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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속으로

7번방의 선물, 펑펑 울었습니다.

 

 

“펑펑 울었다. 다시 웃다가 다시 울고... 계속 그랬다”

 

영화 <7번방의 선물>을 본 소감이다. 너무 좋은 경험을 하면 그 경험을 소중한 사람들에게 나누고 싶어진다. 그럴 때 “왜?” 라고 물으면 “말로 설명하긴 힘들고 일단 가서 보고 난 후 얘기하자” 고 말할 때가 많다. 감동은 말로 설명되어지지 않는 법. 나에겐 <7번방의 선물>이 그랬다.

 

지인이 시사회 티켓을 선물로 줘서 영화 줄거리와 주연배우도 누구인지 모른 채 극장을 찾았다.

 

 

아무런 기대가 없어서였을까 너무나 큰 감동을 받은 나머지 집으로 돌아가는 길 지하철에 앉아서부터 이렇게 마구 글을 적어내려가고 있다. 영화사에서 시킨 것도 아니고 돈 받은 것도 하나 없다. 그냥 영화를 보고 난 후 그 감동이 너무 컸기에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를 봤으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적는다.

 

<7번방의 선물>을 보러 가려면 먼저 준비물로 손수건을 한 장씩 꼭 가져 가셔야 한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 안 흘리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 여기저기서 훌쩍 훌쩍 거리는 소리가 들리는데, 손수건 준비 안 해간 나는 그냥 통곡을 하며 울었건만 맨손으로 꾸역꾸역 눈물을 닦아야 했다.  

 

 

영화의 줄거리는 대충 이렇다. 억울한 누명을 쓰고 교도소에 갇힌 7세 지능의 딸바보 용구(류승룡). 그가 최악의 흉악범들이 모인 7번방에 입소하면서 사건들이 쉴틈없이 터진다. 딸 예승이와 함께 보내고픈 아빠 용구. 두 부녀에게 추억을 만들어주고픈 험악한 삼촌들의 좌충우돌 휴먼스토리가 펼쳐진다. 그 이상은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자제하도록 한다. 요렇게만 알고 영화를 보러 가시기 바란다.

 

첫 장면. 눈발이 날리는 교도소 앞에 예승(큰 예승. 박신혜)이 교도소 담벼락 위를 응시하고 있다. 노란풍선이 철사에 걸려 날아가지 못하고 있다. 영화는 이 노란 풍선이 철사에 걸린 매듭을 풀고 하늘로 훨훨 날아가기까지의 과정을 127분 동안 한(恨)과 눈물과 웃음으로 엮어냈다.

 

그래도 무슨 내용인지 의아해 할 것 같다. 부연 설명을 하자면... 용구(류승룡)의 딸 예승(어린 예승. 갈소원)의 이야기부터 해야 할 것 같다. 아빠 용구는 7세 지능의 정신지체를 갖고 있다. 그런 아빠를 예승은 무척이나 아끼고 사랑했다. 그런 아빠가 누명을 뒤집어 쓰고 감옥에 가게 된다. 경찰청장을 겨냥한 보복살인 사건으로 미성년자 약취 유인죄, 유아 강간 살인죄로 말이다. 극악의 사형범이 된다. 이 장면부터 영화는 눈물바다로 빠져든다. 어린 예승이가 아빠를 위해 한(恨)을 갖고 살아가게 될 것이 느껴지면서 자꾸만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어느덧 관객은 모두 예승이의 입장이 된다. 

 

용구는 7세 지능에 불과하지만 딸에 대한 애정만큼은 누구보다도 각별하다. 감옥에서도 늘 “예승이 보고 싶어요”를 반복한다. 교도소에 들어간 첫날 “이용구는 61년 1월18일에 태어났어요. 제왕절개. 엄마 아팠어요. 내 머리 커서.” 라고 말을 더듬으며 인사하자 같은방 흉악범들은 “상태 왜이래 이거?” 하면서 불쾌감을 드러낸다. 그러나 이내 곧 그의 순진무구함에 빠져든다. 용구의 딱한 사정을 알게 된 같은방 흉악범들은 용구를 위한 특별한 이벤트를 준비하는데... 관객들은 어느덧 영구의 입장이 되어 뜨거운 부성애가 가슴에 벅차 오른다. 다시 용구의 입장이 되어 눈물이 흐르기 시작한다.

 

 

 

용구와 예승, 둘은 무척이나 닮았다. 너무나 순진하고 깨끗하다는 점에서... 영화 <7번방의 기적>은 이렇게 딸의 아빠에 대한 사랑, 아빠의 딸에 대한 사랑을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영화다. 그리고 흉악범들이라고는 하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그 속에도 따뜻한 인간애가 찐하게 묻어 있음을 훈훈하게 그려냈다. 코믹한 웃음과 함께 말이다.

 

용구의 누명은 과연 벗겨질 수 있을까. 7번방의 기적은 일어날 수 있을까. 용구와 예승의 애절한 만남에 사람들은 조금씩 감동을 하기 시작하고 용구의 누명도 벗겨질 수 있는 기회가 찾아온다. 그러나 세상은 언제나 쉽게 ‘정의’를 향해 손을 들어주지 않는다. 더군다나 누명을 벗기 위해 싸워야 할 대상이 막강한 권력을 가진 경찰청장이라면...

