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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안철수와 박경철이 묻다 “법륜스님, 왜 통일인가?”

안철수와 박경철의 전국 25개 도시 토크강연 “청춘콘서트”가 어제 수원시에 도착했습니다. 수원 문화의전당 대극장을 가득 메운 2000명의 수원시민들은 멘토들이 쏟아내는 격려와 응원의 메시지에 2시간이 넘도록 숨죽이며 깊이 빨려 들어갔습니다. 특히 초대손님으로 법륜스님이 초청되어 평소 관심 갖지 못한 인도적 지원과 통일문제에 대해 깊이 있는 이야기를 들려주어 더욱 뜻깊었습니다. 법륜스님은 95년 북한의 식량난을 접한 이후 15년간 북한문제에 관심을 갖고 통일에 대해 연구해 온 우리 사회에서 통일에 관한 가장 신뢰받는 명사이지요. 안철수와 박경철이 법륜스님에게 물었습니다. 지금 왜 통일인가?

- 박경철 : 저희들 입장에서는 항상 멘토와 구루의 입장에서 법륜스님을 모시고 이야기를 듣고 있다. 처음 만났을 때 “박원장 많이 바빠 보인다. 그렇게 바쁘게 사는데 삶의 주인으로 사는 건 하루 중에 얼마나 되는가?” 물어보셨다. 저에겐 큰 충격이었고 지금까지도 화두가 되어 있다. 주인으로 산다는 것이 무엇인가?

- 법륜스님 : 주인으로 사는 건 어려운 것 같다. 친구들이 대학 가니까 따라가고, 취직하니까 취직하고, 결혼하니까 결혼하고, 가을바람에 낙엽이 휘날리듯이 산다. 자기가 날아가는 것 같지만 바람에 의해서 날려지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성공했다는 사람들도 어느 순간 자기를 돌아봤을 때 정작 자기의 삶이 없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허망함에 빠지지 않는가. 인생의 행복은 돈이나 지식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얼마나 자기가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가느냐 에서 나온다. 자신의 두 발로 서 있느냐. 자기 눈으로 세상을 보고 있느냐. 아니면 남이 정해놓은 방향을 따라 가는가. 이런 점에서 자기의 두 눈으로 세상을 살아가야 하지 않느냐. 요즘은 너무 남을 의식하며 살아가는 것 같다. 지위가 어떠냐, 외모가 어떠냐, 돈이 많느냐 이런 것에 너무 얽매여 있다 보니까 자기를 잃어버리지 않는가. 혹시나 박원장도 인기가 있고 명예도 있고 하니까 휩쓸려 사는 것 아닌가 물어본 것이었다.

- 박경철 : 사실 스님은 ‘스님의 주례사’라는 책을 내신 베스트셀러 작가다. 다 좋은데 세상에 자신이 경험도 해보지 않고 가르침을 준다는 것이 가능한 건가? (웃음) 결혼한 제가 스님에게 결혼이란 이런 것이라고 말씀드릴 수 있지만, 스님이 저희들에게 결혼에 대해서 이야기해 주시는 게 좀 그렇지 않은가?

- 법륜스님 : 안 해 본 나도 이 정도 아는데, 해 본 너희들은 왜 이것도 모르는가? (웃음) 수많은 사람들이 저한테 와서 죽겠다고 아우성을 친다. 남편 때문에 죽겠다. 아내 때문에 죽겠다. 수학 선생이 영어 선생한테 수학 물어보면 이상하지 않는가. 그런데 장가도 안 가본 나한테 와서 결혼에 대해서 묻지 않는가? 내 전공인 참선과 불교에 대해서 묻는 사람은 거의 없다. 그런데 비전공자인 내가 처방 내려준 것을 받고선 병이 나았다는 것이 문제다. 그래서 고맙다고 절도 한다.

이런 모습들을 보면서 제가 드리고 싶은 말씀은 여러분들이 자기 인생에 좀 진지했으면 좋겠다. 인생을 너무 게으르게 산다. 결혼 생활을 해서 문제가 생기면 왜 이럴까 연구를 해야 한다. 갑자기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 그러면 난리를 피울게 아니라 왜 그럴까 굉장한 연구 대상이 생긴 것 아닌가. 연구를 크게 해서 인간의 심리, 남자의 심리, 사람의 심리에 대한 책을 내었다면 베스트셀러가 되었을 것이다. 연구를 안 한다. 두 부부가 입도 맞추고 온갖 것 다 맞추고 함께 살았으면서 나한테 와서 묻는다. 자기 인생에 대해서 좀 더 책임감이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아내로서의 책임, 남편으로서의 책임. 자기 인생에 대해 조금 더 진지했으면 좋겠다.

