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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

영양실조 북한어린이들, 그들은 정치를 모릅니다

최근 북한에서 식량난이 매우 심각해져가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얼마전 북한에 출입하여 북한의 식량생산량 조사를 진행하였던 WFP(세계식량계획)은 북한은 현재 5세 미만 영유아의 3분의1이 영양실조 상태에 있다며 국제사회의 신속한 지원을 호소했습니다. 북한의 식량난이 굉장히 심각한 상태에 이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남한의 언론들은 아무런 보도를 하지 않고 있기에 저같은 블로거라도 이런 소리없는 아우성을 알려야하지 않겠느냐는 생각에 이렇게 글을 씁니다.

WFP는 직접 북한에 출입하여 식량난 실태와 아이들의 영양상태, 구호품이 어린이들에게 직접 전달되는 과정을 모두 영상으로 담아왔습니다. 저도 사진으로 접한 적은 많았지만 이렇게 영상으로 접한 것은 처음이라 깜짝 놀랐습니다. 영양실조로 배살이 말라붙어 뼈가 보이는 아이, 피부병으로 신음하는 아이, 힘 없는 눈빛으로 카메라를 응시하는 아이 등 북한 어린이들의 상태는 매우 심각했습니다. 어린이들이 먹지 못해 영양실조에 고통받고 있다는 소식은 정말 안타깝기만 합니다. 영상에 나오는 WFP 실무자도 슬픈 마음을 감추지 못하고 눈물을 보입니다.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WFP가 공개한 영상을 한 번 보시죠.


영어를 못 하시는 분들을 위해 영상에 나오는 멘트 그대로 번역을 해보았습니다.

외부인의 눈에 북한은 수수께끼 같은 나라입니다. 고속도로가 시원하게 뚫려 있지만 보이는 자동차는 많지 않습니다. 식자율이 높다고 자랑하지만 그것은 볼 수 있는 책이 많지 않기 때문입니다. 옥수수밭이 보육원을 둘러싸고 있지만 이 4살배기 아이는 영양실조가 심각한 나머지 두 발로 일어설 힘도 없습니다. 소위 북한의 곡창이라는 곳 한가운데에서 굶주려야 한다니 잔인한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인구의 대부분은 도시에 거주합니다. 국토의 4/5가 척박하거나 산악지대인 이 나라에서는 생산되는 옥수수와 나락 한 알 한 알이 온 나라를 먹여 살릴 귀한 식량입니다.

작년 겨울은 특히 한파가 매서웠습니다. 이른 감자와 보리 수확이 실패한 결과, 배급량이 1인당 하루에 작은 감자 몇 알로 줄어들었습니다. 예전 하루치 배급량의 1/3 수준입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최근의 폭우와 태풍은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도로며 다리를 휩쓸어갔습니다. 64세의 한 노인은 일선에서 물러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자신이 살던 집을 손수 다시 지어야 하는 처지입니다. 최근의 태풍에 지붕이 무너져 내렸을 때 그와 가족들은 간신히 몸만 빠져 나왔습니다. 지금은 근근히 건져낸 가구 몇 점 위에 비닐 차양을 쳐 만든 임시거처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이 논은 폭우에 거의 완전히 잠겨 버렸습니다. 현지 공무원들도 놀랐습니다. 그들에 따르면 자강도 평년 수확량의 60퍼센트를 피해봤다고 합니다.

혹한과 홍수는 가장 취약한 계층을 가장 심하게 덮쳤습니다. 해주 아동병원에 입원한 영양실조 아동들의 수가 50퍼센트 증가했습니다. 물난리 때문에 설사와 피부병도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환경이 양호할 때 조차도 북한은 언제나 식량 조달에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해주 고아원의 이 소년들은 고등학교에 갈 만큼 나이가 들었습니다만 제 나이보다 훨씬 어려 보입니다. 만성적인 굶주림의 결과입니다.

“아이들은 물론 어른들도 대부분이 기대치보다 훨씬 키가 작습니다. 왜 이런 현상이 발생할까요? 오랫동안 고통 받아왔기 때문이죠. 사연이 길어요.”

이 7살짜리 아이들은 오늘 하루를 실내에서 보낼 예정입니다. 밖에 나가 뛰어 놀 기운이 없기 때문입니다. 간식이 나오긴 하지만 충분하지 못합니다. WFP에서 학교에 콩을 제공하고 있지만 그것도 떨어져 가는 실정입니다.

“WFP가 여기서 활동하는 목적은 국제사회에 첫째, 원조가 참으로 필요하다는 점을 알리고, 둘째, 원조가 아이들에게 제대로 전달되도록 관리 감독하는 것입니다.”

