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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반도평화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변화를 예상해 보면?

장성택 숙청 및 처형으로 북한 내부가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장성택 숙청이 몰고 올 파장에 온통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장성택 처형 이후 동북아 정세, 구경꾼으로 남을 것인가? 


12월 3일 국가정보원이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분류되는 리용하 당 행정부 제1부부장, 장수길 당 행정부 부부장의 공개처형과 장성택 실각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국내외적으로 장성택의 거취에 대한 추측이 난무하는 가운데, 12월 8일 북한은 노동당 정치국 확대회의를 개최하여 장성택 실각을 공식적으로 결정한 사실을 이례적으로 신속하게 공개하였다.



▲ 12월 13일 북한이 공개한 처형직전의 장성택. 양 손을 포승줄에 묶인 장성택이 국가안전보위부원들에게 잡힌 채 법정에 서 있다.(연합뉴스)


북한은 12월 12일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에서 재판을 진행하여 장성택에게 사형을 언도하는 동시에 즉시 처형을 집행하는 등 파장을 최소화하기 위해 신속하게 장성택 문제를 처리하였다. 북한은 장성택 숙청 및 처형을 속전속결로 마무리하면서 북한 내부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차단하기 위해 총력전을 벌이고 있는 양상이다. 조선중앙TV,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관영매체와 북한주민을 동원하여 장성택 처형을 정당화하고 김정은에 대한 충성을 유도하는 여론몰이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려되는 북한의 전근대적·반인권적 행태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 판결문에 따르면 장성택에게 적용된 죄목은 북한 형법상 ‘국가전복음모죄’(제60조)이다. 이는 북한 내부에서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로서 정치범죄로 분류된다. 북한 형상소송법에 따르면 정치범죄인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 사건의 수사와 예심은 ‘안전보위기관’(국가안전보위부)이 담당하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군인, 인민보안원, 군사기관 종업원의 재판은 군사재판소가 관할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반국가 및 반민족범죄’라는 정치범죄의 성격과 장성택의 인민군 대장이라는 지위를 적용하여 국가안전보위부가 수사와 예심을 담당하고 국가안전보위부 특별군사재판소가 재판을 진행한 것으로 보인다.


북한이 애써 법적 절차와 형식을 갖추고 있지만 장성택 숙청 및 처형과정은 가히 충격적이다. 국제사회는 북한 내 권력 2인자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온 것으로 알려진 장성택의 처형과정을 ‘공포정치’ 등으로 명명하면서 북한 정권의 전근대적 행태에 대한 비난이 봇물처럼 터져 나오고 있다. 장성택의 처형과정에서 드러난 북한 정권의 잔인성, 폭력성, 비인권적 행태는 대단히 우려스럽고 이에 대해서는 아무리 비난한다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정치적 안정성


북한의 제2인자로 주목받던 장성택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면서 이제 관심은 장성택이 제거된 이후 북한의 정치적 안정성에 쏠리고 있다. 언론 등을 통해 근거 없는 갖가지 추측들이 난무하고 있는데 이런 때일수록 냉철한 이성적 접근이 요구된다. 


권력의 한축을 담당했던 장성택의 몰락으로 권력을 재편해가는 과정에서 일시적으로 불안정성은 높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향후 북한 정권의 안정성을 진단하기 위해서는 우선 장성택 제거의 요인은 무엇이며, 누가 장성택 제거를 주도했으며 이 과정에서 김정은은 주도적 역할을 수행했는지 여부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이에 대해 우리 내부에서 다양한 견해들이 제시되고 있다.


첫째, 군부가 관장하던 외화벌이 사업 이권을 내각으로 이관하는 과정에서 이를 주도한 장성택에 대한 군부의 불만이 표출되었다는 견해이다. 둘째, 당의 역할이 복원되는 과정에서 당 행정부의 독주에 대한 당 조직지도부 등 당의 다른 조직들의 불만이 표출된 결과라는 의견이다. 셋째, 아직 권력기반이 공고하지 않은 상황에서 김정은이 장성택 제거를 주도하였다기보다는 추인할 수밖에 없었다는 주장이다.


이러한 다양한 견해와 관련하여 정치국 확대회의 결정문, 특별군사재판소 재판 판결문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불만 그룹들이 연합하여 치밀한 기획과 조사를 통해 김정은이 장성택 제거를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도록 만들어왔다는 견해가 설득력 있어 보인다. 특히 장성택의 제거 명분으로 유일지배체제에 대한 도전을 내걸었다는 점에서 장성택을 제거하려는 불만그룹과 김정은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을 수도 있다.


