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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100회 강연

[법륜스님 세계100강 제25강] 스페인 "딸이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지 걱정입니다"

안녕하세요. 전 세계 100여개 도시에서 만난 사람들이 묻는 인생에 관한 질문과 법륜 스님의 답변! 오늘도 시작해 봅니다.  


법륜 스님의 세계 100회 강연 중 25번째 강연이 스페인 마드리드에서 열렸습니다. 


마드리드로 가기 위해 새벽 6시에 아테네 공항으로 출발하는 것으로 오늘 일정을 시작합니다. 오전 8시30분에 아테네 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는 4시간을 날아 12시30분(스페인 시간으로는 11시30분)에 스페인 마드리드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 AEGEAN 항공을 타고 출발하며  


강연 전 시간 여유가 생겨 잠시 시내 유적지를 둘러보았습니다.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마드리드 왕궁입니다. 16세기에 건립한 군사 요새 알카사르를 1734년 크리스마스 전날 화재로 소실한 이후 필리페 5세가 그 부지 위에 새 궁전을 짓도록 지시하여 1755년 호화로운 마드리드 왕궁이 완공되었다고 합니다. 현재는 중요 국가 행사 때에만 사용되고 있다고 합니다. 



▲ 마드리드 왕궁


왕궁 앞에는 큰 성당이 있었습니다. 유럽 강연을 다니면서 도시별로 성당을 한곳 이상은 꼭 들러보고 있는데, 스페인은 어떤 느낌의 성당을 지었는지 궁금해서 들어가 보았습니다. ‘알무데나 성모 대성당’ 이라고 불리우는 이곳은 착공 이후 1세기가 지난 1992년 완공했다고 합니다. 



▲ 알무데나 성모 대성당 


널찍한 실내에 밝은 느낌의 벽채와 깔끔한 장식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유럽 성당들이 어둡고 엄숙한 느낌이 많았는데, 스페인은 밝고 깔끔한 느낌이 들어 좋았습니다. 스님은 짧게 기도하는 시간을 가진 후 성당 안을 둘러보셨습니다. 


강연장으로 향하는 길에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 동상을 보았습니다. 콜럼버스는 스페인 사람들이 무척 자랑스러워하는 인물 중에 한명이라고 합니다. 그의 신항로 발견으로 인하여 아메리카 대륙이 비로소 유럽인의 활동 무대가 되었고, 현재의 미국이 탄생할 수 있었던 근본적인 토대가 생길 수 있었다고 스페인 사람들은 생각한다고 합니다. 



▲ 콜럼버스 동상 


당시에 아메리카 대륙을 전혀 인식하지 못하고 있었던 유럽인들의 세계관을 송두리째 바꿔놓았다는 점에서 어쩌면 요즘 우리가 말하는 ‘세계화’의 시작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이 동상 앞은 마드리드 사람들이 어떤 사건이 있을 때 마다 모이는 광장이라고 합니다. 마치 우리나라의 광화문 앞 광장으로 생각하면 될 것 같습니다.  


오늘 강연장은 ‘한마당 마드리드’ 라고 하는 한인 교민들의 문화공간입니다. 평소 이곳은 한국과 스페인의 음식과 문화에 대한 강습이 열리는 곳인데 오늘은 즉문즉설 강연이 열리게 되었습니다. 



▲ 오늘 강연장 ‘한마당 마드리드’  


이곳 한인회장님의 설명에 따르면 현재 스페인에는 총 4,000명의 한국 교민들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그 중에 마드리드에 1,300여명, 바르셀로나에 700여명, 원양어업기지로써 많은 한국인들이 이주했던 라스팔마스에 1,200여명이 살고 있다고 합니다. 


저녁 7시30분에 시작된 오늘 강연에는 총 40명이 참석하여 조촐하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참석자 중에는 마드리드에서 600km 떨어진 바르셀로나에서 4명이 왔고, 빌바오에서 1명, 아스토리아에서 1명이 오는 등 스페인 전역에서 스님의 강연 소식을 듣고 왔기에 더욱 값진 시간이 되었습니다. 




질문은 총 5명이 했는데, 여전히 스님의 목 상태가 좋지 않아 많이 걱정이 되었습니다. 목이 계속 잠겨 있어서 목소리가 나오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멀리서 온 교민들을 위해 2시간 30분 동안 열강을 해주었습니다.  


오늘은 그 중에서 딸이 좋은 배우자를 만났으면 하는 바램을 가진 한 여성분의 질문과 스님의 답변을 소개합니다.


