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우리 앞에는 총선과 대선이라는 두 개의 큰 선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양대 선거가 겹친 것은 1992년 이후 20년만의 일입니다. 사실상 일 년 내내 선거정국 속에 있게 되는 것이지요.

뿐만 아니라 올해 지구촌에서는 무려 60여 개국에서 총선이나 대선이 치러집니다. 국가지도자를 결정하는 선거가 한해에 이처럼 많이 치러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1963년 10월부터 1964년 말까지 약 50개국에서 지도자가 연달아 교체된 것이 지금까지의 기록이었다고 합니다.

2012년 국내외 정치지형의 일대 변화가 시작되었습니다

당시 우리나라도 제5대 대통령 선거를 통해 박정희 후보가 당선이 되어 그의 16년 장기 집권의 막이 열렸고, 미국에서는 케네디 대통령의 피살로 존슨 대통령이 뒤를 이었으며, 소련에서는 브레즈네프와 코시킨 등에 의해 흐루시초프가 실각되고 맙니다. 당시 우리나라와 미국, 소련 등 주요국의 지도자 교체는 국내외 정치지형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올해에는 우리나라와 주변국 모두에서 국가지도부가 교체되거나 국민에게 재신임을 묻는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북한은 이미 2011년 12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사망으로 김정은 당군사위 부위원장이 권력을 승계하였습니다. 우리의 총선을 앞둔 3월에는 러시아가 대선을 치르며, 우리의 대선을 앞둔 10월에는 중국공산당이 새 지도부를 선출하고 미국도 11월에 대선을 치릅니다.

1963년 말부터 시작된 일련의 국내외 지도자 교체가 우리나라의 국내정치 체제와 국제정세 흐름을 바꾼 것처럼, 작년 말부터 시작된 국내외 지도자 교체는 단순한 인물교체가 아니라 또 한번 향후 수십 년 이상 우리의 삶을 지배하게 될 국내외 정치지형의 틀을 크게 바꾸어 놓을 것입니다.

국내정치의 쇄신노력이 남북관계에 주는 의미

과거 지구촌 지도자의 대폭적이고 동시적인 교체가 두 차례의 세계대전 이후 새롭게 구축된 냉전질서를 굳히는 시점과 일치하는 것이라면, 현재 진행되는 지도자의 연쇄교체는 탈냉전 이후의 전환기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와 파장을 소홀히 볼 수 없습니다.

시장경제의 효율성과 글로벌화의 보편성에 기댄 무한 발전의 신화가 무너지고 세계적인 경제공황의 불안 속에서 각국이 새로운 가치체계와 국가운영 시스템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또한 새로운 통신수단의 출현으로 인한 정보혁명은 인간관계의 성격을 바꾸고 대의민주주의제의 실행방식에 대한 변환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세계 각국의 지도자 교체가 이러한 문명사적 전환기와 새로운 세계질서 정립기와 겹쳐져 있다는 점을 주목해야 합니다.

그러한 점에서 금년 우리의 양대 선거는 단순한 연례적 정치행사가 아니며 우리 공동체가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여 지속가능한 발전을 확보하기 위한 정치적 측면에서의 응전입니다. 따라서 이번 선거의 결과 어느 당이 집권하느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선거를 통해 우리 공동체가 어떤 가치체계와 국가운영시스템을 선택할 것이냐가 핵심이 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투철한 역사의식을 갖고 공동체의 미래 비전을 제시해야 하며, 관행적 정치활동 틀에서 유권자의 표를 확보하려는 정치공학에만 집착해서는 안 됩니다.

최근 각 정당이 선거에 앞서 정치쇄신의 필요성을 절박하게 인식하고 있는 점은 다행한 일이다. 특히 SNS와 같은 쌍방향 의사소통 기술의 발전과 모바일투표 등 시민참여 방식의 확대는 그간 공직 후보자들만의 행사인 선거에 들러리만 섰던 유권자들을 선거의 중심부에 다시 불러들이고 있습니다.

