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6자회담 참가국 중 어느 나라도 경각심을 갖고 해법을 모색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방치’국면이 3년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모두가 ‘나 몰라라’ 하는 사이에 북한의 핵능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어 새로운 국면으로 발전하고 있습니다. 과연 그 책임을 누가 질 것인가요? 결국은 우리의 몫이 될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정부의 적극적인 이니셔티브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북한 핵능력은 증대되고 있다

12월은 북한이 우라늄 설비와 경수로 실험로 건설을 공개한 지 1년이 되는 달입니다. 북한은 지난해 11월 6일 영변에 열출력 100MWt(전기출력 25~30MWe)의 경수로 실험로를 건설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하였습니다. 그리고 미국의 핵 전문가인 지그프리드 헤커 박사 일행을 초청하여 첨단 장비가 갖추어진 원심분리기 2000개 규모의 우라늄농축 설비를 공개하였습니다. 북한이 공개한 경수로 실험로는 우리가 고리와 울진에 건설 중인 전기출력 1400MWe 규모의 ‘APR1400’에 비하면 매우 작은 것입니다. 우라늄농축 설비는 이 실험용 경수로 가동에 필요한 연료를 생산하기에 충분한 규모로서, 실험로(pilot)를 넘어선 공장(plant) 규모입니다.

  북한이 우라늄농축 설비와 경수로 원전 건설을 공개한 것은 핵능력을 증대시키기 위해 말을 갈아탔음을 의미합니다. 북한은 2008년 불능화 조치로 인해 가동이 어려워진 영변의 5MWe 원자로를 재가동하기 위한 조치를 현재까지 취하지 않고 있습니다. 특히 5MWe 원자로 가동에 필요한 연료를 생산하던 자리에 우라늄농축 설비를 설치하였습니다. 불능화 조치를 이행하고 있다는 북한의 주장을 무시하더라도, 영변의 5MWe 원자로를 활용한 핵 프로그램은 사실상 동결되었음을 알 수 있습니다. 

△ 2008년 6월 실시된 영변 핵시설 냉각탑 폭파장면. (연합뉴스)

  북한은 대신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 기반의 핵능력을 강화시키고 있습니다. 북한이 건설 사실을 공개한 경수로 실험로는 규모가 작은 데다, 정상적으로 가동할 경우 사용 후 연료봉에 함유된 플루토늄에 불순물이 많이 섞여, 핵무기를 제조하는 데 필요한 고순도의 플루토늄을 생산하기에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런 점에서 경수로 실험로에 대한 우려가 크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경수로 실험로라고 해서 무기급 플루토늄을 생산할 수 없는 게 아닙니다. 비정상적으로 단기간 가동한 뒤 사용 후 연료봉을 재처리하면 핵무기 제조에 사용될 수 있는 수준의 플루토늄을 추출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더구나 시험용 원자로지만 전기출력이 25~30MWe면 기존 5MWe 흑연감소로의 5~6배나 되는 규모입니다. 자칫 북한의 플루토늄 보유량이 급증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우라늄농축 설비는 북한의 핵물질 생산능력을 새로운 차원에서 강화시킴으로써 경수로 실험로와는 비교되지 않을 만큼 심각한 우려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북한이 가동 중인 우라늄농축 설비는 연간 핵무기 1개를 제조할 수 있는 무기급의 고농축 우라늄을 안정적이고 지속적으로 생산할 수 있습니다. 특히 연구개발과 원심분리기 부품 생산 및 조립 시설 등 북한이 공개하지 않은 우라늄농축 관련 시설이나 설비들이 존재할 수밖에 없고, 그 가운데는 북한이 공개한 저농축 설비가 아니라 고농축 설비가 존재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북한의 핵능력이 새로운 차원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게 됩니다.