- 질문자 : "남편을 잃고 혼자 산지 3년 정도 되었습니다. 딸이 2명 있는데 결혼할 때가 되었어요. 제가 어떤 마음을 가지면 딸이 좋은 배우자를 만날 수 있을까요? 저도 결혼생활이 그렇게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생각을 더 갖게 되는 것 같습니다."


- 법륜 스님 : "딸이 좋은 배우자를 만나도록 하는 게 엄마가 어떻게 한다고 되겠어요? 상식적으로 한번 생각해 보세요. 질문자가 다니면서 남자를 구해서 가져다 줄 겁니까? 질문자와 아무 관계 없는 일에 왜 신경을 써요? 그것은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닙니다. 딸이 좋은 배우자를 만났으면 좋겠다 하는 부모의 그 마음은 이해가 되는데,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 것도 없다는 것입니다.


질문자의 결혼 생활이 행복하지 못했다면, 질문자는 자기 남편도 제대로 못 구했잖아요. 그런데 그런 안목을 가지고 딸의 남편까지 구해줄 능력이 됩니까? 기지도 못하면서 날려고 하는 형국입니다. 자기 것도 제대로 못 구했는데 어떻게 남의 것을 구해줄 생각을 합니까? 그러니까 질문자는 신경을 뚝 끊으세요.




요즘 세상에는 '결혼하는 것이 꼭 좋다' 이렇게 말할 게 없습니다. 사물이라는 것은 어떤 관점에서 보느냐에 따라 다릅니다. 그것도 유럽에 사는 여러분들이라면, 첫째, 이제는 결혼을 해야 된다, 안해야 된다, 이런 생각을 놓아야 합니다. 둘째, 누구하고 결혼하느냐, 이것도 흑인하고 하든, 백인하고 하든, 어느 나라 사람과 하든, 이런 생각도 놓아야 합니다. 프랑스 사람들은 결혼식을 하지 않고 계약 결혼을 하는 사람들이 절반 정도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자식들이 스무살이 넘었으면 다 자기 인생은 자기가 알아서 살기 때문에 부모가 내 자식을 믿어줘야 합니다. "엄마는 너를 믿는다. 니가 혼자 살든 결혼을 하든 어떻게 살든 너의 선택을 엄마는 존중한다" 라고 얘기해 주세요. 아이가 "엄마, 나 어떻게 해?" 물어도 "너는 잘할 수 있어. 걱정하지 마라. 엄마는 너가 잘 할 수 있다고 믿어. 괜찮아" 이렇게 격려를 해주세요.


딸이 남자를 하나 사귀어와서 "엄마, 이 남자 어때?" 하면 "아이고, 어리석은 내가 어떻게 아니? 똑똑은 너가 더 잘 알지. 너가 판단해라" 이렇게 얘기해 주세요. 그래도 딸이 "한번만 봐죠" 요청하면, "바보 같은 내가 뭘 알아? 공부를 해도 너가 더 많이 했고" 이렇게 얘기했는데도 두 번 세 번 요청을 하면, "내가 그렇게 남자 잘 볼 줄 알면 내가 너희 아버지 같은 사람을 만났겠니?" (웃음) 이렇게 얘기해 주세요.




그렇게 봐달라고 요청을 해도 엄마가 딱 짤라서 "엄마는 너가 어떤 결정을 하든 너를 지지하고 너를 믿는다" 이렇게 격려해주는 것이 좋습니다. 질문자가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할 문제는 아닙니다.


질문자가 부처님께 빌면서 "우리 딸 좋은 남자 만나게 해주세요" 이렇게 기도를 하면, 반드시 딸은 결혼을 질문자의 기대치에 못미치는 사람과 하게 됩니다. 재수가 없어서 그러느냐? 아닙니다. 내가 기도를 많이 하면 할수록 뭔가 좋은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기대치가 높아집니다. 실제로는 어지간히 좋아도 내 기대치보다는 못 미치기 때문에 결국 내 마음에 안 들게 됩니다. "조금 더 기다려봐라", "다른 남자는 없나" 이렇게 해서 결혼을 방해하게 됩니다." 


"다른 건 안 바랍니다. 마음 맞는 사람 만났으면 좋겠어요."


