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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법륜 스님 "세월호를 잊지 않아야 하는 이유"

수행공동체 정토회(지도법사 법륜스님)가 세월호 참사로 자식을 잃은 유가족들을 위해 ‘세월호 특별법 제정 천만인 서명운동’에 적극 동참해 6월19일부터 7월6일까지 18일만에 단독으로 140만명의 서명을 받아냈다. 


8일 오후1시반, 정토회는 정동 성프란치스코 성당에서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원회에 서명용지 140만명을 전하는 전달식을 가졌다. 이 자리에는 세월호 사고 희생자/실종자/생존자 가족분들 60명과 법륜스님, 방송인 김제동이 함께 했다.  



[ 법륜 스님(정토회 지도법사)이 세월호 특별법 제정을 위해 정토회 회원들이 서명 받은 141만명의 서명용지를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전달하고 있다. / 사진=이준길]

 

정토회가 받은 서명은 전국에서 진행되었다. 서울과 제주 지역에서 23만명, 강원과 경기동부 지역에서 14만명, 인천과 경기서부 지역에서 12만명, 대전과 충청지역에서 12만명, 광주와 전라지역에서 7만명, 대구와 경북지역에서 18만명, 부산과 울산지역에서 20만명, 경남지역에서 12만명. 이렇게 전체 총 141만 3,139명을 서명 받았다. 서명인원 전달은 정토회 지도법사인 법륜 스님이 유가족 대책위원장 김병권님에게 했다.  


지금까지 세월호 가족들과 전국 800개 시민단체연합이 받은 서명인원은 160만명 선이었다. 이와 거의 맞먹는 숫자의 서명을 정토회(지도법사 법륜스님) 한 개 단체에서 땀흘리며 해낸 것이다. 


정토회 측은 영상물을 통해 “정토회는 지난 4월19일 세월호 사고 이후 전국 법당에 추모 현수막과 분향소를 설치하여 희생자들의 극락왕생과 실종자들의 무사귀환을 발원해 왔다. 법당 내외에서 진행되는 모든 행사 때마다 추모 묵념과 발원문을 통해 희생자들의 넋을 위로하고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마음모아 기도해 왔다.”며 “그러던 중 세월호 진상규명을 위한 유가족들의 천만인 서명 소식을 듣고 작은 힘이나마 보태기 위해 전국의 자원활동가 12,100명은 하루도 빠짐없이 내 아이를 지키는 엄마의 마음으로 거리로 나섰다”라고 서명운동 과정을 설명했다. 



서명운동에 동참한 정토회 회원 김범수씨는 “6월19일부터 7월6일까지 18일간 길거리, 야구장, 학교, 지하철, 월드컵 거리응원장까지 찾아다녔다.”며 “서명을 하면 할수록 세월호 유가족들의 마음이 될 수 있었다.” 라고 소감을 말했다.  


법륜 스님은 서명용지를 모두 전달하고 나서 유가족들을 위로하면서 국민들에게 이와 같이 호소했다. 


“사고가 발행한 날 저도 뉴스에서 사고 장면을 보고 있었습니다. 뭐라고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착잡했습니다. 폭탄이 터지던지 건물이 무너진다던지 우리가 어쩔 수 없었던 일이였다면 죄책감이 덜 했을 텐데 2시간이나 그 광경을 보면서도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다는 것에서 엄청난 자책감과 무력감을 느꼈습니다. 또 보이지 않는 누군가에게는 저렇게 밖에 할 수 없었던 것에 대해 분노가 일어났습니다. 우리 대한민국이 이렇게 밖에 안 되나 하는 자괴감도 들고 여러 감정들이 뒤섞여 일어났습니다. 아마 우리 국민 모두가 그러했을 겁니다. 하물며 가족을 잃은 당사자들의 아픔을 우리가 어찌 헤아릴 수 있겠습니까. 


많은 방송국에서 인터뷰 요청이 있었지만 어떤 말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왜냐하면 지난 반세기 동안 돈이 된다면 뭐든지 하려고 했던 물신주의, 성장주의, 속도중심으로 살아온 우리 사회의 과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물신주의를 극복하고자 부처님이 교화설법을 하셨는데 그런 성인을 따르는 종교인들마저도 물량과 성장 중심으로 성공과 실패를 평가하는 길을 걸어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가장 큰 잘못을 저지른 종교인들이 어떻게 세상을 향해 입을 열 수 있겠느냐 싶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아무것도 안하고 앉아 있을 수만은 없지 않느냐 싶었습니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우리들 삶에 대한 깊은 성찰과 동시에 사고에 대한 진상규명이 정확하게 밝혀져야 하지 않느냐 싶었습니다. 



