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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김제동-오연호가 답하는 청춘의 의미란

김제동과 함께 나누는 청춘들의 이야기 <청춘콘서트2.0>이 광주에서 두 번째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번에 초대 게스트로 나온 사람은 오마이뉴스 대표 오연호 기자였습니다. 오연호 대표는 지금과 같이 SNS, 블로그, 1인 미디어 시대가 도래하기 10년 전에 “모든 시민은 기자다” 라는 모토를 내걸고 뉴스를 전문기자들만의 전유물에서 평범한 시민들의 영역으로 가져온 선구자적인 인물입니다. 기성 언론이 많은 부분을 독식하고 있는 이 시대에 어떻게 이 땅의 청춘들의 그 틈새를 공략하고 새로운 희망을 가질 수 있을지, 청춘은 진정으로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 진솔한 대담이 오갔습니다. 청춘들과 함께 김제동이 묻고 오연호가 답했습니다.
 

먼저 김제동이 기자를 꿈꾸는 청춘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이야기를 청했습니다. 오연호 대표는 자신의 젊은 시절을 들려주며 무엇이 창조적인 글쓰기를 가져오는지 진솔한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제가 경험했던 얘기를 해드릴께요. 월간 “말”지라는 곳에서 88년에 처음 기자생활을 했는데, 아주 가난한 회사이고 작은 매체이기 때문에 어떻게 기사를 쓰는지 아무도 가르쳐 주질 않았어요. 언제 글쓰기를 배웠을까 생각해보니 중학교 2학년 때부터 고등학교 2학년 때까지 연애편지를 계속 썼거든요. 한사람을 향해서. 한 200통 정도를 써 봤는데 답장은 하나도 못 받아 봤고요. 그 때 글 연습이 된 것 같더라고요. 연애편지니까 밤새 써도 피곤하지 않잖아요? 자기가 쓰고 싶은걸 쓰니까. 그게 사랑이든 사회현상이든 자기가 우러나와서 쓸 수 있는 꺼리를 만들게 되면 그런 사람은 기자가 될 가능성이 많은 것 같아요.“ - 오연호

사랑이든 사회현상이든 쓰고 싶은 글을 써라... 기자가 되어서 억지로 스트레스 받으며 글을 쓴다는 건 정말 고역이겠지요. 기사를 작성하는 것과 연애편지를 비교하시다니 팍팍 공감이 갔습니다. 김제동이 이어서 이야기합니다.

“자기가 좋아하는 걸 할 때는 상대적으로 시간이 짧아지는 걸 느끼죠. 국어시간에 작문하는 거랑 여자 친구한테 연애편지를 쓸 때 그 시간은 완전히 다르죠. 밤을 새워도 안 피곤하죠. 제가 MBC 무용단 분들에게 물어본 적이 있어요. 너무 힘들어 해서 “니들은 스트레스 어떻게 푸냐” 했더니 클럽 간다고 하더라구요. 낮에 계속 춤 연습하고, 스트레스 받으니까 밤에는 춤추러 또 클럽 가는 거에요. 춤추는 건 같은데 얼마나 자기가 좋아서 하느냐 거기에 따라서 행복이 결정되는 것 같아요.“ - 김제동

춤 추는 행위는 같은데 돈을 벌기 위해서 춤을 추면 스트레스가 되고, 클럽 가서 돈 주고 춤을 추면 놀이가 된다... 정말 기가 막힌 비유라는 생각이 들었네요. 같은 행위를 하더라도 내가 좋아서 하면 행위의 주체가 되는데, 억지로 하면 행위의 객체가 되는 것이죠. 행복은 행위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마음에 달려있다... 김제동 어록이 탄생하는 순간이었습니다.^^ 오연호 대표는 오마이뉴스가 탄생하게 된 배경을 이야기하며 심지어 여자친구에게 실연 당한 이야기도 뉴스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좋은 뉴스는 우리의 가슴까지 뛰게 합니다. 누군가한테 이 감동을 알리고 싶은 그때 나의 뉴스를 내가 직접 써라. 이런 의미에서 오마이뉴스입니다. 오마이갓! 이렇게 뭔가 가슴을 때릴 때 쓰자. 자기가 뭔가 즐거운 일을 하면 거기서부터 창의적인 것이 생기는 것 같습니다. “어제 저는 애인과 헤어졌습니다!” 이런 것도 뉴스가 될 수 있습니다. 왜 꼭 9시 뉴스만 뉴스로 취급할까요? 그게 다 우리의 뉴스고 우리의 가슴을 울리게 하는 겁니다. 내 주변에 뉴스가 엄청 많다.“ - 오연호

