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전국연속 100회 강연이 89강째에 접어들었습니다. 지난 9월28일부터 하루도 쉬지 않고 매일 오전과 오후 강연이 이뤄지고 있는데, 법륜스님은 아픈 몸을 이끌고도 벌써 60일간 강연을 이어오고 있습니다. 스님의 살인적인 스케쥴을 생각하면 가끔은 경외롭기까지 합니다. 조선, 중앙을 비롯한 일부 보수 언론들에서 법륜스님을 겨냥한 소설 같은 온갖 억측 기사들이 난무하고 있지만, 그래도 스님은 늘 해오시던 대로 대중들의 인생 고민을 상담해주고 삶의 올바른 방향에 대해 한결같은 말씀들을 해주고 있습니다. 일부 보수 언론들의 황당한 작태들에 대해서는 다음 포스팅에서 자세히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수능이 끝나고 3주일 정도 지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오늘은 수능 성적표가 나오는 날입니다.수능 결과를 놓고 고3 수험생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 제 주위에도 수능 점수가 예상보다 낮게 나와서 벌써부터 재수를 고민하는 후배들이 보입니다. 어제 법륜스님 100회 강연에서는 수능을 쫄딱 망한 재수생의 질문과 법륜스님의 대답이 청중들의 마음을 유쾌하게 해주었습니다. 이 글을 읽고 전국의 많은 수험생들이 힘을 내었으면 좋겠습니다.^^
- 질문자 : 저는 요번에 수능을 본 재수생인데요. 쫄닥 망했습니다.(대중웃음 아하하하) 학교 다닐 때 제가 공부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하고 학교 공부도 좋아해서 막 열심히 했어요. 그런데 성적이 생각만큼 안 나와 주더라구요. 그래도 열심히 하는 자에게는 보상이 있을 거라 생각하고 열심히 했어요. 아직 노력이 덜 익었나보다 하고 1년을 뼈빠지게 했어요. 그런데 수능을 망했어요.
- 법륜스님 : 잘 망했어요. 축하합니다.(대중웃음)
- 질문자 : 예, 감사합니다.(하하하) 이게 운명이라고 받아들이고 다른 길을 찾아가야 할지, 아니면 한 번 더 노력해서 성취를 해야 될지 고민입니다.
- 법륜스님 : 그만하세요.
- 질문자 : 예? (의아해 하는 듯한 표정)
- 법륜스님 : 왜 그만하라 그러느냐? 입시공부는 1년 더 할만한 가치가 없습니다. 그게 뭐든 한 해 더 해서 서울대학교를 간다 한들 가치가 없다. 그만둬라. 그리고 1년 더 한다고 지금보다 더 낫다는 효과도 없다. 그러니까 그만두는 게 낫겠다. 그러니 있는 점수 갖고 적당하게 가라. 들어갈 데 없으면 대학 버려버려라.
- 질문자 : 아직 제 적성을 못 찾았는데, 그럼 뭘 해야 되죠?
- 법륜스님 : 내년에 스무살 되요?
- 질문자 : 지금 스무살이에요.
- 법륜스님 : 스무살이지요. 그럼 내 입벌이를 해야지요. 먹고 입고 자는 것은 내가 벌어서 써야지요. 이게 제일 중요한 거예요. 사람이 됐나 안됐나, 자기 삶을 자기가 책임질 수 있나 없나 이게 중요한 거예요. 어느 대학 다니고 연봉이 얼마고 많이 알고 이런 것들이 중요한 게 아니라 자기 삶을 자기가 책임지느냐 안 지느냐. 책임지면 인간이고 못 지면 인간도 아니에요.(대중웃음) 왜? 동물도 자기 먹는 건 자기가 책임지니까요. 그 위에서 다른 것을 시도해야 돼요.
