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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에게희망을

100분토론 ‘청년 정치’ 토론, 아쉬웠던 이유

어제 MBC 백분토론에서 2030세대의 정치 참여에 대한 열띤 토론이 있었습니다. 늦게 귀가하는 바람에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모두 시청하지는 못했지만 중반 이후부터 시청하며 느꼈던 소감을 몇가지 적어봅니다.

100분 토론에서 2030의 정치 참여를 주제로 토론하다니, ‘청년 정치’가 이번 총선에서 큰 이슈 중에 하나임을 실감할 수 있었습니다. 토론자로는 새누리당에서 이준석 비대위원과 서지영 당직자가 나왔고, 민주통합당에서는 청년비례대표 후보로 최종 선정된 김광현, 안상현 후보, 통합진보당에서는 청년비례대표 김재연 후보, 자유선진당에서도 부대변인이 함께 했습니다. 

대부분의 토론 내용에 공감이 갔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은 각 당의 청년 후보들이 서로를 비판하는 모습들이었습니다. 물론 자기 당의 가치를 부각시키기 위해 말을 하다보면 당연히 그렇게 될 수 있지만, 기성 정치인들이 서로의 당을 비판하는 모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 것 같아 아쉬웠습니다. 적어도 새롭게 정치를 시작하는 청년들이라면 기성 정치인들과는 달리 화합하고 연대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국민들에게 더 큰 감동을 선물할 수 있었을 텐데요.

국민들은 여당 야당이 서로 물고 차고 싸우는 모습에 크나큰 염증을 갖고 있는데, 청년들까지 이런 모습을 답습해야하나 싶더라구요. 

‘청년 정치의 의미와 역할’에 대해 토론하는 과정에서 새누리당 이준석 비대위원이 먼저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에 대해 이렇게 비판했습니다.

“민주통합당의 청년비례대표는 선출과정에서의 대표성 부분은 문제가 있지 않느냐? 4등으로 당선되신 분은 370표를 받았다고 알고 있다. 이 논란에서는 자유롭지 못할 것 같다.
 제가 이번 공천과정을 지켜보면서 많은 의기를 가진 젊은 정치인들이 스크린쿼터 같은 유리함을 걷어내고 재공천을 받는 과정에서 지조를 꺽는 분들이 많았다. 청년비례대표 분들은 그런 일이 없어야 할 텐데...
 안상현 후보가 당선 된 다음에 취임사에서 손수조는 꽃누리패라고 불렀다. 손수조 후보는 당파를 초월한 2030 특위를 구성해야 한다는 이야기까지 하는 진정성을 보여준 후보다. 오해 없었으면 한다.“

민주통합당 청년비례대표 후보의 대표성 부분에 대한 비판이었습니다. 이를 다시 해명하는 이야기를 들었고, 다시 민주통합당 안상현 후보가 새누리당에 대해 강도 높은 비판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걱정이 되는 건 손수조 후보는 정말 깊은 고민 성찰을 바탕으로 나온 게 아니라 그냥 새누리당의 꽃누리패로 또는 치졸한 전략으로 나왔다는 점이다. 청년 정신에 대한 고민을 안가지고 후보가 나와서 오히려 국민들에게 청년 정치인에 대한 실망을 줄 것 같다. 3천만원 쓰겠다고 한 것 이미 넘어섰고, 카페레이드 하면서 선거법 위반 논란이 있고, 선거사무실 벽에 박근혜 위원장 사진을 북한 영도자 사진처럼 무궁화 위에 그려 놓은 것이라든가... 이런 것을 보면 제가 청년 정치인이라고 인정할 수 없었기에 새누리당의 꽃누리패라고 말했다.”

손수조 후보는 새누리당의 꽃누리패라는 강도 높은 비판이 서로의 심기를 불편하게 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에 대해 이준석 비대위원이 다시 맞받아서 해명했습니다.

“꽃누리패 비판에 대해서는 초반에는 서로 협력을 해야 하는데, 초반부터 너무 발언이 셌다고 지적하고 싶다. 손수조 후보를 꼼수 비슷하게 묘사를 하시는데, 우리는 사상에서 승리할 수 있는 지역밀착형 인재를 낸 것이다. 여론조사를 포함해서 어떤 후보군보다 가장 경쟁력 있는 후보를 공정한 과정으로 공천한 것이기 때문에 절차적 정당성에는 문제가 없다.”

서로 협력해야 하는데 왜 초반부터 비판하는가 라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지만, 결국 절차적 정당성에는 아무 문제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다시 안상현 후보가...

“치졸하기는 하지만 전략이다?”

공격적으로 되묻습니다. 그러자 이준석 위원은 굉장히 못마땅한 표정을 짓습니다. 

“어디가 치졸하다는 것인지?”

분위기가 급격하게 안 좋아졌습니다. 사회자가 잠깐 중재를 하는 제스쳐를 취합니다. 그러면서 안상현 후보에게 정확한 의미를 되묻습니다.

“안 후보는 사상구 공천과 관련해서 가장 큰 문제를 뭐라고 생각하시는지요?”

