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5월8일 어버이날입니다. 카네이션 한송이씩 가슴에 달아드리셨습니까? 바빠서 찾아뵙지 못했다구요? 그럼 안부전화라도 해드렸는지요? 저도 오늘 일이 많아서 찾아뵙진 못하고 아침 일찍 안부전화를 드렸습니다. “그동안 잘 키워주셔서 감사합니다, 그 은혜 늘 잊지 않고 살겠습니다” 했더니, 어머니께서 “니가 그런 것도 알고 있나?” 하시며 좋아하시더군요.
어버이날이 다가와서 그런지 어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강연에서는 부모님에 대한 질문이 가슴 속에 많이 새겨졌습니다. 저는 부모님께 안부전화를 자주 못하는 편인데, 행여나 전화를 하게 되면, 처음에는 좋은 이야기들을 주고받다가 얼마 지나지 않아 “장가가라, 뭐해라...” 잔소리 하시기 시작하면 결국 짜증을 내며 전화를 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감사한 마음도 늘 갖고 있지만, 부모님의 지나친 간섭 때문에 불쑥 불쑥 올라오는 이런 짜증들은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지, 법륜스님에게 들어보았습니다.
질문자 : 이틀에 한 번 정도,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립니다. 이틀을 넘기게 되면 어머니는 바로 전화를 하십니다. 그런 날은 저도 모르게 짜증이 나며, 어머니에게 퉁명스럽게 대답합니다. 어버이날에는 편안하게 안부전화를 드려야 할 텐데요...
법륜스님 : 집은 우리를 보호해 주는 곳인 동시에 우리를 속박하는 곳입니다. 집, 고향, 부모가 똑같습니다. 떠나면 그립고, 그래서 돌아가고 싶어집니다. 그렇지만 돌아오면 속박을 느끼게 됩니다. 집에서 나오고 싶고, 고향에서 나오고 싶고, 부모 곁을 떠나고 싶어집니다.
그러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이 변화된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이고 스무 살 넘은 자식에게는 자유를 줘야 합니다. 한 사람의 자유인으로, 남처럼, 이웃처럼, 보통 사람처럼 생각해야 합니다. 이것은 관심을 끊으라는 게 아닙니다. 모든 부모가 다 이 부모와 같습니다.
부모 입장에서 자식에게 전화를 걸었을 때 첫마디는 뭐겠어요? 밥 제대로 먹었나가 제일 중요한 거예요. 부모가 되면 자식에게 그 관심 표명의 첫째가 건강에 대한 것이고 그 건강 중에서도 밥 먹었나 안 먹었나가 첫 번째라는 것을 이해하셔야 합니다. 이렇게 이해해도 여전히 짜증은 납니다. 그러나 이것을 알아차리고 이해하게 되면 짜증이 나더라도 빨리 가라앉습니다. 전처럼 짜증내고 후회하는 게 아니고, 짜증이 탁 날 때 알아차리게 됩니다.
‘내가 어머니 말씀을 또 간섭으로 느끼는구나, 속박으로 느끼고 있구나, 내 습관이 작용하는구나!’
이렇게 몇 번 진행하면 편안하게 전화를 받을 수가 있습니다.
자꾸 연습해야 합니다. 전화기 밑에다 써 놓으세요.
“부모님이 ‘밥 먹었나?’라고 물으시면 ‘네, 잘 먹었어요. 감사합니다’라고 답할 것.”
각오하고 결심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바로 지금 자신에게 일어난 상태를 알아차려야 합니다. 자꾸 미래에 고치려 하지 말고, 지금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해야 합니다. 수행에는 내일이 없습니다. 수행이라는 것은 ‘다만 지금 여기’를 과제로 삼아야 진척이 있습니다. 현재 자신의 감정에 깨어있는지 항상 점검해 보세요.
질문하는 분의 상황이 꼭 제 상황과 비슷했고요, 법륜스님의 답변도 제 마음속에 콕콕 박혔습니다. 부모님께 짜증을 내게 된 이유가 부모님의 애정을 속박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구나. 하지만 부모님들은 자식이 서른이 넘어도 늘 어린애처럼 느껴지기 때문에 걱정하고 관심을 표현하시는 거구나. 그런 부모님의 마음을 깊이 이해하면 짜증이 가라앉는구나. 설혹 짜증이 나더라도 후회하지 않고 금방금방 알아차려 나가면 점점 편안해질 수 있겠구나... 특히 전화기 밑에 "이렇게 대답할 것" 이라고 써붙이라고 하시는 대목에서 빵 터졌습니다. ㅎㅎ
어버이날인 오늘! 스님 말씀처럼 자신의 마음을 알아차리면서 가벼운 마음으로 부모님과 한번 통화해 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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