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 오늘도 시작합니다. 오늘은 한 남자분이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만 준비가 되지 않아 고민이라며 결혼을 준비할 때 어떤 마음가짐을 가져야하는지 질문한 내용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질문자가 결혼준비와 결혼에 대한 부담감으로 좋아하는 사람에게 고백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했는데요. 나중에 좋아하는 사람이 강연장에 와 있다고 해서 청중들 모두 설레는 마음으로 스님의 답변을 들었습니다.
“좋아하는 여자가 있습니다. 저나 상대나 결혼할 나이입니다. 그런데 제가 결혼준비가 안 돼 있어서 사귀자는 고백을 못하고 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이 저도 답답합니다. ‘내가 결혼준비가 돼있을 때 연애도 할 수 있는 거다’라는 생각때문에 제가 요즘 연애를 못하는 것 같아요. 제가 연애를 하려면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어떤 마음으로 생활해야 될지 궁금합니다. 그리고 제가 어느 정도 결혼준비를 하려면 1년 내지 2년은 걸릴 것 같은데, 그 안에 그 친구한테 사귀자고 고백을 하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지금처럼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혼자 앓고만 있는 게 나은 것인지 궁금합니다.”(모두 웃음)
“그런 질문을 꼭 혼자 사는 중한테 물어야겠어요? 저는 나이가 육십 넷인데도 혼자 사는데, 도대체 질문자는 나이가 얼마나 됐기에 나이 타령이에요?”(모두 웃음)
“......”
“사람을 지나치게 목적지향적으로 만나는 건 좋지 않습니다. 남자와 여자든, 남자와 남자든, 여자와 여자든 관계없이 그냥 사람과 사람이 사귀게 되면, 성별, 나이, 직업, 종교, 인종과는 관계없이 평등하게 누구와도 사귈 수가 있는 겁니다. 그냥 사람과 사람으로 먼저 사귀어보니까 나는 상대에게 이성적 호감이 있는데 상대는 아니라면, 두 사람은 친구로는 지낼 수가 있는데 애인으로 발전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서 첫째, 서로 이성애자라야 합니다. 이성애자가 아닌 사람도 있거든요. 둘째, 서로 호감이 있어야 합니다. 나만 호감이 있다고 되는 게 아니에요. 사람은 네 종류가 있어요. 이성에게 호감이 가는 이성애자, 동성에게 호감이 가는 동성애자, 양성 모두에게 호감이 가는 양성애자, 누구에게도 호감이 안 가는 무성애자가 있습니다. 그러니 사람은 누구나 다 이성애자라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다수가 이성애자이긴 하지만 다 이성애자는 아니니까요.
그리고 내가 상대에게 호감이 있다고, 상대도 나에게 호감이 있을 확률은 절반도 안 됩니다. 보통 내가 좋다면 상대는 나에게 별로예요. 내가 별로일 땐 상대가 또 나 좋다고 따라옵니다. 왜 그런 일이 생길까요? 그것은 우리가 약간 위를 쳐다보면서 사람을 사귀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결혼이나 연애를 전제로 사귈 때 약간 위로 쳐다보기 때문에 양쪽이 같이 좋아하기가 쉽지 않은 거예요.
그래서 마음에 드는 사람이 있으면 일단은 그냥 친구로 사귀어야 돼요. 친구로 사귈 때는 상대가 이성애자든 동성애자든 양성애자든 무성애자든 관계가 없을 뿐 아니라 나이가 많든 적든, 결혼을 했든 안 했든 아무 관계가 없어요. 사귀어보니까 서로 이성애자이고, 서로에게 호감을 갖고 있다는 게 확인이 되면 연애로 발전할 수가 있습니다.
