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전국 연속 102회 강연이 어제 강동 구민회관에서 대단원의 막을 내렸습니다. 지난 9월28일에 시작하여 하루 2회씩 오전 오후로 나뉘어 진행되었으며, 무려 70일 동안 하루도 쉬지 않고 달려왔습니다. 주말에는 외부 강연이 계속 있었고, 오전 강연과 오후 강연 사이에도 여러 강의들이 빼곡히 잡혀 있었습니다. 가히 살인적인 스케쥴이라 할 만했지만 법륜스님은 쉼없이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그만큼 법륜스님이 대중들에게 전하고자 했던 희망의 메세지는 간절했던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5,700명의 시민 자원봉사자들이 무대 뒤에서 수고했고, 60,100명의 시민들이 강연장을 찾았습니다. 이곳에서 함께 공유된 많은 이야기들이 2012년 대한민국에 새로운 희망을 불어넣는 작은 불씨가 되기를 기원해 봅니다.
△ 희망세상만들기 102회째 마지막 강연. 강동 구민회관을 가득 메운 시민들.
사회자가 “102번째 마지막 강연을 시작하겠습니다.” 라고 하자 법륜스님이 대중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무대 위에 올라섰습니다. 가슴이 뭉클했습니다. 기나긴 마라톤을 완주한 사람에게 보내는 뜨거운 박수처럼 느껴졌고, 환호성이 곳곳에서 터져나왔고, 살결에서는 닭살이 돋아날 정도로 감격스러웠습니다. 법륜스님은 이번 강연의 취지를 소개하면서 마지막 강연을 시작하였습니다.
“시작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벌써 102번째 강연입니다. 강연을 하게 된 계기는… 카이스트 대학생들의 자살 소식을 접하고 마음이 아팠습니다. 젊은이들에게 희망을 주려고 했습니다. ‘방황해도 괜찮아’라는 주제로 대학가에서 상담 강좌를 해왔지만, 젊은이들이 저보다 훨씬 더 좋아하는 사람들이 있었습니다. 안철수, 박경철, 김제동, 김여진 이런 분들을 모시고 청춘콘서트를 열었습니다. 열기가 뜨거워서 전국 27개 지역을 순회하게 되었습니다. 너무 많은 청년들이 몰려서 35세 미만으로 연령 제한을 했더니 청춘을 어떻게 나이로 따지냐 항의 전화가 많았습니다. 40,50대들도 힘든 게 많다. 그래서 장년들을 위한 대화의 자리를 마련해 보자. 이렇게 해서 100회 강연이 시작되었습니다.”
이렇게 시작된 강연을 통해 많은 사람들이 법륜스님에게 질문을 던졌습니다. 한 강좌당 10개 정도의 질문이 나왔으니까 100회 강연이면 1,000개의 질문으로 대화를 나눈 것입니다. 법륜스님은 시민들이 생활 속에서 어려움을 겪는 온갖 고민들을 직접 듣고 몸소 느끼면서 무엇이 우리 사회에 진정 필요한지 하나 하나 절실히 느꼈습니다. 개개인들이 상담을 통해서 극복된 문제들도 많았지만, 그 중에는 사회 제도적인 보완을 통해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들도 많았습니다. 그래서 마음의 행복과 사회변화, 이 두 가지를 넘나드는 다채로운 대화들이 오고 갈 수 있었습니다. 어제 마지막 강연에서도 시민들의 다양한 인생 고민과 사회적 문제들에 대한 문답이 있었습니다.
- 오늘이 102회 강연 중 마지막입니다. 고생 많으셨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을텐데 소감이 어떠신가요?
