식사법을 ‘빈그릇 운동’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열심히 빈그릇 식사를 마친 이영희님(가정주부, 환경실천 담당자)을 잠깐 인터뷰 해 보았습니다.

- 이런 식사법을 대중들은 많이 불편해 할 것 같은데요?

“처음에는 불편해하시지만 취지를 설명해 드리면 금방 적응을 하십니다. 심지어 본인 뿐만 아니라 가정에 돌아가서 남편과 아이들과도 이런 식사법으로 바꾸십니다. 왜냐하면 이렇게 해보면 정말 좋거든요. 생각보다 힘들지 않고요.
 그리고 한 해 동안 음식물 쓰레기로 버려지는 돈이 15조원입니다. 처리하는 비용만 4000억원이고요. 막대한 금액이 버려지고 있는 것이지요. 우리가 이런 실천을 보급함으로 인해 절약된 돈은 가난한 어린이들에게 영양식을 제공하는데 사용할 수도 있잖아요. 학교, 기업, 군부대에 교육을 나가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동참을 하고 있습니다. ‘나는 음식을 남기지 않겠습니다’라고 약속하는 100만인 서명운동을 받기도 했습니다...”

- 10년 동안 해오셨는데 그동안 어떤 것들을 많이 느끼셨나요?

“지금은 음식물이 너무 풍부하다 보니까 사람들이 별 생각 없이 많은 음식을 버리는 것 같아요.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빈그릇 운동을 동참하면서 음식에 대해 새롭게 생각하게 되는 것 같아요. 감사한 마음을 가장 많이 갖게 되요. 이 음식이 나에게 이르기 까지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게 되는가? 아이들은 편식 습관도 없어지고 음식에 대해 절제하는 마음도 갖게 됩니다. 이 작은 변화가 나중에는 다른 소비 생활도 검소하게 하는 쪽으로 바뀌어갑니다. 단순히 음식물을 안 버리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박한 삶과 나누는 삶으로 확산되어 가는 것을 보면 기쁩니다.”

그리고, 가정에서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가 전체의 53%정도 된다고 하면서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기 위한 6단계를 구체적으로 소개해 주었습니다. 냉장고 같은 곳에 써붙여 놓으면 참 유용할 것 같아요.

1단계. 미리 장을 보기 전에 냉장고를 점검해서 오래 묵혀 두고 있는 것이 없는지 냉장고에 있는 것부터 먼저 조리를 한다. 냉장고에 있는데 또 사게 되는 낭비적인 요소를 줄인다.

2단계. 조리할 때 아예 조리할 양 만큼만 조리한다.

3단계. 적게 덜어서 먹을 만큼만 먹고, 남기지 않습니다. (빈그릇운동은 3번째 단계인 잘 먹기 단계에 해당합니다) 

4단계. 다 먹고 나서 김치조각으로 닦아 먹고, 설거지할 때 쌀뜬물을 써서 수질오염을 막는다.

5단계. 퇴비화 단계. 가정에서는 지렁이 화분을 키워서 음식물을 퇴비화한다. (지렁이들이 음식물을 정말 잘 먹습니다.)

6단계. 퇴비화된 흙을 가지고 화초를 키우고, 집에서 텃밭을 가꿀 수 있습니다.

사실 습관의 문제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음식을 남기는 사람이 항상 남깁니다. 습관을 바꾸는 것이 가장 중요한 것 같습니다. 안 남기려고 하는 의식적인 노력을 계속 해서 나중에 이것이 습관이 되면 안 남기는 것이 자연스러워지는 것이죠. 저 역시 그러했구요.

가정에서는 이것이 실현가능할 것 같은데 그럼 식당에 갔을 때는 어떻게 하느냐 질문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 식당에서는 일방적으로 차려진 음식을 받게 되니까요. 이럴 때는 주문할 때 적게 달라고 미리 얘기를 하는 게 필요합니다. 안 먹는 반찬은 숟가락을 대지 말고 다시 되돌려 드립니다. “아주머니, 이 반찬은 저희 안 먹을께요. 다시 가져가세요.” 이렇게 말이죠. 저의 경험에 비추어 볼 때 이렇게 말씀드리면 음식점 아주머니가 굉장히 좋아합니다. 세상에 요즘 세상에 이런 청년이 다 있냐고 하시면서 계란후라이 하나 더 얹어 주십니다.ㅋㅋㅋ 5명이 밥을 먹으로 갔으면 1인분 정도는 적게 시키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건 음식점 아주머니가 싫어하실 수 있겠네요.^^ 그렇지만 뭐 환경을 생각해서...

고추가루 떠다니는 행굼 물을 마셔야 한다는 불편함 보다는 이렇게 버려지는 음식물이 결국에는 나에게 다시 돌아온다는 생각을 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내 눈 앞에는 안보이지만 결국에는 어느 순간 돌고 돌아 나에게 돌아온다는 순환과정을 알아야 즐거운 실천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냉장고에 있는 것부터 적당량만 조리하게 되면 낭비되는 음식물이 절반은 줄어듭니다. 장 볼 때도 2개 살 것을 1개만 사게 되구요. 이렇게 닦아먹으면 내가 낭비적으로 살고 있지는 않은지 항상 자신의 삶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합니다. 저 같은 경우 음식물쓰레기를 줄이는 과정 하나하나를 통해 제 삶을 돌아보게 되기도 했고, 나라 경제를 살리는 데에도 보탬이 되었고, 굶주리는 어린이들도 생각해보게 해주었던 것 같습니다. 요즘 같은 시대에 이것보다 더 좋은 실천이 있을까 싶습니다. 여러분도 한 번 실천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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