그렇게 사람을 먼저 사귀어 봤을 때 그 사람이 괜찮으면 나이가 열 살이 많아도, 스님이라 해도 큰 문제가 안 됩니다.(모두 웃음) 그러니까 연애를 하거나 결혼할 대상이 훨씬 폭넓어진다는 거예요. 그래서 먼저 사람과 사람으로 사귀고, 그 다음에 서로에게 호감이 있는지 확인되면 비로소 연애를 할 수 있겠지요. 그런데 연애나 결혼이라는 목적의식을 먼저 내걸면, 사람이 좋으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나이가 몇 살이냐’, ‘키가 얼마냐’, ‘직업이 뭐냐’, ‘얼굴이 어떻게 생겼느냐’를 기준으로 사람을 자르게 됩니다. 그렇게 고른 후에는 나는 상대에게 호감이 있지만 상대도 나에게 호감이 있을 확률은 절반은커녕 10%도 안 됩니다.
그런데 결혼은 또 연애와는 다른 문제입니다. 질문자가 얘기했듯이 결혼준비가 안 됐다든지 하면 결혼을 생각하지 않는 사람이 있으니까요. 그래서 너무 결혼을 목적으로 상대에게 접근하지 말고, 우선 친구로 사귀어서 서로의 마음이 조금 확인이 되면 그 다음에 애인으로 사귀고, 결혼문제는 그 다음에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그리고 그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면 결혼준비는 전혀 할 필요가 없습니다. 사람만 있으면 돼요. 그런데 어떤 사람은 결혼준비 한다고 방도 얻어놓고, 물건도 사놓고, 다 장만했지만 정작 사람이 없는 경우도 있거든요. 사람만 있으면 방도, 집도, 돈도 없어도, 즉 아무 것도 없어도 결혼이 가능합니다. 그러니까 오늘 질문자가 왜 자기는 결혼준비가 되었느니, 안 되었느니 하는 얘기를 하느냐 하면 지금 상대가 없는데 결혼을 하려니까 그런 거예요.(모두 웃음)
사람이 좋으면 일단 결혼해서 셋방 하나 구하고, 그 다음에 천천히 숟가락도 사고, 밥그릇도 사면 됩니다. 우리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옛날에 무슨 준비를 잘 했기 때문에 결혼한 게 아닙니다. 그리고 지금도 인도의 가난한 마을에서는 초등학교도 못 나오고, 밥도 겨우 먹는 사람들이 열 몇 살만 되면 다 결혼해서 애 낳고 삽니다. 제 초등학교 동창이 36명이었는데, 그 중에서 중학교로 진학한 건 저를 포함해서 5명뿐이었어요. 나머지는 초등학교만 졸업한 건데, 그런데도 다 시집가고 장가가서 애 낳고, 그 애들 다 대학보내고, 부모 봉양하면서 살았습니다. 그런데 그 중에 제일 공부를 잘했던 저만 장가를 못 갔어요.(모두 웃음) 그러니까 결혼은 따로 준비를 안 해도 된다는 겁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그 사람을 친구로는 사귀고 있어요?”
“아니오.”(모두 웃음)
“그럼 그냥 지나가는 걸 쳐다만 보고 있는 거예요?”
“예.”(모두 웃음)
“아이고... (모두 웃음) 먼저 그 사람을 친구로 사귀세요. 지금 질문자처럼 연애와 결혼을 목적으로 해서 이성에게 접근하면 그 접근 자체가 불편한 일이 됩니다. 한번 주위 여성들한테 물어보세요. 여성들은 그냥 좋은 사람으로 사귀다가 호감이 가서 얘기를 하면 좋아하지만 처음부터 ‘나는 네 애인할 거다’, ‘나는 너랑 결혼할 거다’ 이렇게 접근하면 부담스러워 합니다. 탁 부담이 되면 여성들은 접근하는 남자가 ‘키가 큰가? 돈이 있나?’ 이렇게 뜯어보게 됩니다. 그러니까 질문자가 만약 절에 다닌다면 그 여성을 도반으로, 교회에 다닌다면 교우로, 직장에 다닌다면 동료로 접근을 해서 같이 대화도 나누고, 밥도 먹고, 차도 마시고, 봉사활동도 다니면서 먼저 사귀어보세요. 자꾸 나이 얘기하지 말고요. 나이를 먹으면 무조건 결혼을 해야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질문자는 결혼에 대한 강박관념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져야 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결혼을 왜 하려고 하는 거예요? 행복하려고 하는 거예요? 불행하려고 하는 거예요? 또 결혼은 무조건해야 되는 겁니까? 결혼 안 하고도 저처럼 이렇게 잘 사는 사람도 있잖아요. 여기서 저보다 더 행복한 사람이 있으면 손 한번 들어보세요.(손을 듦) 저보다 더 행복해요?”