“부모자식 갈등, 부부갈등, 회사 상사 문제 등 인간관계 갈등이 가장 많았습니다. 그 다음에 건강 문제가 있고, 돈을 빌려주고 못받은 문제도 있고, 어떤 분은 도박을 해서 360억을 잃었다는 분도 계셨어요. 소소하게는 제사 시간을 변경해도 되는지 묻는 분도 있었고, 부모가 궁합이 안 맞다고 결혼을 반대하다는 젊은이도 있었고, 수백가지 질문이 있었습니다. 이것이 인간 삶의 현실이라고 봅니다. 그 중 70% 이상은 자기가 생각을 좀 바꾸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였고요. 그런 분들은 대화를 하면서 한 생각 바꾸니 얼굴이 밝아지는 그런 문제였습니다. 나머지 30%는 사회적인 제도 변화가 뒷받침 되어야 하는 것들이었습니다. 자신이 눈을 떠야 해결되는 문제가 있고, 또 한편으로는 사회 변화를 가져와야 해결되는 문제가 있고 이렇게 두 종류가 있었습니다. 개인의 자각은 주로 종교에서 맡아서 해주어야 할 것 같고, 사회변화는 행정이나 정치 쪽에서 국민의 다양한 어려움을 수용해서 변화를 가져와야 하지 않겠나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 내년에 서른인 언니가 있습니다. 5년 전에 외국 명문대에 합격했다고 해서 부모님이 여기 저기 신세를 져서 언니 유학까지 보내주었습니다. 확인해보니 그런 대학에 합격한 사실도 없고 저희를 속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엄마는 계속 속상해 하고 있구요. 엄마와 저는 언니를 새 사람으로 만들고 싶어 합니다. 어떻게 해야 할까요?
“꿈 깨세요. 꿈도 야무지시네요. 누구도 남의 인생을 대신해 줄 수 없습니다. 언니는 언니 인생을 살고, 나는 내 인생을 삽니다. 그건 부처님이 오신다고 해도 어떻게 해결할 수가 없어요. 남의 인생에 간섭하지 마라. 저는 이제 육십이 다 되어가는 데도 고졸입니다. (청중들 웃음) 자기는 신경을 끄는 게 좋겠습니다. 놔 두세요. 스무살이 넘으면 각자 인생은 독립입니다. 그냥 자기 인생에 충실한 게 좋아요.”
- 제가 피해의식이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대화할 때는 괜찮은데 혼자 있을 때는 막 슬퍼집니다. 분노 같은 것이 있어서 사회 생활을 해보니까 화가 났을 때 이성을 잃어버리더라구요. (울음) 어떻게 해야할지 잘 모르겠어요.
“자기는 심성 자체가 그렇기 때문에 노력한다고 쉽게 고쳐지는 게 아니예요. 여기서 조금 더 심하면 우울증으로 떨어지고 정신과 상담을 받아야 하는 분기점에 와 있어요. 다른 사람들은 다 자기 성질을 내면서 사는 겁니다. 그걸 나를 공격하는 것으로 착각을 하는 것이지요. 내가 약하기 때문에 전부 그렇게 받아들여지는 것입니다. 이건 내가 어릴 때 엄마가 아빠와 갈등이 있었든 시댁과 갈등이 있었든 그런 불안한 상황 하에서 나의 심성이 형성되었기 때문에 지금 어떻게 할 수가 없습니다. 육신은 멀쩡하죠? (멀쩡해요) 우선 몽뚱이는 괜찮잖아요. 눈은 보여요? (보여요) 말도 한다. 귀도 들린다. 두 손도 움직인다. 두 발도 움직인다. 이것만 해도 다행인 겁니다. 하드웨어는 괜찮은데 소프트웨어가 좀 잘 못 깔린 거다. 그 누구도 나를 헤치는 사람이 없다. 내 삶의 조건에서 항상 긍정적은 것을 발견하고 살아야 합니다. 늘 부정적인 것만 바라보면 세상이 생지옥 같습니다. 자기는 다른 건 다 괜찮은데 심리가 좀 불안한 문제점이 있을 뿐입니다. 이걸 인정하고 살아라. 내가 다른 사람보다 좀 민감하다 이걸 늘 자각하고 있으면 얼마든지 나아질 수 있습니다. 보통 사람한테는 별 것이 아닌 것이 나한테는 증폭되어서 인식되어지는 것이예요. 이렇게 자기를 조절하면서 살아가면 됩니다.”
- 아이가 중2인데 1년 반 동안 농구 선수로서 생활을 했습니다. 그런데 아빠의 반대가 심해져서 다시 일반 학생으로 돌아가서 공부를 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아이가 공부를 하기 싫어하고, 아빠 목소리만 들어도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그럽니다. 옆에서 지켜봐도 답답합니다.
“아빠가 애를 뭐라 할 때 절대 간섭을 하면 안 됩니다. 그러면 애가 아빠를 더 부정적으로 바라보도록 합리화 하는 것을 돕게 됩니다. 남편과 아내가 갈등이 심화되면, 아이에게 더 집착이 생깁니다. 두 부부가 잘 지내면 아이 문제는 좀 해결됩니다. 이게 심해지면 나중에 아빠가 자기를 때리려 하면 아빠 손을 밀치고 덤비게 됩니다. 그런 상황에 이르기 전에 남편한테 잘 해 주세요. 아이 앞에서는 항상 남편 편을 드러줘야 합니다. 절대로 아이 편을 들어주면 안 되요. 그래서 남편한테 잘해 주어서 남편이 아이에게 집착을 덜하도록 하면 됩니다.”
