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스승의 날입니다. 여러분들은 학창시절을 떠올리면 꼭 찾아뵙고픈 선생님 한 분씩 있으신지요? 제 친구들은 그런 선생님은 아무도 없었다고 비아냥거리는 경우가 많더라구요. 이런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나라의 슬픈 교육현실을 반영하는 게 아닌가 싶어 씁쓸하기도 합니다. 친구들과 모여 앉아 학창 시절 이상했던 싸이코 선생님 하나씩 이야기하기 시작하면 밤새는 줄 모르고 시간이 지나가지요. 그런데 비단 선생님들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선생님들도 말 안 듣는 학생들 때문에 많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고 힘들어 하시는 분들이 정말 많다는 것을 주위에서 많이 봅니다.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에서는 선생님들의 말 안듣는 아이들에 대한 질문이 있었습니다.
오늘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우리들에게 가르침을 주셨던 선생님들의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고민들에 대해 귀를 기울여 보는 것은 어떨가요? 선생님들의 고민들을 충분히 이해한다면, 무조건적인 반항심은 가라앉고, 존경의 마음, 감사의 마음이 자연스럽게 올라오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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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 :
아이들을 가르치는 교사입니다. 저희 학교는 반이 상중하로 나누어져 있습니다. 상위 그룹에 들어가서 수업을 할 때는 수업도 재미있고 기분이 좋습니다. 제가 수학을 가르치는데, 상급 반 아이들은 수학 내용뿐만 아니라 좋은 이야기를 해 주어도 호감을 갖고 이해도 잘 하는데, 중․하반에 들어가서 얘기를 하면 수업 내용도 안 듣고 좋은 이야기를 해 주어도 잘 안 들어요. 특히 문과의 고3 아이들은 거의 다 포기해 버리고 수업을 듣지 않습니다. 그럴 때는 화도 나거니와 제 자신이 수업을 하면서 비참해집니다. 스승의 날인데, 이런 아이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답답해집니다. 이럴 때 어떻게 마음을 먹고 어떻게 지도를 해야 할지 무척 갈등이 됩니다.
▶ 법륜스님 :
“내가 너희들한테 공부를 좀 가르치려고 하는데 너희가 안 들으니까 선생님이 기분이 무척 나쁘다. 어떻게 하면 좋겠니? 우리 같이 의논 한 번 해 보자.”
이렇게 자신의 기분을 솔직히 얘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아이들도 ‘우리가 이러면 선생님이 기분 나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습니다.
저도 예전에 물리학이나 화학을 공부하면 아주 재미가 있고 무슨 말인지 금방 알아듣겠는데, 영어 시간에는 무슨 소리를 하는지 통 못 알아듣겠습디다. 잘 하는 것은 자꾸 하고 싶고 못 하는 것은 자꾸 하기 싫은 것이 인간의 심리입니다. 그러니 수학을 예로 들면, 앞에 간단한 보기가 있고 예제가 있고 그 다음에 약간의 응용이 있고, 그리고 시험에 대비한 단계까지, 높낮이에 따라 4단계로 학습을 한다고 하면, 잘하는 반에서는 다 가르치고, 중간급에는 맨 밑엣 것을 빼 버리고 가르치고 하급반에서는 원리와 기초를 처음 가르치듯이 다시 가르쳐야 합니다. 모든 반에 들어가서 똑같이 하려고 하면 안 됩니다. 공통 수학의 기본적인 것이 안 된 아이들한테 미적분을 가르치면 무슨 말인지 모르거든요. 선생님이 설명할 때는 아는 척하지만 실제로는 모른단 말이에요.
학생들한테 질문을 많이 받아야 아이들이 무엇을 모르는지 내가 알 수 있고 또 내가 무엇을 더 준비해야 할지 알 수 있기 때문에 아이들 질문이라는 것은 내 발전에도 큰 도움이 됩니다. 내가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것은 내 발전에 도움이 하나도 안 되지요. 어차피 알고 있는 것을 가르치니까. 그런데 질문을 받는다는 것은 그 중에 내가 모르는 것이 있을 수도 있기 때문에 내가 다시 한번 생각해 보고 정리하는 기회가 됩니다. 그래서 질문 받는 것을 꺼리지 않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러면 수업 시간에 편안하게 학생들을 대할 수 있습니다.
△ 사진_ 제주 동남초에서 스승의 날 기념행사가 열려 어린이들이 교사 가슴에 카네이션을 달아주고 있다. 사진제공=동남초
질문하신 선생님의 표정이 밝아집니다. 말안듣는 아이들에 대해 답답했던 마음이 많이 풀리셨나 봅니다. 내 이야기를 모든 아이들이 다 알아들어야 하고 딴 짓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집착이 모든 괴로움을 불러옵니다. 좀 더 마음의 여유를 갖고, 아이들 입장에서 서서 ‘아이들이 무엇을 어려워하고 있는 걸까’ 이렇게 애정을 갖고 연구한다면 실제로 아이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존경받는 선생님이 될 수 있겠지요. 돌이켜 보면 저는 학창시절에 저에게 조용히 다가와서 “무엇이 어렵니? 선생님이 도와줄까?” 이렇게 말씀해 주시는 선생님들이 계셨습니다. 그 때 얼마나 고마움을 느꼈는지 모릅니다. 지금 생각해도 찾아가서 감사한 마음만 가득하지요.
오늘 스승의 날을 맞이하여 선생님들은 좀 더 학생들의 입장에 서서 학생들이 필요로 하는 도움을 주려하고, 학생들은 선생님의 입장에 서서 선생님이 우리들을 가르치실 때 어떤 어려움들이 있으신지 이해해서 개선해 나간다면, 행복한 교실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스승의 날이 되도록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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