“예!”
“늘 웃으며 살아요?”
“예!”
“아이고... 얼굴을 보니 지금도 인상 쓰고 있는데요, 뭐.(모두 웃음) 그러니까 나보다 돈이 더 많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나보다 지식이 더 많은 사람도 있을 수 있고, 나보다 키가 더 큰 사람, 나보다 지위가 더 높은 사람, 나보다 인기가 더 많은 사람, 나보다 더 건강한 사람은 있을 수 있지만, ’나보다 더 행복한 사람 있으면 나와 보라고 해?’ 이런 자세로 살아야 합니다. 혼자 살아도 행복하다면 결혼해서는 더 행복해야 될 거잖아요. 그런데 질문자처럼 그렇게 심각하게 접근하면 결혼해서 힘듭니다. 질문자뿐만 아니라 요즘 젊은이들 모두 결혼에 대한 지나친 부담감으로부터 좀 자유로워졌으면 좋겠어요. 결혼이 인생의 전부는 아니니까요.
그럼 결혼 안 해도 좋다는 얘기냐 하면 그건 아닙니다. 그렇지만 결혼을 하든 안 하든 본인이 행복하게 사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겁니다. 친구로서도 행복하게 사귈 수 있고, 혼자 있어도 행복하고, 연애를 해도 행복하고, 결혼을 해도 행복하고, 이렇게 본인이 행복하게 사는 게 중요해요.
그런데 호감이 가고, 인물도 잘났고, 돈이 많더라도, 성격이 안 맞으면 결혼생활은 굉장히 불행해집니다. 인물은 처음에 볼 때만 좋지, 결혼해서 살다보면 인물이 밥 먹여주는 것도 아니고, 인물이 원만한 성격을 보증해 주는 것도 아닙니다. 여러분들이 연애하거나 결혼할 때 대부분 상대를 사진으로 먼저 확인하지요? 그 다음으로 능력, 즉 직업을 확인하지요? 마지막으로는 성격을 확인하지요?
그런데 실제 결혼해서 살 때는 인물은 아예 중요하지 않고, 능력은 중요하지만 제일 중요한 건 무엇보다 성격입니다. 그런데 여러분들은 제일 중요한 건 거의 안 보는 경향이 있어요. 그래서 결혼생활에 갈등이 많고, 불행한 겁니다. 제일 중요한 것을 제일 먼저 보고 비중도 많이 둬야 하는데, 제일 중요한 건 아예 안 보거나 비중을 낮추면서, 사는 데 아무 필요가 없는 건 제일 비중을 많이 두기 때문에 결혼생활이 생각보다 행복하지 못한 겁니다.
그러니까 질문자는 마음에 든다는 그 여성과 먼저 사람 대 사람으로 사귀어보세요. 먼저 성격이 나하고 맞는지는 잘 살펴봐야 합니다. 성격이란 업식, 까르마라고 할 수 있는데, 그게 서로 수용이 되는지를 살펴보라는 겁니다. 우리가 수행을 하는 이유는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이해하는 공부를 하다보면 성격적인 문제도 극복이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까 상대의 능력에 기대어서 내가 덕 보려는 생각에서 서로 도우려는 생각으로 바꾸면 결혼하기가 훨씬 용이해집니다. 또 수행을 하면 상대의 인물이나 피부색 등을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기 때문에 결혼 상대자를 고르는 폭이 훨씬 넓어집니다. 그래서 수행을 하면 쉽게 결혼할 수 있고, 또 결혼해서도 행복하게 살 수가 있습니다. 먼저 내 이익을 따지면 결혼하기도 어렵고, 결혼해서도 행복하기는커녕 불행을 자초할 수가 있습니다.
