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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안철수 진단, 한국사회의 문제점과 해결책

전국 25개 도시를 순회하고 있는 안철수와 박경철의 청춘콘서트. 매 회마다 수 천명의 신청자가 몰려 인기 절정을 달리고 있는데요. 그 뒤에는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노고가 숨어 있습니다. 희망서포터즈라고 불리우는 자원봉사자들은 실제 행사장에서는 무대 뒤에서 실무를 도맡아 하느라 정작 강연을 함께 듣지 못합니다. 이런 봉사자들의 노고를 격려하며 그동안 봉사 하느라 강연을 듣지 못한 희망서포터즈들을 위해 안철수 교수가 무료 강연을 선물했습니다. 오늘은 그 두 번째 이야기입니다. 지난 포스팅에서는 청년들에게 남들이 한 것을 쫓아가는 추격자가 되지 말고, 도전하는 퍼스트 무버가 되라는 메시지를 전했지요. 오늘은 개인의 문제를 넘어서서 한국사회의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해결책에 대해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었습니다.

- 대기업 위주의 산업구조의 문제점에 대해 자세히 이야기해 달라.
 
- 대기업위주의 산업구조의 문제는 동물원이라 비유 했었다. 삼성과 애플의 차이점은 애플은 생태계를 만드는데 삼성은 동물원을 만든다. 두 달 전에 실리콘에 출장을 갔는데 구글 사람을 만났다. 새로운 사업을 하기 위해 기획을 하다 보니 이미 그쪽 일을 하는 벤처기업이 있었는데 그쪽 분야가 정말 중요해서 중요인력을 투입했는데도 불구하고 결국 벤처기업에 졌다고 하더라. 그래서 1조원을 주고 인수했다고 한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이런 경우 대기업에서 독점계약과 같은 불공정계약을 맺는다. 처음 기업을 만든 사람 입장에서는 대기업에 납품을 하는 순간 동물원에 들어가게 되는 거다. 첫해는 잘 얻어먹는다. 둘째 해부터 결국 인건비를 제외한 최소한의 이익만 남기도록 돌려받는다. 그럼 그때부터는 새로운 사람을 못 뽑는다. 그럼 인력파견업체 수준의 대가 밖에 못 받게 된다. 그러다가 명맥만 유지하다가 죽는다. 한국은 그런 구조다. 왜냐하면 그게 제일 싸게 비용이 들기 때문이다. 국가에서 공정하게 경쟁을 관리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아서 이렇게 되는 것이다.

반면 애플이나 구글로 대표되는 곳은 생태계를 만든다는 점이다. 애플의 특징은 휴대폰 판매와 더불어 그와 연계된 수많은 앱을 만드는 회사들이 있다는 것이다. 자발적인 연합군 세력이 형성이 된다. 예전에는 개별 기업끼리 싸움이었는데 요즘은 연합군들의 싸움이다. 애플이 무서운 게 애플 하고만 싸우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애플을 지원하는 무수한 연합군들이 애플을 지원하면서 몰려오는 것이다. 우리나라 대기업 하나로는 이를 못 버틴다. 동물원 구조가 되다보니 대기업도 경쟁력이 떨어지고, 중소기업들도 투자여력이 떨어져서 더 이상 고용창출을 못한다. 그리고 창업과도 연결이 안 된다. 이런 구조들 때문에 새로운 싹들이 크지 못하고 죽어서 창업이 안 일어난다.

- 동물원 구조가 일자리 부족과 어떤 연관이 있는가?

- 우리나라 전체 일자리를 보면 대기업에서 200만개, 공무원이 100만개, 두 개 합치면 300만개 정도다. 우리나라 전체 인구가 5천만이 좀 넘으니까 전체가 필요한 일자리는 대강 절반이하로 보면 2천 3백만개 정도다. 안정적인 300만개를 빼면 나머지 2천만개의 부족한 일자리는 대기업의 독식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볼 수 있다. 이런 구조 때문에 청년들 일자리가 없는 것이다.

