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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청춘콘서트 박웅현, 창의성에 대해 불꽃 대담

어제는 안철수와 박경철의 토크강연 ‘청춘콘서트’가 원주에서 열렸습니다. 원주시청 백운아트홀 앞은 청춘콘서트를 듣고자 모인 1200여명의 원주시민들로 북적거렸습니다.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표가 매진되어 저도 하는 수없이 통로에 비좁게 앉아서 들었습니다. 원주에서는 초대 손님으로 광고계의 본좌 박웅현님(크리에이티브 디렉터)이 나왔습니다. 그는 유행어가 됐던 '당신의 피로회복제'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사람을 향합니다’ 등의 카피를 만든 '광고쟁이'입니다. 젊은이들이 어떻게 창의성을 발현할 수 있는지 세 사람의 불꽃 튀는 대담 내용에 청중들 모두 쓰러졌습니다.^^

- 박경철 : 광고하는 사람들은 날 때부터 틀린가.

- 박웅현 : 자라오는 과정이 다르다. 공부만 너무 잘 해도 안 된다. 공부만 잘하는 사람들은 다른 분야에 대한 관심이 적다. 학교 다닐 때 공부는 못하지만 야구 좋아하고 영화 좋아하는 친구들이 창의적인 일을 잘하더라. 여러 분야에 감정이입을 해 보았기 때문이다. 감정이입을 통한 간접경험을 많이 해보면 훨씬 창의적이 된다.

- 박경철 : 요즘 젊은이들은 스펙 경쟁에 목을 메단다.

- 박웅현 : 스펙은 사람을 가장 손쉽게 판단하는 가장 기본적인 데이터일 뿐이다. 기업들이 게을러서 그렇다. 다 살펴보기가 귀찮으니까. 스펙을 본다는 것은 평범한 사람을 뽑는다는 것이다. 똑같은 차를 타고 똑같은 옷을 입고 창의성을 이야기한다. 제가 만든 광고 중에 이런 카피가 있다. “다르다고 틀린 건 아니잖아. 나 답게 생각해봐. 너는 왜 상자 밖에 있니.” 답은 여러 개인데, 너무 한군데에서만 찾으려 한다. 늘 하던 대로 하면서 늘 새로운 것을 원한다. 계속 똑같은 일을 하게 되는 이유는 두렵기 때문이다. 다름에 대한 인정이 가장 중요하다.

- 안철수 : 직원들 뽑을 때 스펙 말고 어떤 기준으로 뽑는가?

- 박웅현 : 그 사람이 어떤 과정을 살아왔나 본다. 어떤 음악과 어떤 그림을 보면서 감동을 받아봤는지, 책을 읽으며 소름을 돋아본 사람들을 뽑고 싶다.

- 박경철 : 감수성을 기르는 방법 중에는 어떤 것이 있는가?

- 박웅현 : 우리는 주변을 너무 무시하는 것 같다. 주변에 모든 선생이 있다. 책을 많이 읽는 친구도 있고, 미술을 잘 아는 친구가 있고, 주변의 친구들이 바로 무기다. 죽기 전에 들어야 할 100곡이나 서울대 추천도서 100권에서는 답이 안 나온다. 책과 사람과의 인터액션이 있어야 한다. 내 삶의 감정곡선과 연결되어야 의미 있게 다가오는 것이다. 주변사람들을 통해 감수성을 많이 얻는다.

- 안철수 : 소셜네트워크를 이야기하는 것 같다. 예전에는 내가 검색창에서 직접 찾아보지 않으면 나에게 도움이 되는 정보인데도 불구하고 나와 연결이 안 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소셜네트워크를 통해서 정보와 내가 운명처럼 만난다. 네트워크를 통해 꼭 필요한 정보들과 연결되어 그 사람의 인생이 달라질 수 있는 것이 소셜네트워크의 힘인 것 같다.

- 박경철 : 젊은 청춘들은 각자의 끼가 있다. 자칫 그 끼들이 좌충우돌 할 수 있다. 청년들에게 끼에 대한 조언을 한다면?