 

세월이 흘러 예승은 어느덧 의젓한 성인으로 자랐다. 사법연수원 모의 재판장에서 피고를 변론하는 예승... 예승에게 맺혀 있는 한(韓)은 어떻게 풀릴 수 있을까. 그 과정은 가슴이 아려올 정도로 너무나 눈물겹다.

 

<7번방의 선물>이 나에게 준 선물은 '인간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냥 사랑이 아니라 간절한 사랑 말이다. 법은 사람을 사형시킬 수 있다. 하지만 '인간에 대한 사랑'은 사형시킬 수 없다. 그것이 부모 자식 간이라면 더욱! 비록 그가 정신 지체라는 불편함을 갖고 있었다 할지라도. 마치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 박았지만 예수님은 자신을 죽이는 자들을 향해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저들은 자신의 죄를 알지 못합니다" 했듯이. 예수님의 '인류애'는 그 누구도 죽이지 못했다. 2천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모두의 가슴 속에 '부활'해 있지 않은가. 아빠 용구와 딸 예승의 사랑도 그러했다.

 

이 영화는 조연으로 이름을 널리 알려온 배우 류승룡이 처음으로 주연을 맡은 영화다. 그동안 조연 역할로서 많은 흥행을 일궈냈지만 이번엔 주연이었다. 엔딩 자막엔 류승룡의 이름이 맨 위에 올라간다. 조연 배우들의 돋보이는 역할도 감초다. 7번방에서 함께 생활하는 배우들의 캐릭터가 화려하다. 오달수, 박원상, 김정태, 정만식, 김기천... 조연들이 아기자기하게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모습이 일품이다. 교도서 과장(정진영)의 변화 과정은 이 영화의 백미 중 백미다. 자식을 잃은 아픔이 있기에 누구보다도 유아 강간살인범에 대해 치를 떨었던 교도서 과장은 오히려 용구의 누명을 벗기기 위해 진실을 파헤쳐 가는 사람으로 변모해 간다. 이 과정 또한 가슴 훈훈한 눈물을 일궈낸다.  

 

▲ 사진 출처 : 홈페이지 http://www.7gift.kr/

 

영화를 다 보고 나오면서 두 가지 생각들이 강하게 들었다.

 

첫째, 과연 법은 언제나 '정의'를 구현하는가. 영화 속에서 예승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세일러문에 이런 가사가 나온다. "정의의 이름으로 널~ 용서하지 않겠다". 실제로 예승이는 정의가 무엇인지 온몸으로 경험하고 울부짖는다. 이 모습을 보며 때론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들이 또 얼마나 많을까 생각했다. 적어도 법을 다루는 사람이라면 진실로 ‘정의’에 다가설 수 있도록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가. 억울한 이들의 누명을 벗겨주기 위해 혼신의 힘을 다하는 것이 법을 다루는 사람들의 사명 아닌가! 그런 엄중한 자리에 있음을 망각한 채 그 자리에 있다면, 정말 크나큰 죄를 짓는 것임을... 위계에 짓눌려 눈치만 보는 경찰과 검찰, 안일한 자세로 법정에 임하는 국선 변호사... 이들에게 일격을 가해주었으면 하는게 또한 우리의 바램이리라. 사법연수원에 들어간 예승이 어렸을 적 자신이 좋아하는 세일러문 노래 가사 그대로 말이다.

 

둘째, 과연 사형제도는 합당한가. 살인자라도 무조건 사형을 시키지 않는 것이 지금 우리의 문명 단계인데... 예방조치를 취하고 필요하면 격리해야 하지만 최종 해법이 그 사람을 죽이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이런 생각들을 함께 해보게 된다.

 

이런 생각들은 영화를 보고 나서 나중에 드는 생각들이고, 물론 영화 자체는 너무나 큰 감동을 안겨준다. 영화관을 나오는데 엘리베이터 안에서 몇몇 사람들이 전화 통화로 소감을 얘기하는 것을 들었다.

 

“야, 꼭 봐. 말로 설명을 못하겠어. 진짜 좋았어.”

 

이 한 줄만 기억하시라. 영화 프리뷰 다 필요 없다.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나올 수 있다.

 

Tip. 영화를 보기 전에 꼭 알아야 할 법 상식이 있다. 무죄 추종의 원칙이다. 재판 과정에서 이 부분이 중요하게 다뤄진다. 7세 지능을 가진 피고인에게도 이 무죄추종의 원칙은 지켜져야 한다고 말이다.

 

[무죄추정의 원칙] 헌법 제 27조 4항. 형사 피고인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될 때까지는 무죄로 추정된다. 신체의 자유보장을 위한 규정이다. 무죄추정의 원칙에 따라 수사기관에 의한 신체구속은 신체적 정신적 고통 외에도 자백강요, 사술(邪術), 유도(誘導), 고문 등의 사전예방을 위하여서도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

 

영화를 보면서 이 용어가 나왔는데, 무슨 용어인지 몰라서 조금 당황했다. 맥락을 이해하는데 그리 중요한 건 아니지만 알고 가시면 저처럼 당황하진 않을 것 같아서;;^^

 

영화는 1월 23일(수) 개봉한다.

 

7번방의 선물
  • 감독 : 이환경
  • 흥행킹 류승룡!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딸바보'로 돌아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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