"다른 건 안 바라고 서로 마음 맞는 사람을 만났으면 좋겠다 하는데 그게 가장 어려운 겁니다. 숫제 돈이 많은 사람을 찾으면 그런 사람을 찾을 수가 있지만, 서로 마음이 맞는 사람은 컴퓨터에 넣어 돌려도 하나도 안 나옵니다. 서로 마음이 맞는 건 불가능합니다. 그거야 말로 욕심입니다. 질문자도 이런 걸 남편에게 요구하니까 결혼 생활이 힘들었던 것입니다. 결혼을 하면 마음을 맞춰가는 것이지 마음이 맞는 사람은 없어요. 내가 상대를 이해하는 것이지 상대가 나를 이해해주는 사람은 없습니다. 딸이 남자를 이해하면 되는 것이니까 남자를 찾아다닐 필요가 없고 "너가 그 남자를 이해할 수 있으면 결혼하고, 이해 못하거든 결혼하지 마라" 이렇게 얘기해 주면 됩니다.




나를 이해해 줄 사람, 나를 사랑해 줄 사람, 나와 마음이 맞을 사람을 찾고 싶다는 건 불가능한 요구입니다. 이것이 바로 욕심입니다. 이런 요구를 하면 결혼은 이뤄질 수가 없고, 결혼을 해도 오래 유지될 수가 없어요. 당연히 같이 살면 서로 안 맞지요. 음식 맛도 서로 안 맞고, 방안의 온도도 원하는 게 서로 안 맞고, 운전하는 방식도 서로 안 맞고, 뭐든지 안 맞습니다. 안 맞는 것을 서로 인정하고 이해하고 서로 맞춰가는 겁니다. 혼자 살면 안 맞춰도 되는데 둘이 살면 서로 맞춰야 하는 겁니다. 회사 생활은 큰 것만 맞추면 되고 자질구레한 것들은 안 맞춰도 되는데, 같이 살면 자질구레한 것들도 다 맞춰야 합니다. 세수하고 수건을 빨래 통에 담느냐, 걸어두느냐 이런 것 갖고 서로 싸우게 됩니다. 천 가지 만 가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많은 산 어디를 둘러봐도 기둥하기 좋은 나무가 있습니까? 없습니다. 다 다듬어야 사용할 수 있습니다. 다듬으면 누구하고도 살 수 있고, 딱 맞는 사람을 찾으면 천하에 아무하고도 같이 못 삽니다. 딱 맞는 사람을 찾는 것은 자기 딸을 결혼 안 시키려고 하는 겁니다.


그러니까 오늘부터 딱 마음 놓고 자기 인생을 사세요. 자식이 스무살 넘었으면 신경을 딱 끄세요. 신경을 딱 끊어줘야 자식이 잘 삽니다."


질문한 어머니는 활짝 밝아진 얼굴로 “스님, 감사합니다” 하며 인사를 했습니다. 스님의 답변을 듣고 조금이라도 마음이 편안해졌길 기원해 봅니다. 강연을 마무리하며 천주교인들이 많은 마드리드 교민들을 위해 종교를 떠나서 행복한 삶을 살아가자며 이렇게 마무리 말씀을 해주었습니다. 


“우리의 행복은 하나님의 몫이 아니고, 하나님의 가르침을 통해서 내가 내 행복을 찾아가는 마음을 낼 때 내가 행복해지는 것입니다. 당시 로마에서 예수님을 믿어서 이익을 본 사람이 누가 있었습니까? 출세한 사람이 있었습니까? 돈을 많이 번 사람이 있었습니까? 죽음 밖에 없었습니다. 죽어도 그 길이 더 행복했습니다. 그래서 고난 속에서 하나님의 음성이 들린다 그러잖아요. 자꾸 출세하고 돈 벌고 하는 데에 하나님이 작용하는 것 같으면 그것은 신앙이 잘못된 것입니다. 이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내가 행복을 찾고, 내가 갖고 있는 것을 조금이라도 어려운 이웃을 위해 나누는 삶, 이것이 행복으로 가는 길이고, 올바른 신앙생활을 하는 길입니다. 




종교를 떠나서 어쨌든 자기 인생은 자기가 행복하도록 만들어가야 합니다. 그것을 자꾸 남의 몫으로, 남편 몫으로, 자식 몫으로, 부모 몫으로, 세상 몫으로 하지 마세요. 자기 문제로 바라보세요. 내가 어제 무슨 일을 당했든, 어떤 불행을 겪었더라도 나는 오늘 행복할 권리가 있습니다. 이렇게 가야 됩니다. 어떤 경우라도 나는 살아 있는 한 행복할 권리가 있다. 이렇게 삶을 행복하게 만들어나가시기 바랍니다.”