오마이뉴스의 예를 들며 내 주변의 모든 내용이 기사가 될 수 있다고 하셨는데, 저는 제가 쓰고 있는 이 블로그가 바로 그런 매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생활 속에서 겪는 일상다반사를 모두 블로그에 올리면 그것이 화제가 되는 시대이니까요.

오연호 대표가 “오늘 김제동씨 말 들으면서도 스트레이트 기사가 한 10개 정도 나올 수 있을 것 같다” 고 말하자 김제동은 손을 흔들며 “오늘 기사 10개 쓰신다고요? 헉.... 위험한 것 좀 걸러주세요.(웃음)” 했습니다. 어떻게 보면 앙숙이라고 부를 수 있는 기자와 연예인이라는 관계죠. 이 두 사람이 마주 앉아서 정겹게 이야기하는 모습이 한국사회에는 참 보기 드문 풍경일 겁니다. 두 사람의 열린 마음이 잠시나마 느껴졌습니다. 더불어 앞으로 변화하는 미디어 시대에 청춘들의 역할은 어떻게 될 것인가 많은 이야기들이 오고 갔습니다.

“이제는 모든 시민이 스스로 미디어가 되는 시대가 된 거죠. 자기 블로그, 자기 트위터를 가질 수 있어요. 몇 명이 어울려서 뭔가 작당을 꾀할 수도 있어요. 저는 이걸 실핏줄 언론이라 그럽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최근에 나꼼수 잖아요. 네 명이서 골방에서 이야기 하는데 수많은 사람들에게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까. 그래서 양방향 모두다 실험을 해봐야할 것 같아요. 기존 미디어를 바꾸어가는 것. 또 하나는 여러분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어 활동하는 것.”  - 오연호


다시 청춘들에게 마이크가 넘어갔습니다. 청춘들은 오연호 대표와 김제동에게 여러 질문들을 쏟아내었습니다. 그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 질문은 최근 100만부 이상이 팔려 베스트셀러가 된 “아프니까 청춘이다” 는 책 제목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 였습니다. 오연호 대표가 먼저 청춘에 대해 정의합니다. 오연호가 생각하는 청춘이란?

“저도 그 책을 다 읽어봤는데요. 개인적인 고민을 개인적으로 풀어가는 게 상당히 많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기성세대가 청춘을 향해서 이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이야기가 많은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여러분들 스스로가 이미 살아가고 있는 이 모습... 이게 답이라고 생각해요. 스스로가 몸부림치며 살고 있는 그 모습이 답인 것 같아요. 아프니까 청춘이다가 아니라 스스로 답하고 있는 청춘이라 생각해요. 그래서 멘토들이 이렇게 살아라 저렇게 살아라 하는 걸 신경 쓰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지금 가슴이 명령하는 것을 그대로 실천하면서 답을 스스로 만들어나가는 것, 스스로 답하는 것 그게 청춘이다. 멘토 찾아가는 게 청춘이 아니다 이렇게 생각합니다.” - 오연호

공감이 컸던지 크나큰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김제동은 청춘에 대해 이렇게 말했습니다. 

