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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퇴치

한지민, 노희경 인터뷰 "나에게 봉사란 이런 의미"

얼마 전 성인의 날이었죠. 성인이 된 후배들을 축하해 주고 그랬는데... 축하만 하기에는 그들이 처한 상황 자체가 그리 넉넉지 만은 않아 보였습니다. 등록금 문제, 취업 문제... 생각만 해도 마음이 무거워지지요. 하지만, 이런 청춘들에게 희망과 용기의 메시지를 전해주는 멘토들이 있어 우리는 늘 새로운 힘을 얻습니다. 그래서 요즘 저는 방황하는 청춘들에게 지혜로운 이야기를 들려주실 멘토들을 찾아다니고 있는데요. 안철수, 박경철, 김여진, 조국, 김제동, 노희경, 한지민... 이름만 들어도 가슴이 설레이는 분들이죠.

오늘은 그 첫번째 순서로 봉사와 나눔으로 희망과 용기를 전해주고 계신 노희경 작가와 배우 한지민을 만나 보았습니다. “봉사와 나눔” 이라는 단어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사람이 이 두 사람이 아닌가 싶어요. 그 만큼 이 두 분이 오랜 시간 쌓아 온 봉사활동의 경험들은 남다르다고 할 수 있습니다. 8년 전부터 가난한 나라 어린이들을 위한 빈곤퇴치 캠페인을 앞장서서 해오고 있으며, 얼마 전에는 필리핀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하기로 소문난 민다나오에 직접 다녀오기도 했죠. 매년 어린이날에는 동료 연예인들과 명동에서 거리모금을 통해 빈곤퇴치 기금을 모으는 일도 열성적으로 해오고 있습니다. 노희경, 한지민에게 2030 청춘들을 대신하여 “봉사와 나눔”에 대해 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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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 작가님 드라마에는 가족, 동료, 연인 간의 사랑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드라마에서 정말 이야기 하고 싶은 사랑이야기는 무엇인가?

▶ 노희경 : 한 드라마에서 캐릭터를 이끌어갈 때는 연속극은 15명에서 20명, 미니는 10명에서 15명의 캐릭터가 등장한다. 지금까지 구연한 인물만 수백인물인 것 같다. 대부분 거기에는 누구를 사랑하든 미워하든 감정이 담겨 있다. 이번엔 할 얘기가 도저히 없을 것 같은데 또 이야기가 나온다. 신기하다. 내가 쓰면서도 같이 공감하게 되고, 내가 잊고 있었던 문제들도 주인공을 생각하면서 고민의 지점들이 다시 나온다.

우리는 사랑이나 가족에 대해서 질문 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진리라고 말하면서도 연구하지 않고 질문하지 않는다. 그냥 수다만 떨지. 사랑과 가족에 대해 친구들과 진지하게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정말 좋겠다. “오늘 파마 얼마에 했냐?” 이것도 중요하지만, “왜 나는 엄마에게 짜증만 냈을까? 엄마에게 웃는 얼굴 보일 순 없었을까? 왜 나는 그럴 수밖에 없었는가? 왜 엄마는 거기에 연연했을까?” 이런 이야기들을 친구랑 엄마랑 나눌 수 있다면 우주를 탐험하는 것만큼 기가 막힌 일인데, 우리는 안 하는 것 같다. 혼자 일기장에서는 하는 사람 있다. 그런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동료, 연인, 친구 관계이면 좋겠다.

질문 : 작가님은 봉사활동 어떻게 하게 되셨는지, 봉사활동이 작가님의 삶과 드라마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노희경 : 처음에는 그냥 했다. 불손했지. 그냥 구경만 했다. 나는 이 세상에서 우리 엄마를 가장 존경한다. 엄마를 닮고 싶어 하면서 봉사로 이어졌다. 우리 엄마는 항상 나누어 드셨다. 무생채, 부침개를 해도 항상 옆집과 나누어 드셨다. 엄마를 기억해 보면 사랑이 이런 거구나 생각이 든다. 엄마를 사랑한다고 하면서 난 엄마 닮기를 안했구나. 엄마가 사람들에게 베풀었던 마음과 지금의 나를 비교해 보면 난 아직 천분의 일도 안 된다. 엄마가 이웃들에게 나눠 준 빈대떡은 당신 우리집 식비의 30%, 40% 였다. 그만큼 큰 것들을 나눠 먹을 줄 아셨다.

나에게 봉사는 엄마를 기억하는 도구다. 그리고 엄마와 경쟁하는 도구이기도 하다. 엄마가 잘하냐, 내가 잘 하냐. 봉사는 엄마를 기억해 내는 매개체이니까 나에게 단순한 의미는 아닌 것 같다.

봉사는 재미있다. 이 나이에 다른 건 할 것도 없다. 나이트를 가서 재미있겠어? 연애가 그렇게 뭐 재미있겠어? 별 재미가 없다. 하지만 여기에서는 좋은 뜻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 일하니 참 재미있다. 아까 전에는 농아들과 함께 빈곤퇴치 모금도 했다. 이런 데서 늘 감동을 느낀다. 자꾸 의미가 많이 있으면 힘들어서 못한다. 재미가 있어야 오래 한다.

질문 : 한지민씨는 처음에 어떤 마음으로 봉사활동을 받아들이고 시작하게 되었는지?