여하튼 장성택 제거와 뒤따르게 될 장성택 ‘일당’에 대한 대대적 숙청작업으로 일시적인 혼란과 불안정의 징후가 나타날 수도 있겠지만 김정은 정권이 본질적으로 흔들릴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장성택을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은 김정일 정권의 취약성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결과적으로 김정은은 장성택 제거 방식을 통해 자신의 권력을 공고화시킬 수 있는 계기로 삼을 수 있게 되었다.


첫째, 무엇보다도 주민 여론몰이를 통한 김정은 중심의 유일영도체계를 구축하는 대대적인 선전활동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둘째, 장성택 제거에 대한 정당성의 근거로 삼는 사유들이 앞으로 북한 내 상층 엘리트의 도전을 차단하는 논리로 작용하게 될 것이라는 점이다. 장성택을 제거하면서 북한은 ‘반당·반혁명 종파’ 행위를 숙청과 처형의 핵심사유로 들고 있다. ‘1번 동지’, ‘소왕국’ 건설이라는 불경죄와 함께, ‘현대판 종파의 두목’으로서 ‘동상이몽, 양봉음위’의 행태를 보이면서 ‘만고역적’으로 반역행위를 꾀했다고 죄목을 명시하고 있다.


확대회의 결정문에서는 ‘장성택 일당’이라고 명명하면서 “당 안에 분파를 형성하기 위하여 악랄하게 책동”하였다고 비판하고 있다.


또한 재판 판결문에서 “김정은 동지의 유일적 령도를 거부하고 원수님의 절대적 권위에 도전하며 백두의 혈통과 일개인을 대치시키는 자들을 우리 군대와 인민은 절대로 용서치 않는다”고 강조하고 있다.


누가 장성택 숙청과 처형을 주도했든 장성택 제거를 주도했던 그룹들이 장성택 제거의 명분으로 내건 ‘종파’ 및 김정은에 대한 불경이 언제든지 자신들에게도 부메랑으로 돌아올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 종파나 김정은에 대한 저항이라는 명분을 걸어 자신들도 그 누군가에 의해 똑같은 운명의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되었다.


이와 같이 북한정권은 장성택 제거로 앞으로 어느 누구도 이러한 행위로 숙청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절대충성을 유도할 수 있게 되었다.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하여 볼 때 앞으로 북한 내 권력 상층부로부터 김정은 일인지배체제에 대한 단기간 내의 도전은 쉽지 않을 것이다. 그렇지만 앞으로 장성택 계열로 분류되는 인사에 대한 선별적 숙청은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권력 내부 불안정성도 일시적으로 높아질 수 있다.


또한 장성택 숙청을 계기로 상층부에 이권개입, 부정부패 행위, 자본주의 생활양식이 상당하게 퍼져 있는 현실도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이는 북한체제의 안전성에 양면적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작용할 것이다. 김정은은 단기적으로 상층 엘리트의 부정부패 행위라는 약점을 활용하여 이들을 통제해나가겠지만 중장기적으로 그 자체가 오히려 북한체제의 안정성에 부정적 요소로 작용하게 될 것이다.


장성택 처형 이후 북한의 정책방향


장성택 숙청 및 처형 이후 북한의 대내외 정책방향의 변화여부도 초미의 관심사이다. 북한당국이 의도하지는 않았겠지만 장성택 제거 과정에서 공개한 문건을 통하여 그들이 직면하고 있는 현실 과제도 스스로 드러내고 있다.


북한당국은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에 대한 장성택의 부당한 개입을 장성택 제거의 핵심 사유 중 하나로 제시하고 있다. “내각이 경제사령부로서의 기능과 역할을 제대로 할 수 없게 하였다”고 구체적으로 장성택의 경제발전 저해행위를 적시하고 있다. 장성택이 경제사령부 역할을 맡고 있는 내각을 무력화하는 등 북한경제를 망치게 한 반국가범죄를 저질렀다는 것이다. 또한 장성택이 “군대와 인민이 현재 나라의 경제실태와 인민생활이 파국적으로 번져지는데도 불구하고 현 정권이 아무런 대책도 세우지 못한다는 불만을 품게 하려고 시도하였다”고 국가전복음모를 구체적으로 공개하고 있다.