“제가 청춘에 관해서 여러 이야기를 들었지만 이 문장만큼 제 가슴 속에 와 닿은 문장이 없었어요.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 아깝다!’ 요즘 제가 이걸 팍팍 느껴요. 그래 맞다. 몰랐다. 가지고 있을 때는 몰랐다. 정말 몰랐다. 얼마나 좋은 건지 몰랐어요. 21살, 22살... 말만 들어도 가슴이 두근두근 뛰지 않습니까. 제가 생각하는 청춘은 늘 돌아보면 너무 아깝다. 지금 이게 얼마나 좋은 건지 탁 알면 좋겠다. 진짜 좋은 때입니다.” - 김제동

그랬더니 다시 오연호 대표가 탁 맞받아 칩니다.

“순간순간을 잘근 잘근 씹어서 음미하면서 살아갈 수 있는... 그런 시기죠. 그런데 청춘들이 보기에 ‘세상은 이미 완성되어 있다’ 이런 느낌을 받는 것 같아요. 내가 뭔가 인터넷으로 사업하고 싶은데 네이버와 다음이 다해 버리고 있고. 독특한 미디어를 만들고 싶은데 오마이뉴스가 이미 해버린 것 같고. 팟캐스트 해보려고 하니 나꼼수 나와서 떠버리고. 뭔가 내가 하려고 하는 걸 누군가가 이미 하고 있는 것 같다. 하지만 완벽한 뭔가는 없습니다. 반드시 한계를 노출합니다. 네이버도 인터넷 사이트 1위지만 네이버를 볼 때 이건 왜 이럴까 의문이 들죠. 오마이뉴스 볼 때도 시민이 참여해서 좋은 것 같다. 그런데 이건 왜 못할까. 나꼼수를 볼 때도 이건 재미있긴 한데 왜 이점이 부족할까. 매력을 전파함과 동시에 한계를 노출한다.
 그래서 우리 청춘들은 앞선 자들이 전파한 매력들부터 먼저 배워야겠죠. 그러나 한계를 노출하는 것을 보며 나는 이 한계를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생각해보세요. 그 틈새에서 여러분들이 꽃을 피우시기 바랍니다. 그게 바로 기회의 창이구요. SNS라는 게 뭐에요? 여러분 스스로가 미디어가 되는 세상, 그런 세상이 됐습니다. 이제 여러분들이 이 틈새에서 다양한 매력들을 새롭게 전파했으면 좋겠습니다. 모든 것을 완벽하게 갖추어버린 선발주자는 없습니다. 그래서 청춘에게는 엄청난 기회가 있다. 그 기회의 창을 열심히 여시기 바랍니다.“ - 오연호

두 분이 들려주는 청춘에 대한 정의가 정말 가슴에 와닿았습니다. 그 누구에게도 들어보지 못한 깊은 애정이 담긴 말씀들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저는 “청춘은 청춘에게 주기에 아깝다” 이 말이 가장 공감이 갔습니다. 제 나이 31살입니다. 20대를 돌아보면 마음 속에 늘 불만이 많았습니다. 청춘이 그렇게 소중한 시기인 줄 몰랐습니다. 좋아하는 여자친구에게 좋아한다고 말 한 번 제대로 건내보지 못했고, 해보고 싶은 것에 마음껏 도전해 보지 못했습니다. 왜 그랬을까 돌아보니 실패가 두려웠고 이렇게 하면 과연 잘 될까 너무 계산을 많이 했던 것 같습니다. 김제동이 말하기를 “청춘에게 실수는 있어도 실패는 없다” 고 했습니다. 넘어지고 일어나고를 반복하며 그 속에서 더 많은 배움을 얻어가는 것이 청춘인 것을 그 때는 몰랐습니다. 저는 김제동과 오연호 대표의 대담을 들으며 이제야 청춘이 되어야겠다는 다짐을 해 봅니다. 나이가 20대라고 청춘이 아니라 도전하는 열정이 청춘이니까요. 31살이어도 청춘일 수 있다. 청춘콘서트를 통해 다시 청춘이 되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