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빈곤퇴치

탤런트 김여진, 그녀의 봉사활동에서 진정성 느껴지는 이유

어제와 오늘 포털을 뒤덮었던 기사 가운데 '연예인 해외봉사의 실체'라는 것이 있었습니다. 해외로 봉사활동을 가는 것으로 포장됐던 연예인 가운데 상당수가 봉사라는 개념에 전혀 걸맞지 않는 행동을 해 빈축을 샀다는 것입니다. 봉사활동을 떠났다는 사람들이 주렁주렁 스태프를 달고 오고, 비즈니스석을 요구하고, 당연히 특급호텔을 원하고, 사진이나 영상에 찍힐 때를 제외하면 호텔 안에 꼭꼭 숨고, 심지어 마실 물도 부족한 지역에서 고급 생수로 샤워를 했다... 등등의 내용들입니다.

지금 네티즌들은 그런 몰지각한 행동을 한 여배우 A씨를 찾아 나섰고, 조금씩 파장이 커져가고 있는 형국입니다. 저는 여배우 A씨가 과연 누구냐 이건 별로 문제 삼고 싶지 않습니다. 실제로 그런 경우가 있다는 이야기를 관련 분야에서 자원봉사하며 저도 많이 들었으니까요. 오히려 언론들의 극성이 더 문제라는 생각도 들고요.

다만 이런 논란으로 말미암아 연예인들의 봉사활동이 위축되지 않을까 걱정될 뿐입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그렇지 않은 연예인(즉 진심을 다해 봉사하는 연예인)도 있다는 사실을 소개해 드려야겠단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빈곤퇴치, 구호활동 분야에서 오랜기간 봉사하며 몇 몇 연예인들을 많이 보아왔습니다. 연예인들의 해외봉사 논란을 지켜보며, 저는 정말 이 분의 이야기를 하고 싶어졌습니다. 제가 소개하는 이 분은 연예인들이 어느 정도까지 진심을 다해 봉사할 수 있는지 보여주는 좋은 본보기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입니다. 바로 탤런트 김여진씨입니다.


그녀는 영화 "처녀들의 저녁식사"를 통해 데뷔하였으며, 최근에는 드라마 ‘이산’에서 정순왕후로 출연했고, ‘그들이 사는 세상’에서는 작가 이서우 역으로도 출연했습니다. 박하사탕, 채식주의자, 웨딩드레스, 내사랑내곁에 등 많은 영화에 출연했고. 매 영화마다 감초 역할을 충실히 잘 해주어 연기력으로도 많은 인정을 받고있는 배우입니다. 

저는 기아질병문맹퇴치기구인 한국JTS 사무실에서 처음 그녀를 만났습니다. 화장도 하지 않고 수수한 옷차림에 처음에는 연예인이지도 몰랐죠. 어느 분이 사무실 직원들에게 김여진씨를 소개해 주었는데, 정말 평범한 봉사자인줄로만 알았습니다. 짐도 나르고, 사무실 청소도 같이하고 모습을 한동안 보아왔습니다. 나중에서야 어디서 많이 본 분 같다 싶었는데, 연예인인줄 알고 나서는 깜짝 놀라고 말았죠.

그 이후로 영화 촬영이나 드라마 촬영이 없는 날은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꼬박꼬박 나오셔서 봉사활동을 하셨습니다. 학교가 없어 배우지 못하는 필리핀 민다나오섬 아이들에게 학교를 지어주기 위해 모금 프로젝트를 했는데, 학교 모양의 저금통을 직접 제작하는 일을 맡아서 해주셨고요.


△ 연예인 봉사활동 모임 "길벗" 사람들과 함께 제작한 저금통(kbs다큐 "부처님의 외출" 캡쳐)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연기자들과 함께 화보 촬영을 하고 그 수익금을 굶주리는 북한어린이들 긴급구호 기금으로 전액 사용하는 일에도 동참하시고, 또 동참해준 “그들이 사는 세상” 연기자들에게 직접 손으로 제작한 감사카드를 전하기도 했습니다. 감사카드 전해주는 과정을 자신의 블로그에 직접 올려 많은 네티즌들의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죠. (관련 블로그 글)


△ kbs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연기자들과 함께 잡지사 화보 촬영, 수익금은 전액 기부



△ 화보 촬영에 임해준 탤런트 송혜교씨에게 직접 손으로 제작한 감사카드 전달 인증사진

3년전부터는 5월5일 어린이날 명동에서 진행되는 제3세계 빈곤퇴치 거리모금을 직접 기획하고 섭외하고 준비하는 일도 해오고 있습니다. 준비된 행사에 잠깐 참여하는 정도는 대부분의 연예인들이 많이 하고 있는 봉사 활동이죠. 하지만, 그녀는 직접 그 행사를 기획하고, 사람들을 섭외하고, 현수막을 만들고, 장소 사용 협조를 받고 하는 등 소소한 허드렛일까지 꼼꼼히 챙겨가며 봉사활동을 하십니다. 그녀의 “진정성”이 없었다면 정말 하기 힘든 일일 것입니다.


