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춘콘서트2.0 서울편 이야기입니다. 어린이대공원 안에 위치한 서울 돔아트홀 입구에는 낙옆이 우수수 떨어져서 가을의 절경을 이루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오늘 콘서트에는 유난히 커플들이 많이 보이네요. 저는 시작부터 옆구리가 참 허전했네요;; 하지만 김제동 역시 솔로이긴 마찬가지, 콘서트 시작부터 이런 솔로들의 마음을 위로해 주었습니다.
“혼자 온 사람들도 있죠? 기죽지 마세요. 괜찮아요. 인생은 어차피 혼자 가는 거예요.”
그 어떤 연예인보다 솔로들의 마음을 잘 헤어려주는 김제동.^^ 돔아트홀의 무대 뒷배경에 반짝이는 별빛이 몽환적 분위기를 자아내는 가운데 김제동의 입담 속으로 2시간 내내 넋을 잃고 빨려 들어갔네요.
“많이 와주셔서 고마운데 뭐 무료라...(으하하하)”
이 콘서트는 무료라며 김제동 본인은 우리들을 웃겨 줄 아무런 부담이 없음을 강조하자 청중석에서 “멋있다!” 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터져 나왔습니다. 김제동이 “여러분은 언제 웃습니까?” 라고 묻자 “월급날, 시험 끝난 날, 전역할 때...” 여러 대답들이 쏟아집니다. 김제동의 청춘콘서트에서는 특별한 토크 주제가 없습니다. 청춘들이 듣고 싶은 이야기를 물어보고 거기서 나온 이야기들을 소재로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웃음을 통해 어떻게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지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오가고, 김제동이 예를 들어 설명하는 각각의 사례들은 청중들로 하여금 3분을 넘지 못하고 빵빵 터지게 했습니다.
“독특한 시선을 가지고 세상을 바라보자. 괜찮다. 괜찮다.”
그 중에서 저는 김제동의 이 말이 가장 가슴에 와 닿았습니다. 박지성 보고 너는 왜 김연아처럼 스케이트를 못타냐, 김연아 보고 너는 왜 박지성처럼 드리블을 못하느냐 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입니다. 우리는 그동안 입시 지옥을 거쳐오며 공부가 아니면 내 속에 모든 재능들을 퇴화시켜야 했던 그런 청춘 세대입니다. 이 점을 김제동은 빵빵 터지는 유머와 재치로 꼬집어 주었습니다.
김제동은 청춘들에게 힘주어 말합니다.
“살아있는 것 같은 일을 한번 해봅시다. 살아있는 것 같은 일 진짜 좋은 일”
청춘콘서트처럼 돈을 받지 않더라도 청춘들에게 희망을 전할 수 있고 내가 좋아서 마음껏 할 수 있는 이 일처럼, 여러분들도 남들의 시선을 너무 의식하지 말고 자신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자신이 정말 좋아하는 일을 찾아 열정을 쏟아보라고 격려해 줍니다. 직접 무대로 청춘들이 올라와서 자신들의 고민과 사연을 말하고 김제동이 따뜻한 격려와 뜨끔한 충고를 해주는 시간이 계속 되었습니다... 일방적 강연이 아니라 청춘들의 고민을 함께 나눈다는 느낌이 들어서 참 좋았습니다. 김제동도 이런 이야기를 했죠. “저는 안철수와 박경철 형님 같은 멘토가 아니라고. 다만 여러분들의 이야기를 진심으로 들어드릴 수 있다” 고요. 그런 시간이었습니다. 대표적으로 취업준비생의 이야기 하나만 소개해 드릴께요.
- 취업준비생 : 현재 4학년 마지막 학기를 다니고 있는 취업 예비준비생입니다. 자소서를 몇 번 써봤는데요. 왜 기업에서는 창의적 인재를 뽑는다면서 높은 학벌, 높은 영어점수, 어학연수 같은 획일화된 기준을 요구하는지 그게 그렇게 중요한 것인가요? 두 번째, 개성을 인정한다면서 또 한편으로는 취업하신 선배님들 얘기를 들어보면 시키는 일 잘하고 말 잘 듣는 것도 중요하다고 하네요. 정말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오늘도 자소서를 놓고 몇 시간째 고민 중입니다.
