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이 묻는 인생에 관한 질문과 법륜 스님의 답변! 오늘도 시작해 봅니다.
법륜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 중 28번째 강연이 스코틀랜드 에딘버러에서 열렸습니다. 스님은 그저께부터 편두통이 심해져서 밤새 끙끙 앓았습니다. 새벽 5시에 아침을 먹고, 6시에 런던 King's Cross 역으로 향했습니다. 출근 시간에 교통 체증이 생길 것을 대비하여 기차역에서 대기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로 하고 서둘러 길을 나섭니다.
▲ 스님은 에딘버러로 향하는 기차를 기다리며 대기하는 동안 원고 교정 업무를 보았습니다.
▲ 런던 King's Cross 역을 7시50분에 출발한 기차는 에든버러 역에 12시10분에 도착했습니다.
숙소인 민박집에 도착하니 오늘 강연 담당자인 이정재님이 스님의 편두통 소식을 듣고 약을 준비해서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정재님은 이곳 에든버러에서 간호학 박사 과정을 공부하고 있는데, 오늘 강연을 책임지고 준비해준 분이기도 합니다.
민박집에 짐을 풀고, 스님은 곧바로 이정재 학생이 구해준 약을 먹고 저녁 강연을 위해 오후 내내 휴식을 취했습니다. 스님의 건강이 많이 염려되었습니다.
스님은 스코틀랜드에 처음 방문했지만 휴식이 너무나 필요한 상태라 오후에 예정된 유적지 방문 일정을 모두 취소하고 계속 휴식을 취했습니다. 편두통을 앓은지 3일째가 되었는데 통증이 몇 초 간격으로 계속 있는 상황입니다.
▲ 스코틀랜드의 전통의상 '킬트'를 입고 전통 악기인 '백파이프'를 불고 있는 연주자.
오늘 강연은 저녁7시에 애든버러의 도심 한가운데에 위치한 ‘Augustine United Church’ 라고 불리우는 교회 건물에서 열렸습니다. 총 50명이 참석하여 스님에게 자신의 고민을 묻고 지혜로운 답변을 듣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 오른쪽에 높게 솟은 첨탑 건물이 오늘 강연장인 Augustine United Church
스님께서는 항상 밝은 표정으로 선 채로 강연을 해왔는데, 오늘은 통증이 너무 심해서 앉은 채로 강연을 하면서도 얼굴이 자주 일그러지기도 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님은 자신의 괴로움을 해결하고 싶어 하는 청중들의 마음에 응답하고자 2시간 20분 동안이나 열강을 해주었습니다.
강연을 시작하면서 스님은 특히 ‘종의 기원’을 쓴 찰스 다윈이 이곳 에든버러 대학에서 공부했다는 사실과 얼마 전 힉스 입자의 존재를 증명해서 노벨 물리학상을 받은 힉스 교수가 에든버러 대학교 교수라는 사실을 듣고선 “제가 중요한 도시에 왔네요” 하시며 무척 반가워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면서 얼마 전 있었던 스코틀랜드의 독립을 위한 국민투표 관련해서도 짧은 소회를 말씀해 주었습니다.
“스코틀랜드의 독립 문제는 우리야 국외인이니까 독립이 되거나, 안 되거나 상관없는 일이지요. 그러나 저는 기본적으로 문화가 다르면 독립을 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약소 민족으로 살아봤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가령 이준 열사가 만국평화회의에 가서 우리나라가 독립해야 한다고 했을 때 세계 열강들이 다 외면했지 않았습니까. 서양 사람들이 보기에는 한국이 중국의 일부라고 해도 받아들이고, 한국이 일본의 일부라고 해도 받아들이잖아요. 그런 것처럼 지금 유럽에도 체코와 슬로바키아가 분리 독립을 했고, 유고슬라비아도 6개의 나라로 분리 독립을 했고, 코소보는 EU에서 인정을 안 해줘서 독립을 못하지 않았습니까.
