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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법륜스님께 물었다 “바람피운 아내, 어떻게?”

법륜스님의 전국 시군구 300회 연속 강연이 갈수록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습니다. 가는 곳마다 인파가 모여들고, 즉문즉설이 무엇인지 소문이 많이 나서 이제는 질문도 구체적인 자신의 삶의 고민이 담긴 질문들이 많이 쏟아집니다.

 

얼마 전 바람피운 남편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 물었던 아내의 질문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많은 분들이 뜨거운 공감을 해주셨지만, 소수이긴 하지만 일부는 스님이 남자니까 남자편을 드는 것 아니냐고 항의하는 분들이 있었습니다. 그러면서 만약 반대로 아내가 바람을 피었다면 어떻게 답변을 할 것이냐 물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마침 바람핀 아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 묻는 남편 분이 있어서 그 답변을 소개합니다.

 

글을 읽으시면서 금방 깨닫게 되시겠지만, 법륜스님은 늘 질문한 당사자가 어떻게 행복에 이를 수 있느냐를 말해 줍니다. 온갖 어려운 여건 속에 있지만,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질문자가 행복해지려면 어떻게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를 말합니다. 이 점에 유념하시면서 법륜스님의 문답을 읽어내려가면 좋겠습니다.

 

법륜스님 즉문즉설질문에 답변하는 법륜스님.

 

- 질문자 : 여태껏 가족들을 위해 앞만 보고 살았습니다. 저는 인생을 똑바로 살려고 했는데...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았는데... 저는 한 눈 안 돌리고 살아왔습니다. 남의 여자와 통하지 마라. 이웃 여자와 통하지 마라. 불교에서도 그렇고 기독교에서도 그러잖아요. 생각도 하지 마라 이러거든요.
 그런데 제 부인이 조금 외도를 했습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어요. 

 

- 법륜스님 : 외도를 했다. 증거가 있어요?

 

- 질문자 : 예. 있습니다.

 

- 법륜스님 : 어떻게 증거가 있어요?

 

- 질문자 : 그건 여기서 얘기하기가...

 

- 법륜스님 : 진짜 외도를 했는지, 자기가 의심을 하는지 어떻게 객관적으로 알아요?

 

- 질문자 : ......

 

- 법륜스님 : 그러면 외도를 했다고 치고. 외도를 해서 이혼을 하자고 부인이 주장을 했나요? 

 

- 질문자 : 제가 이혼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 법륜스님 : 왜요? 

 

- 질문자 : 가족을 위해서... 모든 걸 정리해야...

 

- 법륜스님 : 아내가 본인이 외도했다는 걸 인정 안 해요? 본인이 “그래 내 했다.” 이렇게 얘기해요? “안 했다. 그냥 손만 잡아봤다.” 이렇게 얘기해요? 

 

- 질문자 : 공개석상에서는 좀... 

 

- 법륜스님 : 부인이 “내 진짜 그 남자하고 외도를 했다.” 이렇게 얘기해요? “차 마시거나 그냥 놀러갔지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다.” 이렇게 얘기해요? 

 

- 질문자 : 외도했다 그것까지는 안 했다고 그래요. (청중들 웃음)

 

- 법륜스님 : 솔직하게 말해 거기까지는 안 갔다 이 말이지요. 그러면 별 문제 없네요. 자기가 너무 민감한 것 같아요. 

 

- 질문자 : 아닙니다.

 

- 법륜스님 : 그냥 어디 외간 남자하고 놀러 갔다, 어디 갔다, 술 한잔 먹었다 이거지 무슨 외도를 하거나 그러지는 안 했다. 지금 부인이 이렇게 얘기하잖아요. 어쨌든 본인은 지금 안 했다고 주장을 하지요?

 

- 질문자 : 네. 

 

- 법륜스님 : 어쨌든 했다 소리는 안 했죠. 재판에 가서 증거를 대서 명백하게 밝히지 않은 이상 본인이 안 했다 그러면 아직 죄인은 아니에요. 왜 꼭 부인만 문제라고 생각할까요? 자기가 잘못 오해를 해서 평생을 갈 수도 있잖아요. 경찰이 잡아서 100프로 분명하다 해서 재판에 회부했는데도 무죄 판결나는 경우도 많이 있잖아요. 
 뭐든 일단 증거를 대야 죄가 되는 게 현재 우리 사회의 일반 풍조에요. 자기가 현장에서 직접 딱 봤어요? 벌거벗고 있는 거 봤어요?

