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한해는 안철수 바람이 열풍을 일으켰습니다. 전국을 순회하는 청춘콘서트를 통해 수만명 청춘들의 열렬한 지지를 받아온 안철수 원장이 정치에 대한 의욕을 보이자 국민들은 깜짝 놀랐습니다. 놀람은 곧바로 그동안 가슴 깊숙히 쌓아두었던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과 혐오에 대한 새로의 희망으로 발산되었습니다. 안철수 개인의 성공 스토리도 물론 훌륭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새로운 정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안철수라는 상징적 아이콘을 통해 표출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기도 합니다.
안철수 원장에 대해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세대는 당연 20대 30대 청년 세대입니다. 저는 청춘콘서트 전국 27개 지역을 모두 따라다니며 현장의 이야기를 취재했었습니다. 청춘콘서트에서 만난 청춘들은 대부분이 우리 사회에 안철수 원장 같은 분은 정말 유일한 별이라고까지 이야기들을 합니다.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사람은 안철수 원장이라는 공식이 성립되기까지 이른 것입니다. 청춘콘서트 현장에서 가장 크게 느낄 수 있는 건 그동안 정치에 무관심했던 청년들이 안철수 원장을 계기로 정치에 대해 높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 청춘콘서트에서 청년들의 무거운 어깨를 위로하고 공감해 준 안철수 원장(ⓒ희망플래너)
더욱이 지금 청년들은 매우 힘든 상황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는 과도한 입시경쟁으로 인해 정신이 황폐화되고 과중한 스트레스로 각종 청소년 문제들이 양산되고 있습니다. 설사 대학에 입학을 하더라도 비싼 등록금에 허리가 휘청할 정도로 아르바이트를 전전긍긍해야 합니다. 대학을 졸업해도 취업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렵습니다. 대학을 가지 못한 친구들의 힘겨움도 너무나 큽니다. 학력차별이 팽배한 상황에서 온갖 장벽들과 몸으로 부딪혀야 합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청년들은 정치적으로 아무런 대표성을 갖지 못합니다. 여야를 막론하고 기성 정치권은 자신들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습니다. 다만 선거철에만 '청년'을 감싸주는 척하고 청년들을 위한 구호를 외칩니다. 반값등록금, 청년실업해결 여기저기서 외치고 있지만 그 진정성에 대해 신뢰하는 청년들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이렇게 될 수 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를 생각해보면... 국회와 지방의회 그 어디에서도 청년들이 보이지 않습니다. 기성 정당 내부에서 청년들이 설 자리는 없습니다. 민주통합당에서 슈스케 방식으로 청년비례대표를 도입해서 청년들의 자리를 마련한다고는 하나 청년 스스로 만든 자리가 아니고 기성 정당에 얹혀 가는 형국이기에 얼마나 실질적인 권한과 역할을 부여해줄지는 미지수라는 생각이 듭니다. 청년들의 목소리가 정치로 전달될 수 있는 직접적인 창구가 없습니다.
그러니 청년들은 투표에 참여하지 않는 방식으로 기성 정치에 대한 불신을 표현해 온 것입니다. 이런 시기에 안철수 원장이 떠오른 것이고 청년 세대를 대변하는 무엇인가를 해줄 것이라는 열망이 표출된 것입니다. 전국에서 열린 청춘콘서트를 모두 따라다녀봤지만 멘토는 멘토일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안철수 원장이 대권에 도전하는 순간, 그 분은 청년들 뿐만이 아니라 모든 세대의 정치인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안철수 원장 역시도 청년들의 문제에 오롯히 집중하지 못하게 될 것입니다.
한국에서 이렇게 안철수 열풍이 불고 있을 때 독일에서는 새로운 열풍이 불었습니다. 바로 해적당입니다. 이름도 괴상하고 엉성해 보이기만 하는 해적당이 베를린 지방선거에서 8.9%의 득표율을 얻고 15석을 차지한 사건입니다. 독일 해적당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20대 30대가 주축이 된 정당이라는 점입니다. 당원들의 평균연령이 20대이고, 당대표도 20대입니다. 해적당은 청년들을 위한 정당이 아니라 청년들에 의한 정당입니다. 청년들이 청년문제에 대해 스스로 목소리를 당당히 내는 정당인 것입니다. 저는 한달 전부터 해적당의 활동방식에 대해 많은 관심을 가져왔습니다. 독일어 잘 하는 친구 꼬셔서 공부도 하고 그랬습니다. 이런 해적당을 보면서 한국에서는 왜 해적당 같은 것이 생기지 않을까 의문을 품었습니다.
