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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백수인데 집에서 노는 것이 눈치보여요, 어쩌죠

요즘 올림픽 열기가 대단합니다. 연일 쏟아지는 금메달 소식에 아침마다 들뜹니다. 심지어 집에서 하루종일 올림픽만 시청하며 백수 생활을 하는 분들도 많아진 것 같네요.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에서도 집에서 내내 TV만 보고 백수 생활을 하는 어떤 분의 질문 사연이 있었습니다. 취업을 못하고 백수로 지내고 있어 주위의 시선에 늘 힘들어한다는 친구였는데 남의 시선을 의식하는 것으로부터 자유롭고 싶다고 하소연을 했습니다. 역시 법륜스님의 명쾌한 답변이 질문한 친구의 고민을 말끔히 해소해 주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기다리고 기다리던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즉문즉설 강연 이야기, ‘백수의 취업 고민편’이 되겠습니다.^^

 

 

- 질문자 : 저는 학교도 졸업했고요, 군대도 전역한지 두 달 됐고요, 취직은 아직 못했어요. 욕심에 좀 번듯한 직장에 취직하고 싶어서 시간이 지체되고 있는 것도 있고요. 취직을 못하는 것 때문에는 별로 근심이 안 생기는데 제가 자존심이 좀 세고 남의 시선을 많이 신경 쓰고 있어서 어렸을 때부터 그렇게 지내 와 가지고. 취직을 못하는 것은 언젠간 내가 때가 되면 나한테 맞는 직장에 취직하겠지 생각을 하고 있지만 지금 백수로 있는 지금 이 상황을 사람들이 쳐다보는 것에 대해서 자존심도 많이 상하고 눈치도 많이 보입니다. 비단 취직뿐만 아니라 평소 생활에서도 사람들 시선에 신경을 많이 써요. 화를 내고 싶은 상황에서 화를 내려고 하다가도 ‘저 사람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이런 시선을 많이 신경 쓰거든요. 이런 마음으로부터 자유롭고 싶은데 어떻게 해야 될지 모르겠습니다.

 

- 법륜스님 : 남의 시선을 너무 가질 필요가 없다. 내 인생은 내가 사는 거지요. 내가 누구의 눈에 잘 보이기 위해서 사는 게 아니에요. 이렇게 살면 인생이 종속적이 됩니다. 그럼 내 마음대로 해도 되느냐. 그런 뜻으로 말하는 건 아니에요.

 

 불교적인 입장에서 얘기한다면 첫째, 어떤 경우라도 사람을 때리거나 죽여서는 안 돼요. 내가 아무리 화가 나도 남을 때기거나 죽이거나 이러면 안 된다. 무슨 말인지 아시겠어요?


 둘째, 내가 아무리 곤궁하더라도 주지 않는 남의 물건을 뺏거나 훔치거나 가져가서는 안 된다. 셋째, 내가 아무리 좋고 욕정이 일어나더라도 이 사랑을 강제로 하려고 하거나 성폭행을 하거나 성추행을 하거나 성희롱을 해서는 안 된다. 사랑을 하지 말라는 것이 아니라 거기에 어떤 강제성이 들어가면 안 된다. 넷째, 남을 속이거나 욕해서는 안 된다. 그 다음에 술을 먹는 것까지는 좋지만 취하면 안 된다. 술을 먹고 비틀비틀할 정도면 계를 어긴 거예요. 정신적으로 흥분되면 안 된다. 그럼 술을 끊든지 들어가 자야 돼요. 요걸 딱 지켜야 돼요.

 

 요걸 딱 지키는 범위 안에서는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습니다. 그 사람들이 날 잘 봐줘서 뭐 하려고요? 남의 시선을 자꾸 의식하고 살면 어때요? 내 삶이 없어지고 남의 시선에 따라서 살기 때문에 내가 세상에 굴림을 당하는 거예요. 가을바람에 휘날리는 낙엽 같은 인생이에요. 세상 사람들은 다 자기 생각 갖고 얘기하는 거예요.
 
