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사망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어제 하루 대한민국은 크게 술렁거렸습니다. 언론에서는 김정일 사망 사실을 속보 형식으로 계속 보도했고 많은 전문가들이 이와 관련한 입장들을 내어놓기 시작했습니다. 김정일 사망 이후 한반도는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까요? 많은 분들이 혼란스러워 하고 있고, 저 또한 남북문제를 어떻게 풀어가야 하는지 막막한 생각이 들었습니다. 2012년을 내다보며 어떻게 남북문제를 풀고 어떻게 통일로 나아아가야 할까요? 얼마전 법륜스님과 김부겸 의원이 이에 대한 문답을 나누었습니다. 김부겸 의원이 묻고 법륜스님이 답했습니다. 저는 이 문답 속에서 그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습니다. 더 깊이 있는 답변이 이루어졌지만 간략하게만 전합니다.
△ 사진은 대담 내용과는 관련이 없습니다.(사진 출처 : 연합뉴스)
- 최근에 어떤 활동을 하고 있는지?
“주로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 문제를 풀기위해 노력했다. 북한은 90년대 중반에 식량 위기로 300만명이 아사했고 지금까지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 비핵개방3000을 고집하는 이명박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첫째, 정부 차원의 인도적 지원을 재개하라는 것이다. 둘째, 정부차원에서 하기 어려우면 민간 차원에서라도 전면적으로 인도적 지원을 할 수 있도록 허용해 달라. 미국에서도 북한에 대한 인도적 지원을 하려고 하는데, 미국에 가서 얘기를 들어보면 한국 정부가 이를 반대하고 있다는 게 최대의 장애 요인이 되고 있다고 한다.”
- 무모한 자신감이 비핵개방3000이라는 대북정책으로 나타났고, 여기서 한발자국도 문제를 해결하는 쪽으로 나아가지 못한 것 같다.
“비핵개방3000 이라는 것은 정책으로 볼 수가 없다. 비핵하고 개방하면 국민소득 3000불 되도록 해주겠다는 건데, 현재와 같이 불안정한 상태에서 북한은 절대로 비핵화를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개방도 안 할 것이다.
정책이라면 어떻게 되어야 하는가? 비핵을 안 할 북한을 어떻게 비핵화 시킬 것이냐. 이게 정책이다. 어떻게 북한을 개방시킬 것인가 이게 정책이다. 너네가 이것 하고 이것 하면 내가 이것을 해 주겠다 이건 정책이 아니다. 그럴 경우 북한이 안 움직이면 우리는 아무것도 할 것이 없게 된다.“
- 이명박 정부에게 남북관계의 (발전은 커녕) 유지라도 하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어떤 충고를 해주고 싶은가?
“이명박 정부에는 통일 정책이 없다. 경제 성장을 한다고 내건 747공략을 보면 연 7%씩 성장을 해서 4만불 시대를 만들고 세계 7위 경제대국으로 올라가겠다고 했다. 그런데 지금 11위에서 14위로 떨어졌고 7% 성장은 고사하고 4%도 안 되고, 4만불은 고사하고 노무현 정부 때 출발한 2만불을 오히려 까먹다가 이제 겨우 2만불을 회복한 상태다. 경제 성장도 안 된 건 사실이다. 안보 관리는 잘 되었느냐? 안보 관리도 안 되었다. 민주당도 제대로 야당 역할을 못한 것 아닌가...“
- 최근에 북한 전문가들을 비롯하여 미국의 움직임을 바라본 많은 학자들은 현재 북한 문제를 푸는 방법은 6자회담을 정상화해서 북한을 국제사회로 한 발짝 드러놓게 하는 길 밖에 없다 이렇게 결론을 내린 것 같다. 어떤가?
“미국도 6자회담에 대해선 부정적이다. 그러나 6자회담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다. 다만 6자회담에 대해서 부정적이니까 다자회담이라고 표현을 한다. 우리가 주도권을 잡으려면 남북관계를 먼저 풀면서 남북이 중심에 먼저 놓이고 그 후에 미-중이 협력해 주는 그런 것을 만들어낼 수 있으면 훨씬 좋다. 그럴려면 남한 정부가 그 정도로 적극적이여야 하는데 현재 정부로는 그렇게 되기가 어렵고 오히려 끌려가기가 쉽다. 끌려간다는 것은 미-중이 먼저 합의하고 남-북이 미-중의 등떠밀림에 의해 남북 대화를 억지로 하는 형국을 말하는 것이다.”
