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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노희경, 바람피운 아버지 이해하게 된 건...

홍대 앞에서 열린 노희경 작가님의 초청강연회에 갔다가 운좋게 노희경 작가님을 인터뷰 할 수 있었습니다. 노희경 작가님은 얼마전 연극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연극열전)의 공연 수익금 전액과 대본집 인세액 전액을 제3세계 어린이돕기에 기부해 사람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했었죠. 요즘은 하루하루를 각종 초청 강연으로 눈코틀새 없이 바쁘게 지내시고 계셔서... 어렵사리 만났습니다.

인간을 잊지 않는 작가, 인간의 진정성에 도전하고 늘 새로움을 추구하는, 항상 작품을 통해 가족과 사랑에 대한 따듯한 성찰을 보여주는 노희경 작가에게 “어려운 시대를 살아가는 삶의 지혜”에 대해 물어보았습니다.

질문 : 너무 바쁘신 것 같은데, 만나 뵙기가 참 힘듭니다. 요즘 어떻게 지내시나요?

드라마가 끝났다고 관계된 일들이 모두 끝난 것이 아니예요. 드라마에 대한 평가들이 진행되어야 하고, 제 자신도 정리할 것들이 생깁니다. 요즘 책을 출간한 이후에는 강연회와 펜미팅이 계속 연이어 있었어요. 차기 작품에 대한 컨셉도 지금 이 시기에 잡아 놓아야 하거든요. 그러니 저러니 하다 보니 과로를 하고 있는 것 같아요. 아주 할 일이 많습니다.(웃음)

질문 : 인터넷은 자주 하시나요?

거의 못해요. 메일 확인할 때만 Daum에 들어가 보는 게 전부입니다. 마음 공부하는 모임 Daum 까페에 일주일에 3~4번 들어갔다 나오는 정도입니다.

질문 : 오늘 인터뷰한 글을 Daum view를 이용하는 네티즌들이 많이 읽게 될 겁니다. 평소에 네티즌들에 대해 갖고 있는 생각이 있으신지요?

조금 어렵고 무섭다가도... 가끔은 든든하고 그럽니다. 지난번에 팔레스타인 가자 지구 어린이 돕기 모금 청원을 하는 것처럼 좋은 사안이 있을 때는 정말 감동스러워요.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참 많구나 느끼죠. 이럴 때는 감동스럽다가... 가끔 악플들을 읽을 때는 너무 무섭다가... 왔다갔다 하는 것 같아요.

질문 : 작년에 책 출판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셨는데... 혹시 인터넷을 통해 에세이나 글을 연재할 생각이 있으신지요? 정말 인기가 많을 것 같은데...

안한다는 말은 못하겠어요. 사람이 계속 변하더라구요. 저도 책을 출판할 줄은 생각도 못해봤는데, 상황이 주어지니까 책을 내게 되더라구요. 앞으로도 어떻게 될지 모르죠. ^^(웃음)

질문 : <사랑하지 않는 자, 모두 유죄>라는 에세이 집을 읽어 보면 바람피운 아버지를 받아들이기 힘드셨다는데 어떻게 아버지와 화해하게 되었는지요? 또 매일 108배를 하시면서 아버지께 참회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하셨는데 108배가 어떻게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바람피운 아버지를 이해하는 것은 자식 입장에서 무척 힘든 일이예요. 내가 바람피운 것은 얼마든지 이해가 잘 되지만, 아버지가 바람피운 것은 절대 이해가 안되죠. 그 모순을 알게 되었어요.

30대 초반에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나를 관찰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어요. 어.. 이상하다. 나도 이 사람 저 사람 바꿔가면 사귀어 봤는데, 정작 나에 대해서는 "나는 결혼하지 않았잖아, 나는 자식이 없잖아" 하면서 면죄부를 주고 있었어요. . 하지만, 아버지에 대해서는 그러지 못했어요... 이것에 대해 내 스스로 모순이 있다는 것을 느꼈어요.

실제로 글 속에서도 제가 불륜에 대해 썼거든요. 드라마 속에서는 남자의 그럴 수 밖에 없는 입장, 불륜을 같이 행한 상대 여자의 그럴 수 밖에 없는 입장을 그려내면서도, 정작 내 아버지와 내 어머니에게는 철저한 도덕적 규율 적용시키고 있었던 거예요.

그러다가 스스로 던진 질문이 있었어요.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 혹독하게 질문 했어요. 내가 가족들과 많이 다투기는 해도, 저 밑바닥에는 사랑이 흐르는 그런 관계를 정말 원했더라구요. 그 핵심에는 아버지가 계셨죠.

그렇지만 아버지가 한 순간에 이해가 되겠어요? 그래서 108배를 통해서 하루에 108번을 질문했어요.

“아버지 감사합니다” 되내이면서, “뭐가 감사한데?” 질문하는 겁니다.

“뭐가 감사하지? 돈도 안벌어다 주시면서...” 그러면 다시 역질문을 하는 거예요.