- 맞딸이 시집을 못가고 있습니다. 딸만 다섯인데... 15년 전에 외국인 선교사랑 결혼을 하려고 해서 반대를 했더니… 지금은 시집을 안 가요.
“예전에는 결혼을 안 하면 여자가 먹고 살 방법이 없었어요. 그런데 지금은 여자도 혼자서 살 수 있는 수많은 길이 있습니다. 스무살이 넘었으면 결혼을 하든 말든 관심을 끊으세요. 자기 아내는 결혼 생활이 행복했어요? 고생했어요? (고생했어요) 엄마가 그렇게 고생하는 모습을 봤기 때문에 나도 아빠 같은 사람 만나서 또 고생할까봐 겁이 나는 겁니다. 나중에 결혼하려고 해도 사위의 조건을 따지지 마세요. 너가 결정을 하면 나는 무엇이든지 지지를 한다 그렇게 항상 응원을 해주어야 하지 야단을 치려고 하면 안됩니다."
인생사의 온갖 다양한 질문들이 계속 쏟아졌습니다. 제가 보기엔 하찮아 보이는 질문에도 법륜스님은 정성을 기울여 그 이야기를 다 들어주었고, 자상한 조언까지 덧붙여 주었습니다. 청중들은 환하게 웃는 가운데 자신들의 인생 고뇌를 하나씩 풀어나가고 있었습니다. 어느새 시간은 2시간이 훌쩍 흘러 아쉬운 작별을 해야할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102회의 강연을 마무리하며 사회자가 법륜스님에게 마지막으로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을 청했습니다.
“2011년 많은 우여곡절을 겪고 여기까지 왔습니다. 인생은 항상 연습입니다. 지나가면 다 연습이었습니다. 이것을 경험 삼아 내년에 제대로 도전해야 합니다. 도전을 하면 올해와 거의 비슷하게 될 수도 있어요. 그러나 항상 연습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실패해도 좌절할 이유가 없습니다. 농구 연습하다가 공이 골대에 안들어갔다고 해서 절망하지 않듯이 말이죠. 그런데 본 게임이라고 생각하면 자꾸 후회가 되고 상처가 생깁니다. 그래서 나이, 돈, 건강 너무 따지지 말고, 항상 자기 삶을 주인이 되어서 연습 삼아 만들어가면 지금보다 더 나아질 겁니다. 새해에는 개인의 인생도 희망이 있고, 나라의 인생도 크게 도약해서 통일과 복지사회로 나아가도록 여러분들도 함께 노력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청중들의 우레와 같은 박수가 뜨겁게 쏟아졌습니다. 대한민국 최초로 짧은 기간 안에 100회 연속으로 진행된 초유의 강연이었습니다. 성북구 강연에 참가하여 법륜스님의 강연을 듣고 자신의 삶이 크게 변했다는 전미숙씨(주부)는 마지막 강연에도 참석하여 자신의 짧은 소감을 함께 나누었습니다.
“결혼한지 4년이 지났습니다. 제 남편과 저는 성격과 가치관이 달라서 다툼이 많았습니다. 다행이 저보다 남편이 이해심이 많아서 대화를 많이 시도해오는 편이었지요. 하지만 뭔가 부족했어요. 나 스스로 주체적인 결혼생활을 해나간다는 느낌 보다는 끌려간다는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스님의 강연을 듣고 깨달았습니다. 남편이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 게 아니라 내가 남편을 사랑하지 않았다는 사실이었습니다. 저희 시부모가 저를 괴롭힌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나와 다른 가치를 인정하라는 스님의 말씀이 머리를 후려쳤습니다. 이제는 남편이 나를 사랑하지 않아도 나는 남편을 사랑합니다. 그동안 내가 얼마나 이기적이었는가 참회하고 참회했습니다. 이제는 시댁가면 집안 청소 더 열심히 하고 주무실 때는 퉁퉁 부은 다리 주물러 드리고 있어요. 제가 드린 것 보다 받은 것이 더 많은데 뭐가 손해 봤다고 두 분을 미워했는지 모르겠습니다. 시부모님을 미워했던 마음을 참회하니 가벼워졌습니다. 스님과의 만남이 이렇게 인생을 바꿨습니다. 주위에는 달라진 것 하나 없지만 제 마음 하나 바뀌었는데 많은 것이 달라졌습니다. 감사합니다.”
