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5일 어린이날 아침입니다. 아이들과 두 손 맞잡고 놀이공원 가려고 채비하고 계십니까. 아니면, 말 안듣는 아이들과 이래라 저래라 싸우느라 스트레스 받고 계십니까. 어제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서는 말 안듣는 아이 때문에 고민하는 엄마들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스님께서는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면 좋을지 친절히 대답해 주셨고요. 잔잔한 감동도 있었습니다.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어떻게 대해주면 좋을지 한번 고민해 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하는 바램으로 그 내용을 소개합니다.
질문자 : 연년생 아들을 둔 주부입니다. 권위적인 시아버지와 여장부인 시어머니, 완벽주의자인 남편 곁에서 항상 주눅 들고 기죽어 산 게 10여 년입니다. 아이들 앞에서 시어른과 남편에게 지적당하고 아이들과 똑같이 서서 야단을 맞다 보니, 아무래도 아이들에게 엄마의 말은 잔소리에 불과합니다.
사춘기가 한창인 큰아들은 제 부정적인 사고를 닮아서인지 자신이 가진 능력보다 스스로를 낮추어서 평가하고 의욕이 없습니다. 둘째는 자존감은 있으나 실천력이 떨어져서 해야 할 일을 미루었다가 결국에는 포기하곤 합니다. 아이들이 다 저를 닮아 잘못된 것만 같아 미안한 마음에 야단도 잘 못 칩니다.
두 아이에게는 중요한 시기인데 저 자신의 정진에만 힘을 쏟으며 아이들을 믿고 기다려주면 되는 건지요? 공부는 못해도 좋으니 책을 좀 읽었으면 하는데, 게임이나 텔레비전에만 빠져 있는 아들들이 안타깝습니다.
법륜스님 : 아이들과 똑같은 대열에 서서 남편이나 시부모님한테 야단을 맞으니 아이들이 엄마를 무시하고 엄마가 얘기해봐야 잘 듣지 않는다고 지금 질문자께서 말씀하셨습니다. 스스로 말씀하신 것처럼 아이들이 엄마의 말을 잘 안 듣는다면, 엄마가 하는 말이 과연 교육적 효과가 있을까요?
우선 나 자신이 가족 내에서 아이들을 고칠 만한 모범적인 존재가 못 되고 있고, 스스로 인정하듯이 그런 잔소리는 아이들에게 특별한 효과도 없을 뿐더러 오히려 악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질문자 : 주로 지쳐서 누워 있습니다.
법륜스님 : 엄마가 늘 책을 보고 있으면 굳이 잔소리하지 않아도 아이들에겐 그것 자체가 책 보는 훈련이 됩니다. 또 당장은 책을 안 보더라도 마음속에 독서가 좋은 것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자리 잡게 됩니다. 그리고 피곤하더라도 엄마가 몸가짐을 절도 있게 하고 의지를 갖고 살면 아이들도 의지력 있는 사람이 됩니다. 그런데 지금 질문하신 분은 심리가 위축되어 있고 우울증, 의욕상실증도 보이는 듯합니다. 그러니 아이들도 그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지요.
능력 있고 완벽한 배우자를 만나는 게 다 좋은 게 아닙니다. 오히려 나보다 부족한 배우자를 만나야 큰소리도 치며 살지요. 자기 처지에 대해 긍정적이어야 인생에도 힘이 생기지요.
질문하신 엄마의 고민을 들으니 마음이 애틋해졌고, 대답하신 법륜스님의 말씀을 들으니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해졌습니다. 아, 아이들은 저렇게 키워야되는구나 공감이 되었습니다. 아이들이 엄마를 무시한다면 꼭 야단치고 고치려 하지 않아도 된다. 오히려 아이들을 따뜻하게 뒷바라지 해주는 것이야말로 그 누가 대신 해줄 수 없고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일이다... 그리고 우선 나부터 정신적으로 안정이 되고 건강해져야 된다... 자기 처지에 늘 긍정적이어야 인생에 힘이 난다... 한 말씀 한 말씀 새겨 들으니 마음이 한결 편안해졌습니다.
방금 이 글을 읽으셨다면,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아이들에게 따뜻한 말 한마디 건내어 보면 어떨까요? 비난 보다는 충고가 낫고, 충고 보다는 이해가 낫다고 하지요. 정말 고쳐야 할 건 누군가를 고치겠다는 자기의 마음이지요. 좋은날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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