- 박웅현 : 답은 안에 있다. 답은 이 자리에 있다. 끼가 다 있을 것이다. 대학생들에게 수업할 때 첫강의 시간에 칠판에 ‘모든 사람은 뇌관이 발견되지 않은 폭탄이다’ 라고 적는다. 각자의 뇌관을 발견하지 못해 뇌관이 다 묻혀 있다. 어떤 사람은 생각을 잘하고, 어떤 사람은 기계를 잘 다루고, 다 다르다. 다양하지만 각자의 그 길 속에 답이 있다는 확신이 중요한 것 같다. 답은 저기에 있다고 생각하니까 계속 방황하는 것이다. 저기에 있는 답은 내 답이 아니다. 그래서 개처럼 살아야 한다. 개들은 밥 먹을 때 밥만 먹는다. 묵묵히 자신의 밥 먹으면서 ‘어제 내가 꼬리치기가 서툴렀어’ 생각하지 않는다. 나를 들여다보고 현재에 집중한다.

- 박경철 : 창의성에 대해 정의를 한다면?

- 박웅현 : 창의성은 발견이다.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다만 새로운 조합이 있을 뿐이다. 있는 것들을 발견해 내는 것이다. 시도 대부분 발견이다. 도종환 선생의 담쟁이라는 시가 있다. 저는 담쟁이를 보고 ‘우와 이쁘다’ 이게 끝이었는데, 도종환 선생은 발견을 해냈다. 창의성은 들여다보는 발견 같다.

- 안철수 : 랜드포시가 쓴 ‘마지막 강의’라는 책에 벽 이야기가 나온다. 인생을 살다 보면 커다란 벽이 나와서 자신을 탕 때릴 때가 있다. 벽이 있는 이유는 얼마나 내가 그걸 간절히 원하는지 증명을 하기 위해서다. 그 사람을 좌절 시키려고 벽이 있는 게 아니다. 이런 것도 창의성이다.

- 박경철 : 융합 부분도 그런 영역에 속하는가?

- 안철수 : 지식이 별로 없을 때는 현상을 해석하기가 힘드니까 부분적으로 나누어서 일부만 바라보았다. 모든 세상 만사가 3차원인데 한 차원만 바라본 것이다. 다른 차원도 같이 보자는 것이 융합이다. 학문이 발달하고 이제 더 이상 새로운 영역이 나오지 않는 한계도 원인이다. 그래서 경계선으로 옮겨갔다. 그곳에 새로운 영역이 많이 생기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나 영화를 볼 때 창의력을 가진 사람들은 어느 날 번쩍 아이디어를 내는 것으로 나온다. 실제로는 굉장히 긴 시간 동안 점진적으로 여러 가지 시행착오들을 거쳐서 발견되는 것이 창의성이다.

- 박경철 : 창의성은 영화에서 나오는 것처럼 번쩍 나타나는 것인가.

- 박웅현 : 그런 경우가 있다고 하더라도 절박함이라는 전제가 있어야 한다. 그리고 사전 스터디가 되어 있어야 한다. 뉴턴이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견한 이유는 사과가 떨어진 것을 우연이 보고 별견한 것이 아니다. 평소에 고민을 많이 한 것이다. 임계점에 도달한 상황에서 나오는 것이다. 저도 광고하면서 ‘이거 대단한 아이디어다’ 라는 것은 한번도 없었다. 계속 의견을 모으고 가랑비에 옷 젓듯이 아이디어를 합쳐갈 때 ‘사람을 향합니다’라는 카피가 나온 것이다. 마치 여러 가지가 조합되어 건져 올리는 낚시 같다. 창의성은 내 안에 있다.

- 박경철 : 창의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 박웅현 : 내가 어떤 감동을 받았는지 기억해라. 음악을 듣고 좋았으면 왜 좋은지 저장을 해놓으면 좋겠다. 제일 좋은 건 직접 경험하는 것. 하지만 간접경험도 좋다. 대부분 책 속에 자신의 생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를 해 놓았기에 책 속의 인물들에 감정이입을 해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 박경철 : 창의성에 대해 즉석에서 10분 특강을 요청 드린다. 