  실제로 북한이 우라늄농축 관련 프로그램을 공개한 지 1년 사이에 경수로 실험로 건설은 외벽 공사가 완공되는 단계에 들어섰습니다. 북한은 경수로가 돌아갈 날이 눈앞에 다가오고 있다고 선전합니다. 북한이 경수로 실험로의 내부 설비를 장착하여 가동하기까지 최소한 2~3년이 더 걸릴 것이라는 평가가 존재하지만 남은 시간이 매우 빠르게 줄어들고 있는 것만은 틀림없습니다. 더욱이 우라늄농축 설비는 계속 가동되고 있습니다. 우라늄농축 관련 기술의 발전은 차치하더라도 핵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핵물질 생산능력이 증대되고 있습니다. 특히 북한이 당장은 저농축일 수 있지만, 농축우라늄의 재고를 늘려가고 있는 것 자체가 심각한 우려사항이 아닐 수 없습니다. 이는 북한의 소위 ‘핵 억제력 강화’와 직접 연관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다 북한은 수소폭탄의 제조원리인 핵융합의 성공마저 자랑하고 있습니다. 지금은 과학기술 발전의 성과로 선전되지만, 핵융합기술은 핵융합무기(수소폭탄) 생산과도 무관하지 않다는 점에서 주시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한편 북한의 핵확산에 대한 국제적인 우려도 점증하고 있습니다. 최근 북한이 이란과 핵 협력을 하고 있다는 의혹이 다시 불거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북한이 이란과 핵 협력을 한 구체적인 증거는 없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러나 북한은 이란의 핵기술 수출 의향을 조선중앙통신을 통해 보도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란의 핵기술 수출이 정당한 주권사항이며, 북한도 핵기술을 수출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입니다. 또한 북한은 과거 시리아에 원자로 건설을 지원해주었고, 농축에 필요한 6불화우라늄을 리비아에 제공하였으며, 무엇보다 미사일 협력을 매개로 파키스탄과 우라늄농축 협력을 진행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북한과 이란 사이에 이미 알려진 미사일 협력뿐 아니라 원자로 건설이나 우라늄농축, 핵무기 제조 등을 둘러싼 핵 협력 네트워크가 존재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북핵문제 해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실종되었다 

  북한의 핵능력은 지속적으로 강화되고 있는 반면 북핵문제와 관련된 주요국들은 사실상 이를 방치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현 단계에서 핵물질이 자국의 안보를 직접적으로 위협하는 테러리스트의 손에 넘어가지 않게 하는 핵 안보(nuclear security) 차원에서 북한 핵문제도 바라봅니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17일 호주 의회 연설에서 “북한이 핵물질을 다른 국가나 비국가행위자(테러리스트)에게 이전하면 이는 미국과 우방에 대한 심각한 위협으로 간주되고 미국은 북한이 이에 대한 책임을 지게 할 것”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는 역설적이게도 미국이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에는 크게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북한과의 협상에 대한 회의론이 미국 조야에 팽배한 가운데 오바마 행정부는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건강이상에 따른 권력승계와 정치적 불안정 가능성 등을 주시하면서 ‘전략적 인내’에 기초한 ‘북한 관리 전략’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다른 나라들도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적극적으로 경주하지 않고 있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라도 북한체제가 안고 있는 불안정 요소를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한다며 북한과의 전략적인 소통과 협력관계들을 발전시키면서 주변정세 안정 차원에서 북한을 관리하는 데 주력하는 한편, 자국의 경제성장을 위해 북한이 지닌 지경학적 이점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라진경제지대 공동개발과 같은 경제협력을 확대하는 데 집중하고 있습니다. 러시아도 국제적인 핵확산에 대한 우려를 갖고는 있지만, 그보다는 동북아지역에서의 영향력 회복과 극동시베리아 개발을 우선적으로 고려하면서 지역 차원의 경제협력에 주력하는 양상을 보입니다. 일본은 6자회담이 처음 시작될 때부터 북한 핵문제보다는 자국민 피랍문제를 더 중요시하는 태도를 나타내 왔고 지금도 크게 달라진 모습을 보이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본다면 북핵문제 해결의 가장 중요한 열쇠를 쥐고 있는 미국뿐 아니라 그 미국을 움직일 수 있는 주변국들마저 북한 핵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보다는 자국의 이익에 기초한 상황 관리와 핵문제 우회 전략에서 벗어나지 않고 있습니다. 그 결과 최근 연이어 개최된 남북과 미북 접촉에도 불구하고 북한 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외교적 노력은 사실상 실종된 상태를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상태가 3년이나 지속되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먼저 뛰어야 주변국들을 움직인다 

  중국이나 러시아, 일본이 북한 핵문제 해결을 주도할 의지나 능력을 갖고 있지 못한 상황에서 북한 핵문제 해결의 중요한 키를 쥐고 있는 미국조차 북핵문제의 해결에 적극 나서고 있지 않습니다. 실종 미군 유해 발굴사업 정도로 북한을 관리할 수 있다고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입니다. 그나마 실태조사까지 벌였던 대북식량지원마저 사실상 핵문제와 연계되어 차일피일 미루어지고 있습니다. 엄격한 분배감시와 함께 2009년 미국이 지원한 식량을 북한이 임의로 처분한 문제의 해결까지 요구하고 있는 의회의 태도가 대북식량지원을 어렵게 하는 요인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오바마 행정부가 북핵문제를 해결할 정치적 의지가 없다는 점입니다. 과거의 전례로 보아 아마도 내년 대통령 선거 때까지 북핵문제를 더 악화시키지만 않은 채 시간만 흘려보내려 할 것입니다. 이 때문에 미국이 북핵문제를 해결하려는 시도를 한다 하더라도 사실상 ‘시늉’에 그칠 가능성이 큽니다.