그동안 국민은 정당과 언론이 생산하는 정치적 의견을 수용하는 위치에 머물렀다면 이제는 다양한 사회적 소통수단을 통해 스스로 새로운 가치체계를 생산하거나 검증하여 실시간으로 전파하는 역량을 확보하게 되었습니다. 주권자인 국민들의 정치참여가 본격적으로 이루어져 미래의 국가운영시스템을 결정짓게 된 것이다. 이제 허위사실이나 흑색선전으로 국민들을 호도하는 일은 오히려 부메랑으로 되어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정당의 정치쇄신 노력과 사회적 쌍방향 소통 기술의 진전은 선거 전략에 있어서 뿐만 아니라 공약의 구성이나 선거쟁점을 둘러싼 입장에도 변화를 초래할 것입니다.

우리 사회의 미래 비전과 관련하여 중요한 것 중 하나는 냉전적 사고에서 벗어나는 것입니다. 국제질서의 급속한 변화에도 불구하고 한반도에는 아직도 냉전적 질서가 잔존하고 있고 우리의 정치의식 또한 그 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이죠. 그 대표적인 사례가 통일문제에 대한 정략적 접근입니다.

그 동안 통일문제는 매번 선거 때마다 이슈화되어 선거 분위기를 극단적으로 몰아가고 선거후에도 남남갈등을 심화시키거나 남북관계를 왜곡시키는 후유증을 남겨왔습니다. 통일이나 안보 문제에 대한 정치공학적 태도로 인해 국민적 분열의 요소만 키웠습니다. 또한 정권이 교체될 때 대북정책의 지속성이 보장되지 못함으로써 남북 간의 신뢰 형성이 어렵게 되고 이것이 고스란히 차기 정부의 부담으로 넘겨져 온 것이 사실입니다. 실제로 1998년 출범한 김대중 정부가 대북 포용정책을 추진했지만 북한이 이를 신뢰하고 호응해온 것은 2년이나 지나서였습니다.

통일문제는 우리 공동체의 미래와 결부된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고, 그렇기에 대북정책은 국민적 합의와 지지 속에 일관성 있게 밀고 나가야할 과제입니다. 우리의 헌법정신에 비추어 볼 때, 그리고 세계사적 전환기에 대처해 나가기 위한 민족적 에너지의 결집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통일문제는 이제 정치적 영역에서 해방시키는 것이 옳습니다. 독일이 집권당에 관계없이 근 20년 간 동방정책을 지속시켜옴으로써 통일의 토대를 이루어냈다는 사실에서 교훈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국내정치의 쇄신을 위한 각 정당의 노력은 대북정책의 탈정치화를 통해 냉전적 이데올로기와 결부된 남남갈등을 해소하고 극복하는 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도록 해야 할 것입니다.

진정한 보수와 진보의 정책대결로 남남갈등을 넘어서야

새 정부는 선거를 통해 2013년에 출범합니다. 2013년은 1953년 정전협정 이후 꼭 60년이 되는 해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평화와는 거리가 먼 정전체제 속에서 60년을 살아 온 것입니다. 전 세계가 포스트 탈냉전시대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발전모델을 구현해 나가는 현 시점에서 아직도 우리 민족만 냉전적 유물의 덫에 갇혀 있다면 과연 미래를 낙관할 수 있을까요? 우리가 북한이 변화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냉전시대의 기준과 관점을 계속 견지하는 것은 어불성설입니다. 우리의 상대는 북한이 아니라 이 땅에 평화와 번영을 구가해야 하는 우리 자신인 것입니다.

