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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륜스님 즉문즉설

바람 피운 남편 때문에 이젠 아이도 미워져요

법륜스님의 전국연속 100회 강연이 98회에 다달았습니다. 이제 다음주면 대단원의 막을 내리게 되네요. 수많은 대중들이 법륜스님에게 자신의 인생 고민에 대해 질문을 했고, 법륜스님은 성심성의껏 질문한 사람들의 고뇌에 대해 답해주었습니다. 법륜스님이 들려주는 대답은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는 ‘내 마음’을 돌아보게 하는 것이죠. ‘밖’으로 향해 있던 시선을 ‘안’으로 향하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제는 바람난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살다가 그 미운 감정이 자식들에게까지 전이된 한 여성분의 질문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문제의 본질을 꿰뚫어보는 법륜스님의 답변도 감명깊었습니다. 배우자가 바람을 피워서 힘들고 아이들은 어떻게 키워야할지 고민인 분들에게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 질문자 :
남편이 다른 여자하고 바람을 피워 한동안 괴로워했습니다. 밉고 원망스러워서 ‘너 얼마나 잘되나 보자’ 이런 마음으로 살다가 또 어느 날은 ‘그래, 내가 복이 없어 널 만났지. 누구를 탓하랴’ 하고 마음으로 내려놓으려고 했지만 완전히 내려놓지도 못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아이도 아버지를 미워하게 되었고, 나이 들어서도 방황했습니다. 아이에게 미안하고 불쌍한 마음이 들다가도, 문제를 일으키면 남편 생각이 나서 아이조차 밉고 마음이 불편해집니다.

- 법륜스님 : 바람난 남편에 대한 원망으로 살다가 사랑하는 자식에게까지 감정이 전이된 경우예요. 내가 너 때문에 피해를 입었다, 넌 나쁜 인간이다, 죽일 놈이다, 이렇게 남편을 미워하니까 화살이 자식에게까지 갔습니다.

그러니까 아이에게 문제가 생긴 것은 남편 때문이 아니라 나로 인해서 생겼다는 사실을 먼저 자각해야 합니다. 남편이 바람피운 게 잘했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것은 하나의 사건일 뿐이에요. 이걸 부처님께서는 제1의 화살이라고 했어요. 하나의 사건이 생겼는데, 그 사건에 대응하는 자세가 어리석은 거예요. 그 때문에 아이가 자꾸 문제를 일으키게 된 겁니다. 아이가 지금 중심을 못 잡고 헤매는 원인이 된 거예요. 아이 스스로 제2, 제3의 화살까지 맞은 거예요.

그럼 이런 반론을 제기하겠죠.

“만약 남편이 바람을 안 피웠으면 내가 안 미워했을 거 아니에요?”

네, 맞습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것은 아이는 엄마 품에서 자라고 엄마를 모델로 해서 성장한다는 사실이에요. 아이가 지금 문제 행동을 일으키고 있다면 그 근본 원인은 아이가 뱃속에 있을 때, 아이가 어릴 때, 엄마가 아빠에 대해서 미워하는 마음을 내고, 부부 사이가 좋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갈등이 깊어서 남편을 미워했기 때문에 아이에게 자긍심이 부족하고 누군가를 미워하는 씨앗이 심어졌다고 할 수 있어요.

부모의 갈등이 심한 가정환경 속에서 지내다 아이가 사춘기나 대학 들어갈 나이에 바람 핀 소식을 알게 되면서 마음속에 있던 미움의 싹과 부딪히면서 아버지에 대한 미움이 깊어진 거예요.

사회적인 잣대로는 이 문제에 대한 책임을 남편에게 돌리는 것이 옳을지 모릅니다. 그러나 심리적으로 근본 원인을 치유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아요.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방법은 하나입니다. 내 마음속에 있는 남편에 대한 불신, 남편에 대한 미움이 먼저 없어져야 해요. 이것이 우선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남편에게 참회 기도를 하라는 겁니다.

그런데 며칠 기도하다 보면 불편한 감정이 올라올 것입니다.

‘잘못은 남편이 했는데 왜 내가 참회해야 하나? 지금 무릎 꿇고 눈물을 흘리면서 잘못했다고 빌어도 용서해 줄까 말까인데 내가 왜 그 사람한테 참회를 해야 해?’

이런 마음이 올라와서 보통은 며칠 기도를 시작했다가 집어 치우게 되지요. 그러면서 마음속에 의문이 생깁니다.

