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법당에 아시는 분이 오랜만에 찾아왔습니다. 차도 마시고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요즘 독재자 같은 남편 때문에 너무 힘들다는 하소연을 듣게 되었습니다. 지난 십여년간 반복되어왔던 일이지만, 이제는 도저히 못참겠다 싶어서, 헤어지자고 까지 이야기를 했지만, 아이들이 클 때까지만은 참아달라고 부탁해서, 일단은 그냥 서먹서먹하게 대화 없이 지내고 있다고 했습니다. 십여년의 세월을 참고 억누르다 보니, 이제는 가슴에 한이 된 듯이 보였습니다. 딱히 조언을 드리진 못해서 그래도 도움을 드리고자 법륜스님의 즉문즉설을 함께 들었습니다. 마침 독재자 같은 남편으로 인해 힘들어하는 분의 질문이 있었고, 스님의 대답도 정말 좋았습니다. 그 분도 스님의 답변을 듣고는 가슴이 뻥 뚫리는 것 같다고 하시며 기뻐하셨습니다. 여러분들께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소개합니다. 


[질문] 

저는 선을 봐서 신랑의 적극성에 끌려 결혼한 지 7년째입니다. 결혼한 날부터 남편은 모든 것이 자기 위주여서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고 말을 함부로 합니다. 예를 들면 임신했을 때 입덧이 유난하여 입원할 지경이었는데도 남편은 위로의 말 한 마디, 전화 한 통화 하지 않았습니다. 그래도 저는 제가 선택한 결혼이니 최선을 다하자며 세월의 약에 의지했습니다. 남편은 뭐든지 ‘너는 알 필요 없다. 네가 알아서 뭐 할래?’ 하는 식입니다. 남편은 작은 일에 의견이 갈라져도 절대로 말을 먼저 하지 않고 인상만 쓰니, 항상 제가 애교를 떨며 먼저 말을 겁니다. 이번에도 그런 일로 말을 안 한 지 2주가 되었습니다. 이제는 버릇이 되어 버린 것 같습니다. 이번에는 남편이 먼저 말을 하도록 제가 꾹 참으려고 합니다. 남편을 보통 남편처럼 되게 할 수 있을까요? 

[답변]

질문하신 분이 보기에 남편은 제 맘대로 하고 사는데 보살님은 보살님 맘대로 할 수가 없죠? 그런데 남편한테 얘기 들어 보면 남편도 제 맘대로 할 수 없다고 해요. 제 맘대로 되면 아내한테 불평을 하지 않겠지요. 너는 몰라도 된다는 말은 무슨 뜻이겠어요? 몰라도 되는 일을 자꾸 꼬치꼬치 묻는다는 것입니다. 보살님이 볼 때는 알아야 할 일을 안 가르쳐주는 것 같지만, 남편이 볼 때는 몰라도 될 일을 자꾸 알려고 한다는 것이지요. 그러니까 피장파장이에요. 

자기 생각대로 하고 싶으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헤어지면 됩니다

‘왜 늦게 들어오나? 늦게 들어올 거면 전화라도 하지.’ 아내 심정은 이렇지만, ‘어차피 늦게 들어갈 텐데 전화하면 뭐 하나? 전화비만 들지.’ 남편은 이렇게 생각합니다. 이렇게 생각이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뭐든지 자기 생각대로 하고 싶으면 “안녕히 계십시오.” 하고 그만두면 됩니다. “안녕히 계십시오.” 할 수 없다는 것은 어떤 이유에서든 같이 사는 게 낫다는 거지요. 성적인 필요 때문이든, 자녀 문제나 부모 문제, 아니면 경제적인 필요 때문이든, 어쨌든 같이 살아야 할 이유가 있기 때문에 같이 사는 겁니다. 

같이 살려면 남편에게 맞춰야 합니다

그런데 같이 살려면 맞춰야 해요. 맞춘다는 것은 내 것을 내려놓는 것입니다. 

“묻지 마.” 
“알겠습니다.”

“일찍 들어와.” 
“알겠습니다.”

“늦게 들어와.” 
“알겠습니다.”

“잔소리 하지 마.” 
“알겠습니다.”

