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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고3 아이의 우울증, 어떻게?" 스님의 답변

어제 9시 뉴스에서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10%가 정신과 치료가 필요하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되었습니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의 많은 수가 정신 장애를 겪고 있다고 볼 수 있는 사실이었습니다. 저도 고등학생 시절 극도의 스트레쓰로 괴로워했던 경험이 있는데, 주위에는 제 이야기를 편하게 들어줄 사람이 없어 힘들었던 경험이 있습니다. 요즘 힘들다고 하는 청소년들을 보면, 과거의 제 모습을 보는 것 같아 정말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합니다.

오늘 법륜스님 즉문즉설에서는 청소년 우울증을 겪고 있는 자녀에 대한 부모의 질문이 있었습니다. 우울증을 겪는 아이에게 가장 직접적인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은 그 부모이겠지요. 또한 아이에게 우울증을 준 원인이 부모 자신일 수도 있겠지요. 그런 의미에서 스님의 대답은 많은 분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을 것 같아 여러분께 소개합니다.

[질문]

아이가 고3 인데 고1 까지는 부모 말을 잘 듣는 아이였는데 고2 올라오면서 많이 변했습니다. 부모에 대한 원망도 큽니다. 정신과 진료 결과 청소년 우울증이라고 합니다. 영어 수업을 하고 오는 날은 굉장히 예민해지고 밥도 안 먹고 자기 방에서 나오지 않습니다. 자기 방에 있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사람을 대하면 많이 불안해진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말씀 듣고 싶습니다.

[대답]

자식을 위해서는 마음이 내키지 않아도 해야 될 때가 있습니다. 내가 싫어도 자식을 위해 자식이 좋다면 뭐든지 할 마음을 내야 합니다. 자식에게 좋은 일이라는데 그 일이 내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안 한다면 자식이 우선입니까, 내가 우선입니까? 엄마인 내가 자식보다 나를, 내 생각을 더 중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라는 말입니다.

모든 원인은 내 고집이 너무 강하다는 것, 남편한테 먼저 참회하세요

지금까지 남편과의 관계나 자식과의 관계에서 늘 내 중심으로 살아왔음에도 자기중심이 너무 강해서 지금까지 자기중심으로 살았다는 사실조차도 모르고 있습니다. 모든 원인은 내 고집과 내 주장이 너무 강하다는 것에 있습니다. 그래서 남편과 자식에게 상처를 주고 있습니다. 제일 큰 상처는 남편이 받았고 두 번째는 아이가 받았습니다. 남편은 아이보다 훨씬 더 많은 상처를 입었지만 어른이다 보니 강해서 버티고 있는 것이고 아이는 약하다 보니 병이 아이에게서 먼저 나타나고 있는 겁니다. 그러니 아이의 상처를 남편의 상처라 생각하고 남편한테 먼저 참회하세요. 이유 없이 숙이셔야 합니다.

질문자 나름대로 기도문을 만들어서 비슷하게 하기는 했지만 순서가 맞지 않습니다. 자식이 먼저가 아니고 남편이 먼저입니다. “여보, 제가 정말 죽을죄를 졌습니다. 제 아집이 너무 강해 그동안 당신을 너무 힘들게 했습니다. 앞으로는 숙이고 살겠습니다.” 이렇게 참회하십시오.

아이에게 잔소리하는 습관-집착도 버려야

그리고 아이가 어떻게 하든지 압박하지 마세요. 그냥 놔두십시오. 그러나 잘 안 될 겁니다. 이미 잔소리하는 것이 습관이 돼 버려서 자기도 모르게 나와 버립니다. 법문 듣고 이제부터는 그렇게 안 하겠다고 해도 아이 행동을 보면 나도 모르게 탁 튀어나옵니다. 그래서 계속 절을 하면서 참회기도를 해야 됩니다. 내 주장이 안 나와야 합니다. 아이에게는 공부는 안 해도 좋으니 그저 졸업만 하면 된다 하는 목표를 세우고 그것도 힘들면 휴학을 시키세요. 휴학해서 한 1년 쉬면서 심리적 압박을 받지 않도록 하세요. 금방 치유될 거란 생각은 하지 마세요. 증상이 심해지면 정신과 치료를 받으세요.

심리적 압박 주지 말고 편안한 환경 조성

필요하다면 우울증 약을 먹어가면서 생활하도록 하고 편안한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합니다. 학교 졸업이나 수능시험 같은 것은 탁 놔버려야 합니다. 털끝만큼도 집착해선 안 돼요. 아이가 좋아지면 기회는 나중에 또 있습니다. 사람이 정신적으로 건강한 게 중요하지 학교나 공부가 중요한 게 아닙니다.

근본적인 치료는 내가 남편한테 참회하는 것이고 당장 급한 치료는 아이가 병원에 가는 것과 환경을 편하게 해주는 겁니다. 아이가 어떻게 하더라도 이래라저래라 하지 말고, 좀 못마땅하다 싶어도 하자는 대로 하세요. 정신적인 병이 육체적인 병보다 더 중한 병입니다. 하지만 정신적인 병도 그냥 하나의 병일뿐입니다. 컴퓨터로 말하면, 육체적인 병은 기계가 고장 난 거고 정신적인 병은 소프트웨어가 고장이 난 거예요. 그러니 그 프로그램을 치료하면 됩니다.

저는 아이에게 참회하라고 할 줄 알았는데, 스님은 남편한테 참회하라고 하시네요. 처음에는 의아했지만, 금방 이해가 되었습니다. 스님은 항상 문제 해결을 위한 근본 원인을 집어 주십니다. 아이가 고3인데 엄마가 대학 진학에 집착하면 아이에게 계속 압박을 주겠지요. 그렇게 되면 아이의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어 회복 불가능으로 갈지 모릅니다. 육체적인 병은 다들 치료하려고 하면서, 정신적인 병은 왜 그렇게 다들 숨기려고만 할까요? 저는 이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하는데... 정신적인 병도 치료받아야 한다는 사실을 대한민국의 많은 부모님들이 알아주셨으면 합니다. 스님의 지혜로운 답변을 통해 오늘도 정말 많은 것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