안상현 후보는 다시 한번 왜 손수조 후보가 새누리당의 꽃누리패인지 강조합니다.  

“지역에 대해 진정성이 있고, 지역을 이끌어갈 역량이 있는 사람이 나왔는가. 저도 사상의 출신으로서 사상은 개발이 낙후된 지역인데, 이 지역을 이끌고 가려면 중량감 있는 후보가 나와야 하지 않는가? 그래서 민주통합당에서는 문재인 후보를 낸 것인데 새누리당에서는 오히려 전략적으로만 판단을 하셨으니까 이건 너무 치졸한 것이다. 국민들 입장을 고려하기 보다는 오히려 당의 입장만 고려한 것이 아닌가. 그렇기 때문에 청년 정치인도 아니고 지역에 맞는 정치인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한참을 참고 있었던 새누리당 서지영 당직자가 이에 대해 강하게 문제 제기를 합니다.

“그러면 청년 정치인은 낙후된 지역에는 출마하면 안 되는가? 지역구 후보는 중량감 있는 정치인이여야 한다고만 하는데, 오히려 안 후보님께서 청년비례대표 보다는 사상구에 지역 공천을 신청하고 문재인 후보와 당당하게 내부 경쟁을 치뤘으면 어땠을까? 오히려 안상현 후보와 손수조 후보가 대결을 하면 사상의 아들과 사상의 딸이 맞붙는 얼마나 흥미진진한 선거가 되었을까. 젊은 정치인들이 지역을 위해서 일하겠다고 했을 때 국민들의 청년 정치에 대한 관심이 훨씬 더 높아졌을 것이라 생각한다. 경남 출신인 문재인 후보보다 사상의 아들인 안상현 후보가 나왔다면 더 좋았을 거라 생각한다.”

손수조 후보가 새누리당의 꽃누리패냐 아니냐 공방은 계속 되었습니다.

TV를 보면서 계속 안 좋은 감정이 들었습니다. 왜 서로 비방과 비난만 할까. 상대 당에서 하고 있는 공천과정과 절차는 존중하고 건설적인 토론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램이 있었는데...

아쉬웠습니다. 마지막에 새누리당 서지영 당직자는 이렇게 호소하더군요.

“손수조 후보는 내부에서 공정한 공천 과정을 겪은 후보다. 오히려 같은 청년 정치인이라면 칭찬해 주고 격려해 주실 것을 부탁드린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안상현 후보는 계속 비판의 이유에 대해 주장을 이어갔습니다.

 “손수조 후보의 블로그에 들어가보니 사상에 대한 깊은 고민과 정책이 없었다. 사상에서 초등학교 중학교 반장 부반장을 했다는 정도 밖에 없었다. 국회의원은 국가를 이끌어가야 하는 사람인데 이 정도 갖고 과연 가능할지 저는 이 점에 대해서 비판한다.”

급기야 새누리당 서지영 당직자가 또 이렇게 말합니다.

 “국민들은 청년비례대표 후보들에게도 아마 똑같은 우려를 하고 있을 겁니다. 국회의원은 헌법기관입니다. 전 국민을 대표해서 국가 운영에 참여하는 겁니다. 그런 점에서 그런 비판은 본인들에게도 굉장히 곤란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더 토론이 있었지만 여기까지만 소개하겠습니다.

서로에 대해 비판만 주고받다가 그것이 오히려 자신의 결점을 더욱 드러내는 결과로 이어진 것 같았습니다. 공격의 내용이 얼마나 검증된 인물인가 하는 쪽으로 옮겨 갔는데, 사실 청년들이 검증된 인물이 누가 있을까 싶었습니다. 이제 막 새로운 가능성을 안고 시작하는 청년들인데 말이죠.

이렇게 서로에 대한 비난만 계속하다가 '청년 정치'가 어떤 가능성을 열어나갈 수 있는지 각자 자신이 가진 희망과 비전은 거의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앞으로는 2030 청년 정치인이라면 당파를 초월해서 함께 연합해서 청년 문제 해결에 앞장서고 소통하고 화합하는 그런 풍토를 보여주었으면 합니다. 이렇게 할 때 국민들도 싸움판 정치가 아니라 화합의 정치를 청년들에게서 기대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같은 청년으로서 청년들의 정치 참여가 기성 세대의 탐욕과 이기심에 함몰되지 않고 단순한 정치 실험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좋은 결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합니다.    

마지막으로 가장 아쉬웠던 점입니다. 이건 100분 토론을 주관한 MBC측에 대한 아쉬움입니다. 출연자들이 기성 정당의 청년 후보들로만 구성되어 있다는 점입니다. 기성 정치권에 들어가지 않고, 청년들 스스로 정당을 창당하여 청년문제 해결에 나선 ‘청년당’은 왜 출연하지 않았는지 의문이 들었습니다. 2030 정치 참여에 관해 이번 총선에서 가장 획기적인 사건은 청년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청년당까지 창당한 일 아닌가요?

여러모로 아쉬움이 많이 들었던 MBC 백분토론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