이 공장에서는 어린이들을 위한 영양강화 비스킷을 생산했습니다. WFP에서 밀, 기름, 설탕, 비타민, 무기질 등을 제공했지만 밀이 떨어져서 공장은 생산을 중단했습니다. 구호식량이 오고는 있지만 그것은 시간과의 싸움입니다. 이 배는 WFP에서 지원하는 밀을 11000 톤 이상 싣고 있습니다. 이 중 일부는 비스킷 공장으로 갈 예정입니다. 따라서 한 알 한 알도 함부로 할 수 없습니다.

북한이 자체 생산할 수 없는 것은 수입할 수밖에 없습니다. 식품 가격은 높아지고 무역 상대국은 줄어들면서, 북한은 점점 더 국제 사회의 원조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식량의 출처가 어디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다음 세대가 굶주림으로 사라져버리지 않도록 막는 것입니다.

3년 전인 2008년에도 북한에서 심각한 식량난이 있었습니다. 저도 그 당시 북한식량난을 알리기 위해 처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었구요. 직장 휴가도 반납하고 혜수욕장을 비롯하여 3개월 간 길거리를 누비며 100만명 서명을 받아서 청와대에 전달했지만 결국 휴지 조각이 되고 말았죠. ㅠㅠ 2008년 당시에는 북한 주민들이 식량난으로 묵지가루죽을 먹었습니다. 묵지가루죽이란 옥수수가 정제되고 남은 껍질입니다. 여기서 더 심해지면 소나무껍질로 죽을 만들어 먹게 되고, 이 때부터 대량아사가 시작되는 것입니다. 묵지가루죽까지 먹는 단계에 들어갔으니 그만큼 굉장히 심각했다는 반증이지요. 그런 대량 아사의 위험이 2011년 다시 시작될 조짐이 보이고 있습니다. 

북한의 현재 식량난 상태를 더 구체적으로 알아보고자 대북인권단체 사)좋은벗들의 "오늘의 북한소식"을 살펴봤습니다. 좋은벗들의 오늘의 북한소식은 제가 가장 신뢰하는 북한소식입니다. 다른 매체에서 전하는 북한 소식들은 조작의 의심이 드는 자극적인 소재가 너무 많아서 좀 꺼려지더라구요.

군부대 중대 식당들에서는 식량이 모자라 옥수수를 옥수수쌀로 만들어 묵지가루와 옥수수껍질 심지어 돼지사료로 나가는 것까지 모두 섞어 물에 잘 씻지도 않은 채 죽을 끓여 공급한다.
- 2010년 6월 23일 좋은벗들 소식지

의주군 수진리에 사는 장정화(가명)씨는 "150평 감자 농사를 지었는데, 군인들에게 몽땅 도둑맞아 지금은 캘 게 없다. 얼마나 애지중지 키웠는데 몽땅 다 털렸다. 그걸로 옥수수 나올 때까지 버텨야 하는데 어떻게 살아야할지 막막하다"고 한탄했다.
-2011년 7월 좋은벗들 소식지

주민들이 추석 명절을 쇠려고 배급받은 쌀을 내다팔아 옥수수로 바꿔먹는다.
- 2011년 9월 좋은벗들 소식지


북한 어린이들이 굶어죽게 내버려둬서는 안 되니 인도적 지원을 해야한다고 호소하면, 남한에서는 많은 사람들이 "군량미 전용"을 우려로 반대합니다. 하지만 위의 좋은벗들의 소식처럼 현재 북한에서는 군부대에서도 식량이 모자라 묵지가루죽을 쑤어먹기 시작했고, 군인들도 아사 위기에 처해 민가를 약탈하고 있는 절박한 상황입니다. 저도 얼마전 군대를 다녀왔지만, 군인들도 살고자 하는 어엿한 청년들입니다. 그리고 북한과 같은 군사국가에서는 당연히 군대를 우선시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구요. 남한의 식량 지원이 군대로 들어간다고 해도 군인들만이라도 굶주리지 않는다면 민가를 약탈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입니다. 지난 김대중 노무현 정부 시절에도 퍼주기 논란이 거셌지만,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정도가 아닌 극히 소량의 지원에 그쳤을 뿐입니다. 그것도 차관 형식으로 빌려주었지요. 엄밀히 말하면 순수한 의미의 인도적 지원에는 못미쳤습니다.

최근에는 심지어 간부들도 굶어죽는 이들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중앙당의 한 간부는 "직위도 변변치 않고, 해외에 아무 연줄이 없는 간부들은 입쌀죽이나 옥수수밥을 먹고 산다. 5대5밥을 먹더라도 옥수수쌀보다 입쌀을 더 많이 먹었던 사람들이 이제는 소화가 잘 안 되는 옥수수밥을 먹으려니 고역이다. 이들보다 더 고통스러운 사람들은 퇴임한 간부들이다. 현직에 없으니 돌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일반 주민들의 생활이나 별 차이 없이 굶는 게 다반사다. 벌써 8월에만도 배급이 떨어져 굶어죽은 노(老)간부들이 생기고 있다."
- 2011년 9월 좋은벗들 소식지


중앙당 간부 정도면 전혀 굶주리지 않을 것 같지만, 이들도 해외의 친척들에게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상황이 안 좋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노간부는 굶어죽기까지 한다고 하네요. 간부가 굶어죽다니 충격입니다. 권력에서 떨어져 나오니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고 쓸쓸히 죽어가는 것이죠.