- 김제동 : 창의성을 기르려면 본인이 할 수 있는 노력부터 먼저 해보는 것 그리고 많은 경험을 쌓아보는 것이 필요해요. 그것은 대기업에게 요구할 문제가 아니라 본인이 노력하면서 할 수 있는 일이잖아요. 그렇지요? 저는 일단 그 일부터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그리고 꿈 너머에 꿈도 있었으면 좋겠다. 그래야 사람을 살게 한다 이런 생각할 때가 있어요. 대기업 가서 내가 모든 구조를 뜯어고치겠다고 하면 진짜 큰마음을 먹어야 되지요? 지금 본인이 바꿀 수 있는 게 뭔가? 그리고 본인을 격려해줄 수 있는 게 뭔가? 그 고민부터 한번 해보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너무 먼 데 고민하지 말고 지금 자기가 바꿀 수 있는 것 바꿔보면 좋겠어요. 그 다음에 사회구조적인 문제는 우리들이 함께 고민해서 해결해봐야 하는 것이죠. 지금 청춘콘서트가 그런 시작이 될 수 있고요.^^
- 취업준비생 : 감사합니다.
김제동이 재미있게 농담을 많이 했는데, 그걸 다 적으면 글이 길어지고 12월에 토크콘서트 하신다는데 총알이 너무 많이 노출될 것 같아서 많이 생략했습니다.^^ 그러다보니 좀 진지해졌네요. ㅋ 그렇지만 참 훈훈해지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초대 게스트로 과학 천재 정재승 교수가 깜짝 등장했습니다. 과학콘서트라는 책을 쓰신 분인데 말씀이 굉장히 논리 정연하고 궁금증을 하나하나 명쾌히 풀어주는 대담이 참 좋았습니다. 김제동이 갑자기 작아진 듯한 그런 느낌이었네요.ㅎㅎ
정재승 교수의 말 중에서 가장 가슴에 남았던 말은 “능동적으로 방황을 하라”는 이야기였습니다. 터키의 한 학회에 초청을 받아 갔다가 도시에서 길을 잃어버린 일화를 들려주며 능동적인 방황을 하라고 강조했습니다.
“저는 여기 계신 여러분들께 능동적으로 한번 길을 잃어보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도시에서 길을 잃은 자만이 내가 쉴 수 있는 쉼터를 찾을 수 있습니다. 이 도시에는 누가 살고 있는지 열심히 만나보고 이 마을은 어떻게 생겼는지 열심히 구석구석 다녀보세요. 목적지가 있는 게 아니잖아요. 그냥 미친 듯이 돌아다니는 거잖아요. 미친 듯이 돌아다니고 나면 도시가 훤하게 보이고 비로소 그 도시 안에 있던 내가 이제 위에서 도시를 바라보는 시각을 갖게 돼요. 내 쉼터가 여기였고 나는 이렇게 살면 참 좋았겠구나 하며 내가 할 일을 찾게 되죠. 그 일을 20대 때 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요. 만약 20대 때 못했으면 30대라도 해야 될 것 같고요. 길을 잃어본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여러분들도 만끽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제동은 “여러분이 믿으실지 모르겠지만 사실 제가 하고 싶었던 얘기가 이런 이야기”였다며 너스레를 떨었습니다. 능동적인 방황! 길을 마음껏 잃어보시라! 하시는데 가슴이 마구마구 뻥 뚫리는 충격을 받았습니다. 저 스스로가 저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이 이야기였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김제동과 정재승 교수의 길고 긴 대담이 있었고, 청중석으로부터 직접 질문을 받았습니다. 한 친구가 번쩍 손을 들고 “저는 하고 싶은 게 없어요. 진짜 내가 뭘 해야할 지를 모르겠어요.” 라고 묻자 정재승 교수가 일침을 가합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 그냥 이렇게 살다 보면 갑자기 찾아오는 줄 알아요. 끊임없이 책을 읽고 누군가를 만나고 어딘가를 가보고 경험을 늘리고 그런 노력들... 탐색의 시간들을 충분히 가지면서 찾아야 되는 거예요.”