- 질문자 : 그런데 일단 대학을 나오지 않으면 어른들의 시선도 그렇고 사회적으로 발언할 수 있는 기회도 많이 적어져서 제 뜻을 좀 펼칠 수 없을 거 같은데요.
- 법륜스님 : 고등학교 졸업한 학생 중에 83%가 대학을 다닌다고 해요. 그런 대학 다녀봐야 아무 특별한 것 없어요.
- 질문자 : 네. (고개 끄덕끄덕)
- 법륜스님 : 대학이라는 것을 졸업장을 중심으로 한다면 별로 신경 쓸 필요 없어요. 앞으로 10년 20년 지나면 전부 다 대학 나오기 때문에 대학졸업장이 더 이상 어떤 기준이 안 됩니다. 전부 다 대학 나오기 때문에 이제 학벌이 폐지됩니다. 그래서 실력이 중요해요. 빵 만든다 할 때 ‘제빵왕 김탁구’ 연속극도 봤잖아요. 빵 만드는 기술이 중요하지 그 사람 대학 나온 사람이냐는 별로 중요 안 해요. 옛날에 학벌을 중요하게 따졌던 것은 관료로 등극시킬 때 중요시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공무원 되는 것도 그냥 공무원 시험 쳐서 되지 학벌 갖고 되는 건 아니에요. 물론 당분간은 남아 있겠지만 신경 안 써도 돼요. 그러니까 대학 안 가도 되고요. 지금 자기 성적이면 어디를 갈 수 있어요?
- 질문자 : 서울에 있는 대학은 갈 수 있어요.
- 법륜스님 : 4년제는 가요?
- 질문자 : 예
- 법륜스님 : 그럼 적당한데 가면 돼요. 지금 서울대니 연대니 고대니 굉장하다고 하지만 지금까지는 학벌사회라서 그랬던 것이고, 앞으로 여러분이 사회에서 활동할 20년 후에는 학벌이 별로 영향을 못 끼치는 사회가 될 거예요. 지금 어떤 학과를 가고 싶어해요?
- 질문자 : 언론 쪽에 가고 싶습니다.
- 법륜스님 : 거긴 좀 학벌 따지는 곳인데... 그래도 괜찮아요. 기사만 잘 쓰고 하면. 글은 잘 써요?
- 질문자 : 어... (머뭇거림)
- 법륜스님 : 순발력이 뛰어나요, 안 뛰어나요?
- 질문자 : 뛰어날 거 같습니다.
- 법륜스님 : 자기가? (대중웃음)
- 질문자 : 예 (흐흐흐)
- 법륜스님 : 그런데 벌써 2번이나 시험쳤는데 자기능력과 시험 친 결과가 안 맞잖아요. 여긴 두 가지예요. 첫째는 자기가 자기실력을 과대평가했다. 객관적으로 보면 자기실력만큼 시험점수가 나왔는데 자기가 과대평가해서 작년에도 망치고 올해도 망쳤다 이런 거요. 약간 과대평가한 거 아니요?
- 질문자 : 사실 좀 그런 생각도 듭니다.(대중웃음)
- 법륜스님 : 두 번째는 시험에만 재능 있는 사람이 있어요. 별 실력도 없는 것 같은데 시험 치면 뭐든지 걸리는 이런 사람이요. 반면에 진짜 재능 있는 것 같은데 시험에는 안 되는 사람도 있어요. 자기도 시험 치면 잘 안 되는 사람이든 자기가 과대평가를 했든 둘 중에 하나거든요. 그러니 자기가 보고 내가 내 자신에 대해서 약간 과대평가하고 있다 그러면 이건 시험 못 친 게 아니에요. 실력대로 나온 것이지요. 두 번째, 시험에는 약간 자기가 약하다. 저 같은 사람도 시험치면 약할 거예요. 저는 시험을 안치고 사는 인생이니까.(대중웃음) 오직 ‘증’이라고 하는 것은 주민등록증 하나밖에 없이 사는데 이래도 잘 살잖아요. 저를 보고 좀 자신감을 얻으세요.(대중웃음) 이런 저도 사는데 자기가 왜 못 살겠어요? 그래서 저는 제가 이렇게 사는 것만 해도 젊은이들에게 희망이 될 거예요.(대중웃음) 그래서 시험에 약하다면 시험 치는 길로 안 가면 돼요. 언론인 된려면 기자 시험 쳐야 되나요? 안 쳐도 되나요?