△ 100회 강연을 마치고 어린이에게 꽃다발 선물을 받은 법륜스님
법륜스님에게 이런 감사한 마음을 담아 100회 강연에 참석한 6만여명의 시민을 대표하여 한 어린이가 꽃다발 증정을 해주었습니다. 법륜스님은 아이를 꼭 끌어안아 주었는데, 그 장면이 너무나 가슴이 뭉클해서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꽃다발을 안은 채 법륜스님은 또다시 청중들의 가슴에 감동의 물결을 일으켰습니다. 행사가 있기 까지 고생한 자원봉사자들의 수고를 하나하나 언급하며 그들의 노고를 이야기해 주었습니다.
“100회 강연에 특별히 감사드릴 분이 있습니다. 이 자리가 있기 위해서 저는 얼굴 같은 역할을 했을 뿐이고 사실은 몸 속의 숨겨진 기능들을 하신 많은 봉사자분들이 있었습니다. 이 분들이 없었으면 이런 일이 불가능했습니다. 내 얼굴을 드러내 놓고 살기 위해서는 옷에 가려진 많은 몸의 작용들이 있어야 살아지는 것처럼 많은 봉사자들에 의해서 100회 강연이 이뤄졌습니다. 전국의 자원봉사자들에게 큰 박수를 부탁드립니다. 행복하십시오.”
△ 법륜스님 100회 강연을 무대 뒤에서 준비한 시민 자원봉사자들(희망봉사단)
이번엔 봉사자들이 무대 앞으로 나와서 ‘장미’ 라는 노래와 함께 신나는 율동을 보여주었습니다. 손에 손 맞잡고 함께 부르는 노래가 참 정겨웠습니다. 오랜만에 함께 불러보는 노래...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잠자는 나를 깨우고 가네요. 싱그런 입사귀 돋아나 가시처럼…” 한껏 여운이 감돌았습니다. 그리고 그동안 법륜스님과 함께한 전국 100개 지역 강연 모습들이 영상 화면으로 지나갔습니다.
△ 이 영상을 보면서 전 왜그리 눈물이 나던지요. 이 강연이 있기 까지 무대 뒤에서 고생한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의 얼굴이 하나하나 떠올랐습니다.
마지막 영상 속에서 2012년에는 희망세상만들기 2.0으로 다시 시민들을 찾아올 것을 약속했습니다. 2011년 전국 방방곳곳을 찾아다니며 새로운 희망을 이야기해 준 법륜스님, 2012년에는 더 많은 지역에서 더욱더 다채롭게 펼쳐질 또다른 희망 이야기가 더욱 기대가 되었습니다.
마지막 강연이여서 그런지 언론사 기자들의 취재 열기도 뜨거웠습니다. 시민들은 법륜스님의 인생 상담을 통해 많은 감동을 받아서 돌아갔는데, 기자들은 오직 정치에 관련된 질문 밖에 관심이 없었습니다.
△ 강연이 끝나고 몰려든 기자들.
기자들은 스님이 인터뷰를 거절하자 질문자로 둔갑을 해서 정치적인 질문을 계속 물어서 인생 고민을 물으러 온 시민들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기도 했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을 왜곡해서 보도해 스님을 믿고 따르던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륜스님은 "요즘 정치가 워낙 어떻게 흘러갈지 불안정해서 그런가 보다" 하며, 기자들을 다 이해한다고 했습니다.
언론보도와는 상관없이 법륜스님은 시민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상담해 주고 대한민국의 희망을 이야기하며 오늘까지 부지런히 달려온 것입니다. 강연에 참가한 6만여명의 시민들과 이 글을 읽은 네티즌들은 법륜스님이 전하고자 했던 '진정성'을 모두 느끼셨을 겁니다. 이번 100회 강연을 통해 개인은 어떻게 인생이 행복해질 수 있는지 , 대한민국은 어떻게 미래를 향해 도약할 수 있는지 함께 꿈꿔볼 수 있었습니다.
법륜스님이 말한 것처럼 2012년에는 개인의 인생도 희망이 있고, 나라의 인생도 크게 도약해서 '통일'과 '복지사회'로 나아가도록 하는 초석을 다질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도 함께해 주실거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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