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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과묵한 남편 때문에 답답합니다, 스님의 답변

연애를 하거나 결혼을 하면 많이 싸우는 이유가 무엇인 줄 아십니까? 많이 싸우긴 하지만, 그 원인에 대해서는 진지하게 생각을 못해보신 분도 많을 듯 합니다. 저는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듣고, 내가 그동안 싸운 이유가 간섭하는 마음 때문이었구나 알게되었습니다.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 질문 : 우리집 남편은 과묵합니다. 입에 자물쇠를 달았는지, 항상 제가 먼저 말을 걸어야 겨우 한마디 합니다. 옷 하나 사달라고 해도 다섯번은 얘기 해야 하니 답답합니다.

▶ 법륜스님 : 연애를 하거나 결혼하면 상대의 생각, 심지어 감정까지 시시콜콜 알고 싶어 합니다. 상대에게 관심이 많아서라고 하지만, 그보다는 상대가 내 것이라는 생각이 더 커요. 이것은 상대를 자신의 통제권 안에 두려는 마음에서 비롯됩니다. 그래서 남편이 늘 말이 없고 뭘 물어도 “알 필요 없다”며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아내는 거기에 불만을 품습니다.

‘입에 자물쇠를 달았나, 왜 항상 내가 먼저 말을 걸어야 겨우 한마디 하지?’ 이렇게 못마땅해 합니다. 하지만 똑같은 상황에 대해 남편에게 물어보면 어떨까요? 아내가 몰라도 되는 일인데도 자꾸 꼬치꼬치 물어서 귀찮다고 합니다. 아내가 볼 때는 알아야 할 일을 남편이 안 가르쳐 주는 것 같지만, 남편이 볼 때는 아내가 몰라도 될 일까지 자꾸 알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이런 갈등을 피하려면 먼저 상대에게 맞춘다는 마음으로 내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자꾸 알고 싶고, 캐고 싶은 마음을 내려놓아야 해요.

“꽃아, 꽃아, 왜 한꺼번에 피느냐. 천천히 피지. 꽃아, 꽃아, 왜 한꺼번에 지느냐, 좀 천천히 지지.”

이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피는 것도 제 사정이고, 지는 것도 제 사정이라고, 꽃이 피면 꽃을 보고, 꽃이 지면 그만인 것처럼 무심히 볼 수 있는 게 수행입니다. 그렇게 안 되는 게 우리 중생심이고, 그렇게 안 되는 게 현실이지만 목표를 세워 이런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걸 확실히 아셔야 합니다.

만약 같이 살 거면 상대를 그냥 날씨나 꽃처럼 생각하세요. 피는 것도 저 알아서 피고, 지는 것도 저 알아서 질 뿐, 도무지 나하고 상관없이 피고 지잖아요. 다만 내가 맞추면 돼요. 꽃 피면 꽃구경 가고,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가고, 더우면 옷 하나 벗고 가고, 비 오면 우산 쓰고 간다고 생각하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는 늘 남의 인생, 남의 생각에 간섭하려 들어요. 가령 남편한테 어떤 말을 할까 말까 망설일 때, 남편을 위해서 그렇게 합니까? 아니면 내 이익을 챙기려고 눈치를 보는 겁니까? 내가 내 이익을 챙기려고 눈치를 보잖아요. 내가 “이것 사주세요”라고 말하면 남편에게 “그래”라는 소리를 들어야 된다고 이미 답을 정해 놓고 눈치를 보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이 남편의 의사를 존중한다면 어때요? 사 달라는 건 내 마음이고, 안 사주는 건 누구 마음이에요? 남편 마음이잖아요. 그러니까 내가 남편의 생각에 간섭을 안 하면 말하기가 쉬워요. 이야기하고 싶은 것 있으면 해버리면 돼요. 스님한테도 이야기하고 싶으면 그냥 해버리면 돼요. 눈치 볼 필요가 없어요. 받아주고 안 받아주는 건 그 사람 마음이니까 나는 말하는 것까지만 생각하면 돼요.

“이것 하나 사주세요”라고 말했는데, 상대가 “안 돼!” 이러면 “알았습니다.” 이러면 되는 거예요.

그런데 여러분들은 먼저 답을 딱 정해 놓고 있어요. ‘내가 사달라고 하면 네가 사줘야 돼.’ 이런 식이에요. 그런데 안 사주면 기분이 나빠지죠? 그래서 남편이 나중에 사준다 해도 “이제 나는 안 살 거야.” 이럽니다.

이 경우 자기가 원하는 것만 못 사지, 누가 손해예요? 그러고 나서는 또 자기 혼자만 괴롭잖아요. 그래서 괜히 남편 미워하고 그러잖아요? 이때는 “이거 하나 사주세요”라고 가볍게 말하세요. 상대가 “안 돼”라고 하면 “알았어요.” 이러면 되고, 그래도 사고 싶으면 또 “사주세요” 이러면 되는 거예요. “안 된다니까.” 이러면 “알았어요.” 이러면 되는 거고. 여전히 마음에 있으면 또 “그래도 사주지?” 이러면 되잖아요. 그럼, 살 확률이 높아요, 안 높아요? 높습니다.

두 방법 중에 어떤 게 더 이익이에요? 남편도 안 미워하고 나도 안 괴롭고, 물건 살 확률도 높은 길이 있잖아요. 그런 길 놔두고 공연히 성질내면서 스스로 괴로움을 삽니다.‘저 인간은 성질이 더러워서 사달라고 할 때 안 사주고. 그래, 네가 사준다고 해도 이제 치사해서 안 갖는다.’이렇게 생각하면서 자기 자신을 괴롭히고, 남편을 미워하고, 갖고 싶었던 물건도 결국 못 사는 거예요.

자기 스스로 문제를 만들어 놓고는 ‘전생에 뭔 죄를 져서 저런 인간을 만났을까’ 하고 한탄을 합니다. 이것은 전생이 아니라 자신의 어리석음 탓이에요. 만약 다섯 번 이야기해서 남편이 사줬다면 흔히 뭐라고 그래요?

“아이고, 그거 하나 사주는 데 다섯 번이나 이야기해야 돼?”

그러면 남편은 사주고도 얼마나 기분이 나쁘겠어요.

“아이고, 감사합니다. 당신이 안 된다고 했는데 제가 다섯 번이나 이야기해서 미안해요.”

이렇게 이야기하면 남편은 사주고 기분이 좋겠어요, 안 좋겠어요? 당연히 기분이 좋지요. 그러면 남편은 기분 좋아서 한 개 더 사줍니다. 어떤 게 더 현명합니까?

같이 살 거면 상대를 그냥 날씨나 꽃처럼 생각하라고 하시네요. 피는 것도 저 알아서 피고, 지는 것도 저 알아서 질 뿐, 도무지 나하고 상관없이 피고 지는 것처럼, 다만 내가 맞추면 마음이 편해진다는 말씀이었습니다. 남편도 안 미워하고 나도 안 괴롭고, 물건 살 확률도 높은 그런 길을 놔두고 공연히 성질내면서 스스로 괴로움 살 필요는 없다는 말씀에 크게 공감이 갔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