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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콘서트

김제동 “소설 도가니 수사? 그럼 흥부놀부도ㅋ”

청춘콘서트2.0이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10월28일 울산 종하체육관을 가득 메운 1800명의 20대 청춘들은 멘토로 출연한 김제동의 입담에 쉴틈없이 빵빵 터지며 웃음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안철수와 박경철의 청춘콘서트가 2011년 대한민국의 뜨거운 여름을 관통한 후 가을의 한복판에 다시 찾아온 청춘콘서트 시즌2가 되겠습니다. 설레였던 청춘콘서트2.0 첫출발 현장을 다녀왔습니다.^^ 

울산에 도착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청춘 인터뷰"였습니다. 왜 청춘콘서트2.0을 찾아왔는지 물었습니다.


“사정이 여의치 않아서 청춘콘서트1.0을 보지 못해서 많이 아쉬웠어요. 다행히 이번에 울산에서 2.0을 한다기에 오게 되었습니다. 20대 청춘이면 아름다워야 하는 시기인데 학벌이나 스펙 때문에 힘들게 살아가고 있잖아요. 등록금도 비싸서 공부를 하고 싶어도 제대로 못하고. 김제동 아저씨가 아름다운 사회실천을 많이 해주시고 계시잖아요. 힘들어하는 저희들에게 좋은 이야기 많이 들려주실 것 같아서요. 다른 20대들은 어떤 생각들을 하고 있는지 아는 계기가 될 것 같구요. 이번 콘서트를 계기로 저희 20대들의 정체성을 함께 공유해보고 싶어요.”  

힘들어하는 우리들에게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려줄 것 같아서... 이야기를 듣고 나면 큰 용기를 얻을 수 있을 것 같아서... 라는 답변이 가장 많았습니다. 역시 용기와 희망을 얻고 싶다는 의견이 대세네요.^^


△ 울산 종하체육관을 빈틈 없이 가득 메운 20대 청춘! 웃느라고 2시간이 훌쩍 지나갔다는 ㅎㅎㅎ

청춘들의 고민을 들으러 무대 아래로 내려온 김제동

현장에 가보니 안철수 원장이 어느 인터뷰에서 말했던 것처럼 청춘콘서트2.0은 정말로 청춘들 스스로의 힘으로 만들어지고 있었습니다. 한 달 전부터 “청춘학교”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다양한 토론모임과 거리캠페인을 열어왔고 그런 노력들의 결실이 바로 오늘의 청춘콘서트 현장이였습니다. 첫 번째 청춘콘서트에서 김제동은 솔직하고 가볍게 고백합니다. 나는 멘토가 아니라구요.

“여러분 진짜 만나 뵙고 싶었고 반갑습니다. 김제동입니다. 진짜 많이 오셨네요.
 여러분들 사연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보고, 제가 답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면 여러분들끼리 스스로 답하셔도 되고...
 안철수 박경철 두 형님이 여러분들의 멘토였다면 고백하자면 저는 멘토가 아닙니다. 저도 지금 힘들어 죽겠는데 제가 어떻게 고민을 들어주고 말고 합니까. 단, 들어는 드리겠습니다. 들어 드리고 함께 고민해 드리겠습니다.
 제가 오늘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고 싶은 이야기는 십몇 년 먼저 다른 직업에서 종사해온 한 남자의 이야기다 생각하시면 됩니다. 제가 느껴왔던 것들을 여러분과 공유하고 나누면 좋겠습니다.“

같은 눈높이로 이야기 들어줄 수는 있다고 말합니다. 이렇게 김제동은 무대 아래로 내려왔습니다. 청춘들의 고민을 들으러 무대 아래로 내려 온 것입니다. 안철수 박경철 선생님은 청춘들에게 자기혁명에 대한 메시지와 사회변화에 대한 비전을 심어주기 위해 일방적인 강연 위주로 청춘콘서트를 이끌었다면, 김제동은 청춘들의 고민을 들어주고 함께 아파해 주기 위해 무대 아래로 내려온 것입니다. 그리고 무릎을 꿇은 채 이야기를 엽니다. 무릎을 꿇은 채 “고민을 이야기해 보세요. 들어드릴께요” 합니다. 경청하려는 그의 집중된 마음이 느껴졌던 대목입니다.

△ 김제동이 질문받는 장면입니다. 청중은 의식하지 못했겠지만, 무대에서 상대의 말을 들을때는 반사적으로 몸을 낮추더군요. 저런 좋은태도는 꾸며서는 나올 수 없는.. 진심이죠. 
 
소설 도가니가 과장되었다고 수사? 그럼 흥부놀부는?

그리고 풀어나간 많은 이야기들... 가장 기억에 남았던 구절은 공지영씨의 도가니 소설 검찰 수사에 대한 그의 풍자입니다.