사태를 더 악화시킨 것은 MB정부 들어서면서 트리클다운 이펙트, 빗방울이 똑똑 떨어진다는 주장이다. 대기업을 도와주면 그 혜택이 중소기업으로 자동적으로 간다는 것인데, 그 주장이 안 맞는 이유는 지금 대부분의 대기업 주식을 외국인이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일단 대기업들이 엄청나게 돈을 벌면 그 많은 돈들이 다 외국으로 빠져나간다. 지금 현재 대기업들이 거래하고 있는 중소기업들도 대부분 일본과 중국, 대만의 중소기업이다. 한국의 중소기업들과는 상관관계가 적다. 지금과 같이 바뀐 구조에서 수십년 전 패러다임에 사로잡혀 대기업을 지원해주면 대기업의 이익과 배당금도 외국으로 새나가고, 거래하는 중소기업도 외국 기업들이라 실제로 혜택 받는 사람들은 극소수에 지나지 않게 된다. 그럼 우리나라 세금을 엉뚱한데 쏟아 붓는 건데... 이런 게 심각한 문제다.

- 국가가 감시를 안 해서 생기는 측면도 큰 것 같은데...

- 감시를 안 하다 보니까 공식적인 도둑질이 일어난다. 대표적인 예로, 어떤 대기업은 지분 중 3%만 대기업회장 지분이고, 97%가 다른 사람들의 지분이다. 그런데 대기업 회장은 이걸 자기 것처럼 쓰고 있다. 더 심각한 문제는 3%만 자기 재산임에도 불구하고 이 회사의 재산을 전부 자기 것으로 빼돌리는 간단한 방법이 있다는 것이다. 회사를 밖에 하나 더 만든다. 새로운 회사는 회장이 100% 지분을 갖고 있다. 기존 대기업의 모든 거래를 회장이 100% 새로 소유한 회사에 다 몰아주고 일반적으로 살 수 있는 가격보다 더 높은 가격으로 거래해 준다. 새로운 회사는 가만히 앉아서 돈을 버는 거다. 이게 왜 도둑질이냐면 3%만 회장의 재산인데 나머지 97%의 주주들의 동의 없이 이 돈을 다른 회사로 빼돌리기 때문이다. 새로 만든 회사가 자녀들이 가진 회사라면 상속세 하나도 안 내고 부를 물려주는 것이 된다. 즉 상속세를 피해가는 편법이다. 정부는 이런 것을 막는 일을 전혀 안하고 있다.

- 세금으로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지 않은가.

- 세금은 빈부격차를 해소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하나의 사회에서 운명공동체로 같이 살면서 기회를 못 가진 사람들이 사회의 보호를 받도록 해야 한다. 사회로부터 혜택을 많이 받아 온 사람들이 내는 세금을 통해 못 사는 사람들을 보호해 주는 게 조세 정의다.

어느 사회에서 조세정의가 일어나는지 볼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간접세 비율이 몇 %인지 보는 것이다. 세금은 두 종류가 있다. 직접세와 간접세. 직접세는 자신이 번만큼 세금을 많이 내는 것이고, 간접세는 부자든 가난한 사람이든 상관없이 똑같이 세금을 내는 것이다. 예를 들면 부가가치세 같은 게 있다. 이건 다 똑같이 내는 거다. 조세정의를 한다고 하면 직접세가 높아야 맞는 거다. 선진국 같은 경우 보통 직접세가 80,90%이고 나머지 간접세가 10,20%다. 우리나라는 간접세가 더 많다. 직접세가 반도 안 된다. 지금 세수가 부족한데 그나마 지금 있는 세금 중에서 절반 이상이 누구나 똑같이 내는 세금으로 채워져 있다. 간접세를 가급적 줄이거나 또는 직접세 비율을 현실화시키면 복지에 쓸 수 있는 재정을 많이 충당할 수 있다.

- 모든 것을 결과 위주로만 보고 과정을 평가하지 않는다고 지적하셨다.
 
- 과정에 대한 평가가 없는 것이 한국사회의 후진성을 반영하는 것 같다. 과정 위주의 정당한 평가에 무게를 두는 인식전환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키는 요인들은 무엇인가?

- 이런 근본적인 문제들을 악화시키는 요인이 세 가지 정도 있는 거 같다. 그중 하나가 이념논쟁이다. 이것은 아무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 거다. 두 번째는 제너럴 리스트의 득세다. 어느 분야든 스페셜 리스트가 인정받는 사회가 제대로 된 사회다. 세 번째는 우리나라의 법 제도적인 문제와 조세 제도적인 문제다. 이 세 가지가 상황을 악화시킨다.