△ 시민들을 향해 직접 모금통을 들고 다니며 거리모금을 하는 모습

△ 스탭들과 함께 캠페인을 손수 준비하는 모습(5년째 함께하고 있음) 

한번은 그녀로부터 봉사하는 삶과 행복에 대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는데, 그 때 들었던 말이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지구 상에는 아직도 먹을 것이 없어 굶주리는 아이들이 12억명이나 됩니다. 저는 연기 활동하는 것 말고, 또 한가지 꿈이 생겼습니다. 이 지구 상에 굶어서 죽는 어린이가 없는 세상을 꼭 만드는 것입니다.”

이 말씀을 하시며 눈시울이 붉어지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이 때 저는 느꼈습니다. '아 이분은 정말 진정성을 담아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이구나. 이분에게 봉사활동이란 말은 거추장스런 표현일 뿐, 그냥 "봉사활동"이 "자신의 일상"이 되어 있으신 분이구나...' 느끼게 되었죠.  

그리고 무엇보다 봉사활동을 하면서도 항상 자신의 마음을 돌아볼 줄 안다는 점이 존경스러웠습니다. 거리모금을 하면서도'사람들이 나를 알아보나, 후배들보다 돈을 많이 모으나...' 이런 것들에만 온통 신경이 가 있는 자신의 모습을 보게 되었고. 그 이후부터는 인기에 연연하지 않고 진심으로 배고픈 어린이를 돕는 일에만 열중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이렇게 많은 일들을 하다가도 영화 촬영이 있으면 촬영장으로 달려가시고, 또 시간이 나면 사무실에 나오셔서 허드렛일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제가 생각해도 이런 봉사활동의 사례는 연예계 통틀어서 유례가 없는 일이지 않을까 싶습니다.(혹시 있다면 저에게 소개해 주세요. 꼭 취재를 해보고 싶거든요)

그녀는 지난 겨울에 인도의 불가촉 천민들이 모여사는 둥게스와리 마을에 한달 동안 직접 봉사활동을 갔었습니다. 함께 간 70여명의 대학생들과 함께 큰 강당에 침낭을 깔고 함께 자고 민낯으로 일어나서 함께 일하고 생활했죠. 곡괭이와 삽을 들고 마을로 나가 공사장 일도 했죠. 연예인으로써 처음에는 쑥쓰러우셨겠지만, 이내 그런 감정들을 털어버리고 저희 들과 하나가 되었습니다. 먹고 입고 자는 것을 저희와 똑같이 하면서 말이죠.




△ 민낯으로 봉사자들과 똑같이 입고, 먹고, 자며 생활했던 인도봉사활동. 연예인으로서 과연 그럴 수 있을까. 정말 그랬습니다.

인도에 다녀오셔서는 빈곤퇴치 관련한 강연도 많이 나가고 계십니다. 초등학교, 중학교 아이들에게 일일교사로 가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어떻게 도울 것인가 이야기도 들려주고,


초등학교를 방문하여 "빈곤퇴치 이야기"를 들려주는 일일교사 활동

모교인 이화여대를 비롯하여  여러 대학을 다니시며 빈곤퇴치 강연을 하시고, 함께 인도봉사활동을 다녀온 대학생들과 함께 “작은짜이집” 이라는 빈곤퇴치 캠페인도 하고 있습니다.


△ 인도봉사활동을 다녀오신 후, 대학생들과 함께하고 있는 빈곤퇴치 캠페인 "작은 짜이집"

요즘도 영화 촬영하시느라 매우 바쁘신데, 틈틈이 사무실에 나오셔서 봉사활동을 하고 계십니다. 최근에는 빈곤퇴치 이야기를 영상으로 편집하는 일에 재미를 느끼셔서, 직접 편집 작업을 배워가며 일하고 있답니다.  

△ "빈곤퇴치 이야기"를 영상으로 제작하는 일에 몰두하고 계신 모습

김여진씨의 이런 보이지 않는 선행은 저에게 많은 감동을 일으켰고 저 또한 더 열심히 봉사하는 삶을 살도록 견인해 주었습니다.

최근 불거진 연예인 해외봉사 논란의 여파로 인해 연예인들의 선행을 부정적으로 보시는 분들이 많아졌습니다. 네티즌들 사이에선 욕설도 오가고 있고요. 김여진씨처럼 진실되고 묵묵히 봉사활동을 하고 있는 분들도 우리 연예계에는 정말 많이 있습니다.

설혹 논란이 되고 있는 사례들처럼 잘못된 케이스가 몇 몇 있다고 하더라도, 그들이 그런 행사에 참석해준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굶주리는 수많은 아이들을 살리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아예 참석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그래도 바쁜 시간을 내어 참석해준 것만이라도 얼마나 고마운 일입니까. 몇몇 비판받을 행동들이 보이더라도, 연예인들의 이런 참여는 구호단체 입장에서는 너무 감사한 일입니다. 많은 국민들을 이 활동에 동참시키는 플러스 효과를 가져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번 논란으로 인해 연예인들의 봉사활동이 더 위축되지 않을까 염려됩니다.

물론 더 많은 연예인들이 김여진씨처럼 더욱 진정성 있게 봉사활동에 참여해 준다면 더더욱 고마운 일이겠지만, 이런 작은 참여만이라도 고마울 따름이란 말이죠.

너무 비판의 시선만 보내시지 마시고, 묵묵히
봉사활동을 해오고 계신 수많은 연예인들이 더 열심히 봉사할 수 있도록 그들의 아름다운 선행에 많은 응원을 보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