- 북한이 지하자원의 채굴권을 중국에 헐값을 넘기고 있다는 사실에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것은 북한만의 문제가 아니고 장기적으로는 통일 한국의 문제다. 상당 부분의 자원이 지금 헐값에 중국에 넘어가고 있다. 이 문제를 북한의 문제로만 봐서는 안 된다. 북한은 내 것이니까 내 맘대로 한다고 하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땐 우리가 다른 대안을 제시하면서 ”이건 너네 것이라고 할 수 없다. 이건 우리 민족 전체 것이니까...“라고 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다른 대안을 내놔라“ 하면 다른 대안을 내어놓으면서라도 이 문제를 어떻게든 막아내야 한다. 아니면 제 값이라도 받도록 해야 된다.
- 북한 정권이 실망한 것은 오바마 정부의 등장 이후에 미국의 대북정책의 획기적인 변화를 기대했는데 이게 없었다는 것도 있는 것 같다.
“개인의 도덕성하고 국가 이익을 분리해서 봐야 하는데 우리는 이 문제에 대해 종종 헷갈려 한다. 오바마가 흑인 대통령이고 진보적인 사람이라는 것과 미국의 이익과는 별개의 문제다. 미국은 남한과 좀 더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동맹국의 의사를 존중하자 이렇게 정책이 바뀌었다. 그래서 한국 정부의 뜻을 존중하자 이렇게 나오는 것이다. 이럴 때 만약 한국 정부가 DJ 정부나 노무현 정부였다면 대북관계는 획기적으로 변할 수 있게 되는데, 불행히도 한국 정부는 이명박 정부이고 대북관계를 경직되게 끌고 가는 정부다. 그런 가운데 미국도 이런 한국 정부의 정책을 외교 정책상 존중하며 가고 있는 것이다.
- 차기 정부를 담당하겠다고 하는 사람이라면 이른바 후보자가 되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적어도 남북문제를 어떻게 판단하고 어떤 준비를 해야 된다고 보시는지? 어떻게 평화를 더 발전시키고 나아가서 우리들의 숙원이라고 할 수 있는 한반도의 통일로 나아갈 수 있을지?
“이런 상황에서 '어떻게 평화를 관리하고 어떻게 통일로 갈 것이냐' 이게 우리 민족의 절대절명의 과제라는 인식이 지도자에게 첫째 있어야 한다. '통일'은 우리 민족에게 있어서 한국이 한 번 더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유일한 출구라는 인식을 해야 한다. 전쟁만 안 일어나게 한다 이건 현상유지 안정 정책이다. 한 발 더 나아가는 정책은 통일로 가는 정책이다. 평화적인 통일로 가야하는데, 평화적으로 가려면 북한 주민들 스스로가 ‘단독으로 정권을 유지하거나 중국에 의지해서 정권을 유지하는 것' 보다는 ‘한국하고 통합하는 게 낫겠다’는 결론에 도달해줘야 한다.
바닥에 있는 (북한주민들의) 민심을 잡는 방법은 그들의 생존을 우리가 책임져 주는 거다. 이런 면에서 지배층에 대한 신분 보장, 더 나아가서는 일정한 기간 동안 한시적 체제 보장까지도 과감하게 적용해야 한다. 그럴려면 국민의 다수지지 즉 50% 이상의 지지를 받는 정부를 만들어 내야 이런 통일 정책을 집행할 힘을 갖게 된다. 그래야 미국도 쉽사리 간섭을 안 하고 중국도 북한도 얕보지 않게 된다.
그런데 소수정권이 들어서면 어떠냐. 국내에 자꾸 간섭을 하게 되고 정권이 바뀔 때 자꾸 다음을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집행력을 못 갖게 된다. 그런 면에서 49대 51로 이겨서 정권을 잡겠다 하는 건 정권의 측면에서는 옳지만 국가를 위해서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 그래서 다음 정권은 국가의 비전을 업그레이드 한다는 정도의 큰 포부를 가진 정부가 들어서야 된다고 본다. 그렇지 않으면 정권을 잡은 당사자에게는 의미가 있을지 몰라도 크게 국가적으로 보면 우왕좌왕 하는 것 밖에 안 될 수 있다.