내가 무엇을 하고 싶은지 모르겠다는 고민은 저도 수많은 청춘들을 만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고민 중에 하나입니다. 그동안 적절한 답변을 못해주었던 것 같은데 정재승 교수는 가만히 앉아 있다고 찾아지는 것이 아님을 명확히 지적해 주었습니다. 정말 공감이 갔습니다.
한 친구는 “통찰력을 키우고 싶다”고 물었습니다. 뇌 연구의 권위자인 정재승 교수가 들려주는 통찰력 키우는 법은 이렇습니다.
“통찰력은 전적으로 내가 그 문제에 대해 얼마나 고민하고 생각하고 정보를 받아들이려고 노력했느냐에 의해서 결정돼요. 그 사람은 아주 특별해서 통찰력을 얻기 위한 일련의 노하우를 따로 갖고 있는 게 아니라 여러분들이 얼마나 그 분야에 대한 경험과 정보를 쌓고 그 세계에 뒹굴었느냐 그것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너무 좌절하지 마세요.”
기업에서 면접을 볼 때 ‘창의적인 인재’를 항상 요구하지요. 통찰력이 바로 창의적인 인재를 말하는 것일 텐데요. 특별한 방법이 있는 게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집중된 노력과 경험을 쌓아야 창의력은 생긴다고 합니다. 이 말씀도 참 공감이 갔네요. 결국 ‘노력’입니다. 갑자기 난 창의적인 인재가 되고 싶어 한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 그 분야에 대한 수많은 정보의 축적, 바로 그것이죠. 특출한 사람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노력하면 나도 되겠구나 그런 희망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끝으로 김제동이 정재승 교수에게 청춘콘서트에 출연한 소감을 물었더니, 같이 카이스트 교수였던 안철수 교수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큰 웃음을 선사해 줍니다.
“청춘콘서트에 나오면 대선후보가 된다고 해서 기분 좋은 마음으로 나왔어요. 저도 카이스트 교수예요. 그리고 사실 덩치도 몸뚱이도 비슷해요. 제가 그분보다 인품이 좀 부족한데... 보니까 대통령은 인품이 없어도 되는 것 같더라고요.(웃음 하하하)”
대통령은 인품이 없더도 되는 것 같더라고요 하실 때 청중들 모두 빵 터졌습니다.
고뇌하는 청춘들을 위해 재능기부로 참여해 준 정재승 교수와 김제동. 이렇게 선한 마음을 갖고 우리 청춘들을 토닥여주는 분들이 있다는 생각을 하자 또다시 잔잔한 감동이 밀려옵니다. 김제동은 마지막에 “남들이 뭐라 하더라도 자기가 자기 자신을 끝까지 지켜주자. 내가 행복해야 남을 도울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고 하며 청춘 스스로가 청춘들의 가장 든든한 응원군이 되어주자고 했습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돌아가는 길에 함께 온 친구에게 소감을 물어 봤습니다.
“그동안 남들보다 못하다고 늘 제 자신을 학대해 왔어요. 있는 그대로의 제 모습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게 되었어요. 김제동도 못 생겼지만 소중하잖아요.(ㅋ) 이제는 더 이상 제 자신을 괴롭히지 않을 거예요. 저만의 독특한 시선으로 도전해 보자는 자심감을 얻고 갑니다.”
김제동과 청춘들이 함께하는 청춘콘서트2.0 서울편 이야기였습니다. 다음 청춘콘서트는 부산에서 열립니다. 다음 이야기를 기대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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