 

- 질문자 : 못 봤습니다.

 

- 법륜스님 : 애들 몇이에요? 지금 애들은 누가 키워요?

 

- 질문자 : 여섯명입니다. 애기 엄마가 키웁니다.

 

- 법륜스님 : 자기가 만약 이렇게 부인과 헤어지면 아이들 여섯명도 잃어버리는 거 아니에요. 여섯명을 자기한테 다 데려오더라도 어느 여자가 지금 자기한테 시집와서 여섯명을 다 키우겠어요? 
 확실치가 않으니까 그건 우선 접어놓고요. 현실적으로 좀 접근해 봅시다. 나이 오십에 애가 여섯 있는 남자한테 시집 와서 친어머니처럼 애들을 키워줄 여자가 있을까요? 신문에 광고 내면 올까, 안 올까요?

 

- 질문자 : 안 옵니다.

 

- 법륜스님 : 아니 한명 있어요. 누굴까?

 

- 질문자 : 제 와이프겠죠.

 

- 법륜스님 : 그러니까 지나간 것만 갖고 자꾸 얘기하지 말고 현실적으로 봤을 때 지금 이 여섯명의 아이들을 엄마처럼 키워줄 여자가 누구냐? 결국은 전 부인밖에 없단 말이에요.
 교회 다닌다고 그랬죠? 우선 첫째, 결혼할 때 주례사 앞에서 뭐라고 맹세합니까? 검은 머리가 파뿌리처럼 희게 될 때까지 어떤 일이 있더라도 서로 아끼고 사랑하겠느냐 할 때 예 하고 맹세했어요, 안 했어요?

 

- 질문자 : 했습니다.

 

- 법륜스님 : 어떤 일이 있더라도 라고 했죠? (청중들 웃음) 그런데 왜 자기는 결혼 서약을 어겨요?

 

- 질문자 : 아니 스님, 제가 어긴 게 아니지요.

 

- 법륜스님 : 아니. 어떤 일이 있더라도 라고 했잖아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끼고 사랑하겠다. 부인은 이혼하자는 소리 안 했잖아요? 그런데 자기가 지금 “니 이런 이런 문제가 있어서 니 하고 못 살겠다” 했으니까 자기가 지금 어긋났지요.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끼고 사랑하겠다고 해놓고 이런 이런 이유로 너를 아끼고 사랑 못하겠다고 한 거니까 자기가 지금 혼인 서약을 어기는 것이란 말이에요. 첫째 자기가 혼인 서약을 지금 어기고 있어요, 안 어기고 있어요? 
 
- 질문자 : 어기고 있네요...

 

- 법륜스님 : 두 번째, 크리스천이라고 그랬죠?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셨죠. 돌아가시면서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은 사람을 보고 “주여, 저 두 인간은 지옥에다 확 넣어버리세요,” 이렇게 얘기했어요?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이렇게 얘기했어요?

 

- 질문자 : 용서하라 했습니다.

 

- 법륜스님 : 그런데 보통 사람이면 그렇게 할 수 없지만 내가 크리스천이 된다는 건 나도 그렇게 되려고 흉내라도 내겠다고 하는 게 크리스천 아니에요?

 

- 질문자 : 네. 맞습니다.

 

- 법륜스님 : 부인이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았어요? 자기를 십자가에 못 박아도 “주여, 저들을 용서하소서.” 이래야 되는데 그냥 어디 가서 소문 좀 나고 남자 손 좀 잡아봤다고 그걸 이렇게 용서를 못 한다 그러면 자기는 크리스천 아니지요. 


 자기는 혼인 서약도 어기고 예수의 가르침을 따른다면서 그 가르침을 어겨 놓고는 어디 가서 간음하지 마라 그런 글귀만 가지고 얘기하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건 그렇다 하더라도 그를 용서해주는 것이에요. 그런 흠이 설령 있다 하더라도 첫째 내가 기독교인이라면 그것을 용서해야 하고, 두 번째 내가 혼인 서약을 지켜야 되고, 세 번째 현실적으로 아이 여섯명을 진정으로 사랑한다면 애 엄마가 필요하니까 있어야 되고요.  