서로서로 이렇게 하면 아무 문제도 없어요. 그런데 이렇게 살라고 하면 당장 “그렇게 하고 왜 삽니까?” 하고 따집니다. 그러면 안 살면 돼요. 그런데 같이 살려면 그렇게 해야 된다는 거예요. 아내가 물으면 남편이 대답해 주기를 원하는데 안 해 주니까 아내는 짜증이 나지요. 그런데 남편 입장에서 보면, 묻지 않기를 원하는데 아내가 자꾸 묻는 거지요. 

내 남편을 다른 남편처럼 만들겠다는 건 매우 위험한 발상이에요. 다른 남자는 다 좋아 보이고 내 남편만 문제가 있는 것 같죠? 그렇지 않아요. 집집마다 나름대로 다 불만이 있어요. 사람이 다 다른데, 내 남편이 다른 남자처럼 되면 좋겠다는 생각 자체가 잘못됐어요. 사람은 살아 있는 생물이지 TV가 아니고 자전거가 아니에요. 사람마다 다 반응이 다른데 다른 사람처럼 되라고 하는 말은 맞지 않습니다. 생각을 잘못하고 있어요.  

절대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결심을 해야 돼요

질문하신 분이 행복해지는 길은 두 가지예요. 하나는 아무 조건 없이 원망도 하지 말고 미워하지도 말고 그냥 “안녕히 계세요. 감사했습니다.” 하고 혼자 나와서 무슨 일이든 해서 먹고사는 겁니다. 일거리는 많습니다. 노인 돌볼 일도 있고, 일이 엄청 많아요. 여기서 주는 밥 먹고 노인 돌보면서 살아도 돼요. 그런데 지금 이 성질을 그대로 가지고 노인 도우러 가면, 

“이 집에는 자식이 셋이나 있는데 왜 하나도 부모를 돌보지 않나요? 할아버지는 아직 거동할 수 있는데 왜 청소도 안 하고 살아요?” 

이렇게 또 남의 인생에 간섭을 하게 됩니다. 그러니까 ‘안녕히 계십시오.’ 할 때는 이제 다시는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않겠다고 딱 결심을 해야 합니다. 저 산을 보면서는 꽃이 피든지 지든지 상관 안 하잖아요. 벚꽃이 뭐 때문에 한꺼번에 피냐? 천천히 피지. 꽃이 질 땐 왜 팍 지냐? 좀 천천히 지지. 이렇게 말하지 않잖아요. 피는 것도 제 사정이고 지는 것도 제 사정이고, 꽃이 피면 꽃을 보고 꽃이 지면 그만인 것처럼 무심히 볼 수 있는 게 수행입니다. 그렇게 안 되는 게 우리 중생심이고, 그렇게 안 되는 게 현실이지만 목표를 세워 그런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걸 확실히 아셔야 합니다.  

남편을 그냥 꽃이나 날씨처럼 생각해 보세요

만약 같이 살려면, 남편을 그냥 꽃이나 날씨처럼 생각하세요. 피는 것도 저 알아서 피고, 지는 것도 저 알아서 지고, 도무지 나하고 상관없이 피고 지잖아요. 다만 내가 맞추면 돼요. 꽃 피면 구경 가고, 날씨 추우면 옷 하나 더 입고 가고, 더우면 옷 하나 벗고 가고, 비 오면 우산 쓰고 가고. 그렇게 생각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선을 봤든 연애를 했든 누가 누구를 쫓아 다녔든 부모가 강요를 했든 그런 건 다 지나간 얘기예요. 그런 건 얘기할 필요가 없어요. ‘이 모든 번뇌는 내가 일으킨 분별심이다.’ 하고 내 공부로 삼으세요. ‘우리 남편은 부처님이다.’ 하고 생각하세요. 부처님이라는 말은 ‘자기가 알아서 한다, 내가 간섭할 일이 아니다.’ 라는 말이에요. 그렇게 해가면 남편을 미워하지 않게 되고 미워하는 마음을 내 어리석음 탓으로 돌려서 참회하게 되고 그러면 나중에 사랑받게 되죠. 지금 이 분의 사고방식과 행동과 말은 사랑받을 수 있는 태도가 아닙니다. 