“공지영씨 소설 도가니가 실제보다 더하게 쓰여졌으니 수사해야한다고 합니다. 소설이 무슨 뜻인지를 아는지 모르겠습니다. 저는 코메디언으로서 그냥 넘어갈 수 없습니다. 왜? 너무 웃기니까요. (청중들 하하하) 너무 웃겨서 제 위치를 자꾸 위협하니까요.
 어떤 사람들이 저보고 정치할거냐 물어요. 당연히 아니오 이지요. 그런데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는 말자고요. 정치가 코메디를 안 하면 코메디언도 정치에 대해서 얘기하지 않을께요. 이건 정치의 문제가 아니라 코메디입니다. 소설의 허구가 과장됐다 하잖아요. (청중들 아하하하) 이러다가 흥부놀부 세무조사 들어가야겠습니다. 놀부는 과연 부자였는가? 흥부는 실존인물이었는가? 토끼의 간이 실제로 꺼내놨는데도 토끼가 죽지 않았다면 이건 사실과 다른 내용이므로 별주부전 작가를 잡아들이지 않겠습니까? 상식적이냐 비상식적이냐 그것만 보면 답이 나옵니다.“

흥부놀부의 별주부전 작가도 수사받아야 할 것 같다고 말하자 청중석에서 웃음 소리가 빵빵 터져나옵니다. 저도 그냥 자지러지는 줄 알았습니다. 상식과 비상식 조차도 구분하지 못하는 답답한 현실을 꼬집어주니 가슴에 체증이 내려가며 속이 후련해지는 기분이었습니다.

청춘콘서트2.0의 특징은 청춘들의 목소리였습니다. 직접 청춘들이 무대 위로 올라와서 자신의 고민과 사연을 말하고, 김제동이 여기에 대해 멘토링을 해주었습니다.

- 사연남1 : 국가에 소속되어 있는 공무원이라는 이유로 국가와 다른 방향을 향해있는 저의 생각을 쉽게 전달할 수 없는 이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사회의 잘못된 점을 함께 나누고 비판하고도 싶고 다른 아이들이 그런 비판의식을 기르게 하고도 싶은데, 학교란 틀은 너무 제약하는 것이 많네요. 저도 결국은 현실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사회 속의 하나의 작은 소시민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요? 답답합니다. 국가는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말하는 사람이 되라고 하면서 그럴 기회는 박탈하는 것 같습니다. 웃기는 것은 웃기다 라고 말할 수 있어야 하는 데...

- 김제동 : 사실은 제가 이렇게 편지를 쓰고 싶은데... 하하하... 제 입장에서 다시 읽혀지네요. 

“아직은 자신의 자리를 찾지 못해 헤메는 30대가 많은 현실 속에서 제 자리를 잡기는 했으나 제 자리에서 한계를 느끼고 있는 30대입니다. 연예인이라는 이유로 국가와 다른 방향을 향해 있는 저의 생각을 쉽게 전달할 수 없는 현실이 참으로 안타깝습니다. 다른 연예인들과 그런 비판의식을 함께 나눠주고도 싶고, 방송국이라는 틀은 너무 제약하는 것이 많네요. 저도 결국은 현실에 순응할 수 밖에 없는 방송국 속의 하나의 작은 개그맨이 될 수밖에 없는 것인가. 답답합니다.”

저는 그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 이렇게 비슷한 고민하는 사람이 많다. 혼자가 아니다. 이렇게 고민하는 사람 많죠? 많습니다. 사회 전체를 바꾸자 이렇게 하는 것 쉬운 일이 아니죠. 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그 이후에 따라오는 보람도 많다고 생각합니다. 자기를 먼저 바꾸고 난 다음에 감히 그런 말씀을 드리고 싶습니다. 힘들면 하지 마시라. 힘들 땐 가만히 계세요. 끝까지 스스로를 보호하는 거예요. 국가를 어떻게 바꿔요? 그러나 우리가 우리 마음 속에서 끝까지 우리를 위로하고 끝까지 나의 중심을 잡으면, 그런 사람들이 모이면 바꿀 수 있는 날도 오지 않겠습니까. 저는 반드시 그렇게 믿고 있습니다.

개인문제로 고민하던 시간들을 줄여나가다 보면 결국은 사회도 함께 바뀌어나갈 거라 생각합니다. 사회는 우리의 모임이고 우리는 다 연결되어 있습니다. 이게 내 탓이냐고 하는 데, 이건 내 탓이 아닙니다. 본인의 잘못은 더더욱 아니죠. 함께 풀어서 분명히 잘해내 갈 수 있을 것로 생각합니다.

