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절에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욕심이 없으면 무슨 발전이 있느냐?”입니다. 절에서 스님들은 계속 욕심을 버려라 하시는데, 세상을 살아가려면 욕심이 있어야 노력을 하게 되고 발전도 있지 않느냐 하는 것입니다. 욕심을 버리면 그냥 무관심하게 가만히 있으라는 말이냐, 그렇게 있으면 마음은 편안할 지 몰라도 인류문명의 발전은 없지 않는가. 저도 스님들한테 꼭 물어보고 싶었던 정말 일리가 있는 질문입니다. 오늘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법회에서 평소 궁금했 왔던 이 질문이 나왔습니다. 저도 정말 집중해서 들었고, 법륜스님도 명쾌하게 답을 해주셨답니다.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질문]
금강경에 나오는 ‘무주상’이라는 말은 상에 집착하지 말라는 이야기인데, 저는 상이란 것이 현실 세계를 살아가는 기준이고 에너지고 추진력이라 봅니다. 상을 가지지 말고 보시하라든지 뭘 하라고 한다면 이 세계의 발전이나 변화 같은 것이 있을 수 있을까요? 가치관이나 이데올로기에 따라 인간들이 몰려가고 발전하는데 그런 것을 없애 버려야 한다면 허무맹랑하게 가만히 있어야 하는 것인지 이해가 안 됩니다.
[질문]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고 사랑하면 내가 좋은 것이 마음의 성질입니다. 그래서 스스로 행복해지고 싶거든 남을 좋아하고 사랑하라는 겁니다. 내가 산을 좋아하는데 산이 나를 좋아해주지 않는다고 해서 내가 산을 미워하게 되지는 않지요. 그런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나를 좋아해주지 않으면 나는 그 사람을 미워하게 됩니다. 이것은 내가 그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 사람이 미워지는 것이 아니고, 내가 그 사람에게 사랑을 바라기 때문에 그 사람이 미워지는 것입니다. 내가 산을 좋아하지만 미워하지 않는 것은 산이 나를 좋아해주기를 바라지 않기 때문인 것처럼, 내가 상대에게 바라는 게 없으면 나도 상대를 미워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기쁨을 얻으려면 베풀어야 할 뿐만 아니라 베풂에 따르는 보상도 바라지 말아야 합니다.
‘공’을 ‘허무’라고 잘못 이해하는 것처럼 이 분은 지금 ‘무주상 보시’를 잘못 이해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염려를 하는 듯합니다. 이 분은 욕망을 인간 행위의 동력이라고 보기 때문에, 만약에 욕망을 놓아버리면 인간에게 행위의 동력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하고 있습니다.
스님의 말씀을 듣고 “욕심 없으면 발전도 없을 것”이라는 저의 의심이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사람과의 관계에서 생기는 욕심이든, 일을 추진하기 위해 생겨나는 욕심이든 모두 같을 것입니다. 욕심은 모두 집착을 동반하게 되고, 집착은 일방적인 요구를 상대에게 강요함으로써 관계와 일 모두를 그릇되게 합니다. 욕심을 내려 놓으면, 있는 그대로 바라보게 되고, 있는 그대로 바라보면, 가장 합리적인 해결책을 찾아나가는 지혜가 생기게 되겠지요. 이제는 “욕심 내려 놓으면, 더 발전하게 됩니다” 라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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