‘스님도 이상하다. 스님도 남자라고 남자 편드네.’

이런 생각이 든단 말이에요. 그러나 상담할 때는 질문한 사람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는 것이지 누구 편을 드는 게 아닙니다. 이 문제를 풀기 위해서는 남편에게 깊은 참회 기도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 해야만 아이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 수가 있어요. 그 외에는 엄마가 자식을 위해 할 일이 없습니다.

지금은 아이가 이미 성년이 되어 버렸기 때문에 엄마가 기도한다고 크게 도움이 되는 건 아니에요. 아이가 어릴 때는 기도해서 내 마음을 바꿔 버리면 아이는 금방 변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녀가 성년이라면 부모의 영향이 자식에게 크게 미치지 못해요. 부모가 좋은 일을 해도 자식에게 큰 영향을 주지 못하고, 부모가 나쁜 일을 해도 마찬가지예요. 왜냐하면 자식은 이미 자기의 판단의식을 갖고 있기 때문이에요. 그러나 아들이 아직 결혼하기 전이라면, 그래도 자식이 스스로 하는 것 다음으로 영향을 줄 수 있는 건 역시 엄마예요.

그러면 남편과 자식이 싸우면 어떻게 할까요? 이런 상황에서는 싸우게 되어 있습니다. 왜냐하면 엄마가 아빠를 미워하는 마음의 씨앗이 아이에게 심어졌기 때문이에요. 그러니 둘이 싸우는 것은 당연한 거예요. 자식이 엄마 대신 아빠와 싸우는 거예요. 엄마가 남편한테 애 먹이지 못한 것을 자식이 대신 애를 먹이는 거지요. 그러니까 이 문제는 지금 해결이 안 돼요. 내가 남편에게 깊은 참회를 하면 아이의 마음이 조금씩 바뀌어서 아빠에 대한 미움이 사라집니다.

남편이란 사람은 본래 훌륭한 사람도 나쁜 사람도 아니에요. 그냥 그 사람일 뿐이에요. 그런데 내가 훌륭하게 보면 훌륭한 사람이 되고, 내가 나쁘게 보면 나쁜 사람이 되는 거예요. 남편을 나쁘게 보면 아내인 나도 별 볼일 없는 여자가 되고, 아들도 별 볼일 없어집니다.

그래서 형편없는 사람의 자식이 되어 버린 아들의 종자 계량부터 해야 해요. 그 방법은 바로 ‘여보, 당신은 훌륭한 사람입니다. 제가 어리석어서 당신을 잘못 봤습니다.’ 이렇게 참회 기도를 하는 거예요. 이것이 자식을 위하는 최고의 길입니다.


스님의 답변에 공감을 한 많은 대중들이 큰 박수를 보냅니다. 사회적인 잣대로는 책임을 남편에게 돌리는 것이 옳을지 모르지만 심리적으로 근본 원인을 치유하는 데는 아무런 도움이 안된다는 말씀이 가장 인상적이었습니다. 엄마가 아빠를 미워하는 씨앗이 아이에게 심어졌기 때문에 근본적인 치료를 위해서는 내 마음속에 있는 남편에 대한 불신, 남편에 대한 미움이 먼저 없어져야 한다... 제가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해법이었습니다. 처음에는 말이 되나 싶었지만, 스님의 설명을 들으면 들을수록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습니다.
 

△ 이번 달에 결혼하는 친구에게 선물하려고 강연이 끝나고 스님의 새책 "엄마수업" 을 구입하여 친필 사인도 받았습니다. 법륜스님 글 읽고 훌륭한 엄마 되라고 말이죠.^^

한편으론 제 어릴 적 기억이 떠올랐습니다. 저희 어머니는 아버지를 많이 미워했습니다. 그 영향으로 저도 어머니편을 많이 들었고, 심지어 아버지에 대핸 적개심으로 엄마를 대신해서 싸워주기도 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를 낳아주고 길러준 아버지를 미워한다는 건 제 마음 속 자긍심을 송두리째 뽑아 가는 것 같았습니다. 아이가 자기 자신에 대한 자긍심을 갖고 건강하게 자라게 하려면, (지금 당장은 힘들 수 있겠지만) 두 부부 간의 미운 감정을 풀어내는 길 밖에 달리 방법이 없음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해야하는지 방향을 정확히 알게 된 것만으로도 갈등들이 조금씩 해결되어 갈 것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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