  이제 어떻게 할 것인가? 목마른 사람이 우물을 파야 합니다. 우리 정부가 적극적인 이니셔티브를 행사하면서 북한 핵문제 해결의 계기를 만들어야 합니다. 북한 핵문제로 가장 큰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는 쪽은 우리이기 때문입니다. 남북이 대치하고 있는 상태에서 군사력의 심각한 비대칭성을 극복할 방법은 사실상 없습니다. 또한 북한이 핵무기를 사용하지 못한다 하더라도, ‘핵무기에 기댄’ 북한이 국지적인 군사적 분쟁을 격화시킬 가능성은 그만큼 높아집니다. 남북 간 군사적 충돌이 잦아지면 그로 인해 긴장이 고조되고 주변국이 개입하여 우리의 설 자리는 더욱 좁아지기 마련입니다. 실제로 인도에 이어 파키스탄도 핵무기를 개발한 뒤 양국 간에는 재래식 전력을 사용한 분쟁이 오히려 늘어나기도 하였습니다. 군사적 긴장고조의 여파는 우리 경제에 곧바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평화통일을 생각하면 북한 핵문제의 엄중성은 더 커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명박 정부가 그렇게 강조하는 통일준비도 그 재원만 마련한다고 될 일이 아닙니다.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상태에서는 통일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변의 어느 나라도 핵무기를 보유한 통일한국의 등장을 원하지 않을 것입니다.

  북한이 추진하고 있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은 모든 핵무기와 현존하는 핵계획을 포기해야 한다고 규정한 2005년 ‘9.19공동성명’이나 2009년 유엔안보리 결의 1874호를 위반한 것이자, 1991년 남북이 합의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에도 배치됩니다. 이런 점에서 북한은 분명히 잘못된 선택을 하고 있고 비난받아 마땅합니다. 그러나 비난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아무런 소용이 없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도 쉬지 않고 이루어질 북한의 핵능력 증강을 실제로 막기 위해서는 남의 일처럼 비난만 하지 말고 모든 역량을 집중해서 능동적이고 주도적인 해법을 강구해야 합니다. 우리가 먼저 뛰어야 주변국들도 관심을 갖고 움직이게 할 수가 있습니다.

  북한 핵문제 해결을 위한 해답은 ‘9?19공동성명’에 나와 있습니다. 북한의 핵포기에 상응한 동시행동 조치로서 한반도 평화체제와 동북아안보협력, 대북경제•에너지협력과 관계정상화 등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북한에 일방적인 선 비핵화를 요구하는 데서 벗어나 변화된 실정에 맞게, 북한의 입장까지 감안하여 이행순서를 조정한 현실적 구상이 새롭게 제시되어야 합니다. 그래야 북한이 협상에 참가할 유인이 만들어질 수 있고 핵개발을 지속시킬 명분을 뺏을 수 있습니다. 2004년 3차 6자회담 때 비로소 조지 부시 행정부가 처음으로 협상안을 들고 나왔습니다. “악의 축과는 대화는 하되 협상하지 않는다.”는 강경입장을 고수하던 부시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하면서 “협상해보자.”고 태도를 바꾼 이유가 무엇이었는지 돌이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2012년 3월 서울에서는 핵안보정상회의가 열립니다. 그리고 한국과 미국에서는 중요한 선거가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제사회에서 원자력의 평화적 이용을 선도하는 국가로 발돋움하고 있는 우리 입장에서 핵안보 문제에 수범을 보이기는커녕 북한의 움직임에 전전긍긍하는 모습을 보인다면 아이러니하게 될 것입니다. 북한의 핵개발로 인해 가장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는 분단국 대통령으로서 사실상 ‘미국의 의제’일 수도 있는 핵안보 문제에만 전념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더구나 2004년의 경우처럼 재선을 노리는 오바마 대통령이 봉합용이나마 상황의 흐름을 바꾸어 놓을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합니다. 

  그런 점에서 2012년 핵안보정상회의를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서라도 6자회담 개최 등 사전에 북한 핵문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해놓을 필요가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우리가 북한 핵문제의 평화적 해결을 위한 외교적 이니셔티브를 적극적으로 취해나가야 합니다. 얼마 남지 않은 대통령의 임기만큼이나, 북한의 핵포기를 외교적으로 이끌어낼 수 있는 시간이 그렇게 많이 남아 있지 않습니다. 북한이 파키스탄처럼 되지 말란 법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명박 대통령의 결단과 우리 정부의 능동적인 움직임을 촉구합니다.

이 글은 평화재단 평화연구원 현안진단 제 38호에 게재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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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opeplann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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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응무소주 2011.12.14 16:12 신고  댓글주소  수정/삭제  댓글쓰기

    이번 정부는 그럴 능력도 의지도 없답니다. 왜냐? '돈'이 안되거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