 오늘 스님이 이렇게 법문을 해도 여기 있는 사람들이 평가가 같습니까, 다릅니까? 다 달라요. 그러니까 사회 비판적 시각을 가진 사람은 스님은 내내 세상 고칠 얘기는 안 하고 인생 얘기만 하고 다 자기 책임이라고 그런다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인생 얘기 들으러 왔더니 무슨 정치 얘기는 왜 하느냐 이렇게 비판하는 사람도 있고, 다 평가가 달라요. 다 자기 생각대로 세상을 보는 거예요. 그러기 때문에 세상 사람들의 칭찬과 비난에 놀아나면 안 돼요.

 

 비난하는 것은 어쩔 수가 없어요. 비난은 내가 다섯 가지 계율을 어겼냐 딱 돌아보고 그게 아니라면 그 사람이 그렇게 본 거니까 그의 자유에요. 그걸 어떻게 좋게 하려고 하면 안 돼요. 세상 사람들이 칭찬을 했을 때도 칭찬에 들뜨면 안 돼요. 왜? 그 사람 눈에 좋은 거예요. 비난하면 저 분의 생각이 저렇구나 이렇게만 그냥 받아들이는 거예요. 칭찬한다고 내가 들뜨거나 비난한다고 내가 괴로워하거나 하면 안 된다는 거예요. 그건 그들의 인생이에요.

 

 그걸 갖다 내가 되받아쳐도 안 돼요. 왜? 남의 인생에 간섭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나는 다만 내가 성심껏 내 할 수 있는 만큼 정성을 기울여서 하면 되고 법문이 좋았든지 나빴든지 평가는 각자 자기들이 하는 것이기 때문에 평가가 좋았다고 내가 잘 한 것처럼 생각할 필요 없고, 비난했다고 나쁜 것처럼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의식하면 제대로 말도 못해요. 상처 입을까, 어떨까 너무 눈치 보게 되니까요. 그래서 저는 청중이 있는데도 막 야단칠 때도 있지 않습니까. 제가 볼 때 저건 야단맞아야 할 일이라면 야단쳐버려요. 
 
 근데 정신과 의사는 이렇게 못해요. 그럼 손님 떨어지니까. (청중들 웃음 하하하) 그런데 저는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그 사람이 묻기 때문에 내가 볼 때 그 사람에게 제일 좋다 하는 것을 그냥 얘기 하는 거예요. 마음 안 들어서 가도 그런 거고, 또 좋아서 고맙다고 해도 그런 거고.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할 뿐이지 결과에 연연 안 하니까 사람들이 좋아서 강연에 이렇게 오는 거예요.

 

 또 야단맞는 것을 보고 겁이 나서 질문도 못 하는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요즘 같은 세상에 나이 들어서 자기를 야단쳐줄 사람이 있다는 건 행복이라고 생각 안 해요? 누가 야단쳐 주겠어요? 다 비유 맞춰주지.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자기를 잘 못 보는 거예요.

 

 남을 무시해도 안 되고 너무 의식해도 안 되고 자기 인생을 그냥 자기가 살아가면 됩니다. 의식하지 마라는 것이 철면피가 되라는 얘기는 아닙니다. 평가를 두려워하지 말라는 얘기지요. 그러나 다섯 가지 계율은 꼭 지켜야 된다. 남에게 해를 끼치기 때문에. 남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선에서 남의 시선을 두려워하지 마라. 이 관점을 첫째 지켜야 됩니다.

 

 둘째 취업 걱정은 대한민국에 태어난 것만 해도 큰 자랑임을 아셔야 합니다. 동남아와 중국 사람들은 돈 들여서 한국에 밀입국 하지요? 잡히면 추방 되는데도 여기 와서 일해서 돈 벌어가지요? 거기에 비해 시민권을 가지고 이곳에 태어났다는 건 얼마나 큰 복이에요? 직장이 없어도 복이에요. 그리고 또 직장이 있어요, 없어요? 많이 있어요. 안 가서 그러지. 직장이 없으면 동남아에서 온 사람이 어떻게 일을 하겠어요? 직장은 많아요. 그러나 대학 나온 내가, 대학 공부 시켜 놓은 우리 아들이 그거 받고 거기 가서 일 하는 것을 원치 않기 때문에 취업을 못하는 것이죠. 좀 직설적으로 말하면 눈이 좀 너무 높아서 그래요.