괴로운 것은 욕심 때문이에요. 욕심이 나면 괴롭기 시작해요. 제가 이효리씨하고 가장 잘 지내는 이유가 뭔데요? 욕심이 없는 척 하기 때문이에요. (청중 하하하)

첫 번째 사연남의 멘토링이 끝나고 분위기는 화끈 달아올랐습니다. 국가나 조직에 속해 있지만 그 조직의 방향과 다른 생각을 표현하고 싶지만 제약을 가할 때... 정말 답답하지요. 시청광장 앞을 허가제로 바꾸고, 물대포를 쏘아대고 하는 대한민국의 현실과 맞닿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3년 전 촛불집회에 60만명이 거리로 뛰쳐나와 한 목소리를 외쳤지만 귀를 막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답답함이 컸습니다. 답답함을 속내로 깊이 억눌렀지만, 국민들은 SNS라는 새로운 매체를 만났고 다시 억눌린 국민들의 목소리가 분출하는 상황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김제동은 말합니다. 국가와 반하는 의견을 표현하는 게 스스로 너무 힘이 든다면 표현하지 말라고. 힘들 땐 가만히 있으라고... 내가 먼저 행복하고 그 행복의 에너지로 세상의 변화에 동참할 때 폭발적인 힘을 가진다는 뜻으로 들렸습니다. 저도 봉사활동을 많이 했습니다. 남들이 보기에는 정말 훌륭한 일을 하고 있는데 정작 당사자인 저는 괴로워하며 억지로 일하고 있는 제 모습을 종종 봅니다. 내가 희생했다고 말하지만, 그 속엔 후회가 담겨 있었습니다. 김제동은 ‘마음의 행복’을 먼저 찾을 것을 권합니다. 괴로움이 없는 사람 자유로운 사람이 먼저 되고, 그 힘으로 이웃과 세상에 보탬이 되는 인생을 살아보자. 우리 개개인이 행복하면 그 힘이 모여서 사회를 바꿀 수 있다. 왜? 우리는 연결되어 있으니까. 우리가 연결된 것이 바로 사회이니까.

정말 단순 명쾌했습니다. 이제는 그 분(?) 욕하는 것도 지쳤고, 사회 비판을 하는 와중에 피로해진 우리들 마음에 작은 위로가 되었습니다. 세상을 바꿀 행복 에너지를 충만히 갖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라는 힘찬 메시지로도 들릴 것 같습니다. 이후 2명의 사연남, 사연녀에 대해서도 멘토링을 해주었는데 더 감동이 있고 빵빵 터졌습니다.

김제동에게 묻는다 사연 멘토링이 끝나고 이어서 드라마작가 노희경이 특별 게스트로 출연했습니다. 청춘 남녀의 연애 이야기에 대해 심도 있는 대화가 오고 갔고 정말 재미있었네요. 콘돔 이야기도 나오고 그래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검토를 받아야 한다고 했을 때 19금 수준이여서 이 내용은 생략ㅋㅋ

행사가 끝나갈 무렵... 사회자의 마무리 멘트가 있자 청중들의 뜨거운 박수가 쏟아지고 무대 앞으로 폰카를 들고 사람들이 몰려들었습니다. 김제동의 마무리 멘트가 정말 가슴 뭉쿨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이렇게 살자. 저렇게 살자” 이런 이야기가 아니고 “나도 힘들다”는 이야기였습니다. 더 아픈 사람들도 있다. 가장 큰 응원군이 남이 아닌 자기가 되어 주는 것. 저는 여러분들에게 멘토가 되어드릴 자신은 없습니다. 그러나 같이 아플 자신은 있습니다. 저도 상처가 더럽게 많거든요. 같이 아프면 길이 보입니다. 이야기 들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같이 아프면 길이 보입니다... 옆에서 친구가 김제동 어록으로 트위터에 올릴 거라고 수첩에 막 받아적습니다. 모두 일어서서 "엄마야 누나야 강변살자" 라는 노래를 라이브로 함께 불렀는데 잔잔한 여운이 가슴에 남았습니다. 요즘은 강변도 너무 비싸서 못산다며 끝까지 웃음과 풍자를 놓치지 않습니다.^^ 콘서트가 끝나고 나가는 길에 몇몇 친구들을 인터뷰해 봤습니다. 임용고시를 준비하고 친구들과 함께 왔다는 임현희씨(23세)는 "우리들의 힘든 현실에 대해 함께 아파해 주니까 큰 힘을 얻었고, 나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라고 합니다. 옆에서 친구들은 "제동이형, 쵝오!"를 연발했구요.

앞으로 11월 한달 동안 광주, 서울, 부산, 대전, 대구에서 청춘콘서트2.0은 계속됩니다. 전국을 누비며 청춘들과 함께 아파하고 함께 이야기 들어줄 김제동의 모습이 더욱 기대됩니다. 청춘들은 김제동에게 과연 어떤 사연들을 쏟아낼까요? 이제 청춘들의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 주세요~ 청춘콘서트2.0 이야기는 계속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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