- 안철수 : 욕심을 버리고 객관적인 입장에서 관심을 가지고 노력하면 답을 찾을 수 있다는 말씀이신가?

- 법륜스님 : 경험한 사람이 더 모르는 이유는 집착되어 있기 때문이다. 부부싸움 하는 걸 담 넘어서 지켜보면 쉽게 해답이 보인다. 장기 둘 때 처럼 밖에서 보면 수가 보인다. 그러니 제3자가 아닌 당사자가 한 발 떨어져서 보면 더욱 정확하게 보일 것이다.

- 박경철 : 대북지원 사업을 오랫동안 해오셨다. 국내에도 저소득층이나 어려운 계층이 있다. 굳이 북에다가 지원을 하는가 하는 사람들이 있다. 이분들의 의견도 틀렸다고 말할 수는 없다. 사회적 약자가 많은데 그걸 북에 퍼주면 어떻게 되는가?
 

- 법륜스님 : 표현하는 언어에 문제가 많다고 생각한다. 88만원 세대도 가난하다고 그러고, 굶어 죽는 사람도 가난하다고 그런다. 언어는 같지만 그 가난의 정도는 천지 차이가 난다. 이제 대한민국에는 식량이 없어서 굶어 죽는 사람은 없다. 결핵, 콜라라 같은 간단한 질병으로 죽는 사람도 없다. 서울에 구룡마을 같은 가난한 동네도 전기는 들어오고 냉장고도 있다. 그러나 지금 북한의 식량위기에 처해 있는 주민들은 정말 굶어서 죽는다. 용어는 같아도 이런 가난의 정도가 이렇게 차이가 난다. 이런 생존권이 위협을 받는다면 우리나라 사람이 아니더라도 인도 사람이라고 해도 도와야 하고 필리핀 사람이라고 해도 도와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 북한은 상상도 못할 정도로 열악하다.

우리와 갈등을 일으키는 것은 북한 정부다. 북한 정부와 갈등을 일으킨다고 그 주민들까지 외면한다면, 북한 주민들 입장에서는 북한 정부로부터도 외면당하고 우리들에게도 외면당하는 이중 외면을 당하게 되는 것이다. 북한 정부도 버린 주민들을 우리가 먼저 도와주어야 북한주민들로부터 공감이 일어나고 이것이 통일의 원동력이 된다. 많은 반론에도 불구하고 이런 관점에서 꾸준히 인도적 지원을 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반대하는 사람들이 이해는 된다. 감정적으로 생각하게 되는 이유는 북한이라는 하나의 용어가 한 묶음이 되어 있어서 그렇다. 거기도 들여다보면 국가로서의 북한이 있고 주민으로서의 북한이 있다. 인도적 지원은 주민으로서의 북한을 생각하고 지원하는 것이다.

- 박경철 : 굶어 죽는 사람들을 도와야 한다는 것은 많은 이들이 공감한다. 그러나 통일의 문제는 지금 굳이 통일세 100조까지 내면서 꼭 해야 하나, 통일 하면 빨간 사람들이 섞여 드러와서 혼란스럽게 된다, 가난한 북한 사람들을 우리가 다 먹여 살려야 한다면 힘들어지지 않나 이런 의문들을 가진다. 왜 스님은 통일이 꿈인가?

- 법륜스님 : 과거의 통일과 지금의 통일은 다르다고 본다. 한국의 경제력이 북한보다 50배 정도 월등한 우위에 있다. 이런 상황에서 객관적으로 통일의 주체는 남한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남한의 문제는 국가 지도자나 국민들이 민족 전체에 대한 책임의식을 안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북한은 더 이상 우리가 부러워해야 할 존재가 아니다. 그래서 통일에 대해서는 남한이 주도적으로 나서서 풀어야 한다. 전쟁을 통하면 엄청난 피해를 입으니까 평화적 통일을 해야 한다. 그러나 평화적 통일을 위해서는 북한주민들이 남한을 선택해 주어야 가능하다. 북한 주민들이 봤을 때 중국에 기대는 것 보다는 남한에 기대는 게 좋겠다고 해야 한다. 그러려면 남한에서 엄청난 포용력이 있어야 한다. 북한은 세 계층이다. 최하층은 먹고 사는 게 문제다. 이것을 해결해주면 민심을 얻을 수 있다. 중간 간부층은 먹고 살기는 하지만 한국 제품을 선망한다. 그래서 북한 내부에 한국 제품이 많이 들어가도록 해서 선망을 하도록 해야 한다. 최상류층은 신분을 보장해주어야 한다. 중국이 홍콩이나 대만을 대하듯이 당분간 체제를 보장해주는 과감한 정책을 편다면 통일은 쉽다. 이런 측면에서 통일은 우리에게 가까이 다가왔다고 말하는 것이다. 

