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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채식 선언 3시간 후 족발시킨 나, 어떡하죠?

정말 오랜만에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강연을 듣고 왔습니다. 지난주에 힐링캠프 법륜스님편이 방영된 후 희망세상만들기 강연이 굉장히 열기가 고조되고 있다는 소문을 들었습니다. 분위기가 어떨까, 시민들은 법륜스님에게 어떤 질문들을 쏟아낼까 궁금하기도 하고, 저도 최근에 고민들이 많아져 있던 찰나에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오늘 강연은 충청남도 서산시에서 열렸습니다. 어제는 경남 청도군에서 오늘은 충청도에서 저녁에는 전남 순천에서 강연이 이어졌습니다. 그야말로 동해 번쩍 서해 번쩍입니다. 법륜스님은 300회 연속 강연을 전국 시군구를 돌아다니며 매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아무리 강철 체력이라고 해도 도저히 소화해내기 어려운 살인적인 스케쥴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참고로 법륜스님 강연일정을 한번 보시죠.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 http://cafe.daum.net/hopestory100/JVRZ/10

 

서산시 문화회관이 발디딜 틈도 없이 빼곡히 드러찼습니다.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받으며 법륜스님이 무대 위로 등장했습니다. 많은 질문들이 쏟아졌고, 힐링캠프에서 보셨던 것처럼 막힘없이 법륜스님은 질문들에 하나하나 지혜로운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웃음이 터져나왔던 유쾌한 질문 몇 가지만 소개해 드릴께요.  

 

법륜스님▲ 충남 서신시 문화회관.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 150번째 강연. 스마트폰으로 찍어서 화질이 좀 안좋네요;;

 

- 질문자 : 27살 여자입니다. 제 최대 고민은요... 일도 하지 않고 여행만 다니고 싶어요. 그런데 부모님도 걱정을 많이 하시고 친구들도 너는 돈도 벌지 않고 나중에 늙어서 폐품 주우러 다닐 거냐고 그럽니다. 일단은 여행 다니고 놀고 싶을 뿐인데, 사람들이 저를 보는 시선은 한심하다 입니다. 주위에서 요구하는 코스를 가야 할지 고민입니다.

 

- 법륜스님 : 자기는 한심 안 한데 남들이 한심하게 보는 거예요? 자기가 한심한 행동을 하고 있는 거예요?

 

- 질문자 : 저는 제가 한심하다고 생각이 안 들어요. 제가 행복하니까요. 엄마 아빠에게는 제가 한심하게 보이나봐요. 

- 법륜스님 : 자기 스스로 돈을 벌어서 여행 경비를 다 대요?

 

- 질문자 : 아니요. 부모님의 도움을 받고 있어요.

 

- 법륜스님 : 그러면 그것은 남의 희생 위에서 자기가 놀고 있는 거예요. 그건 아주 나쁜 짓이예요. 여행을 다니고 노는 건 문제가 안 되요. 자기가 하고 싶은 것을 자기 스스로의 노력으로 한다면 남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어요. 부모가 뭐라 그러던 신경 쓸 필요가 없지요. 그러나 남의 도움으로 하고 있다면 그건 옳지가 않다.

 

부모의 도움으로 산다면 부모 말을 들어야 해요. 부모라서 부모의 말을 들어야 된다는 게 아니고, 지금 부모님이 스폰서 아니예요? 그러니 스폰서 말을 들어야 되요, 안들어야 되요? 절에서도 시주 많이 내는 사람 말을 들어야 해요? 안들어야 해요? (들어야 해요) 안 들어서 시주를 끊어버리면 절이 운영이 안 돼요. 신문사도 돈을 주는 광고주의 말을 들어야 해요? 안 들어야 해요? (들어야 해요) 그게 세상이예요. 
 

부모에 의지해서 산다는 것은 아직 미성년이라는 거예요. 미성년이라는 것은 어떤 결정을 자기가 낼 수가 없어요. 자기는 20살이 넘었기 때문에 자기 결정권을 가지고 있는데, 그러면 20살만 넘었으면 성년이냐? 그건 아니예요. 경제적으로 독립을 해야 성인이예요. 자기는 아직 독립이 안되었으니까 부모의 말을 들어야 돼요. 

 

두 가지 중에서 선택을 하세요. 빨리 독립을 해서 명실 상부하게 독립을 할래요? 아니면 부모에 의지해서 당분간 살아야 한다면, 스폰서의 의견을 듣고 살래요? 그 결정을 해야 돼요.