- 제너럴리스트의 득세라 하면 무엇을 말하는가?

- 제너럴리스트의 득세에 대해서는 실리콘 밸리에서 느낀 게 있는데, 미국은 20명이 2조원을 다루고 한국은 200명이 2천억을 다룬다. 차이가 뭘까? 근본적인 차이는 미국에서는 의사결정자가 전문가라는 점이다. 누구의 간섭 없이 그 자리에서 결정하니까 사람도 많이 필요 없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비전문가가 의사결정권을 갖고 있다. 비전문가는 똑똑한 박사들을 고용하고 그들이 작성한 보고서 중 요약본만 보고 결정한다. 그러다보니 제대로 결정도 못하고 사람도 많이 필요하다. 선진사회로 갈수록 전문가가 결정권을 가져야 사회가 제대로 되는 건데, 한국사회에서 전문가는 밑에서 지원하는 역할만 하고 비전문가가 결정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니까 제너럴리스트가 득세하는 건 이제 그만해야 한다.

- 법과 조세 등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제도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제일 간단한 방법은 지금 있는 법만 잘 집행하면 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불공정거래 관행을 해결하기 위해 공정거래위원회가 있다. 다 제도가 마련되어 있다. 그런데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에는 고발할 수 없고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만 할 수 있게 되어있다. 그렇지만, 공정거래위원회는 신고만 받고 고발을 안 한다. 고발을 안 하고 계속 정보만 갖고 있다. 그러다 보면 비밀이 새어 나가서 고발한 중소기업이 피해를 보게 된다. 그걸 바라본 다른 중소기업들은 절대 고발을 안 하게 된다. 그러니 기존의 제도를 제대로 운용하기만 하면 된다.

또 하나는 모든 정책적 수단을 총동원해서 고용창출에 인센티브를 주면 된다. 그리고 조세제도도 직접세를 많이 내고 간접세를 줄이면 된다. 다 문제에 대한 방안이 있는데 단지 의지가 없어서 실행을 안 할 따름이다.

- 청년들을 위해 격려와 응원의 말씀 부탁드린다.

- 불똥이 튀어서 자기 발에 붙었는데 날아오는 불똥만 계속 끄다 보면 다른 불똥이 또 옷에 묻고 결국 타죽게 된다. 오히려 처음 불똥이 발등에 떨어졌을 때 당장 아픈 발등보다 어디서 불똥이 왔는지 찾아보고 그곳을 향해 물을 쏟아 부으면 근원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어쩌면 이게 청춘콘서트에서 저의 생각이 담겨있는 비유이기도 하다. 어려운 때일수록 개인도 자신의 해답을 찾기 위해 노력을 해야겠지만, 결국은 근본적인 원인을 향해 함께 나아가야지만 불을 끌 수 있다. 공동으로 문제를 인식하고 사회문제를 점진적으로 해결해 나가면 사회구조도 서서히 바뀔 것이다. 바뀌기만 기다리면서 불평하는 것은 안 좋은 것 같다. 불평하면 인생 낭비고 불평할 시간에 자기가 살아남고 행복하게 살기 위해 나름대로 각자 해결방법을 찾아서 열심히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청년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집니다. 한국사회의 가장 큰 구조적인 문제점이 무엇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구체적인 대안까지 조목조목 이야기해 주어서 너무나 명쾌했습니다. 항상 올바른 가치를 추구하며 살아왔고, 불이익을 감수하면서도 쓴 소리를 마다하지 않는 안철수 다운 심플 명료한 답변이어서 더욱 시원했습니다. 모두가 함께 행복한 사회가 되어야 한다는 올곧은 신념이 깊이있게 다가왔고 그래서 더 큰 감동을 주었던 것 같습니다. 문제점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회적 공감대를 먼저 형성해야 한다는 말씀에 좋았지만, 무엇보다 “불평만 하면 인생의 낭비다, 각자의 해결방법을 찾아가는 노력도 함께 병행해야 한다”는 마지막 당부가 가장 가슴에 남습니다. ‘나 하나 쯤이야 괜찮겠지’가 아닌 ‘나로부터 시작하는 세상의 변화’ 말이죠. 청춘콘서트로부터 시작된 '안철수식 사회변화'가 벌써부터 기대되어 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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