정치 지도자들이 당의 이익이나 개인의 이익 보다는 '국가의 이익'을 우선해서 타협할 것은 타협하고 경쟁할 것은 경쟁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 독일이 동방정책 이래로 콜 수상의 통일까지 가는데 20여년 동안 지속적으로 조금씩 조금씩 상황을 개선하고 주변 환경을 바꾸어가면서 기다렸다. 그래서 어느날 자기들에게 다가온 통일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다음 정권을 차지하겠다고 하는 개인이나 정치세력들이 스님의 이런 충고를 되새겨야 할 것 같다.
“천천히 하면 안된다.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대북정책이 독일의 동방정책과 같은 것이었다고 한다면 이제는 추수할 때이다. 20년씩이나 그렇게 하면 안 되고 아주 빠른 시일 내에 해내야 한다. 그래서 2012년 선거가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첫 번째는 누가 집권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고 통일의 비전을 갖는 지도자가 선출되어야 한다. 두 번째는 그것이 다수 국민의 지지를 받으면서 등장을 해야 개혁이 가능하지 다수 국민의 지지를 못받으면 금방 반대론에 부딪혀서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는 결과를 가져온다.”
- 이 시기에 남북문제를 바라보는 눈이 어떠해야 하며 그것은 결국 우리들에게 어떤 결과로 돌아올 것 같은지? 국민 여러분께 마지막 당부의 말씀을 부탁드린다.
“국민 여러분들이 너무 현안에만 빠지면 안 된다. 2천만 동포가 굶주림의 고통에 있고 그것이 지난 15년간이나 이어져 오고 있지 않습니까. 그들의 잘못은 거기에 태어났다는 것 밖에 없다. 이들이 바로 우리 민족이고 우리 국민이라는 관점이 필요하다. 그래서 이 문제는 우리가 책임을 진다는 자세가 필요하다. 첫째 그들을 이롭게 하기 위해서 통일을 하자는 것이고. 둘째 그들의 이익이기도 하지만 우리에게도 이익이 된다. 이런 관점에 선 통일 비전을 일단 가져줘야 한다.
그런데 막상 선거에 들어가면 내 개인의 이익 여기에 매몰될 수밖에 없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의 의식이 좀 더 높아져야 지도자도 그런 인식이 같이 높아지는 것이다. 국민 여러분들이 자기 견해에 빠지면 지도자가 표를 얻어야 하니까 그 문제에만 관심을 갖다 보니 늘 통일문제가 뒷전으로 밀리게 되는 것 같다. 그런 측면에서 국민들의 각성이 필요하다. 국민의 눈높이와 의식 수준만큼 지도자가 나오는 것이지 국민의 의식을 떠난 지도자가 혜성처럼 나타날 수는 없다. 그런데서 2012년 대선은 굉장히 중요하다.
첫째 국민의 각성이 중요하고, 둘째 지도자를 뽑는 안목이 중요하고, 셋째 지도자들도 너무 당면한 국민의 이익에 연연하지 말고 큰 국가 이익이라는 측면의 눈을 가지고 선거에 임해주면 좋지 않을까. 그렇다면 우리에게도 희망이 있을 것이다.”
2012년은 미국, 중국, 한국, 북한, 일본, 소련, 대만까지 한반도를 둘러싼 모든 주변국들의 리더십이 교체되는 해입니다. 그만큼 이 기회를 잘 활용하면 통일로 나아갈 수도 있지만, 이를 활용하지 못하면 100년 전 선조들이 치욕의 식민지 지배를 당했던 것처럼 뼈아픈 역사를 겪게 될지 모릅니다. 김정일 위원장이 사망했으니 북한은 후계체제를 안정화하기 위해서 빠르게 움직일 겁니다. 급격한 전환기인 이때 가장 중요한 것은 통일이 우리 민족의 절대절명의 과제라는 인식을 국민 모두가 가져야 한다는 말씀이었습니다. 국민의 안목이 성숙될 때 이런 안목을 가진 지도자를 선출할 수 있게 되고, 이런 통일에 대한 확고한 안목을 가진 지도자가 선출되어야만 역사적 전환기를 지혜롭게 헤쳐나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보면 김정일 위원장의 사망은 이런 역사적 전환기를 조금 더 앞당겼다고도 볼 수 있을 겁니다. 위기를 기회로 바꿀 수 있는 국민의식의 성숙과 그에 맞는 지도자 선출이 2012년 대한민국의 절대절명의 과제가 되었음을 ‘김정일 사망’을 통해 보다 더 분명하게 느끼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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