 

- 질문자 : 그러면 제가 독립을 한 후 하고 싶은 일을 하면 부모님에게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 거예요?

 

- 법륜스님 : 예. 그렇습니다. 저도 고등학교 1학년때 절에 들어와서 살았는데 이렇게 잘 살잖아요. 저도 부모가 반대하고 친구가 반대하고 선생님이 반대했어요. 대신에 집에는 일체 의지를 안했습니다. 자기도 독립만 하면 괜찮아요. 그건 산에 사는 다람쥐나 모든 생태계가 다 그래요. 일단 독립을 하면 부모가 자식을 따라 다니지도 않고 그래요.

 

삶의 독립을 먼저 하세요. 자기는 20살이 넘어서도 부모에 의지해서 살았잖아요. 그러면 부모에게 빚을 졌어요, 안졌어요? (졌어요) 그러니까 그 빚도 갚아야 해요. 삶을 독립하면서도 부모님 잔소리를 좀 들어야 돼요.

 

그 빚을 갚았다 싶으면 그 때는 부모 말을 참고로만 들으세요. 부처님도 출가할 때 부모가 말렸을까, 출가하라 그랬을까? (말렸어요) 부모말 다 들었으면 부처가 되었나요, 못 되었나요? (못 되었어요) 어릴 때는 부모 말을 들으면 좋지만, 나이 들어서 부모말 다 들으면 망하기가 쉽상이예요.(청중들 웃음) 이유가 뭘까요? 부모는 자식에 대한 기본 관점이 안전을 중시합니다. 그런데 우리가 살다보면 안전만 가지고는 살 수가 없어요. 모험도 필요하고 도전도 필요하고 실패도 필요해요. 그런데 부모는 그걸 원치 않아요. 그러니 부모 말만 들으면 새로운 것을 개척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돈은 부모에게 받아 쓰고, 하는 행동은 자기 마음대로 하면 그건 나쁜 태도예요. 결론을 어떻게 낼래요?

 

- 질문자 : 네. 독립하겠습니다.

 

- 법륜스님 : 밖에서 자립하고 사는 것도 독립이지만 집에 살면서도 독립을 할 수 있어요. 집에 살고 있으면서도 방값 밥값을 지불하고 살면 독립을 한 것과 마찬가지예요. 만약 한달에 방값이 45만원 한다고 치면, 시간당 5천원으로 계산하면 하루에 3시간씩 집에서 그만큼의 일을 하세요. 하루 1만5원씩 30일이면 방값 만큼 값을 하는 거잖아요.

 

아침에 부모님 보다 먼저 일어나서 밥 차려놓고 "식사하십시오" 하고 깨우고 설거지 해놓고 회사 가세요. (청중들 박수) 주말에는 옷 다 거둬서 빨래하고 널어놓고요. 이렇게 하면 꼭 커피숍이나 빵집에서 아르바이트 안 해도 되거든요. 이것도 자립에 속합니다. 부모님이 볼 때 이런 행동을 하는 자식을 보면 믿음직해질까, 안 그럴까? (믿음직해져요) 그러면 간섭이 줄까, 늘까? (줄어요) 이것도 자립하는 방법이예요. 20살이 넘으면 자립을 먼저 해야 됩니다.

 

- 질문자 : 질문 한가지 더 할께요. 저는 인내심이 부족해요. 중간에 포기를 잘 해요. 얼마 전에는 채식하겠다 선언하고 3시간 지나서 제가 족발을 시켜 먹고 있더라구요. 이런 제가 한심해 보이더라구요. 어떻게 고쳐야 하죠? (청중들 웃음 하하하)

 

- 법륜스님 : 앞으로 그런 선언 하지 마세요. (청중들 웃음) 그러면 아무 문제가 안돼요.

 

그렇지 않고 만약 선언을 했다면 어떤 경우에라도 지켜야 돼요. 죽을 것 같아도 고기 안 먹고 버텨야 돼요. 그래야 작심삼일을 극복할 수 있어요. 어떤 경우라도 안 해버려야 돼요. 그 고비를 넘겨야 돼요. 예를 들어 단식을 하겠다 하면 배가 고프겠죠. 2일 지나면 현기증이 나고 3일 지나면 쓰러져요. 이러다가 죽는 것 아닌가 이러겠죠. 그럴 때 이번 생에는 단식해서 죽고 다음 생에 다시 살아야지 이런 정도로 각오가 딱 서버리면 죽을 것 같은 고비를 넘기고 5일 지나면 멀쩡해져요.  