- 박웅현 : 시이불견 청이불문. 시청만 하고 견문을 하지 않는다. 창의성은 견문을 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들여다봐야 한다. 답은 지금 여기 이곳에 있다. 현장에 답이 있다. 모든 광고의 모티브는 길거리에서 나왔다. 견문했느냐 여기에서 창의성은 건지는 것이다. 김훈의 ‘자전거여행’을 보면 된장찌개를 먹을 때의 삼각관계가 나온다. 된장과 냉이가 서로 맛을 보이려고 노력한다. 이 둘을 서로 화해시키는 것은 국물이다. 국물 속에는 된장맛과 냉이맛이 모두 녹아나 있다. 니가 창의적이 되고 싶으면 말로 그림을 그려라고 한다. 헬렌 켈러가 그랬다. 자기가 대학 총장이라면 필수과목으로 ‘눈을 쓰는 방법’을 넣겠다고. 눈 뜬 당신들 아무것도 못 보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늘 볼 수 있으니까 오히려 더 안 보는 것이다. 우리가 못 본다는 생각을 할 수 있으면 더 많이 볼 수 있을 것이다. 답은 여기에 있다. 우리가 눈만 갖자.


- 문자질문 : 죽도록 힘든 기억이 있는가?

- 박웅현 : 있었다. 안 그런 사람 어디 있는가? 견디는 것이다. 왕도가 없다. 그냥 눈 맞고 비바람 맞고 살아가는 거다. 피하지 말고 꾀 부리지 말고 견디는 수밖에 없다.

- 문자질문 : 내일 수십억짜리 프로젝트를 광고주에게 PT 해야하는 중대한 일이 생겼음에도 약속을 지킨다며 귀중한 시간을 할애하여 원주까지 와주셨다. 이 자리에 참석하신 게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는가.

- 박웅현 : 최선의 선택이죠. 저쪽은 새롭지 않고 이쪽은 새롭다. 새로운 것을 보고 싶었다. 옳은 선택이란 세상에 없다. 선택을 하고 옳게 만드는 과정이 있다. 여기 오는 과정을 옳게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 문자질문 : 어떤 인생의 목표를 갖고 살아가시는가?

- 박웅현 : 저는 개처럼 사는 것이 목표다. 현재에 충실하고 싶다. 순간 순간을 온전히 즐기고 싶다. 카르페디엠, 그게 제 인생철학이다. 삶의 태도를 많이 배운다. 인생을 살면서 제일 중요한 것이 호학이다. 호학하는 사람들이 가장 행복하다. 오늘도 1000명의 호학 정신을 배우고 간다.

▲ 불꽃 대담이 끝나고 행사를 위해 수고한 자원봉사자들에게 격려의 말을 전하는 박웅현씨.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집니다. 대담이 불꽃 튀듯이 너무나 스피드하고 흥미롭게 진행되어서 어느새 2시간이 훌쩍 지나가 버렸습니다. 창의성은 내 안에 있다.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다.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들여다보고 새로운 조합을 발견하는 것이다. 밖에서 구하려고 하기 때문에 헤매이게 되는데 지금 여기 이곳에 항상 창의성은 존재한다는 말씀이 가슴 속에 깊이 남습니다. 2시간 동안 강의만 들었는데도 제 머리가 무척 유연해진 기분이 들더군요. 박웅현씨를 멀리서 보았을 때는 머리가 시원시원하셔서 무척 젊어보였는데, 사진을 찍으려고 가까이서 보니까 오히려 안철수, 박경철씨 보다 연세가 많으신 것 같더라구요. 저 연세에도 저렇게 젊고 유연한 사고를 하신다는 게 더 대단해 보였습니다. 인생 철학이 '개처럼 살자' 이신데, 개는 뭘 할때 딴 생각을 안 한다는 몰입의 비유도 마음에 크게 와닿았습니다. 게다가 내일 정말 중요한 PT발표가 있으심에도 불구하고 청춘들을 위해 소중한 시간을 무료로 할애해 주심에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청춘들이 외롭다고 하소연 하는데, 이런 분들이 있는데 뭐가 외롭다는 겁니까. 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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