해적당은 청년들이 직접적으로 정치에 참여하는 방식입니다. 멘토가 청년들을 대변해 주고 정치인이 청년들을 대행해주는 것이 아니라, 청년들 스스로가 자신들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관심 분야에 대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는 방식입니다. 이 점에서 안철수 열풍과는 완전한 차이가 있습니다.
2012년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엄청난 선택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2012년 한국 정치에 청년들의 목소리가 반영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그동안 저는 청춘콘서트를 취재하러 다니며 자원봉사로 참여하며 많은 고민을 했습니다. 청년들이 이렇게 힘들어하고 있는데 청년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할까...
청춘콘서트에서 멘토들이 보내준 위로와 공감은 청년들에게 크나큰 힘이 되었습니다. 지금껏 그 어떤 정치인들도 위로와 공감조차 제대로 해준 적 없었으니까요.
하지만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있습니다. 훌륭한 멘토가 나타나서 청년들을 잘 대변해 줄 것을 기다리고 있는 것이 맞는 것일까요? 아니면 청년들 스스로가 주체가 되어서 정치의 영역에서 당당하게 목소리를 내는 게 맞을까요? 아무리 고민하고 고민해도 후자가 더 합당한 길이라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해적당이든, 잉여당이든, 루저당이든... 이제 한국의 청년들도 직접 정치에 참여해야 한다는 생각 말이죠.
많은 고민 끝에... 청년들의 직접적인 정치 참여 활동에 저도 함께 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저의 고민들을 꺼내놓았을 때 청춘콘서트에 함께 참여했던 청년들 중에서 저보다 더 의욕을 보이는 청년들이 많았습니다. 우리가 앞장 서서 나가 새로운 길을 열어주면 수많은 청년들이 함께 따라오지 않겠느냐고 말이죠.
그리고 내일(2.12 일요일) 오후 1시에 카톨릭청년회관(홍대2번출구)에서 열리는 대한민국 최초의 '청년 정당' 창당을 위한 발기인 대회에 저도 참여할 생각입니다. 물론 발기인으로 말이죠. 작은 날개짓에 불과했지만 벌써 200여명의 청년들이 발기인으로 참여해 주었다고 합니다. (발기인대회 관련글 : http://chungple.tistory.com/1)
언론에서 얼마나 관심을 가져줄지는 저도 모르겠습니다. 지금 이 시대에 정말 꼭 필요한 일이며, 청년 자립과 양극화 해소, 분단 극복과 한반도 평화라는 시대정신을 구현하는 일을... 그동안 88만원세대, 삼포세대 등으로 치부되어 왔던 청년들이 이를 극복하고 주체적으로 앞장서서 해나가려 한다는 점에서 많은 의미를 가질 수 있다고 봅니다. 역사를 돌아보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 항상 청년들이 가장 먼저 앞장서지 않았습니까?
그리고 정치에 관심없었던 순수한 청년들이 직접 만들어가기에 정말 재미있고 유쾌하게 진행될 것 같습니다. 기성 정치권에서 해오던 방식과는 완전히 다른... 새롭고 재미있고 유쾌한... 정형화된 틀이 없이 오로지 참여하는 사람들의 열정으로 만들어가는 새로운 '청년 정당' 입니다. 물론 40대 50대 선배님들도 대환영이겠죠. 청년들이 주체로 나서고 선배 세대도 함께 참여하는 세대 간의 화합의 장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시작 단계에서의 부족한 점들은 선배 세대들이 또 많이 메꿔줄 수 있고요.
대한민국 역사상 유례가 없는 최초의 일인 것 같습니다. 저는 내일 발기인 대회를 앞두고 작년 청춘콘서트를 처음 만났던 그 때보다 더욱더 가슴이 뜁니다. 많은 분들이 함께 참여하고 함께 만들어갔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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