- 질문자 : 쳐야 되요.
- 법륜스님 : 아이고! 그런데 내가 보니까 좀 곤란한데.(스님 하하하 웃음) 그럴 때는 어떻게 하면 되느냐. 요즘 인터넷 신문이나 좋은 신문사 많잖아요. 아무데서나 시작해서 글을 쓰세요. 요즘 블러그에도 글을 많이 쓰잖아요. 그러다가 글을 잘 쓰는 실력이 드러나면 어때요? 학력이 아무런 상관이 없어져요. 그냥 바로 채용이 되어요. 그래서 학벌이 그리 중요 안 해요. 자기가 자기 삶에 대해서 자신이 있어야 돼요. 자기가 자기를 아껴주지 않으면 아무도 아껴줄 사람 없고, 자기가 자기를 사랑하지 않으면 아무도 자기를 사랑해 줄 사람이 없어요. 자기가 자기를 소중하게 여기지 않으면 아무도 자기를 소중하게 여겨줄 사람이 없어요. 그러니까 아무데나 괜찮아요. 그냥 언론관계 일할 수 있는 학과나 그 비슷한 학과에 그냥 가면 돼요. 그리고 다시는 재수할 생각하지 마세요. 정리됐어요?
- 질문자 : 예, 고맙습니다.
질문자가 환하게 웃으며 자리에 앉습니다. 이 모습을 본 대중들도 큰 박수를 쳐 줍니다. 참 명쾌하고 속시원한 답변이었습니다. 소위 학벌사회라고 부르며 대한민국의 모든 고등학생들이 오직 ‘명문대 입학’을 향해서 수많은 사교육비를 쏟아부으며 내달리고 있습니다. 왜 그렇게 경쟁해야 하는지 이유도 알려고 하지 않은 채 남들이 하니까 나도 따라가는 식으로 그렇게 내달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하지만 법륜스님은 명쾌하게 대답합니다. “앞으로의 사회는 학벌이 더 이상 중요해지지 않는다. 실력이 존중받는 사회로 점점 변해갈 것이다” 라고요. 지금 한국사회에서는 너무 머나먼 이야기라고 반문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도 있겠네요. 그러나 지금 질문한 친구가 사회로 진출할 무렵에는 어느정도 그런 문화적 토양이 튼튼해져 있을 것 같아 별로 걱정이 되진 않습니다. 질문한 친구는 기자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요즘 같은 시대에는 블로그 하나 제대로 만들어서 열심히 글을 쓰기만해도 왠만한 언론 기자보다 더 큰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고 그런 활동을 통해 오히려 더 재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꼭 명문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자신의 재능을 펼칠 수 있는 공간은 점점 많아지고 있으며, 실제로 사회는 점점 학벌 보다는 재능에 초점을 둔 선발 방식을 선호해 가고 있습니다. 법륜스님의 답변에 많은 공감이 갔습니다.
수능을 쫄닥 망하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친구에게 스님이 큰 용기를 다시 준 것 같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나서 웃음을 보이며 인사하는 친구의 뒷모습을 보고 저도 모르게 환한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이 글을 읽는 대한민국의 모든 수험생들도 수능 점수 안 나왔다고 너무 낙담하지 마셨으면 합니다. 이제 학벌사회는 점점 지나가고 있으니까요. 용기와 열정을 갖고 어느 길이든 뚜벅뚜벅 걸어나가 보세요.
수능을 마친 수험생 여러분 모두를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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