이러한 대목들을 통해 김정은 등장 이후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 결과에 대한 북한 내 불만의 일단을 살펴볼 수 있다. 이러한 불만이 김정은에게 직접 향하는 것을 막기 위해 장성택의 해외자원 매각, 부당한 이권개입, 부정부패 행위로 경제발전 성과를 거둘 수 없었다고 장성택에게 경제정책 실패의 책임을 전가하면서 희생양으로 삼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북한은 김정은 등장 이후 인민생활의 향상을 지속적으로 강조하면서 6·28 방침, 경제건설과 핵무력 건설 병진노선을 천명한 바 있다. 개혁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초기에는 내부적으로 갈등과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이 높다. 장성택은 김정은 체제의 공고화를 위해 개혁적 정책 추진에 앞장섰을 것이며, 내부 불만에 방패막이 역할을 해왔을 것이다. 비록 이번에 파고를 이겨내지 못하고 장성택을 희생양으로 삼았지만, 부당한 개입으로 김정은의 정책노선이 성과를 거두지 못하였다고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김정은의 정책노선에 대한 도전과 반발에 쐐기를 박는 기회를 만들 수 있게 되었다. 


김정은은 장성택을 제거함으로써 일시적으로 자신에게 향하는 엘리트와 주민들의 불만을 피할 수는 있겠지만 인민생활 향상과 경제발전에 대한 가시적 성과를 보여주어야 하는 과제도 동시에 떠안게 되었다. 내부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 자신이 강조한 인민경제 활성화의 부담도 그만큼 커지게 된 것이다.


그리고 이례적으로 외부 세계에 의해 장성택이 ‘개혁가’로 지목되었다는 점도 공개하고 있는데, 이는 개혁에서 후퇴하겠다는 의도라기보다는 오히려 김정은이 그러한 개혁의 주체가 되어야 한다는 의도로 읽혀진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김정은은 장성택 제거 이후 내부 결속을 다지는 동시에 경제발전을 위한 자신의 노선을 더욱 강화해나갈 가능성이 높다.


한반도 및 동북아 상황을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국민의 안전과 안보를 위해 모든 가능성을 열어두고 철저하게 대비하는 것은 국가의 당연한 책무이다. 그렇지만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하는 발언은 자제할 필요가 있다. 12월 13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서 의원의 질문에 대한 답변형식이기는 하지만 “정부 당국뿐만 아니라 관련 전문가들도 좀 말을 아낄 필요가 있다. 확실히 파악되는 사실들이 그렇게 많지 않은 상황에서 억측들이 나오면 국민들이 불안해 한다. 이는 정부가 바라는 바가 아니기 때문에 말을 아끼는 것이 필요하다”는 류길재 통일부 장관의 발언은 적절했다고 본다.


방공식별구역을 둘러싼 동아시아 관련 당사국 사이의 갈등 사례에서 보듯이 동북아 정세는 힘에 기반을 둔 세력경쟁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동북아 정세가 요동치는 상황에서 장성택에 대한 충격적인 숙청 및 처형사건이 발생한 것은 우려되는 부분이다. 우리 내부에서는 장성택 처형이 몰고 올 파장을 최소화하고 북한의 움직임에 대한 냉정하고 치밀한 대책을 세우는 데 지혜를 모으기보다는 북한 정권의 부도덕성을 집중 부각시키는 데 열중하는 것 같아 안타깝다.


북한통치의 전근대성과 비인권성을 비판하는 것과 북한체제의 안정성 판단은 구분하여 접근해야 한다. 이 둘을 혼동하여 근거 없는 희망에서 북한을 불필요하게 자극할 필요는 없다. 우리는 냉철하고 차분하게 대북 메시지를 전달하고 남북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나가야 한다. 단기적으로 차분하게 북한 내부 정세를 살피면서 중장기적으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남북관계를 끌어가기 위한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북한 내부동요로 남북관계가 안정되지 않을 경우 주변국들이 자신들의 이해를 극대화하기 위해 이를 활용할 가능성도 높다. 북한은 장성택을 처형한 12일, 12월 19일 개성공단 남북 공동위원회 4차 회의를 개최하자고 제의하였다. 대남 경협사업은 차질 없이 진행하겠다는 북한의 메시지로 보인다. 


지금은 남북관계와 한반도 정세를 안정화시키는 것이 급선무이며, 나아가 남북관계를 주도해나갈 여건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을 구상할 때이다. 요동치는 북한정세와 동북아정세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 북한내부의 권력지형과 정책노선 변화에 대한 오판으로 인해 한반도 나아가 동북아의 불안정을 심화시키는 우를 범하지 않도록 경계해야 한다. 북한 사태의 진전에 대한 수동적 대응을 넘어 남북관계, 동북아를 아우르는 복합적 국가정책을 주도적으로 마련하는 전략적 지혜를 발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