그리고 물질적인 준비보다는 사람이 먼저 있어야 합니다. 혹시 질문자가 좋아한다는 상대가 오늘 여기 왔어요?”(모두 웃음)
“예, 여기에 와 있습니다.”(모두 환호와 박수)
“질문자가 상대에게 말을 못하고 있다니까 기회를 줘야겠네요. 이렇게 모두가 보는 자리에서 그 상대가 누구인지 찍어볼래요?(모두 웃음)
“......”
“부끄러워요?”
“예.”
“알겠어요. 질문자는 먼저 상대와 함께 봉사를 하든지, 기도를 하든지, 밥을 먹든지 해서 시작을 해 보세요. 그런 시간을 갖지 않고 질문자가 결혼하자는 속내부터 드러내면 상대는 부담스럽거든요. 질문자가 ‘내가 너 좋아한다’라고 말하는 순간 상대는 질문자를 위, 아래로 훑어보는 마음이 생기거든요. 알았지요?”
“네, 감사합니다.”(모두 박수)
질문자가 한결 가벼워진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자 스님은 다시 이야기를 덧붙였습니다. 조금 설명이 부족했다 싶었는지 호감이 가는 상대가 나타났을 때 어떻게 다가가면 좋은지 두 가지 관점을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첫째, 내가 호감 가는 상대가 있다면 그에게 저돌적으로 접근하는 건 안 좋지만 가능하면 빨리 의사표현을 하는 게 좋습니다. 뜸을 들이면 기회를 놓치게 돼요. 그 사람이 다른 사람과 사귈 수도 있잖아요. 또 ‘거절하면 어떡하나?’ 하는 부담 때문에 의사표현을 못 하는 경우도 있는데, 의사표현은 빨리 하는 게 좋습니다. 한편, 상대가 거절한다고 ‘퇴짜 맞았다’고 생각하면 안 됩니다. 그렇게 생각하는 건 욕심 때문입니다. 어쨌든 상대의 의사를 확인한다는 건 좋은 일이잖아요. 그 사람의 마음을 알았으니까 이제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을 접고 다른 사람한테 시간을 할애할 수 있잖아요. 그런데 의사표현도 안 했으면서 ‘알아주겠지’라고 기대하는 건 시간낭비입니다. 상대는 모르거든요.
둘째, 상대가 ‘싫다’고 하는데도 나는 계속 호감이 있으면 굳이 포기하지 않아도 됩니다. 싫다는 사람에게 호감을 끌려면 좀 힘은 들겠지만 노력을 하면 되니까요. 확인을 해야 노력을 하든, 뭘 하든 할 거 아닙니까. 그런데 우리는 무조건 ‘내가 너 좋아하니까 너도 나 좋아해라’ 하는 마음으로 계산을 하니까 ‘내가 좋아한다고 말했다가 거절당하면 어떡하나?’ 하고 겁이 나서 말을 못하는 거예요. 상대가 나를 좋아하라는 법은 없습니다. 그냥 먼저 확인하고 체크를 해 보는 겁니다. 체크를 했을 때 상대도 나에게 호감이 있다고 하면 더 이상 시간낭비 안 해도 되고, 또 상대가 나에게 호감이 없다고 해도 더 이상 시간낭비 할 필요 없이 그 사람을 향한 마음을 접거나 접어지지 않는다면 노력을 하면 됩니다.”
스님의 아주 쿨한 연애론 강의에 참석한 청년들도 뜨거운 박수갈채를 보내며 공감했습니다. 이 질문이 첫 번째 질문이었는데, 오늘 청년 강연은 시작부터 달달한 연애 이야기와 함께 분위기가 후끈 달아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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