그리고 식량을 지원하면 과연 제대로 전달이 되느냐 반문하는데, 일부 지도층에서 중간에 가져가는 것이 물론 있다는 것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북한은 인도적 지원을 해주든 안해주든 간부 계층은 굶어죽지 않는 사회입니다. 인도적 지원으로 식량이 흘러넘치면 자연스럽게 주민들에게도 그 혜택이 돌아가게 되어 있지요. 그리고 WFP를 비롯한 북한 출입 국제기구의 증언에 의하면 주민들에게 실질적으로 배분이 제대로 되고 있고, 배분 결과는 모니터링까지 가능해진 상황이라고 합니다.


대량의 인도적 지원을 통해  북한어린이들을 아사 위기로부터 구해내는 것이 급선무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치를 떠나서 생명부터 우선 살리는 것이 말 그대로 인도적 지원이지요. 정치적인 협상은 그 다음의 문제가 아닐까요. 지금 이명박 정부처럼 식량 주면 무슨 이득이 있느냐, 무릎 끓고 사과하면 식량주겠다 이것은 거래이지 인도적 지원이 아니지요. 자존심 강한 북한 정권이 그렇게 쉽게 무릎을 꿇을리 만무하고요. 

사진을 한 번 보시죠. 최근 WFP에서 촬영해 온 북한 어린이들의 모습입니다. 한 민족이고 5천년의 역사를 함께 해온 동포가 저렇게 영양실조로 말라가고 있습니다. 남북관계는 단절에 단절을 거듭하여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고 급기야 천안함 연평도 라는 전쟁위험까지 고조되었습니다. 많은 이들은 북한을 비난합니다. 맞습니다. 백성이 굶어죽어도 눈 하나 깜짝 안 하는 북한의 정권은 수백번 비난해야 옳습니다. 하지만 북한 정권과 북한 주민은 분리해서 봐야 하지 않을까요.

북한 아이들은 정치를 모릅니다.

저 아이들이 무슨 죄가 있을까요. 아이들은 정치를 모릅니다. 솔직한 심정으로 남북한 정권이 서로 갈등하고 싸우며 시간을 끄는 동안 굶주림의 고통은 고스란히 북한주민들의 몫으로 돌아왔습니다. 우리 국민들이라도 정말 발벗고 나서서 북한의 저 굶주리는 아이들을 살려낼 수 있다면 좋겠네요. 

오늘 아침 북한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사실 이번 이명박 정권 하에서의 남북 화해와 인도적 지원은 이제 바라지도 않습니다. 포기했습니다. 각하는 절대 그러실 분이 아니죠.(ㅠ;;) 다만 내년 대선에서는 한국에 올바른 역사관과 통일관을 가진 지도자와 정권이 들어서서 남북 화해를 이끌어내어 전쟁위험을 감소시키고 종전선언을 하고 평화협정을 맺고, 대량의 인도적 지원을 통해 신속히 북한주민들의 생존권을 보호하고, 장기적으로는 농업기술 지원을 통해 만성적인 식량난 해결도 도모할 수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하지만 그러기에는 1년이란 시간을 더 기다려야 합니다. 그 사이에 또 수많은 북한 어린이들이 영양실조의 고통을 겪어야만 합니다. 답답하고 애절한 마음 금할 길 없지만 민간단체와 시민들이라도 나서야 할 것 같습니다. 나중에 역사를 돌아봤을 때 후손들이 "같은 동포가 굶어죽는데 너네는 무슨 일을 했느냐?"고 묻는다면 그래도 도와주려고 어떻게든 몸부림 쳤었다고 이야기해야 떳떳하지 않겠습니까. 제가 오늘은 조금 격앙되었습니다. WFP의 영상을 보고 가슴이 많이 아팠기 때문입니다. 오늘 아침 북한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행히 내일(9.27.화) 국제기아질병문맹퇴치기구 JTS에서는 오후3시 인천항 부두에서 국내 최초로 북한 전역으로 구호물품을 보냅니다. 지원대상은 북한 9개 시·도(평양, 자강도 제외) 53개 시설 고아원, 양로원, 특수학교 12,000여명이며, 지원물품은 밀가루 300톤, 두유 36만개, 이유식 10톤, 탈지분유 2톤, 전지분유 30톤 등입니다.희망플래너도 북녘으로 향하는 남한 시민들의 마음을 취재하러 달려가려 합니다. 내일 포스팅으로 또 찾아뵙겠습니다. 

- JTS 북한어린이돕기 후원하기 : [클릭] (문의 : 02)587-8995)
- JTS 홈페이지 : http://www.jts.or.kr

추천 부탁드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