그런데 EU가 없으면 독립을 심각하게 재고해 봐야 합니다. 왜냐하면 각각이 독립을 하면 갈등이 생길 수 있으니까요. 그런데 EU가 발전하면 앞으로 유럽합중국처럼 될 수 있기 때문에 각 나라라는 것은 주 정도 밖에 안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치권을 확대해서 활동하는 것도 큰 무리는 없을 거예요. 그런 면에서 유럽의 나라들, 특히 스코틀랜드 같은 경우는 독립을 해서 자기 전통을 지키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민주주의의 심화는 권력이 국가에서 주민에게로 이양되는 과정입니다. 이양되는 절차가 지방자치가 확대되고 다시 지방자치가 주민자치로 확대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국가 권력의 일부가 국제기구로, 유럽 같으면 유럽 연합으로 확대되고, 그래서 절대적 국가 권력이라는 것이 축소되어 가는 것이 민주주의 심화 과정의 한 추세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럽의 공동체적인 사회민주주의는 전통문화를 가진 우리나라에서는 본받을 만 한 점이 많은 것 같아요. 이민사회에서 만들어진 미국 민주주의는 우리가 압축 성장을 하는 데는 도움이 되었는데 이제 성숙한 사회로 나아가는 데는 한국사회에 딱 맞지는 않는 것 같아요. 그래서 유럽에 나와 있는 여러분들이 한국의 미래 사회를 만드는데 좀 더 많은 기여를 했으면 좋겠어요.”
오늘 참석자들은 유학생들이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래서 유럽 유학생들이 한국사회에 기여했으면 하는 바램과 함께 최근에 있었던 스코틀랜드의 독립에 대한 스님의 고견도 들을 수 있어 참 좋았습니다.
오늘 강연에는 총 6명이 스님께 질문을 했습니다. 그 중에서 유럽에서 배운 가치관을 갖고 한국에 돌아갔을 때 생길 충돌을 염려하는 유학생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자 : “인류학과 국제개발학을 공부하기 위해 에든버러에 4년째 살고 있습니다. 외국에 나와 살면서 이곳의 자유롭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문화에서 스스로 가치관의 변화를 많이 느꼈습니다. 내년에 석사를 마치고 한국에 돌아가게 되면 이곳에서 가진 가치관의 변화들이 한국 사회의 권위적인 문화와 많이 충돌할 것 같습니다. 예를 들어, 작년에 한국 분들과 레스토랑에 갔을 때 어른도 있는데 제가 먼저 앉았다며 굉장히 화를 내셔서 그 때 문화적 충격을 받았습니다. 이곳은 교수님들도 그런 권위적인 문화가 없거든요. 제가 한국에 돌아가서도 신념과 소신을 가지고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 법륜 스님 : “한국 사람이 볼 때 외국에 가서 4년 살다 와서 그런 식으로 행동하면 ‘저게 외국 물이 잘못 들어서 영국 사람도 아닌 것이 영국 사람을 흉내 낸다’ 이렇게 말합니다.
만약 한국사회로 돌아가서 선생님을 한다면, 한국 교육은 지식을 달달 외우게 해서 시험을 치도록 그렇게 주입식으로 가르쳐야 하잖아요. 그런데 아이들을 어릴 때부터 창조적으로 훈련을 하려면, 아이들에게 주제를 제시해서 답을 하게 할 때 정답이 없어야 합니다. 아이들이 대답하면 ‘그렇게 생각할 수 있겠구나’, ‘그것도 일리가 있는 얘기야’, ‘선생님도 그런 생각을 못해봤는데 너는 어떻게 그런 생각도 해봤니?’ 이렇게 얘기해 줘야 합니다. 자기가 한 말의 앞뒤 모순은 지적해 주지만 이 생각이 “틀렸다. 맞다”고 말하면 안 됩니다. 틀렸다 맞다 하는 정답 쓰기가 안되도록 해야 사고가 창조적이 됩니다. 그래야 모든 가능성을 생각할 수 있는데, 우리는 어떤 생각을 말하면 “그것은 틀린거야” 라고 하거나 “너는 빨갱이야”, “너는 이단이야” 이렇게 짤라 버립니다. 그런 속에서는 인간의 사고가 창조적이 될 수 없습니다.
한국 사회처럼 남북으로 분단이 되어 있고 국가보안법이 있는, 즉 인간의 자유로운 사유를 금기시하는 이런 사회 속에서는 사상철학적인 창조성이 나오기는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통일이 되어 이런 것들이 한꺼풀 걷어져야 한국 사회도 유럽처럼 자유롭게 생각할 수 있는 문화가 이뤄집니다. 서양도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신앙에 어긋난다는 엄청난 압박을 받고 종교 재판에 회부되는 그런 어려움을 뚫고 이 자유를 얻은 것이지 그냥 얻어진 것이 아닙니다.