 

 그러니까 나이가 스무 살이 넘었으면 오늘 당장 무슨 일이든지 해야 됩니다. 신문을 배달하든지, 주유소에서 일을 하든지, 노가다 판에 가든지, 수입이 얼마든지 관계없이 일을 해야 돼요. 그게 아니면 절이나 교회 가서 봉사를 하든지, 시민단체에 가서 봉사를 하든지 뭐든지 해야 됩니다. 사람이라고 태어났으면 돈을 얼마 받는 게 중요한 게 아니에요. 일단 일을 해야 됩니다. 일을 하면서 자기가 진정으로 원하는 직장에 가기 위해 공부를 해야 됩니다. 이걸 겸해야 돼요. 내 밥 먹는 것은 내가 해결하고, 그런 가운데서 여기에 안주하는 게 아니라 한 발 더 가려면 원하는 공부를 해야 된다 이 말이에요.

 

 아니면 집에서 어머니가 하는 일을 도와주고 “어머니, 제가 설거지하고 방청소 하고 할테니까 파출부 일당 정도를 계산해서 하루 2시간 한 달에 50만원 학원비 지원해 주세요.” 하는 방식으로 반드시 집안일로라도 해야 됩니다. 그래야 사람이 됩니다. 안 그러면 인간이 안 됩니다. 부모는 ‘니 그거 하지 말고 그 시간에 공부해라’ 이게 엄마 심정이겠지만 그럼 사람이 안 돼요. 새끼를 날지 못하게 만들고 먹이를 잡지 못하게 만드는 겁니다.

 

 이렇게 자기 일을 하면서 짬을 내어 화장실에 앉아서도 공부하고 밥 먹으면서도 공부를 하면 3시간만 공부해도 10시간 한 효과가 납니다. 집중력이 생깁니다. 그렇게 자기의 이상을 성장시켜 나가야지 그냥 욕심만 떡 가지고 괜찮은 직장 나올 때까지 논다, 이러면 노는 게 습관이 됩니다. 처음에는 노는 것이 쉬는 것 같지만 조금만 시간이 지나면 노는 습관이 생겨 일을 할 수가 없어집니다.

 

노는 백수가 과로사 한다 이런 말 들어봤지요? 노는 게 하나의 일거리가 됩니다. 그래서 절대로 하루라도 놀면 안 돼요. 그러면 눈치 볼 게 없지요. 내일이라도 딱 정해가지고 며칠 일 딱딱 리서치해서 컴퓨터 보고 온라인 보고 괜찮은 일자리 딱 잡아서 그냥 나가야 됩니다. 돈 안 받아도 나가야 됩니다. 빵집에 빵 배달하든 커피 집 가서 청소를 해주든지 가리지 말고. 그러면서 공부를 해야 됩니다. 그래야 자기가 정말로 그게 되고 싶은지 자각이 됩니다. 그런데 바빠서 공부를 안 한다면 본인이 그걸 할 의지가 별로 없다는 것이기 때문에 공부를 빨리 때려치워버려야 돼요. 인생은 그렇게 살아야 됩니다.

 

- 질문자 : 감사합니다.

 

노는 것도 습관이 된다는 말씀이 섬짓 제 가슴에 꽂혔습니다. 저도 20대 때는 늘 ‘아직 젊으니까 좀 놀면서 쉬다가 여러 가지 경험하다 보면 취업하게 되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갖곤 했습니다. 하지만 스님은 노는 것도 습관이 되니 스무살이 넘었으면 반드시 무슨 일이라도 하면서 생계를 본인이 책임져야 하고 그 토대 위에서 본인이 원하는 것을 추구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자립이 우선 첫째고 그 다음에 여러 가지 경험을 쌓아나가라는 것이지요. 워낙 세게 강조를 하셔서 뇌리에 콱 박혔습니다. 그리고 남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한도 내에서는 무슨 일을 해도 괜찮고 주위의 시선도 의식할 필요가 없다는 명확한 판단기준을 제시해 준 점이 참 좋았습니다. 남의 눈을 의식하다보니 정작 본인이 하고 싶은 일을 못해 후회하는 경우가 많잖아요. 다섯가지 중범죄가 아닌 이상 무슨 일을 해도 괜찮다는 말에 가치 기준이 명확히 서서 머릿속도 시원해졌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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