[법륜 스님(정토회 지도법사)이 세월호 희생자 유가족들에게 특별법 제정 서명인원을 전달하고 나서 유가족들을 위로하며 국민들에게 당부의 말을 하고 있다. / 사진=이준길]

 

저는 아직도 의문이 잘 풀리지 않습니다. 낡은 배를 수입해 왔다, 용적을 늘렸다, 과적을 했다, 끈을 제대로 동여 메지 않았다, 이런 것들은 사고의 원인 가운데에서 간접적인 원인에 속합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첫째, 왜 급커브를 틀었느냐 하는 것이죠. 이것이 안 밝혀지고 있습니다. 


둘째, 사고가 난 뒤에 두 시간 동안이나 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았느냐 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국가가 해야 할 일입니다. 우리가 세금을 내어서 국가를 유지하는 이유는 이런 어려움에 처했을 때 국민의 생명 보호하라는 것입니다. 정말 어쩔 수 없는 일이었는가. 


이런 원인이 분명히 밝혀져야 재발 방지를 위한 방안도 나올 수 있습니다. 진상규명 없이 어떻게 재발방지가 제대로 될 수 있습니까. 이런 측면에서 유가족들은 ‘왜 우리 아들이 죽었는지 알고 싶다’는 절규를 하고 있습니다. 죽음 앞에 우리가 진실하지 못할 이유가 뭐가 있습니까. 그런 측면에서 진상규명에 대해서 모든 국민들의 관심이 집중되어야 하고, 그에 따른 재방 방지가 분명하게 이뤄져야 합니다. 


지금은 유가족들만 당사자이지만, 진상이 제대로 규명되지 못하고, 재방방지를 위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하지 못하고, 직업윤리에 대한 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결국 이런 사고는 곧 나의 일이 되고 우리 모두의 일이 되게 됩니다. 이 문제를 더 이상 몇몇 유가족들의 문제로 여길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문제로 받아들여 주었으면 합니다. 


이들의 희생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이 희생을 통해서 앞으로 이런 사고가 일어날 확률을 줄일 수만 있다면, 그래서 새로운 대한민국을 만든다면, 304명의 희생이 앞으로 새롭게 희생될 수천수만 명의 목숨을 건진다면, 이들의 희생은 희생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목숨을 건지는 것이 됩니다. 값없는 희생이 되느냐 정말 순교 같은 값비싼 죽음이 되느냐 하는 것은 이 사건에 있는 것이 아니라 이 사건을 계기로 해서 우리가 어떻게 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 일이 갈등과 분쟁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더 좋은 사회를 만드는 길로 나아가는 계기가 되었으면 합니다.


종교인의 한 사람으로 유가족들에게 큰 힘이 되지 못한 것에 대해 죄스럽게 생각합니다. 이 아이들이 부활하게 하는 길은 다시는 이런 희생이 없는 사회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그런 일에 앞장서는 선구적인 역할을 유가족들도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슬픔을 뛰어넘어 한발 더 나아갈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법륜 스님은 유가족들에게 141만명의 서명용지를 전달하며 작은 정성이지만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고 싶었다며 유가족들의 손을 꼭 잡아주었다. 


유가족 고 이정인양의 아버지는 전달식을 마치고 “법륜 스님과 정토회 회원들이 마치 자신의 일처럼 생각하고 앞장서준 것에 대해 너무나 고마운 마음이 들었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방송인 김제동씨가 세월호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격려하고 있다. 김제동씨는 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세월호 특별법 천만인 서명운동을 함께해 왔다. / 사진=이준길]

 

한편, 정토회 회원들과 함께 서명운동에 동참하고 있는 방송인 김제동씨는 세월호 유가족들이 서명운동 과정에서 받아온 보상금과 관련한 오해와 상처를 이야기하며 “국가 유공자들이 이 땅을 지키고자 했던 이유도 아이들이 이런 희생이 없는 나라를 만들고자 했었던 것” 이라며 “바다에 아무리 많은 돈이 떠 있어도 그 돈과 자신의 아이를 바꾸고자 하는 부모는 없을 것” 이라며 유가족들을 격려했다. 또한 “세월호 특별법은 보상금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이 땅을 살아갈 우리 미래 세대를 위한 일”임을 강조하면서 “유가족들이 아이들을 보내는 일에 집중할 수 있도록 우리가 많은 일들을 맡아주자“며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특별법 제정을 위한 천만인 서명운동은 온라인을 통해서도 진행되고 있다. 온라인 서명은 유가족 대책위원회에서 마련한 사이트에서 지금 참여할 수 있다.  


▶ 세월호 특별법 제정 온라인 서명하기 : http://sign.sewolho416.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