그러기 때문에 질문자가 한국에 가서 살려면 두 가지 자세가 필요합니다. 첫째, 중요한 게 아닌 것은 한국 사회에 적응하는 것이 좋아요. 별 내용이 없는 형식적인 것을 갖고 따지는 것은 갈등만 생기고 실익이 없습니다. 예를 들면, 기독교가 한국 사회에 들어와서 제사 지내는 문제를 가지고 목숨 걸고 싸우는 것을 보면 그것은 기독교 신앙에는 별로 중요한 문제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전통문화를 파괴하는 효과만 있습니다. 중요하지 않은 그런 문화적인 것은 그 문화를 존중해야 합니다.
둘째, 정말 내용적으로 중요한 것은 양보하면 안 됩니다. 앞서 얘기한 아이들의 교육 훈련은 양보하면 안 됩니다. 이런 것은 계속 부딪히고 왕따 당하면서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나갈 수밖에 없습니다. 그래서 겪는 불이익은 받아들여야 합니다. 새로운 것을 하려면 불이익을 감수해야 됩니다. 그런데 우리는 불이익을 감수하지 않으려 합니다. 예수님 이후에 초기 기독교인들은 기독교를 믿음으로 해서 이익이 되었어요? 불이익이 되었어요? 불이익이 되었습니다. 죽기까지 했습니다. 신앙을 통해서 세속적으로 이익을 얻으면, 즉 돈을 더 벌고 입학시험에도 걸리고 출세하는 등 이익을 얻기 위해 신앙을 가진다면 그것은 이미 세속화 되 것입니다. 기독교 신앙이든 불교 신앙이든 그 본질은 세속적 불이익을 보면서도 그 신앙을 지킬만한 가치가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첫째, 질문자가 만약 이곳에서 배운 장점이 있더라도 한국에 들어오면 한국의 전통문화는 일단 받아들이시면 좋겠어요. 내용상 별로 중요하지 않는 것들을 가지고 ‘기득권 사회다’ 라고까지 비난할 것은 없어요. 즉 노인들이 의자에 좀 먼저 앉으면 어때요? 이런 문화는 때가 되면 저절로 고쳐지는 것이니까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내용적으로 중요한 것은 용기가 필요합니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질서에 저항할 줄 알아야 합니다. 저항한다는 것은 손해를 본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손실을 감수하지 않으려 하니까 저항하기가 려워지는 것입니다. 손실을 감내할 자세만 딱 가지면 됩니다. 손해 보기 싫으면 그냥 묻혀 살고, 그것을 개선하려면 손해를 감수해야 합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손실을 감수할 거냐 이겁니다. 손실 중에서 가장 마지막 손실은 목숨마저 버릴 수 있느냐 입니다. 독립운동을 하려면 목숨을 버려야 해요. 민주화 운동을 하려면 감옥에 가야 해요. 그런데 요즘은 한국사회에서 뭔가 새로운 것을 개선하려면 죽을 일도 없고 감옥 갈 일도 없어요. 약간의 경제적 손실과 출세 손해만 감수하면 됩니다. 승진이나 월급 같은 몇 가지만 조금 포기하면, 무엇이든지 새로운 시도를 할 수가 있죠. 예를 들어 검사나 판사가 되어서 약간 민주적인 시각을 가지면 그 사회 안에서 승진을 누락시킬 수 있겠죠. 약간 좌천시키거나 왕따를 좀 당하겠죠. 죽는 것도 아니고 감옥 가는 것도 아닌데, 그 정도는 감수해야 새로운 사회를 만들어 갈 수 있습니다.
한국 사회에 돌아가서 새로움을 시도하려면 두 가지를 유의하세요. 첫째, 지켜야 할 것은 불이익을 감수하고 지켜낼 것. 둘째, 중요하지 않은 문화적 차이를 갖고 너무 싸우면 안 됩니다. 문화는 그냥 수용하는 것이 낫습니다.”
스님의 답변이 끝나자 질문자도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을 표시했습니다. 질문을 하고 싶은 분들이 더 있었지만, 스님은 건강이 많이 안 좋으시다며 청중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강연을 마쳤습니다. 스님의 건강이 점점 염려가 되고 있습니다. 오늘은 스님의 건강을 기도하며 잠자리에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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