 자기가 지금 좀 민감해서 그래요. 자기가 착실하게 사는 건 좋은 일인데 남에게도 나처럼 살라고 강요할 권리는 없어요. 


 예수님은 남을 십자가에 못 박은 적도 없고 해치지도 안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일을 당했을 때는 용서하잖아요. 그게 크리스천이지요. 내가 나쁜 일을 했으면 참회를 하고 용서를 빌어야 되고, 남이 그랬을 때는 “니도 참회해라, 용서해라” 이렇게 강요하면 안 되고 그것을 포용하는 게 크리스천입니다.

 

- 질문자 : 신앙의 깊이가 아직 얕아서요.

 

- 법륜스님 : 그래 놓고 아까 자기는 하느님 앞에 부끄러운 게 없다고요? 

 

- 질문자 : 제 삶 자체가...

 

- 법륜스님 : 그게 삶이지요. 심정은 충분히 알아요. 하지만, 아버지가 호롱불 밑에서 어렵게 공부 했다고 애 보고 “야, 이놈의 자식아. 니가 왜 공부를 안 하냐. 전깃불 이래 밝은데. 노트를 안 사줬나, 연필을 안 사줬나. 볼펜도 사주고 만년필도 사주지 않았냐.” 이렇게 얘기한다고 애가 공부를 하는 게 아니에요. 그러면 애들이 아버지를 나중에 뭐라고 그러냐. 꼰대라 그래요. 시대가 다르다 이 말이에요. 시대가 다르고 사람이 서로 자라온 환경이 달라요. 그러니까 내가 바르게 사는 건 좋은 일이에요. 그런데 남에게도 바르게 살라고 강요해서는 안 돼요. 사람은 다 생각이 조금씩 달라요.

 

그런데 지금 질문자는 자기가 바르게 사는 건 잘 했어요. 훌륭한 일이예요. 그러나 그것을 그대로 남에게 강요하면 같이 사는 사람이 숨이 막혀요. 내가 좋아서 이렇게 하는 건 내 일이고 그렇게 못 하는 건 그 사람 일이지요. 

 

그러니까 자기가 착실한 건 좋은데 너무 그걸로 이렇게 목을 조으니까 부인이 답답했던 겁니다. 답답하니가 바깥으로 나가서 어떤 새로운 세상이 있나 하면서 좀 방황한 거예요. 이럴 때 부인을 오히려 감싸고 “아이고, 여보. 내가 너무 답답하게 굴어서 당신이 그렇게 한눈을 팔았구나. 미안하다.” 이렇게 내가 먼저 사과를 하고 “그래, 우리 앞으로 잘 살아보자.” 이렇게 하는 게 좋아요. (청중들 박수)

 

- 질문자 : 예. 감사합니다. 잘 알겠습니다.

 

- 법륜스님 : 스님하고 둘이서 얘기를 주고받았는데 여기 청중들은 어떻게 생각하는지 한 번 들어봐요. 남자들 다 한번 일어나 보세요.

 

“이런 여자 하고는 같이 못 산다” 손들어 보세요. (소수)
스님 얘기 듣고 보니 “그래도 같이 사는 게 낫겠다”는 사람 손 들어봐요. (대부분)

 

여자한테 물어보면 여자니까 그렇지 이럴 것 같아서 제가 남자만 일으켜 세운 거예요. 그러니까 그렇게 살면 아이들 여섯명이 힘들고 나도 이제 딴 여자 새로 만나기도 어려워요. 어머니도 마음 아파하실 거예요. 그러니까 설령 그런 일이 있다 하더라도 못 본 척 하고 눈 돌리고, 부인이 엎드려 절을 하면 “무슨 일이 있었는데 난 못 봤다. 무슨 일이고?” 이렇게 넘어가는 게 좋아요. 그게 잘 했다는 게 아니라. 그래야 크리스천이지요. 자기가 보통 사람이 아니고 크리스천이라고 하니까요. 그렇게 한번 해보세요. (청중들 뜨거운 박수)