그래서 21일 정도 단식을 하고 다시 21일 정도 보식을 할 때 그럴 때 일체 고기를 안 먹고 채식을 시작하면 채식으로 바꾸는데 힘이 하나도 안 들어요. 단식을 하면서 어릴 때부터 습관화된 육식이 다 빠져나가요. 그러고 나서 다시 채식으로 공급을 하면 욕구를 극복할 수 있어요. 

 

첫째, 처음부터 채식을 한다고 각오를 하고 이를 악 다물고 끝까지 가는 방법이 있고, 둘째 아예 육식을 안 하는 정도가 아니라 음식을 안 먹어버리는 정도로 더 강공으로 해서 채식 정도 하는 것으로 낮추면 아주 쉽습니다. 가령 매일 108배 하기 힘들거든요. 그래도 매일 108배 하는 방법이 있고, 그냥 3천배를 한번 해버리면 108배는 아무 것도 아닌 게 돼요. 처음에 크게 한번 해서 그걸 넘겨버리면 108배는 그냥 장난삼아 하는 정도가 돼요.

 

그것도 싫으면 약속이나 선언을 안 하면 돼요.(청중들 웃음)  

 

환하게 밝아진 질문자의 표정이 청중들의 마음을 훈훈하게 웃음짓게 했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자신의 성격 문제로 가족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어 힘들다는 한 주부의 질문이 이어졌습니다.

 

- 질문자 : 성격이 모납니다. 둥글게 살고 싶은데 어렵습니다.

 

- 법륜스님 : 그냥 생긴 대로 사세요. 큰 문제가 안 되면 그냥 살아요.

 

- 질문자 : 그런데 주변 사람들이 너무 힘들어 해요. 남편이나 아이나.. (울먹이면서) 짜증도 많고, 말도 제 위주로 이야기하다 보니까 주변에서 상처를 받아요.

 

- 법륜스님 : 마음에 있는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문제가 아니예요. 말을 독하게 해서 그렇지. 어떻게 하고 싶어요? 그냥 인정하고 살래요? 아니면 고칠래요?

 

- 질문자 : 꼭 고치고 싶어요.

 

- 법륜스님 : 절대로 어떤 마음이 들더라도 표현을 부드럽게 하겠다고 결정을 했어요? 독한 말이 튀어 나오면, 성질이 나왔다 싶으면 그 자리에서 300배씩 해 버리세요. 하루에 성질 3,4번을 내면, 하루에1000배도 더해야 되겠죠? 이렇게 한 달만 하면 고쳐집니다. 그 정도로 결심을 해야 고쳐집니다. 할 수 있겠어요?

 

- 질문자 : 해 보겠습니다. 꼭 고치겠습니다. 300배 해 보겠습니다.

 

법륜스님▲ 지난주 힐링캠프 방영 이후 부쩍 늘어난 희망세상만들기 강연 참가자들. 카메라 셔터를 누른다고 다들 난리네요.

 

큰 박수가 쏟아졌습니다. 복잡한 고민과 질문에도 단순 명쾌하게 지침을 일러주어 제 머리도 시원해졌습니다. 채식하겠다고 선언했는데 3시간 뒤에 족발을 먹었다는 질문이 청중들에게 큰 웃음을 선사했습니다. 질문한 친구 뿐만 아니라 아마 우리 대부분이 그럴 겁니다. 자신의 습관을 바꾸기 위해서는 어떻게 마음을 먹고 행동해야 하는지 다시한번 자각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또 20살이 넘으면 반드시 부모로부터 독립을 해야 한다는 말도 크게 다가왔습니다. 경제적으로는 부모에게 의지하면서 살면서 사는 것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싶어 하는 젊은 친구들을 많이 보게 됩니다. 저도 20대 시절 그랬구요. 자기 뜻대로 살고 싶으면 반드시 부모로부터 독립해야 한다는 말씀이 우리 20대들에게는 정말 중요한 지침이 되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부모님들 역시 자식이 그렇게 독립할 수 있도록 입장을 분명히 해주는 것이 자식을 위해서나 부모를 위해서나 서로를 위한 것일 수 있겠죠. 오랜만에 짧은 시간 소중한 가르침을 얻을 수 있어 행복한 시간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