통일을 꼭 해야 하는가 물어보는데, 지금 세계사적으로 가장 큰 변화가 무엇인가? 중국의 부상이다. 미국과 중국 거기에 우리가 끼어있다. 지금까지는 미국에 기대어 살아왔는데, 이제는 중국에 더 많이 의존해 있다. 그래서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면 우리는 딜레마에 빠지게 된다. 남북이 갈등하니까 의지할 때 없는 북한이 중국에게 의존하면서 북중관계가 빠른 속도로 진행이 되고 있는데, 이렇게 되면 통일은 어렵게 된다.

지금 세계는 빠른 속도로 지역 공동체를 형성하고 있다. 혼자서는 경쟁력이 떨어지니까 유럽연합이라는 공동체를 만들어서 경쟁에 나서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일본은 장기적 침체를 면치 못한다. 이런 상황 속에서 일본도 저러한데 우리가 어떻게 남한만을 가지고 미래를 그릴 수 있겠는가? 이것을 극복하려면 영토 면에서나 인구 면에서나 사이즈를 키워야 한다. 통일이 되어야 미중 사이에서 자주성을 가지는 기회를 가질 수 있다.
 

북한이 계속 불안정한 상황을 유발하면 한국의 안정에도 영향을 미친다. 완전한 안정을 위해서는 통일이 필요하다. 과거처럼 분단 극복을 위해서 통일 문제를 바라보는 게 아니라, 미래의 희망과 비전으로서 통일을 바라보아야 한다. 우리 할아버지 세대는 나라의 독립이 시대적 과제였다면, 우리 아버지 세대는 조국 근대화가 시대적 과제였다. 여러분 형님들은 민주화가 시대적 과제였다면, 분단된 나라에서 살고 있는 여러분들에게는 통일이 시대적 과제다. 통일을 통해서 희망을 가져올 수 있다는 인식의 전환이 생긴다면 이제 통일을 가슴 뜨거운 열정을 가지고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측면에서 지금의 통일은 과거의 통일과는 차원이 다르다.   

- 안철수 : 미국에서 아파트에서 30여명이 보고 있었음에도 한 여인이 강도에게 칼에 찔려 쓰러진 사건이 있었다. 사건을 목격하고서도 아무도 안 내려갔다. 책임의식의 분산이라고 ‘나 하나 안 해도 누군가는 하겠지’ 하는 심리가 문제해결의 장애가 된 것이다. 우리 사회가 이런 이러이러한 문제가 있다는 것에 대해 공감대만 형성되어도 거기에서 문제는 해결되기 시작한다.

- 법륜스님 : 안교수 이야기처럼 지금 우리사회가 쓰러져 있는 여인을 보고서도 아무도 안 내려가고 있다. 안교수와 박원장 두 분이 먼저 내려가서 해결하려 하면, 여기 있는 청년들이 다 따라 내려가서 동참할 것 같다. 어떠신가? 

- 박경철 : 네, 저희들이 그런 일을 하려고 이렇게 청춘콘서트를 하고 있다. (박수)

뜨거운 박수 갈채가 쏟아집니다. 남의 눈치를 너무 보지 말고 자기 인생의 주인이 되어 살아라는 말씀도 감명 깊었고, 자기 인생에 대해 좀 더 진지해지고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연구하는 마음을 가지라는 말씀도 가슴 깊이 다가왔습니다. 무엇보다 평소 관심 가지지 못한 북한 문제와 통일 문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남한에서도 저소득층이 많은데 왜 북한주민들을 도와야 하는가, 통일하려면 엄청난 비용이 들텐데 굳이 할 필요가 있는가 등 그동안 아무런 성찰 없이 막연히 갖고 있었던 북한과 통일에 대한 생각들이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으며 하나하나 깨어져 나갔습니다. 북한은 같은 민족이라는 것을 떠나서도 전세계적으로도 가장 빈곤한 상황에 놓여있으므로 인도적 지원을 해야한다는 사실, 그리고 대한민국이 세계 경쟁 속에서 정체된 지금의 국면을 극복하기 위해서도 통일은 절실하다는 비전적인 차원의 통일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마지막에 안철수와 박경철 멘토께서 이런 사회참여에 함께 해주실 것이라 말씀한 것도 청춘들 입장에서는 너무나 반갑고 기쁜 일이기도 했구요. 강연 내용도 깊이가 있었고 세 분의 경험 이야기도 감동적이었던 매우 유익했던 수원 청춘콘서트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