한지민 : 노희경 선생님에게 엄마가 계셨듯이 저에게는 몸이 편찮으신 할머니가 계셨다. 어렸을 때는 할머니를 편찮으시지 않게 하려고 의사가 되려는 꿈을 가졌다. 자연스럽게 노인 문제에 대해서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연기자를 하면서도 막연하게 사회복지를 위해 언젠가는 일을 해야지 생각하게 되었다. 하지만, 연기자를 하면서도 말로는 실버타운을 짓고 싶다고 했지만,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생각했었다. 그런데 어느날 노희경 선생님으로부터 봉사활동을 하자는 제안을 받았다. 나는 진심으로 분명히 하고 싶은 일이었는데, 사람들이 어떻게 바라볼지 걱정이 많았고 겁도 많았다. 그런데 봉사를 하면서는 그런 생각들이 하찮은 생각들이라는 것을 알고 반성하게 되었다.

사회복지학을 전공하고 나서 전공 교수님께서 펜까페에 글을 남겨주셨다. “연예인이라는 좋은 영향력을 통해 이런 봉사활동을 더 많이 알릴 수 있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노희경 작가님을 만나면서 이 말이 자주 생각났다. 혼자는 못했을 것이다. 많은 분들이 힘을 모아주셨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열심히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질문 : 한지민씨를 통해서 봉사에 대해 많이 깨우쳤다. 앞으로 한지민씨를 통해 봉사에 대해 깨우치게 되는 사람들이 더 많이 생길 텐데, 그 사람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씀은?

한지민 : 사실 저도 봉사를 하면서 이런 것을 깨우쳤구나 생각하지만, 다른 순간에는 또 다른 생각들이 너무 많이 든다. 깨우침에는 항상 끝이 없고, 사람의 감정은 오늘 기분이 좋지만 내일은 또 화를 낼 수도 있다. 저는 착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저 자신을 항상 묶어 놨었다. ‘왜 이렇게 밖에 못하지’ 할 때가 있지만, 사실은 ‘내가 지금 화를 내고 있구나’ 아는 것도 굉장히 중요하다.

저 역시 힘든 순간이 너무 많다. 필리핀에 봉사활동을 다녀와서 책을 내고 사인회를 했었다. 그 때 몇몇 친구들에게 편지를 받고 많은 것을 깨달았다. 눈물도 나고 설레였었다. 늘 사람의 마음과 감정은 한결 같을 수는 없다. 감정에 나를 얽매여서도 결코 안 된다. 그 누구도 격지 않은 힘든 시간이 있었던 만큼 새로운 배움과 깨달음이 늘 생긴다. 가장 중요한 일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다.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잘 알고, 그 사랑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질문 : 청춘들은 봉사를 하고 싶지만 여러 가지 문제들로 못하는 경우가 많다. 등록금이 많고 취업도 안 되고 현실 속에서 봉사활동 많이 하고 싶지만 못한다. 또 봉사 자체가 스펙이 되어버린 현실도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청춘들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도전하고 마음껏 꿈꾸고 봉사할 수 있도록 청춘들에게 응원의 이야기를 해 달라.

노희경 : 난감하네. 봉사도 스펙이 되어서 내 조건을 붙이는 데에 사용해야 되고, 사랑하려니 돈이 없고, 도전하려니 주변이 붙잡고...

젊다는 건 그런 게 아니다. 이건 다 핑계지. 무모하다 할 만큼 행동하는 게 청춘인 것 같다. 난 청춘 때 술 먹고 병원에 실려 가고 나서야 비로소 내가 술 못 먹는 사람인 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지금은 술 안 한다. 사랑도 해보고 나서 말해야지. 해보고 나서 아니면 말면 되는데, 너무 생각들이 많지 않나? 젊은 친구들이 이런 것들을 물어보는 게 나는 너무 당황스럽다. 난 엄마한테 안 물어봤어.(웃음)

내가 연애 하고 싶으면 그냥 했지. 엄마한테 연애할까 말까요, 이거 도전할까 말까요. 난 안 그랬다. 내가 글 쓰고 싶으면 글 썼다. 정말 묻고 싶을 때는 그 사람 말을 100% 들을 때만 물었으면 좋겠다. 그냥 하세요. 밑져야 본전이다. 도전해도 괜찮다.

실패하면 좀 어때? 실패 안하려다가 마흔 넘어서 혼자 살고 싶으면 그렇게 하시던가(웃음). 끔찍하지 않아요? 충분히 즐겨도 되는 나이고, 넘어져도 괜찮다고 하는데 왜 그렇게 안전장치들을 하는지 모르겠어요. 안전장치 아무리 해봤자 안전하지 않아요. 넘어져서 배우는 게 훨씬 더 나아요. 청춘들이여, 이제 그만 물어라. 묻는 시간에 가서 그냥 부딪혀라.

한지민 : 제 좌우명은 “실패는 있어도 좌절은 없다” 이다. 서른이 되고 나니까 지난 날들이 아깝더라. 아픈 경험들이라 하더라도 안 겪은 사람보다는 그 경험들이 나한테 소중한 자원이 될 것이다. 사람들 만나는 것도 잘 못하고 두려웠었는데, 지금은 오히려 더 많이 부딪혀보고 술도 취해서 뛰어 다녀보고 그런다. 비로소 재미있다. 사람 보는 눈도 커지게 된다. 사람도 그렇고 봉사도 그렇고 언젠가는 자신에게 자원이 될 것이다. 젊음 하나 만으로도 실패 두려워하지 말고 꼭 도전하시길 바란다. 화이팅!

“봉사와 나눔”이란 주제로 얘기 나눠본 가슴 훈훈해 지는 시간이었습니다. 때론 봉사는 나랑 상관없는 먼 나라의 일로만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조금만 시선을 돌려보면 함께 나눌 수 있는 것이 너무나 많습니다. “어떻게 봉사하나요?” 이제 더 이상 묻지 마세요. 묻는 시간에 그냥 부딪혀 보세요. 노희경 한지민이 이야기합니다. “행동하는 게 젊음이라고요!”

청년들이여, 마음껏 사랑하고 마음껏 봉사하라! 파이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