“돈을 벌어다 주어야 아버지가 감사한 거냐? 니가 그렇게 돈을 가지고 부모의 가치를 평가했느냐?”

이렇게 매일 절하며 108번 질문을 던집니다.

“아버지가 바람 피웠잖아? 그니까 이해가 안되지” 이러다가도...

“너는 그러면서 드라마 속에 나오는 아버지들은 어떻게 그렇게 이해를 잘 하니?”

이런 질문들을 계속 했어요.

그 때는 엄마를 포장하고 싶었고, 우리 엄마는 완벽한 사람인데, 아버지는 이상한 사람이라고 매도하고 싶었거든요. 부모님으로서의 엄마는 나에게 정말 훌륭했지만, 여자로서의 엄마는 아버지에게 정말 별로였다는 것을 뒤늦게 알게 되었죠. 아버지는 유머도 많고, 잘 생겼고, 얘기도 잘했지만, 어머니는 유머도 모르고, 얘기도 잘 못하고, 매력 없는 사람이었거든요. 그런 것들을 질문 속에서 알아가게 된 것이죠.

그런데 그게 하루 108배를 했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 같아요. 혼자 가만히 앉아 있으면 108번씩 질문이 안되요. 그런데 108배를 하면 108번 질문을 하게 되요. 108배는 곧 질문인 것 같아요.

“겸손 하겠습니다” 라며 절을 할 때도,

“겸손하다고? 겸손한 사람이 자기가 겸손하다고 이야기하는 것 봤어?”

뭐 이런 식으로.. 계속 질문을 던지는 거죠. 나와 철저하게 대면하는 시간으로 108배를 합니다.

요즘은 내가 가지고 있던 모순들을 보게 된 후, 아버지에 대해 감사함 많이 느끼고 있어요. 아버지의 존재 자체가 정말 감사해요. 내 스스로 답을 찾아가다 보니, 아버지가 있는 그대로 보였던 것이죠.

질문 : 마지막으로 요즘 경제 위기로 모두가 힘들다고 아우성입니다. 자살로 인한 사망이 교통사고로 인한 사망보다 1.5배나 더 많아졌다고 합니다. 경제 위기, 어렵고 힘든 시기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힘이 되는 말씀 부탁드립니다.

가장 큰 문제는 희망을 잃어버리는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잃어버리는 것 같아요. 특히 젊은 친구들은 나의 가능성에 대해 함부로 단정짓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내가 어떤 사람이 될 지 아무도 몰라요.

지금 이 힘든 시기를 뛰어넘을 수 없다고 지레 짐작하고 멈추지 말았으면 해요. 부모와의 갈등, 사회 속에서의 자기 역할... 이런 것들도, 지금 잘 안되는 것 뿐이예요. 불가능하다고 스스로 한정짓지 말았으면 좋겠어요. 그 누구도 나의 가능성에 대해 단정할 수 없듯이, 나 역시도 나의 가능성에 대해 단정해서는 안됩니다. 우리는 분명 존재 이유가 있고, 그 이유를 잘 찾아냈을 때 세상의 빛도 될 수 있습니다.

질문 : 질문할 게 정말 많은데... 시간이 더 되시나요?

곧바로 강연이 있어서요. 오늘 저녁 7시30분에 서초동 평화재단 2층 강의장에서 젊은이들과 인터넷 생중계로 강의가 있어요. 이번에 Daum TV팟에서 동영상으로 생중계 한다고 하던데...  못다한 이야기는 TV팟 생중계 코너로 클릭해 오셔서 함께해 주세요.

짧은 인터뷰였지만, 마음이 촉촉이 적셔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상대를 이해하려고 노력하기 보다는, 나의 행동을 먼저 살펴본다는 말씀에, 늘 남을 탓하던 제 모습을 돌아봤습니다. 자신을 돌아보기 위해 하루에 108번 질문한다는 말씀에, 뭐든지 단박에 안되면 금방 포기해 버리는 저의 안일함을 돌아봤습니다. 자신의 가능성에 대한 희망을 결코 놓치지 말라는 말씀에, 움추린 가슴을 활짝 펴보게 되었습니다.

덧붙여.

청년 실업으로 방황하고 있는 20대 30대들에게 희망과 꿈을 들려주기 위해 노희경 작가님, 강경란 PD님, 윤명철 교수님, 시골의사 박경철님, 정토회 법륜스님을 한자리에 모시고, 함께 이야기하는 대화마당이 열린다고 합니다.
 
서울 서초동에 있는 평화재단 강당(지하철 3호선 남부터미널역 하차 500미터)에서 열린다고 하니, 직접 들으실 분들은 참가 신청을 권합니다. 물론 저도 들으러 가지요. 자세한 내용은 아래 내용 참고하세요. 

* 강좌 신청 문의 : 백흥미 02-6925-0522 / 016-552-2937
  참가 신청하는 곳 : [클릭]
  강좌 동영상 보러가기 :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