 

‘나는 열심히 일 해서 돈 갖다 줬는데 니가 이럴 수가 있느냐?’ 이렇게 생각하는데 아이들 여섯 키우고 남편 고지식하고 얼마나 답답했겠어요? 말 들어봐도 고지식하잖아요. 착실하지만 고지식하고 이럴 때 부인이 가슴이 좀 답답하니까 어쪄다 보니 밖에 가서 누구 만나 얘기도 좀 나누고 다른 사람 얘기 들어보니 재미도 있고 이래서 조금 한눈을 판 것 같아요.

 

성경에 이런 말이 있어요.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천국이 너의 것이니라.” 그러니까 부인을 믿어주면 누가 천국에 간다? 내가 가요. ‘아이고, 우리 부인이 내가 좀 답답하니 약간 한눈을 팔았구나. 아이고, 내가 재밌게 지내야지.’ 이렇게 생각하면 내가 좋고. ‘저 년이 딴 남자하고 어쩌고 저쩌고...’ 자꾸 이런 생각하면 내 머리가 복잡하고 잘 때도 그 생각만 하면 화가 벌컥 나고 이렇게 돼요. 그래서 자기가 지옥에 떨어지게 돼요. 교회 다니면서 왜 저보다도 모를까요. (하하하 청중들 웃음과 박수)

 

그러니까 믿는 자에게 복이 있나니 할 때 믿는 건 누굴 지금 믿어야 된다? 하나님을 믿어라는 뜻이 아니에요. 남편이 아내를 믿고 사랑할 때 천국이 나한테 있다 이 말이에요. (청중들 박수)

 

행복하게 사세요. 따지면 문제가 많은 것 같지만 헤어지고 나서 돌아보면 이 조건에서 그만한 여자 없습니다. 남의 눈의 티끌은 보고 내 눈의 대들보는 못 본다는 말처럼 항상 작은 티끌을 자꾸 시비하다가 나중에 후회할 일이 생깁니다. 오히려 너그럽게 내 불찰이다 이렇게 생각하시고 포용하는 게 자기한테 크게 복이 될 거예요.

 

법륜스님 즉문즉설법륜스님에게 질문한 남성분.

 

굉장히 민감한 질문이라 어떤 답변이 오갈까 끝까지 긴장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답 속에서 조금씩 마음이 열려가는 질문자의 모습에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이 굉장히 받아들이기 힘든 부분일 수 있겠다 싶었는데 질문자는 마침내 그 뜻을 이해하고 마음이 가벼워졌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아내가 바람을 피웠으니 무조건 아내가 천벌을 받아야 하고 이혼을 해야 마땅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보통사람들이죠. 하지만 질문자가 독실한 크리스챤이고 그의 신앙심을 이해한 스님은 예수님은 어떤 마음을 가진 분이셨는지 예를 들어주시며 질문자로 하여금 아내도 나름대로 답답하고 힘들었을 수 있었겠구나 이해할 수 있는 여지를 열어준 것입니다. 질문하기 전까지는 아내가 도저히 용서할 수 없는 존재였습니다. 그런데 혼인서약과 예수님의 십자가 그리고 아이들을 키우는 문제들을 스님이 일러주자 ‘아, 아내도 답답하고 힘들었을 수 있었겠구나.’ 알아차려 가고 마지막엔 마음이 가벼워질 수 있게까지 된 것입니다.

 

그동안 많은 여성분들이 남편이 바람피운 문제를 질문했는데, 이번에는 아내가 바람피운 문제에 대한 남편의 질문이었습니다.

 

(관련글 : 법륜스님께 물었다 “남편의 외도, 어떻게?”)  

 

양쪽을 비교해 보시면 아시겠지만, 스님은 절대 그 누구의 편을 드는 것이 아닙니다.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 앞에서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아내 입장에서 남편은 남편 입장에서 각각이 어떻게 행복에 이를 수 있느냐, 그 문제를 지혜롭게 해결할 것이냐 하는 측면에서 말해 주는 것 같습니다.

 

여러분은 어떠셨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