냉전적 이데올로기의 관점을 극복하자는 것이 북한의 편을 들어준다거나 우리의 정체성이나 안보를 소홀히 해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북한문제와 관련한 남남갈등을 해소하지 못하는 근본적 이유는 이데올로기적 관점을 고집하면서 서로 다른 의견의 존재를 인정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구시대적 이데올로기의 관점에 머문다면 나와 다른 의견들은 모두 부정되어야 하며 그런 의견을 가진 자들은 척결 대상일 뿐입니다.

이데올로기 관점에서 남북문제를 보는 한, 남북 간의 평화는 물론이고 남남갈등조차 해소할 길이 없습니다. 역으로 남남갈등이 현실로 존재한다는 것을 받아들이고 해소하려는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 한 이데올로기 관점도 극복할 수 없습니다.

남북문제를 보는 데에는 보수적 의견도 진보적 의견도 존재할 수 있습니다. 다양한 의견을 존중하는 것은 우리 사회의 강점이지요. 남북문제도 예외가 될 수 없습니다. 실제로 우리 사회에는 남북문제에 관한 다양한 의견과 비판이 존재하고 있습니다. 비판이 허용되지 않는 체제는 자유민주주의 체제라고 볼 수 없습니다.

물론 냉전적 이데올로기의 관점을 벗어난다고 해도 남북간 적대적 갈등의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적대적 대결구도의 현실을 현실로 받아들이게 됨으로써 적대적 대결구도를 극복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됩니다. 통일 및 남북문제에 있어 보수와 진보의 갈등은 현실로 여전히 존재한다. 다만 이데올로기의 관점을 벗어나면 보수와 진보는 상대를 척결대상이 아니라 정책대결의 상대로 받아들이게 될 것입니다. 또한 합리적인 보수와 진보 사이에는 국민들의 상식과 민족사 전개의 정방향에 대한 인식을 토대로 많은 접근 가능 지점이 존재하게 될 것입니다.

최근 서울시장과 야당 정치인을 “빨갱이”로 매도하며 폭행을 일삼던 중년여성이 구속된 사건이 있었습니다. 이 사건은 역으로 이제 우리 사회에 냉전적 이데올로기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는 점을 상징하는 사건으로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통일문제를 더 이상 정치의 영역에 가두어서는 안 됩니다. 우리 사회의 남남갈등 현상을 극복하고 이 땅에 평화와 안정을 정착시키는 길은 남북 간의 적대와 단절에 있지 않습니다. 이제 우리 정치권은 남북관계를 개선하고 항구적인 평화체제를 구축하기 위해서, 그리고 세계사의 흐름에 부응하는 국가시스템의 전반적 개혁을 해 나가기 위해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하지 말아야 할 것인지 진정으로 고민해야 합니다. 2012년의 양대 선거가 우리 정치발전의 계기가 되기를 기대해 봅니다. (이 글은 평화재단 제42호 현안진단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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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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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조재형 2012.02.01 23:25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통일글은 언제 읽어두 재미있내요^^
    흠....저번에 기억안나실수도 있는데 댓글로 이제 막 20살 된 학생이라고 댓글 남겨서 한번 찾아오시라고 트위터로 맨션(?) 남겨놓으라고 했는데 제가 트위터 안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가 다시한번 글 남기네요^^; 글 확인하시면 다른메신져로 될까요?ㅋ 트위터 말고 네이트온은 하는데^^;; 아니면 번호 남겨드릴까요? 카카오톡 하시면 그걸로 해두 되구요....;; 하이튼 한번 만나서 저도 대학교에 들어가기 전에 시간낭비 하지 말고 좋은 경험 많이 해봤으면 좋겠네요..

  2. Favicon of http://www.top-headphones.net BlogIcon Monster Beats By Dre 2012.05.25 21:59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만 아니라 올해 지구촌에서는 무려 60여 개국에서 총선이나 대선이 치러집니다. 국가지도자를 결정하는 선거가 한해에 이처럼 많이 치러지는 것은 매우 드문 일인 것 같습니다. 1963년 10월부터 1964년 말까지 약 50개국에서 지도자가 연달아 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