한탄만 하지 말고, 운명을 바꾸고 개척하며 사는 게 수행

생각을 바꾸셔야 합니다. 그러면 운명이 바뀝니다. 기도를 하면서 생각을 바꾸면 업이 바뀝니다. 지금은 ‘우리가 전생에 무슨 악연이었나?’ 하는 생각이 들겠지만, 기도를 하여 업을 바꾸면 나중에는 ‘전생부터 우리는 천생 연분이었나?’ 하게 됩니다. 이렇게 사주팔자를 바꾸는 게 불법이라고 하는 거예요. 정해진 운명대로 사는 게 아니라 그 운명을 바꾸는 것, 개척하며 사는 게 수행입니다. 그러니 이렇게 한탄하지 말고 힘들어하지 말고 화창한 봄날처럼 기쁜 마음을 가지고 웃으면서 먼저 얘기하세요. 

“안녕하셨어요? 잘 다녀오셨어요. 힘드시죠? 봄이 와서 꽃도 예쁘고 날씨도 좋네요.” 
“이 여자가 미쳤나?” 하면, 
“예, 제가 미쳤습니다.” 하세요. 
“뭐 먹고 미쳤나?” 하면, 
“스님 법문 듣고 미쳤습니다.” 하고 얘기해요. 

그러면 기가 막혀서라도 픽 웃을 겁니다. 그 픽 웃는 순간에 마음속에 있는 장벽이 다 없어져 버려요. 이렇게 분위기를 전환하면 2주간 입 다물었던 일은 흔적도 없이 사라집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하나하나 공감이 갔고,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자기 생각대로 하고 싶으면 헤어지면 된다. 그런데 헤어지지 못한다는 건 같이 살 수밖에 없는 나름의 이유가 있는 것이다. 같이 살아야 한다면 남편에게 맞춰야 한다. 남편을 꽃이나 날씨처럼 생각해봐라. 남편의 인생에 간섭을 하지 않으려고 하면, 마음에 장벽이 없어지고 관계가 좋아질 것이다... 어떻게 하면 갈등도 풀어내고 내 마음도 편안할 수 있는지 명쾌하게 다가왔습니다. 같이 법문을 들으신 분도 ‘내가 왜 그동안 힘들었는지 알게 되었다’ 하시며 가슴이 시원해졌다 하셨습니다. 고민의 해결점을 찾으신 것 같아 제 마음도 덩달아 기뻤습니다. 

살다보면 비단 부부관계만 그렇겠습니까. 직장에서도, 모임에서도 갈등은 늘 있습니다. 자기 생각대로만 하려 하지 말고, 상대에게 맞춰주려고 하는 마음의 여유를 갖는다면, 지금보다는 더 행복한 인생을 살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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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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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들꽃 2010.09.15 09:58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법륜스님, 정말 대단하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즉문즉설 그거 어디가면 직접 들을 수 있습니까?

  2. 미디어코난 2010.09.15 09: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우리집에도 독재자 한 명 있는데...

  3. 유창선 2010.09.15 10: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안녕하셨어요? 잘 다녀오셨어요. 힘드시죠? 봄이 와서 꽃도 예쁘고 날씨도 좋네요.”
    “이 여자가 미쳤나?” 하면,
    “예, 제가 미쳤습니다.” 하세요.
    “뭐 먹고 미쳤나?” 하면,
    “스님 법문 듣고 미쳤습니다.” 하고 얘기해요.

    여기서 빵 터진 1인.

  4. 카라의다이어트 2010.09.15 10:03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남편을 그냥 꽃이나 날씨처럼 생각해 봐라....
    그렇게 할 수 있다면 마음이 정말 편안해 질 것 같네요.
    꽃을 보면서는 그냥 바라보는 게 되는데,
    남편한테는 왜 그게 잘 안될까요?
    속에서 우라통이 터질 것 같아요.
    정말로 수행 이냐 뭐냐 하는 것을 해야 하는건가요...

  5. Favicon of http://yongphotos.com BlogIcon 용작가 2010.09.15 19:01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인생살이에 있어 사람을 대하는 태도가 저글과 같다면 분쟁은 없어질지 모르나,

    재미는 없어보입니다.... 적당히 잘 섞어 활용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